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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작성일 : 19-11-03 22:52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6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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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 곁을 할머님께 내어드리고 병실 밖에서 무기력하게 그녀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은 늘 지루하고 그 지루함은 항상 고통스럽다. 그래도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연주를 볼 수 있는 물리적 거리가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그 안도감이 몇 걸음 안 되는 가까운 거리를 더 이상 좁히지 못하는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도록 해 주었다. 문 너머에서 뿌옇게 번져오는 연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나 준 것에 감사했다. 문 하나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은 몹시 가슴 아팠다. 잠시 후 쉐프가 왔고 그녀가 일어나 스프를 먹었다고 전해 들었다. 문에 나 있는 좁고 긴 반투명 유리창으로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나의 존재가 그녀의 안정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위협일 수 있다고 알아챈 것인지 그 누구도 문 밖의 내 존재를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의 안정을 지켜보는 동안 주말은 지나가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정민선배를 에드워드에게, 연주를 할머님과 쉐프에게 맡겨두고 홀로 시애틀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상은 시작되었고 다시 주말이 돌아 올 즈음엔 정민선배도 시애틀로 돌아왔다. 선배는 휴가를 내어 외곽의 친척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덕분에 나의 업무는 배가 되었지만 내가 선배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이정도 뿐이었다. 그것도 일처리가 서툴러 서류 뭉치를 들고 그녀를 찾아가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기 일쑤였다. 메일로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핑계 삼아 얼굴을 보러 가는 게 내 맘이 훨씬 편했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한 번 가보고는 반해버린 아름다운 집인데 여주인은 더 아름다웠다. 그런 곳에 살면 <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저 교통편하고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는 편의성이 우선이었다. 쉐어하우스를 고를 때도 그랬다. 그런데 정민선배가 머물고 있는 그 곳을 한 번 방문한 후로는 많이 달라졌다. 그 동안은 혼자 살기에 딱 좋은 선택을 했다면 이제는 함께 살고 싶은 사람과 좋은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집을 갖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쉐프님에게서 일상으로 돌아간 연주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들 평화롭게 제자리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나는 목숨을 건 전쟁터에 무기도 방패도 없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연주를 안심시키고 마음을 돌려 항복하게 하려면 내편이 필요했다. 할머님은 아직 어려워 먼저 쉐프를 포섭하기로 결정했다. 연주가 알레로 벨로에 없을 시간에 맞춰 찾아가 쉐프님만 만나고 돌아오기를 여러 번 했다. 쉐프가 그렇게 알아야 했다. 그래서 연주가 나타날 시간 전에 나와 건너편 카페에 숨어 있던 내 모습을 들키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나의 행동이 쉐프님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고, 그것이 연주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삼촌을 대하듯 큰 형을 대하듯 다가가 나의 어려운 속마음을 쏟아 놓으며 동정심을 끌어냈다. 진심이 통했고, 쉐프님는 큐피드를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덕분에 연주의 생활을 엿보며 문득문득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상상하던 것이 짐작으로 바뀌어‘레스토랑에 있겠구나.’‘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겠네.’‘오늘은 학교에서 점심을 먹겠구나’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짐작들이 보고 싶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도 필요하고 인내도 필요하다.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인내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곧 나의 생일이 돌아온다. 연주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생일 선물은 바라지도 않지만 생일선물을 핑계로 연주의 시간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해서 온전히 하루를 그녀와 함께할 계획을 생각 중이다. 결국 또 그녀에게서 측은지심을 끌어내는 것밖에 생각해 낸 것이 없다. 참 찌질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마음이 약한 연주는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여전히 그녀의 옆얼굴을 봐야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노력이 가상하다 여기며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면 일단 승산이 있는 것이다.

 

 

 #

  일상이 너무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도 온몸의 긴장을 풀고 나른해져도 좋을 것 같이 푸근한 봄날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 보이고 옷가게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옷들은 더욱 화려하다. 하늘거리는 쉬폰 원피스가 걸려있는 쇼윈도 앞을 지나다가 아직 무거워 보이는 겨울옷을 입고 지나가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아직 겨울이구나.’겨울을 보내주어야 하는데 아직 붙들고 있으려 하는 것은 아닐는지.........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그를 궁금해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여전히 궁금하고 병원에 숨어 있는 동안에 한번은 찾아봐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두더지 잡기를 하듯 쾅쾅 밀어 넣어야 했던 것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웃었다. 많이 자란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릴까? 마음먹었다가도 유난스럽게 무엇이든 바꿔보려 하는 것이 오히려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함을 깨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을 접었다. 대신에 겨울옷을 입고 있던 나를 하늘거리는 쉬폰 원피스 곁에 묶어두고 그저 고요하게 알레로 벨로를 향해 다시 걸었다. 별 특별한 것 없다고 생각 했는데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겨울옷을 벗어 던지기 라도 한 것처럼 한걸음씩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기분이 나아지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 때문이었을까? 평소보다 알레로 벨로에 일찍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쉐프님이 홀까지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평소에는 주방이 보이는 큰 창 안에서 멋있게 윙크해 주셨는데 오늘은 많이 다르셨다. 빈 테이블로 데리고 가 먼저 앉게 하시더니 가만히 기다리라고 명령을 하셨다. 어색했다. 무언가를 감추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른 척 자연스럽게 있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때 주방 쪽에서 그가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한 다발의 해바라기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 해바라기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나의 떨리는 눈빛을 해바라기가 잡아주기를 바라면서 ..........

 

 “ 해바라기”

 “ 너 주려고........”

 “ 기다림......”

 “ 정말? 나 기다렸다고?”

 “ 꽃말이, 그렇다구요.”

 “ 숭배 아니었나? 난 그런 줄 알았는데 ”

 “ 태양의 신 아폴로를 기다리던 공주가 죽고 나서 생겨난 자리에 피어난 꽃”

 “ 별로네, 넌 뭐 이런 걸 좋아해?”

 “ .......어이없어.”

 

  갑자기 나타나서는 불쑥 내민 해바라기도 당황스러웠지만 뭐 이런 걸 좋아하냐는 그의 말이 너무나 어이없었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다는 말을 내뱉어 놓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내 표정을 읽었는지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가 환히 웃어버린다. 해바라기를 들고 헤벌쭉 웃는 그의 얼굴을 내 가슴이 또 찰칵 찍어버렸다.

 

 “ 잘 지냈어?”

 “ 조금 전 까지는 요.”

 “ 와, 반갑다는 인사를 아주 콕 찔러서 하는 구나.”

 “ 전보다 말귀가 더 어두워 졌나 봐요. 잘 못 알아듣는 걸 보니......”

 “ 계속해봐. 그런다고 뭐 내가 삐지고 그럴 것 같아?”

 “ 벌써 화났네요. 안 참아 지는 거 확 티 나요. ”

 “ 무슨, 나 기분 좋아서 환히 웃고 있잖아, 이렇게.”

 “ 광대 같아.”

 “ 괜찮아, 넌 화난 거 같지 않아서. 잘 참아서 티를 안내고 있는 거면 계속 티내지 말아 주면 좋겠다.”

 “ 갑자기 무슨 일이예요? ”

 “ 심부름 왔어.”

 “ 심부름?”

 “ 어, 쉐프님께 전할게 있었어....... 내가 자처했지. 여기 오면 너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

 “ 그럼 조심히 다녀가세요.”

 “ 야박하네. 너 보러 온 거라고 고백했는데 이렇게 바로 일어서면 난 어떡하지? ”

 “ 난 일해야 해요.”

 “ 내가 그걸 몰라서? 너는 정말 내 말이 들리는 않는구나. ”

 ‘ 들리지 않아야 해요.’

 “ 기다리라고 해야지 않아? 기다릴 수 있냐고 물어야지, 일 마칠 때까지....... 나 그럴 수 있으니까”

 “ 기다리지 말라는 내 말을, 당신이 못 듣는 거예요.”

 “ 그만 해. 그러지마. 그렇게 돌아서고선 또 아파할 거면서.”

 ‘ 나 혼자 아프게 둬요. 제발 ’

 “ 나야 뭐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견딜 만 하지만 .......”

 “ 안 아파요. 이미 다 견뎌서 무뎌지다 못해 느낄 수도 없으니까.......”

 

 

  견딜 만 하다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피하지 않았다. 그의 굳은 표정만큼이나 나도 단호해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돌아설 수 있기를 기대했다. 더 이상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나의 마음이 그에게 들리도록............ 그의 굳은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서늘함이 더해 아프게 다가왔다. 무뎌지다 못해 느낄 수도 없다는 내 말을 증명해야 했으므로 나는 무덤덤한 듯이 무표정으로 막아섰다.

 

 

 “ 그래, 다음에 또 올게.”

 “............”

 

  나는 벌써 돌아서 그에게 등을 보인 채 낮아진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천천히 그가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고 알레로 벨로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걸어 주방입구를 지나 내실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무너져 버릴 수는 없었다.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아야 했다.

 

 

 

 ##

  이번에도 졌다. 해바라기 꽃다발로 무장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휴전을 유도해 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연주가 나를 피하지 않았다. 하나도 안 이쁜 얼굴로 나를 뚫어버릴 듯 바라보아서 무서웠지만, 내 얼굴 보여줌으로써 선전포고를 하고 갈 수 있었으니 좋은 걸로 치고 바닥에 벌렁 누워 버린 기분을 달래야 했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온전히 보기 싫어서 서둘러 나도 돌아섰다. 뒷모습이라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작전상 후퇴,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는 사기가 완전히 꺾여버려 다시는 싸우고 싶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유리창에 어리는 모습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당차게 걸어 들어가는 연주의 걸음걸이에 비해 나는 흐물거리듯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다음에 또 올게’라고 했으니 다시 오기 위해 지금은 돌아가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도대체 이렇게 까지 밀어내는 까닭을 알 수가 없다. 이젠 오기가 생겨서라도 물러날 수도 없었다. 늪에 빠져버린 듯 헤어날 방법이 없다. 내손을 잡아 늪에서 건져줄 사람은 연주뿐인데 그 여자는 날 죽게 내버려 둘 셈인지 살려달라고 버둥대는 나를 보고도 돌아서 가 버린다. 무서운 여자. 원망스럽다.

  완전히 진이 빠진 것인지 시애틀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이륙도 하기 전에 잠들어버렸나 보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깨어보니 다들 비행기에서 내리느라 분주했다. 깜박 졸았다고 생각했고 10분도 채 잔 것 같지 않았는데 2시간을 날아 왔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날 아침의 상황이라면 황당했을지 모르지만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옮겨 돌아오는 지금은 상을 받은 것 같다. 달콤한 잠이었다. 비행시간동안 하려했던 업무 보고서 작성은 손도 대지 못했지만 달콤한 잠속에 연주가 다녀 간 듯했다. 해바라기 꽃을 화병에 꽂고 있는 연주의 옆모습을 보았다. 꽃을 보고 웃음 짓는 연주는 많이 사랑스러웠다. 보고 싶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푸른 하늘빛이 잿빛으로 변해가는 틈을 붉은 물감이 비집고 들어와 흩뜨리고 있는 거리를 걸었다. 나보다 한발 먼저 걷고 있는 그림자는 덩치가 점점 커져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

  그에게 먼저 등을 보이고 꼿꼿이 걸어서 내실로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주저 않아 버렸다. 멍하니 앉아 있던 내 앞에 커다란 구두가 걸어왔다. 세프님이다. 고개를 숙인채로 물끄러미 세프님의 구두만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그저 나를 일으켜 소파로 옮겨 않도록 하셨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어 주셨다. 그리고는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두고 나가셨다. 따뜻한 국화향이 번졌다. 손끝으로 스며들어 가슴가득 물들었다. 더워진 가슴이 비겁한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를 떠나기로 마음먹기까지 수도 없이 흔들리던 내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다시 숨을 수 있는 곳도 찾을 수 없다. 그저 놓아 버리고만 싶다. 지쳤다.

  손에 들려있는 찻잔의 무게가 버거워 천천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알레로 벨로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 세프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당분간은 이곳에 오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마구 무너져 버리는 데 아닌 척 잊은 척 모질게 그를 대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버텨낼 힘이 없으니 또 도망칠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그가 내민 손바닥 위로 내 마음을 쿵 떨어뜨려 놓아 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릿속에 훅훅 지나가는 그림들이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또 다시 반복될 아픔을 떠올리니 숨이 가빠졌다. 들키지 말았어야 했다. 좀 더 꼭꼭 숨었어야 했다.

 

 “ 줄리아, 좀 어때? 괜찮아?”

 “ 왜 그러셨어요?”

 “ 미안해. 줄리아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어.”

 “ ..........”

 “ 내가 도우면 두 사람 화해 할 줄 알았거든. 내가 주제넘게 끼어들었네. 정말 미안해.”

 “ 저, 당분간 여기서 일하는 것 그만두어야 겠어요. 죄송해요.”

 “ 그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 같던데.”

 “ 이미 헤어졌어요.”

 “ 줄리아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그렇고, 그 사람도 애쓰는 걸 보면 서로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

 “ 부탁드려요. 당분간은 여기 일 쉬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저에 대한 말씀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 그렇게 해.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그리고 언제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줘. 난 언제나 줄리아 편인 걸 잊지 말고.”

 

  걱정이 되어 챙겨주시는 세프님께 부러 더 냉랭하게 대했다. 연거푸 미안하다시는 말씀에도 나는 괜찮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 보다 냉정해지려는 마음을 세프님께 까지 드러나게 했다. 그래야 나의 의지가 확실히 전달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죄송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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