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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림자에 담은 빛
작가 : 웅크린불꽃
작품등록일 : 2019.11.3

우리시대이 삶이란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하느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져 있던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도 하지요. 하루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가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자신을 잃지 않고,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떠난 연주와 되돌리기 위한 규영의 시간이 자꾸 어긋납니다. 어긋나게 그어진 인연의 길이 엇갈려 부딫힐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그 엇갈림 속에서 잠시 마주보게 되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찾고 함께 할 사랑을 찾아 내일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그날처럼 오늘이
작성일 : 19-11-03 22:44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7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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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스쳐간 그를 닮은 사람이 머릿속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통에 유진이 하는 말들을 자꾸 놓치고, 집중을 하지 못했다. 걱정했는지 유진은 집에 오자마자 뜨끈한 물에서 느긋이 좀 있다가 나오라고 나를 욕조에 밀어 넣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시간만 보냈다.

  그런 나에게 유진은 와인을 권했다.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나는 이 나라에 오게 된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쏟아 놓았다. 단지 닮은 사람을 보았을 뿐인데 사정없이 휘청거리는 나를 걱정하던 친구도 함께 흔들렸다. 이 땅에 온 이후에 그의 이름조차 입에 담지 않으려 했고 지우려고 꾹꾹 눌러 두었던 것이 툭툭 터져 나와 흐르고 있었다. 생각이 많은 탓에 여러 잔을 비워도 취하지 않았고 더욱 또렷해지는 그의 얼굴이 점점 크게 다가왔다.

 

 “ 오랜만이야.”

 “..........”

 “ 많이 말랐구나. 머리도 많이 길었구.”

 “ 아, 안녕하세요.?”

 “ 이렇게도 만나지네? 신부측 손님으로 온 건가?”

 “ 아뇨, 전 신랑 분을 ........”

 “ 그래? 현웅이를 알아?”

 “ 정현웅씨와 같은 직장에서 일해요.”

 “ 아, 그렇구나. 난 현웅이 대학선배야.”

 “ 네...... ”

 

  그가 나를 떠났었고, 떠난 그의 그림자속에 숨어 지내던 날들이 쌓여 해를 넘길 무렵 직장동료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었다. 옆에 선 사람이 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불쾌했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던 차에 인사를 건네는 그 사람을 확인한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딘가 모르게 달라진 그의 분위기가 낯설었다. 그도 나도 어색함을 덜어낼 수는 없었다.

 

 “ 그럼, 다녀가세요. 전 같이 온 일행이 있어서.......”

 “ 어........ 만나서 반가웠어.”

 “ .........”

 “ 잠깐만, 연주야 식 끝나고 잠깐 볼 수 있을까?”

 

  점점 더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에게 건네야 할 거절의 말을 찾느라 머뭇거릴 때 그의 친구들이 몰려왔다. 그 중에 나를 알아본 몇몇이 또 어색한 인사를 내게 건넸다. 상투적인 인사로 형식적인 안부를 물었다. 서둘러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 그는 “ 연주야, 이따가 예식 끝나고 1층 로비 카페로 와 기다릴게.” 툭 한마디 던져 놓는다. 그리고 나의 대답도 듣지도 않은 채 하객들 틈으로 친구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헤어져 있던 시간을 다 접어 던지고, 어쩌면....... 그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대할 수 있었을까? 왜 나는 그런 그를 이해하려고 했었을까? 머리속으로는‘ 이미 헤어졌잖아... 만나서 어쩌려고?’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1층 카페가 어디 있었는지 위치를 궁금해 하고 있는 내가 싫어서 기분이 엉망이 되었던 그날처럼 오늘이....... 아파온다.

 ##

  새벽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날아 아침 일찍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연주의 주소를 확인하며 찾아가는 동안, 만나서 해야 할 말들을 생각하고 꺼냈다가 버리기를 반복하며 설레는 마음이 기분 좋았다. 그러나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연주는 그 곳에 없었다. 연주가 지냈다던 방에서 나를 맞은 사람은 연주가 아니었다. 남자가 문을 열어주어 덜컹했던 심장은 이미 몇 달 전에 주인이 바뀌어 버렸다는 말에 돌덩이처럼 굴러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경우였을 텐데, 나는 이 곳에만 오면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제 어쩌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걸음도 떼어지지 않아 복도 한쪽에 널브러져 숨을 골라야했다. 이대로 허무하게 돌아가야 하나? 그다음은? 어떻게 찾지? 그 때 복도를 지나는 학생들이 있어서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혹시 연주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라도 해야 했다. 가지고 있는 사진이 없어서 ‘연주’라는 이름만으로는 찾기 힘들 것 같았다. 더구나 연주가 다른 이름을 쓰고 있다면 찾을 방법이 없다. 당장에 사진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연주가 활동했던 대학동아리 인터넷 카페로 찾아 들어갔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연주의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졸업한지 꽤 되었으니 찾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졸업생들 단체 사진 속에서 앳된 연주의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연주의 얼굴만 조금 크게 확대해서 저장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여 주면서 혹시 아는 얼굴인지 물어보며 기숙사에 드나드는 이들을 귀찮게 했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서야 종일 굶어 허기진 것이 느껴졌고, 날씨도 사나워지고 있어 한기가 드는 것 같았다. 일단 오늘 묵을 곳을 찾아야 했다. 다운타운으로 나와서 햄버거 가게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별 의지 없이 그저 평범해 보이는 햄버거를 주문했고 무슨 맛인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에 먹어치워 버렸다.

 그 곳에서 일하는 점원에게 근방에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있는지 물어 보았더니, 자신의 아파트가 가깝다며 묘하게 웃는 금발아가씨의 말에 좀 당황스러웠다. 공항으로 돌아가 ‘노숙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까지 했다.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해 들고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호텔이 가까이 있어서 들어갔다. 호텔 룸에 올라와 그대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여기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다음날도 샌드위치 하나를 사들고 기숙사 입구로 가서 연주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모으기 위해 서성였다.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 오늘 저녁엔 시애틀로 돌아가야 하는데....... 초초한 나에게 관심을 두는 이들은 없었고, 내가 보여주는 연주의 사진도 대충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서글펐다.

 

 

 

 #

  유진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저녁마다 아기를 재우고 난 후 늦도록 다락방에서 수다가 이어졌다.

 15세의 유진이 홀로 미국 유학을 와 적응하느라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준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형이 남편 브레이든이라고 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함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마음에 담은 사랑을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 브레이든이 동생한테 잘해주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고 그러더라.”

 “ 응? 형제사이가 좋지 않았었대?”

 “ 어, 서먹하고 거리감 있었는데 내가 집에 다녀간 후로 달라졌다고 그랬어.”

 “ 와, 너한테 반해서 ?”

 “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첫눈에 들긴 한 거 같아, 반했다기 보다 각인되었다는 게 맞을 거야.”

 “ 어디 나 좀 봐봐. 어디가 이뻐서 확 반하게 한 거지?”

 “ 야, 나 인기 꽤 있었어.”

 “ 인정! 이뻐! 많이 이뻐.”

 “ 어째 억지로 막 인정하는 거 같아 심정 상하려고 하네.”

 

 눈을 흘기는 모습까지 귀엽고 이쁘다. 유진이 크게 웃으면 방안이 환해지고 수줍게 웃으면 안아주고 싶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브레이든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싶다.

 

 “ 연주야, 그 시절의 나는 말이야”

 “ 우리 중학교 때?”

 “ 응, 그 때 유학 가라고 아빠에게 통보 받았을 때.......”

 “ 유학가라고? 가족이민이 아니었어?”

 “ 그때 나......날마다 죽으려고만 했었어. ”

 “ 유진아........ 많이 힘들었구나”

 “ 오기 전에 그랬다는 거야. 그래서 쫓겨 온 거야.”

 “ 몰랐어. 난 온 가족이 다 같이 떠난 줄 알고 있었지 ”

 “ 혼자라서도 아니고, 여기 오기 싫어서도 아니었어.”

 “ 그럼 왜?”

 “ 아침이면 눈떠지고 깨어나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싫었어. 그때 기억나니? 내 모습?”

 “ 그래, 어느 날인가부터 선생님들께 막 대들었고, 하지 말라는 거 일부러 꼭 하고, 혼날 일들만 더 저지르고 다녔던 것 같아.”

 “ 문제아, 사고뭉치, 골치 덩이였으니 아빠는 날 집에서 내 쫓을 방법으로 유학을 선택 하신 거였고.”

 “ 왜 그랬던 거야? 우리들 모두 다 사춘기를 앓았었어. 넌 좀 유난했던 것 같아.”

 “ 반면에 넌 애 늙은이 같았지. 항상 큰언니나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고 그런 너를 선생님들은 다 예뻐하셨어.”

 “ ..........”

 “ 그런 너를 시기하고 대놓고 미워하는 애들도 많았는데 알아?”

 “ 알고 있었어. 너도 그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아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유진은 마시던 찻잔에 더운물을 더 따라 부었고, 나도 말없이 찻잔을 내밀었다.

 

 “ 연주 너를 특별히 더 미워한 적 없어.”

 “ 특별히?”

 “ 그때 난 그 누구라도 다 미워했고, 엄마가 제일 미워서 화가 났는데....”

 “.........”

 “ 엄마에게 화를 낼 수가 없으니 아무에게나 마구 화를 냈었어.”

 “ 엄마가 많이 무서운 분이셨어?”

 “ 아니, 소심하고 비겁한 바보.”

 “ 야, 아무리.... 아직도 사춘기인거야? 너 이러는 거 엄마가 아셔?

 “ 아실 거야. 아마.”

 

  유진의 얼굴이 굳어지며 금방이라도 소리칠 것 같은 무서운 표정을 지어서 섬뜩해 졌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진의 표정이 낯설어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유진이 말을 이었다.

 

 “ 나....... 엄마를 아직 용서하지 못했어.”

 “ 용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안 되는 거야?”

 “ 나도 엄마가 되었는데......”

 “ 그래, 보통 부모가 되어 봐야 철든다고들 하잖아.”

 “ 그래서....... 더 용서할 수가 없어.”

 “ 유진아.....”

 “ 연주야, 난 우리 쌍둥이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

 “ 어, 엄마인 네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정말 보기 좋아.”

 “ 어떻게 자기 자식을 두고 떠날 수 있어?”

 “..........”

 “ 자식을 위해서 뭐든 참고 견디며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엄마에게는 있다고 하잖아.”

 “ 그래 맞아,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게 안타깝지.”

 “ 나의 엄마는 힘들다고 날 두고 떠나버렸어.”

 “.........”

 “ 그때 우리엄마 자살하셨거든.”

 “ 어? 그랬구나....... 난 몰랐었어.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미안해.”

 “ 아냐, 얘기 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 난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어.”

 “ 알아...... 편찮으셨다며? 나의 경우와는 다르잖아.”

 “ 응..........”

 “ 그때 나도 죽어버리려고 했었어.”

 “ ............”

 “ 오늘 저녁엔 죽어야지...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았던 것 같아. 근데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건, 아침부터 죽기는 싫더라고. ”

 “ 무슨 말이야? ”

 “ 아침엔 혹시 오늘은 잘 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저녁까지 살아보는 거야.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쯤이면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

 “ 정말? 그렇게까지 생각 했었던 거야? 아빠는? 아빠가 계셨잖아. ”

 “ 이제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빠도 힘 드셨었던 것 같아. 바로 재혼하셨는데 엄마의 죽음이 새엄마 때문인 것 같아서 내가 인정하지 않았어. 나쁜 새엄마로 만들어 버린 거지, 내가. ”

 “ 그랬구나,”

 “ 아빠의 새집에서 살기 싫었어. 원래 엄마는 없었던 사람이 되었고, 난 죽어도 엄마를 용서할 수 없었으니 잊어서도 안 되는 거였거든. ”

 “ 어떤 심경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

 “ 그래서 여기로 도망 친 거야. 내 선택이었어. 아빠는 쫒아버렸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

 “ 그래도 혼자 유학 와서 잘 견디고 대견하네,”

 “ 네 덕분이야. 힘들 때 마다 문득 문득 네 생각이 났어.”

 “ 나? 내가 뭘 했다고?”

 “ 네가 들려준 아빠이야기.”

 “ 우리아빠?”

 “ 정말 오늘은 죽어버려야지 했던 날....... 점심시간이었어. 밥 먹기도 싫었고 신이 나서 떠드는 반 아이들 꼴도 보기 싫어서 가방 들고 교실 밖으로 나왔는데, 운동장 가장자리 등나무 벤치 기억나? 거기서 널 봤어.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고 있어서 다가갔더니 울고 있더라.”

 “ 기억나.......”

 “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한참을 울었어. 너”

 “ 그날은 아빠가 더 많이 보고 싶었어. 내 생일이었거든.”

 “ 생일? 그건 몰랐네. 나 정말 그날은 죽으려했었는데 네가 그러더라.

  ‘상관없어. 남들이 뭐라 하든지 말든지....... 아빠 없는 게 죄야? 난 그냥 아빠가 보고 싶을 뿐이야. 아빠가 미안하면 나 지켜주겠지 뭐.’

  뭐 더 많은 말들을 했던 것 같아. 다른 때보다도 더 수다스러웠어, 너”

 “ 나도 그날은 심술이 많았어. 엄마는 아빠 없다고 비뚤어지고 버릇없는 아이가 되어 버릴까봐 늘 잔소리가 심해서 싫었고 또 많이 미안해하는 것도 싫었고, 아무튼 그때는 그랬었어. 사춘기였잖아.”

 “ 그래도 넌 애늙은이였다니까.”

 “ 신경 쓰였거든....... 아빠의 빈자리가...... 엄마가 불쌍하기도 했고.......”

 “ 그날부터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어. 날 버리고 도망가 버린 엄마도 저 하늘 위 어디쯤에 있을까? 나에게 미안해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는 않을까? 그러다보니 미워도 정말 보고 싶더라.”

 “ 그럴 거야. 여전히 보고 싶어, 지금도 ........”

 “ 너 그때 되게 이상했어. 눈물 쓱쓱 대충 닦더니 주머니 속에 있던 초콜렛을 꺼내 나에게 나눠주고는 ‘우울해서 먹는 거야.’하며 남은걸 입안에 가득 밀어 넣고 야무지게 씹어 먹더라구. 다 먹고는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얼굴로 날 보고 웃었어, ”

 “ 진짜 되게 이상했겠다. ”

 “ 그때 네 얼굴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 항상 솔직했던 네가 부럽기도 했고, 네게 엄마 얘기를 털어놓고 싶은 맘도 생겼었는데 점심시간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지”

 “ 맞아, 너 그 때 교실에 안 들어가고 도망가려다가 나한테 들켰잖아. ”

 “ 그래, 네가 내 가방 빼앗고는 내 팔 잡아끌고 교실로 들어갔어.”

 “ 어, 그러고 보니 그 다음날부터인가? 널 못 본 것 같아.”

 “ 좀 아팠어. 며칠 앓고 나니 학교는 이미 아빠가 자퇴처리 하셨더라고.”

 “ 그랬구나. ”

 “ 널 한 번 더 만나고 떠나오려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 ”

 “ 정말 너 혼자 여기로 온 거야?”

 “ 아빠가 같이 와서 학교랑 살 곳이랑 정리해 주시고 가신 후 줄곧 혼자였지. 혼자인 게 뭐 나쁘진 않았어, 오히려 내 맘대로 살아서 편하기도 했고......”

 “ 그래도 힘들었을 거 아냐? 말도 잘 안 통했을 테고........ 너 영어는 잘 했었나?”

 “ 잘 했겠니? 내가? ”

 

  유진이 갑자기 까르르 웃어버렸다. 말 안통해서 이상한 음식 시켜먹다 게워낸 얘기부터 시작해 교실도 못 찾아가 엉뚱한 곳에서 해매 다니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교실에서도 선생님 말씀을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된 이야기를 했다. 실수가 많았던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할 때는 다시 밝은 유진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래도 이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브레이든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 그이는 나 처음 봤을 때 섬뜩하리만치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대.”

 “ 반했다면서? 첫눈에 반한 거 아니었어?”

 “ 인상적 이었나보지. 신기하게 생각 했나봐. 아님 불쌍했던지.....”

 

  아기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진은 아기들 방으로 달려갔다. 우리의 수다는 거기까지... 나는 침대에 누워 창밖의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잔인했던 봄, 사춘기 시절의 유진을 만난 충격 때문이었을까? 꿈을 꾸었다. 유진이 기억하는 등나무 벤치에 아빠가 앉아 계셨다. 너무 반가워 달려가 보니 아빠가 아니라 그가 앉아 있었다. 다가서지 못하는 나를 본 그가 일어나 저만치 걸어갔다. 나는 그대로 멈춰 서서 멀어져가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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