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음먹은 추운 겨울 날 (- 2019 1월 ) 취미로 목공을 하며 만난 늘이와 미루. 나무 냄새와 함께 나무 가루가 풀풀 날리던 추운 작업장 안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가 이사를 갈 계획이라는 말에 “ 나도 갈래! 불러 꼭! 같이 도와줄게!” 라고 왠지 들뜬 소리로 말해주어 나도 기쁜 마음으로 꼭 오라고 했던 사람들이다.
“ 론아! ” 미루가 인사하기 바쁘게 나를 꼭 안아준다. 나는 미루의 밝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는다. 미루는 타투이스트가 꿈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 미루는 시인이다. 그는 시를 자주 쓴다. 미루의 시는 풍부한 그만의 감성과 공감능력이 잘 곁들여져서 언제나 위로되는 시가 많다. 내게 있어 미루의 시는 소장가치가 있으므로 그는 시인이다!
미루의 옆으로 무엇을 바리바리 싸온 늘이 눈으로 보기에는 우리집 분위기와 잘 맞는 커튼 인 듯 했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게 다 뭐야 ~! 아직 짐 정리도 다 못했는데 ” 늘이가 명쾌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거다 미루 거야. 들어가자마자 너 안아줘야 한다고 나한테 다 맡겨놨어 ” 나라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을 텐데, 늘이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말한다.
“ 잘지냈지 ? ” 항상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늘이가 먼저 내 안부를 물어봐 주었다. “그럼! 너희는?”
늘이는 감정에 솔직하고, 사람을 대하는데 겉치레 없다. 그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가끔 그의 칼 같은 조언에 상처입기도 했지만 항상 현명했고 같이 있으면 나의 안전망 같은 사람이다.
늘이는 수영을 사랑한다. 그가 물에 들어가면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다. 물 속에서 자유롭게 물결을 따라가며 물과 노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면 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사람 같았다. 아니 인류 유일히 물과 무언의 대화를 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늘이는 추운 날 만 아니면 바다나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주 해외를 들락날락 하는데,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물놀이 때문에 해외를 그렇게 많이 가냐고 놀라는 사람도 많다. 늘이는 언제나 바다나 호수, 계곡을 보면 윗도리부터 벗어 던지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물을 향해 뛰어간다. 처음에는 머뭇거렸으나 언제부턴가 나와 미루도 감동이 사무치는 날이면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모래사장의 위를 거느렸던 것 같다.
그렇게 편해지자 우리는 집에서 모이면 터울 없이 편하게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