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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19. 해결편 2
작성일 : 19-11-03 16:47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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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요!”

  아진이 손을 들고 임현에게 반론했다.

  “책이 사라진 것만으로 1층이나 5층에 사는 분들이 범인이라는 건 너무 넘겨짚는 거 아닌가요? 1층과 5층 사람들을 사전에 제외하고 수사가 진행된 데에는 cctv라는 분명한 증거가 밑받침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 텐데요. 그리고 방금 탐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이 생각할 것을 노리고 가져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아진의 반론에 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진에게 손을 내리라고 손짓했다. 아직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로 아진은 손을 내렸다. 목을 천천히 가다듬곤 임현이 다시 얘기했다.

  “우선 탐정이라는 과분한 호칭에 감사드립니다. 맞아요, 책의 분실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게 몇 가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 없는 논리는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제 안에 있는 수많은 가치관 중에 하나로 삼고 있는 사람이죠. 범인으로 몰린다는 감정을 배제한 채 cctv에 의한 논리만을 따져 2층과 3층, 4층 분들을 범인으로 몬다는 건 제게 있어 신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말씀드린 쪽이 더욱 감정이 실려 있죠. 그럼 논리만 밑받침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읽은 추리소설에서 명탐정 역할인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었죠. ‘중요한 건 관찰력과 상상력. 그것을 합친 것이 추리력이라는 거야.’라고요.”

  “그러니 관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추리를 펼치는 거니 끝까지 들어달라는 건가요?”

  지민이 질문하자 임현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이런 사건을 조사하는데 상상력이 없다면, 다른 말로 가정을 하는 능력이 없다면 수사는 도통 진행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고 마지막에 의문이 들었던 것들을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것으로 범인이 2층과 3층, 4층의 거주자가 아닐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바로 행동을 개시했죠. 바로 이렇게.”

  슬라이드가 넘어가며 새로운 사진들이 나타났다. 1층과 5층의 거주자들의 사진이 슬라이드를 가득 차지했다. 앞서 보여준 2층과 3층, 4층 거주자들의 슬라이드와 비교했을 때 인원이 적었기에 조금 더 크게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진이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중얼거렸다.

  “왜 하필 중학교 1학년 때 사진을…… 고등학교 사진으로 해주시지.”

  아진의 뒤에 있던 지민이 “왜, 예쁜데.”라고 말하자 아진은 붉은 얼굴을 유지한 채로 애매하게 웃어보였다. 옆에 있던 서아도 지민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래, 그래. 30대 초반한테는 없는 풋풋함이네.”라고 말했다. 아진이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며 임현은 말을 이었다.

  “그러나 1층과 5층의 거주자 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상인이셨죠. 수사에 유효하게 작용될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으신 분은 한 분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10C호 거주자 분들이 장례식과 관련된 일 때문에 사건 당일 오전 9시에 자리를 비우셨다는 것 정도가 유효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결국 초기에 말씀드린 2층과 3층, 4층 거주자 분들의 알리바이에 대해 설명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즉,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슬라이드 위에 있던 1층과 5층 거주자들의 사진 위에 알리바이를 뜻하는 문장들이 올라왔다. 5층에 사는 빌라 주인의 알리바이까지 나타나자, 곧바로 커다란 ‘X’표시가 슬라이드 전체를 뒤덮을 기세로 나타났다.

  임현은 사람들이 오기 전에 미리 정해둔 자리로 다가가 물이 담긴 보온병을 들어 건조해진 목을 축였다. 관객들은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고 임현이 목을 가다듬기 위해 큰 소리로 기침을 하자 다 같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목을 다 가다듬은 임현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저는 시점을 바꾸자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여태껏 제 시점은, 말하자면 실내였거든요. 실내에 중점을 둔 채 거주자 분들의 알리바이들을 조사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경찰 분들이 해줄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다른 시점을 가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실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처음엔 멍청하게도 밖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에 현장이 있는 빌라를 바라본 사람을 찾아다녔죠. 있을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높아지던 어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빌라를 중심으로 주위에 있는 우현과 임현이 조사했던 빌라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슬라이드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실외의 사람들도 어지간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테니까요. 그래서 완전히 지쳐버렸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는, 결국 제일 큰 용의자인 제가 범인으로 몰릴 거라는 그런 자포자기의 상태에 놓여있었죠.

  하지만 그 때 다른 형사님이 등장해주셨습니다. 아까 마지막으로 이곳에 와주셨던 형사님이신데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제게 다가와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셨습니다. 그 정보란 제가 그토록 찾고 있던 외부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에 빌라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의 증언이었어요.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한 노숙자 분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증언의 내용은 바로 이렇습니다.”

  슬라이드가 넘어가며 천천히 문장이 나타났다. 처음엔 투명도가 100%에 가까워서 관객들이 해석하기 어려웠지만 곧이어 투명도가 0%에 가까워지면서 명확한 의미를 가진 글자의 나열이 되었다. 그 문장의 내용을 보고 머리로 이해한 관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웅성거림을 딱히 말리지 않은 채로 임현은 다시 풀이를 시작했다.

  “맞습니다. 여러분들의 지금 기분이 제 기분이었습니다. ‘1시 30분에 3층과 2층, 2시 14분에 2층과 3층 순으로 복도의 전등이 켜졌다.’는 증언은 꽤나 큰 충격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우선 첫 째 충격은 이것으로 외부인일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제 말이 확실해졌단 겁니다. 외부인이 1층과 2층을 건너뛰고 3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 중에 한 분 이상의 분이 외부인일 확률을 알려주는 걸 생각하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중에 그것도 설명드릴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충격은 제 가설에 제동이 걸렸다는 겁니다. 저는 앞서 설명 드린 책의 실종으로 인해 1층과 5층 거주자 분들에게 시선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5층도 아니고 1층도 아닌 3층에서 불이 켜졌다는 건 제 시선을 오답으로 처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수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모두를 돌아보며 임현은 잠시 침묵했다. 관객의 머릿속은 임현이 느꼈었던 혼란과 답답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장석 또한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을 때 고구마가 명치에 몇 개나 박혀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었다.

  하지만 임현은 지금 사이다를 가지고 있었다.

  관객들의 사이다를 바라는 시선을 깡그리 무시한 채, 다시 고구마를 관객에게 던졌다.

  “여기까지 왔을 때 제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윤군 할아버님을 도와 뒷마당에 있는 정원을 가꾸고 있을 때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찰 중 한 명이 저와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조건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무언가를 말이죠.”

  윤군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스트레칭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임현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는 장면이 말이다.

  그 때 무언가를 발견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윤군에게 임현이 돌연 질문을 던졌다.

  “할아버님, 제가 그 때 무엇을 보고 있었죠?”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윤군은 당황했다. 가래가 살짝 끓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그 때 위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요.”

  “맞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제 머리 위에 있던 거였습니다. 바로 이거죠.”

  슬라이드가 넘어가며 벽을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무언가가 쓸린 자국 두 개. 좀 더 정확히는 몸통이 얇고 긴 무언가가 쓸린 자국들이었다.

  “2층과 3층, 4층 거주자 분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할 때, 상영 씨가 말씀해주신 뱀이 기어 다니는 소리의 정체가 바로 이겁니다. 이 자국의 위치는 각각 50B호와 40B호 사이, 40B호와 30B호, 40C호와 30C호의 중앙에 있었죠.

  이쯤에서 중간정리를 즉, 가정들을 세워볼까요? 저희에게 주어진 증거들은 책의 실종, 벽에 새겨진 쓸린 자국, 노숙자의 증언, 상영 씨의 증언 정도가 되겠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모순점은 술잔과 수면제 봉투 정도겠네요.

  2층과 3층, 4층 거주자 분들 중 한 명 이상이 범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무엇이 모순되죠? 책의 실종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범인은 애초에 알고 있는 지식이 많았기에 책을 가져갈 이유도 없거니와 범인의 감정을, 그러니까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쪽은 신용이 떨어집니다.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해도 범인으로 몰린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거짓말 하나를 시작하면 그 거짓말과 관련된 다른 것들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그런 귀찮고 위험한 작업을 수사가 끝날 때까지, 과장해서 말하자면 죽을 때까지 해야만 할 텐데 과연 범인이 그 층의 거주자일까요?

  그럼 1층과 5층 거주자 분들 중 한 명 이상이 범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엔 무엇이 모순될까요? 우선 노숙자의 증언이 모순됩니다. 3층에서 돌연 전등이 켜졌다는 건 다시 말해 범인의 스타트 라인이 3층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즉, 범인은 3층 거주자 분들 중 한 명 이상일 확률이 존재한단 겁니다. 그리고 cctv와도 모순되죠. 단 한 명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때 2층으로 향하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술잔과 수면제 봉투라는 모순점과 벽에 무언가가 쓸린 자국이라는 증거마저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돌파구가 없는 이 시점,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요?”

  임현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의 추리를 따라가는 관객들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당연하다. 어떠한 상황을 가정한다고 쳐도 빌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거주자들이 범인일 수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니 말이다.

  하지만 임현은 알고 있다, 그런 생각에 관객들은 공통적으로 도달했다.

  그리고 임현은 입을 열었다.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 계속 얽매여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범인으로 몰리긴 싫었거든요.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다른 증거나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 정확히는 아까 마지막으로 들어온 형사님에게 부탁해서 찾아냈죠.”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곧바로 숨을 뱉으면서 임현은 입을 열었다.

  “이제 마지막 추리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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