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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웰컴 투 틸다 아일랜드
작가 : 태리베어
작품등록일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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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소심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낙인 마설희!!
VS. 세상과 24시간이 모자라게 소통하고 싶은 마틸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하나의 몸을 셰어하고 있는 마설희와 마틸다!

이중인격 두 사람(?)에게 두 남자가 나타났다?!

 
마설희는 어쩌다 마틸다를 만나게 되었나 (2)
작성일 : 19-11-02 19:35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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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여자를 옆구리에 끼고 생일 파티 중인 남자 친구 B를 발견한 설희는 당장 뺨을 때려도 부족할 판에 마른 손만 발발 떨고 있었다. 그런 설희를 대신해 수영은 고깔모자까지 챙겨쓰고 행복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B를 향해 빈정거렸다.

 

  “아프다던 분이 여기서 뭐 하는 짓일까. 1시간 사이에 나았나? 대체 어떤 약을 먹었기에 이렇게 금방 괜찮아지지? 유익한 정보 공유 좀 합시다.”

  “수, 수영이?”

 

  B가 재빨리 변명을 시작했다. 과장되게 손짓, 발짓을 하는 그의 머리에서 무지갯빛 고깔모자가 흔들렸다.

 

  “서, 설희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하여튼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고 하더니. 너만 쳐다보는 여자 친구 놔두고 바람을 피워? 생일파티 안 한다는 거짓말까지 쳐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영이 쏘아 붙였다. 쇼를 하느라 불이 붙어있는 칵테일을 머리에 쏟아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마설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자두 같아서 맛있겠다며 B가 물고 빨던 볼 위로 서러운 눈물이 줄기를 만들며 뚝뚝 흘렀다. 조용해진 실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치사하게 살지 말라며 수영이 덕담을 퍼부었다. 수영에게 손목 잡혀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옆에 그 여자는 누구지? 내가 괜히 대상을 받아서. 내가 지겹게 만들어서. 나는 아직 못 헤어지는데. 수영의 속을 뒤집는 허튼 소리를 줄줄 외면서 걸었다. 울면서 건너는 다리에서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젊었을 때 고민 같은 거 암 것도 아니야’ 라는 식의 문구가 이어졌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급기야 ‘우울하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봐’ 라는 문구와 마주쳤을 때는 ‘어두워서 안 보이잖아!!!’ 역정을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을 흘기는 속담의 표본이었다.

 

  이대로 끝날 줄 알았다면 B와의 연애가 클라이맥스라고 칭할 필요도 없다. B와의 악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해일 수도 있으니 다시 전화 걸어볼까, 나 신경 쓰느라 또 아프면 어쩌지. 설희가 찌질한 미련의 극치를 달리고 있을 무렵, 수영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은솔 문학상 시나리오 부문 금상 – 고래」

  「B도 상 받았어. 그러니까 네 재능에 대해서 죄책감 갖지 마. 이젠 알아서 잘 살라고 보내주고, 너도 너대로 살아. 남자가 B뿐이냐. 좋은 남자가 널리고 널렸는데 뭐 하는 짓이야. 외출도 좀 하고. 집 청소도 좀 해. 지난번에 가보니까 드러워 죽겠더라.」

 

  잊으라고 보낸 메시지였지만 메시지 때문에 더 지독하게 새겨졌다. 캡처된 사진,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B가 썼다는 시나리오의 제목이 낯익었다. 미친 사람처럼 인터넷을 뒤져 작품을 찾아냈다. 아쿠아리움의 조련사와 돌고래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족관에 갇혀 평생을 쇼만 해온 돌고래가 늙고 병들자 버려지기에 이른다. 돌고래와 함께 나이를 먹은 조련사가 생의 마지막에 자유를 선물하고 싶어 늦은 밤, 수송 작전을 펼친다. 이건 분명…….

 

  “내가 쓴 거잖아…….”

 

  공모전에 내려고 썼던 작품 중에 하나였다. 뭐에 홀린 건지 불이 붙어 세 개의 작품을 썼었다. 어떤 게 좋을지 몰라 B의 조언을 구해 ‘두 개의 문’이라는 시나리오를 출품했다. 비 경찰대 출신의 남자가 출세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과 감성이 대중적으로 잘 통할 것 같다며 B가 꼽아준 작품이었고, 나머지는 노트북 깊숙한 폴더에 사장돼 있었다.

 

  “버려두고 잊고 있었던 작품이 어떻게…….”

 

  휴대폰을 드는 손이 달달 떨렸다. 감성이 폭발하는 새벽, 몇 번이나 걸어볼까, 말까 고민했던 번호를 단숨에 눌렀다. 다섯 번이나 계속된 통화 시도에도 B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다음날 B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제 왜 전화했는지 알고 있다며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 만나자고 했다. 우습게도 B와 만나기로 한 날, 설희는 억누르기 힘든 설렘에 사로잡혔다. 수영이 알았다면 급소를 후려쳐 못 나가게 막았을 테니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치마를 입고, 초겨울 잇 아이템인 부츠도 신었다. 약속 장소인 이자카야에 도착해 밀실로 안내 받았다. 몇 주 만에 만난 B의 혈색이 건강하게 반질거렸다. 조금 울컥했지만 살이 빠졌거나 핼쑥해졌다면 걱정을 사서 했을 것이기에 다행이라 여기기로 했다.

 

  “사실은 이러고 싶지 않았어. 나도 모르게 네 재능에 자격지심을 느꼈던 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거 다 범죄잖아. 무서워서 네 연락도 못 받았어.”

  “…….”

  “그런데 설희야. 너는 원래 시나리오에 관심도 없었잖아. 작가 되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나는 진심으로 절박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 번만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한 마디로 작품을 도둑맞았지만 입 닥치고 있어달라는 거였다. 생일파티 때 있었던 일, 설희의 시나리오를 자기 작품처럼 출품한 일에 대해 B가 잘못을 구한다면 용서해 줄 요량이었다. 속도 없다며 욕을 들어도 괜찮았다. 실은 그거 오빠가 가져도 된다고. 나는 이런 명예 다 필요 없다며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B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게 전제였다. 너한테는 필요 없는 재능이니까 내가 훔쳐갔어. 괜찮지? 식의 설득은 전제가 아니었다.

 

  “이해? 어떻게 이해를 해요? 나는 오빠를 진짜로 좋아했고, 오빠라면 그런 시나리오 아무 것도 아니야. 전부 가져가도 괜찮았어요. 그래도, 그래도 나한테 사과하는 게 먼저잖아요. 그날도 아프다고 해놓고 다른, 다른 여자랑…….”

 

  화난 포인트가 지적재산인 시나리오를 훔쳐간 게 아니라 다른 여자와의 썸띵이라니. 오로지 시나리오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한 B는 사랑 밖에 모르는 설희의 모습이 이제는 답답해졌다. 필요성도 모르는 아이에게 재능을 준 하늘에게 저주라도 내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네 머리에는 연애 밖에 없니?”

  “…… 에?”

  “설희야. 네가 주는 사랑은 부담스러워. 부담스럽고 피곤해.”

  “…….”

  “이제 그만하고 싶다.”

 

  기어이 B의 입에서 이별이 흘러나온 순간, 타이밍이라도 맞춘 듯 룸의 미닫이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섰다.

 

  “뭐야, 오빠앙. 아직도 얘기 안 끝냈어?”

 

  왕왕 울리는 비음에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실연당한 충격을 곱씹을 겨를도 없었다. 수영이나 경석이의 비호를 받고 올 걸, 뒤늦게 후회했다. 그랬다면 정강이나 명치라도 한 대 가격하고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엄두도 못 내고 발발 떨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오빠 얘기 다 끝났어, 설희야. 더 할 얘기 없으면 자리 좀 비켜 줘.”

 

  왜 부담스러운지, 왜 그만하고 싶은지 물어볼 틈도 주지 않았다. 바보처럼 비켜 달라는 말에 비켜 주기나 하고 앉았다. 차라리 너 같은 건 상관없어, 느낌으로 쿨하게 사라졌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멋 낸다고 쓸데없이 부츠를 신고 와서는 뛰쳐나가지도 못했다.

 

  “오느라 수고했어. 차는 안 밀렸고?”

  “오빠앙, 저 언니랑 무슨 얘기 했엉?”

  “별 거 아니야. 신경 쓸 거 없어.”

 

  간지 안 나게 룸의 문지방에 앉아 부츠를 신는 설희의 등 뒤로 들리는 대화가 설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온 설희는 하염없이 걸었다. 대체 사랑을 얼마나 주고, 얼마나 참아내야 부담스럽지 않고, 피곤하지 않은 것인가.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인사도 못 받을 만큼 사랑에만 헌신하는 게 한심한 일인 걸까.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밀어내고 당기는 거, 설희는 그런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어도 무리해서 적당히 굴었어야 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였다. 누가 봐도 실연당한 듯 울고 있는 모양새가 사람들의 시선을 유인했다. 눈총이 겁박을 준 최초의 시간이었다. 그날의 감각은 마치 문신처럼 새겨져 아주 아프게 잊으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발악했다.

 

  이별에 아파하다가도 금세 다른 사랑에 빠져들곤 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설희는 집 안에 처박혀 무거운 공기처럼 굴었다. 현관 밖은커녕 이불 밖도 나오지 않으려 했다. 수영과 경석이 이따금씩 설희를 들여다봤지만 그것마저 성가셨다. 남자 친구의 공석을 알아 챈 주변에서 마음에 든다며 다가와도 그 어떤 호감도 믿을 수 없었다. 사랑에 대한 불신은 서서히, 완곡하게 설희를 지배해나갔다.

 

  「너 나올 때까지 경석이랑 기다릴 거야. 아휴, 오늘 꽃샘추위 때문인가,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다더니 도가니가 벌써 덜덜 떨리네! 뭐 그래도 우리는 기다릴 거야. 알아서 해!」

 

  보다 못한 수영이 강수를 두었다.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어두침침하게 보내도록 놔두지 않을 심산이었다.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약속 시간이 두어 시간쯤 지나자 착해빠진 마설희가 일시적인 백기를 들었다. 안 나가겠다는 전화도, 메시지도 받지 않으니 해결책은 나가는 길 뿐이었다. 비척거리며 모자를 쓰고, 굴러다니는 시커먼 패딩을 대충 주워 입고, 퉁퉁 부은 눈을 감추려고 야밤에 선글라스까지 챙겼다. 한 달만의 외출이었다.

 

  ‘끼이이익-!!! 쿵-!!’

 

  우회전 하던 차가 시커먼 설희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진했다. 모자에 선글라스를 장착하고도 땅만 보고 걷던 설희의 사고는 50%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 아스팔트에 누워 바라보는 세상은 참 거대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뛰어오고 비명이 들렸으나 정작 설희는 기묘한 편안함에 사로잡혔다.

 

 * * *

 

  눈을 뜨니 은은한 달빛이 감도는 해변이었다. 여긴 어디지? 의문도 잠시였다. 솜사탕처럼 푹신하고 온돌보다 따끈한 모래 그리고 달빛이 반사되는 바다,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물고기나 새의 울음을 빼면 아주 고요해서 사랑스러운 곳은 설희의 의문을 잠식시켰다. 발칙한 게으름을 피우며 모래에 드러누워 있어도 참견 당하지 않았다. 너무 편안해서 이곳에서 계속 있고 싶다고 생각하자 달빛이 더욱 강해지고, 바다는 더욱 반짝이는 위세를 뽐냈다. 하얗고 매끄러운 조개껍데기나 어디서 흘러오는지 알 수 없는 씨글래스를 모아 식물 줄기에 엮어 왕관을 만들었다. 머리에 쓰고 있자면 무인지경의 장소에서 여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느린 파도가 치는 얕은 물가에서 발을 담그고, 모래 위에 그림도 그렸다. 피곤이 몰려오면 다시 모래사장에 눕기를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그리고 아주 긴 휴식에 만족감을 느꼈을 때 해안선이 주황으로 물들었다. 해가 뜨는 건가……. 일출을 기다리던 설희가 눈을 뜬 건 경석의 집이었다.

 

  “마설희 너 미쳤어?!”

 

  대뜸 등짝을 때리는 수영의 파워에 거짓말 안 보태고 주위에 별이 핑 돌았다.

 

  “왜,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보통 때의 순진무구한 소심쟁이의 모습에 잠시 벙쪄 있던 수영이 설희의 목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너 기억 안 나? 교통사고 났대서 입원시켜 놨더니 하루 종일 눈도 안 떴어. 다친 데는 없다는데 의식이 없어서 얼마나 무서웠다고.”

  “미, 미안해.”

  “근데 너희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사라졌었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어? 그럼 우리 엄마, 아빠는? 엄청 걱정하셨을 텐데!”

 

  왜 등짝을 맞은 건지, 눈을 뜨니 왜 병원이 아니라 경석의 집인 건지 묻기도 전에 튀어나온 게 부모님들 안부였다.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딸이 교통사고라니. 놀라서 올라오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안 되잖아. 설희의 속을 들여다 본 수영이 또 한 번 등짝을 때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사고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설희야, 너 정말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 파편이라도?”

 

  병실이 텅 빈 걸 확인하고 충격만 받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경찰에 연락해봤지만 멀쩡한 성인이니 곧 들어오지 않겠느냐, 집에 안 왔다고 일일이 다 조사하면 경찰 병력이 모자라다는 푸념이나 들었다. 그렇게 혹시나 하고 설희의 집을 찾은 수영과 경석의 눈에 엉망진창이 된 옷장이 보였다. 소파에 막무가내로 던져놓은 환자복은 설희가 집에 들렀다는 증거였다. 이틀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애가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짚이는 구석이 없어 발 넓기로는 기네스북 감인 경석이 친구들에게 마주치면 잡아두고 연락해 달라며 설희의 사진을 보냈다. 상종도 하기 싫었지만 개미똥만 한 가능성으로 B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해코지라도 당할까 겁났는지 받지도 않았다. 한참 두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설희가 발견된 곳은 이태원의 클럽이었다. 가슴골과 허연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옷을 입고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경석의 친구들에게 포착됐단다. 뒷덜미 잡혀 오면서 사람 잘못 봤다, 내 이름은 마틸다다! 헛소리를 지껄여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냐고. 수영이 설희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사고의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기억이 안 날수도 있습니다. CT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으니 경과를 조금 더 지켜보시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는 거 아닌가요, Doctor? 얘가 어제 완전히 딴 사람처럼 굴었다니까요. 써리 원 아이덴티티처럼, 오싹하게!!”

  “중요한 건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거죠. 증상이 지속되면 정신과에 한 번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Are you serious?! 마설희는 미친 거 아니거든요? 정신과 같은 소리하지 마십쇼!”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23 아이덴티티’를 ‘31 아이덴티티’라며 의사에게 화를 내는 경석을 보며 설희가 애꿎은 입술 껍질을 뜯었다. 이 병원에 다시는 오지 말자는 경석을 진정시키고 전복 삼계탕을 저녁으로 먹었다. 오랜만에 군침이 도는 식사였다. 의사 말대로 일시적인 증상이었겠지. 걱정병에 시달리며 교대로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수영과 경석과는 반대로 설희는 편안했다. 어지러운 집을 정리하고, 밀린 세탁을 하고, 빨래를 넌 뒤 잠에 들만큼 심적인 여유도 생겼다. 교통사고가 전환점이 된 건가,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러나 심적인 여유는 다음날 아침을 채 넘기지 못했다. 눈을 뜬 설희는 이런 옷이 옷장에 있었나 싶은 미니스커트, 진동하는 술과 담배 냄새를 달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종일 낯선 남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B의 절절하고 너저분한 음성 메시지였다.

 

  「설희야…. 내, 내가 잘못했어. 바람을 피운 것도 네 작품을 훔쳐간 것도 전부 사과하고 싶어. 나 지금 전화하면서 무릎 꿇고 있어. 내가 뼈를 갈아엎을 의지로 뉘우치고 있거든. 필요하면 영상으로 보낼까? 아, 절대로 어제 네 친구가 전화해서 욕하고 화내서 이러는 건 아니야. 원래부터, 예전부터 잘못했다고 나 미친놈이었다고 스스로 욕하고 있었어! 그, 그런데… 너한테 수영이 말고 그런 친구가 있었나? 이름이 마틸다라고 하던데. 너 외동이잖아. 사촌이나 뭐 그런 사람들 시켜서 한 건 아니지? 아, 아니!!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다른 뜻 없어! 저기……. 그래도 1년 동안 너랑 했던 연애는 내 진심이었어! 이 진심만은 오해하지 말아주라. 너도 나 많이 좋아했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고소만은 하지 말아주라. 네가 고소하면 내 인생 끝이야, 응? 부탁이다, 정말.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무의식 상태에서 어떻게 꺼낸 건지 오욕의 연애사가 몽땅 담긴 일기장이 곁에 널브러진 채였다. 설희의 안에서, 설희가 모르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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