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웰컴 투 틸다 아일랜드
작가 : 태리베어
작품등록일 : 2019.10.31
웰컴 투 틸다 아일랜드 더보기

카카오페이지
https://page.kakao.com/content...
>
네이버시리즈
https://series.naver.com/novel...
>
조아라
https://www.joara.com/book/156...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착하고, 소심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가는 게 낙인 마설희!!
VS. 세상과 24시간이 모자라게 소통하고 싶은 마틸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하나의 몸을 셰어하고 있는 마설희와 마틸다!

이중인격 두 사람(?)에게 두 남자가 나타났다?!

 
마설희는 어쩌다 마틸다를 만나게 되었나 (1)
작성일 : 19-11-02 19:34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732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채소 아저씨를 마중 나왔다가 태평을 맞닥드린 설희가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벙긋벙긋 거렸다.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 태평만으로도 놀라운데 등 뒤로는 덩치 큰 남자를 하나 붙이고 왔다.

 

  “아, 저희 매니저 형이니까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긴 거랑 다르게 맘 약한 사람이거든요.”

 

  강기철 팀장입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매니저의 눈이 살벌했다. 여긴 도대체 어떻게…. 왜…. 태평의 방문에 늘어나는 물음표가 매니저의 매서운 눈빛에 밀렸다. 튀어 나왔던 설희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로마 신의 얼굴을 가르고 열렸던 문이 설희의 뒷걸음질에 따라 조금씩 닫히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태평이 여유롭게 다가가 닫히려는 문을 잡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죠? 꼭 얘기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왜? 누군데 그래?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수영이 설희의 뒤에서 스윽, 나타났다. 종일 뚱했던 표정이 태평을 확인하고는 180도 바뀌었다. 비현실적인 외모에 흔들리는 친구의 동공을 캐치한 설희가 문틈 사이로 자신감 없지만 다급하게 운을 띄웠다. 야누스 오픈 시간은 4시입니다, 식사하실 거면 조금 더 기다리시다가…. 하는데 태평의 뒤로 태평 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매니저가 다가와 문을 잡았다. 허읍! 힘을 뺐다가는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정도의 힘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위압감 넘치는 매니저의 부탁 아닌 부탁이었다. 하나, 둘 몰려드는 시선에 대한 적절한 조치였지만 설희에게는 부탁을 넘어서 협박처럼 느껴졌다. 괜한 용을 써봤자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막기를 포기한 설희가 힘을 빼자 그럼 실례하겠다며 태평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일수를 받으러 온 것처럼 매니저가 뒤따라 들어오다 안쪽 문에 붙어있는 또 다른 로마 신의 얼굴에 흠칫 놀랐다. 생긴 거랑 다르게 마음 약한 사람이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가보다.

 

  “저희 갤러리 이벤트 응모함에 넣어주신 명함 보고 찾아왔어요. 개인 번호는 없고 야누스라는 상호랑 대표번호뿐이라 놀라실 거 알면서도 꼭 뵙고 싶어 방문했습니다.”

 

  마이너스 장부를 던져둔 수영과 와인 창고에서 뛰어나온 경석이 지옥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처럼 설희 양옆을 지키고 앉았다. 수영은 깐깐한 척 팔짱을 끼긴 했지만 자의식 과잉도 병이라며 야유를 한 게 머쓱했는지 아니면 태평의 실물을 영접하고 은혜라도 받은 건지 부쩍 말수가 줄었다.

 

  “어제 얘기 드렸었죠. 제가 마설희 작가님 팬이라는 거.”

  “듣긴 들었는데 지금은 작가 활동 안 해요.”

  “네, ‘두 개의 문’ 이후로 전혀 작품 활동이 없으시더라고요. 아예 펜을 놓으신 건 아니죠? 그렇게 재능이 대단하셨는데.”

  “재능이야 대단했는데 본인이 의지가 없어서요.”

  “재능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팬으로서 꼭 다시 한번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어요.”

  “본인이 작품 활동을 할 의지가 없다니까요?”

  “…… 저는 마설희 작가님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잠깐 빠져주실 수 없겠습니까?”

 

  말수가 줄어든 수영과는 달리 경석은 정말 설희의 보호자처럼 굴었다. 그 왜 그거 있잖아. ‘맨 인 블랙’에 나오는 외계인 중에 하나인데 인간처럼 생긴 본체 뒤에 달라붙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는 조그마한 얼굴처럼. 심지어 매달고 살던 영어도 안 썼다. 단번에 설득될 거라는 기대 없이 야누스에 온 태평이지만 의외의 적을 만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설희는 성인이잖아. 오빠인지, 남자 친구인지, 뭔지 는 몰라도 설희는 결정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성인 중에서도 한참 성인이었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빠져달라는 강경한 어투에 경석이 손에 쥐고 있는 와인 따개를 꾸욱 쥐었다. 수틀리면 와인 따개로 덩치 큰 매니저를 처리하고, 이태평을 위협해서 쫓아내…. 자그마한 설희의 손이 와인 따개를 쥐고 있는 경석의 손등을 덮었다. 동시에 하등 쓸모없는 경석의 상상이 멈췄다. 일단 조금 더 얘기해 보라는 듯 설희가 태평과 눈을 맞췄다.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꼭 영화화하고 싶습니다. 아이돌 출신 감독이라 불안하실 것도 알지만 ‘두 개의 문’ 다음 작품을, 제가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 제 첫 번째 장편 영화는 꼭 작가님의 작품이었으면 합니다.”

 

  2년 전, 아이돌 ‘파이몬’이 해체했을 때 군중들은 의아했다. 흔히들 아이돌 그룹에게 7년 차 징크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에 가장 잘 나가던 아이돌 중에 하나인 파이몬이 그럴 줄은 몰랐다. 데뷔하고 딱 7년 차가 되던 해, 파이몬의 리더이자 센터인 태평이 은퇴를 선언하고 돌연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하고, 바빠도 신작 영화는 꼭꼭 영화관에서 챙겨보던 걸 그저 열정적인 취미생활이라 여겼던 팬들은 경악했다. 태평의 팬은 보고 싶은 오빠가 아예 연예계 일을 접는 것보다는 낫다고 댓글을 달았고, 다른 멤버들의 팬은 순식간에 적으로 돌아섰다. 해체 후 2년간 태평이 만든 단편 영화 3편은 유명세 팔아먹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평이 썩 좋았다. 그리고 세 번째 단편이 소규모 영화제에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최근 감독으로서 태평의 능력을 기대하는 대중들도 많아졌다. 차기작을 고르는 중에 설희를 만난 걸 태평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희에게는 정반대였다. 누구에게나 휴식처는 필요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자한 게으름을 피워도 무조건 괜찮을 수 있는 휴식처. 야누스는 설희에게 휴식처 이상의 안식처였다. 야누스에서 친구들과 일상을 이어가고, 철없는 수다를 떨고 있자면 때때로 꿈을 꾸는 듯 비현실적인 기분도 들었다. 태평은 운명을 느껴서 찾아왔지만 거꾸로 설희는 안식처에 침입을 당한 셈이었다. 스물다섯의 천재 작가. 장면 하나하나 꽉 찬 암시로 버릴 글자가 없다며 찬송 받아온 스물다섯의 마설희. 그때의 마설희와 작별한 게 이미 5년이었다. 하겠다, 하지 않겠다의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다. 사실 태평이 악수를 청해온 어제 그 순간부터 설희는 알고 있었다. 스물다섯의 마설희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죄송합니다. 저는 글을 쓰고 있지 않아요. ‘두 개의 문’ 이후로 쓴 작품도 없고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헛걸음하셨네요, 죄송해요.”

 

  전에 없이 단호해진 설희를 보며 태평이 갸웃했다. 처음 쓴 시나리오로 큰 상을 받았고, 영화화가 됐고, 관객도 꽤 많이 들었다. 작가로서 탄탄대로만 남은 상황에서 그것도 시상식을 앞두고 사라졌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일까.

 

  “‘야누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 하나는 지나간 일을, 하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바라본다고 로마인들이 여겼던 신이죠.”

 

  하물며 조사를 한 바로는 야누스의 경영난도 심각했다. 시나리오를 계약하면 거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재능도, 돈도 버리고 거절하는 까닭이 뭘까. 안타까움에 가까운 호기심이 동했다.

 

  “5년 전에 작가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주제넘은 얘기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마설희에게 맡겨두고, 이제는 미래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태평의 말이 눈물 버튼이라도 된 것처럼 테이블로 후두둑 설희의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싫대요. 이만 가주세요. 말리는 경석과 수영보다 태평의 손이 더 빨랐다. 앞으로 내밀어진 건 어른의 향이 나는 부드러운 손수건이었다.

 

 * * *

 

  하얗고 보송한 피부, 부끄러우면 금세 발갛게 달아오르는 동그란 볼, 경계가 심한 내성적인 성격, 그러면서 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한없이 아이처럼 웃는다. 모순의 결정체 같은 설희는 남들이 보기에, 특히 남자들이 보기에 간섭하고 싶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덕분인지 중학교 이후로 솔로였던 적이 거의 없을 만치 인기가 많았다. 모조리 상대가 먼저 고백해서 물꼬를 텄지만 희한하게도 설희의 연애는 늘 새드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별의 이유에 한쪽의 잘못만 있겠냐마는 굳이 따지자면 설희 쪽의 잘못이 더 컸다. 언제나 사랑을 퍼주는 게 설희의 모든 장점을 좀 먹는 문제 거리였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하려고 태어난 것처럼 하자는 대로, 해달라는 대로 다 했다. 연애 초반에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설희 덕에 남자들은 행복의 신세계를 맛봤다. 전 세계 60억 인구의 행복을 모조리 독식한 것처럼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남자들은 백이면 백 지나친 사랑을 지루해했고, 다음에는 질겁했으며, 종국에는 도망치기 급급했다. 너무 착하고, 사랑만 퍼주는 설희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없었던 남자들은 누군가는 전학을, 누군가는 유학을, 누군가는 군대를 방패삼아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착하게 굴다가 남자 친구에게 장기이식도 해주겠다며 친구들이 걱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사람이 변하는 건 죽기 직전뿐이라는 명언처럼 연애가 시작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남자 여럿 군대로 보낸 스물넷 마설희의 연애에 클라이맥스가 찾아왔다. 대학 졸업식에서 설희를 본 B가 인맥을 총동원해 소개팅을 사주했다. 잘 알아보고 연애해라, 그 남자 군대는 갔다 왔대? 끊임없는 주변의 반대, 특히 경석과 수영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 어떤 남자보다 저를 예뻐해 주고, 소중하게 대해주는 연상다운 B의 모습에 설희는 삽시간에 빠져들었다. 반대 속에서 시작한 연애는 더욱 달콤했고, 중독성이 강했다. 설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사랑에 빠졌다. 세상에 사랑을 빼고 나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고 여길 만치 B에게 삶의 대부분을 끌어다 바쳤다.

  그런데 연애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이야기의 발단이 시작됐다. B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었던 설희가 그가 다니던 아카데미를 함께 다니겠다고 나섰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었던 B는 24시간 붙어 다니려는 설희가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손을 잡고 다니면 느껴지는 다른 남자들의 선망 어린 시기도 좋았고, 툭툭 거리다 어쩌다 잘해주면 배시시 웃는 자두 같은 볼이 여전히 예뻤으니까.

 

  “대, 대상을 탔다고?”

  “네! 조금 전에 오빠 만나러 오는 길에 전화 받았어요! 학교 다니면서 개근상 말고는 상 타본 적 없는데 뭔가 엄청 신나요!”

  “…… 잘 됐네. 축하해.”

  “나 대상 받았으니까 협회 사무실로 와서 인터뷰할 수 있냐고 물어보던데 어떡해요? 나 그런 거 잘 못하니까 오빠랑 같이 가면 안 돼요?”

  “어, 어…. 그래, 갈게.”

 

  글 쓰는 데 관심도 없었고, 재능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카데미에서 내준 ‘공모전에 작품 내기’ 과제를 부지런하게 이행했을 뿐인데 결과는 덜컥 대상이었다. 같은 공모전에 작품을 낸 B는 여자 친구의 수상 소식에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그리고 설희와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집에 도착해서는 펑펑 울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어 집구석에 처박혀 글을 쓰고, 남은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한 게 몇 년째던가. 최근에야 설희와 연애를 하느라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험치가 늘어남에 따라 나름대로 자신감도 붙었었다. 한두 번만 더 하면 공모전에 당선될 것만 같은 긍정적인 기대도 했다. 하지만 막상 당선된 건 시나리오라고는 대학서 교양으로 배운 ‘문학의 이해’ 강의에서 본 ‘햄릿’의 시나리오가 전부인 설희였다.

 

  ‘공무원 시험 저는 떨어지고 여자 친구만 붙었는데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터넷에 저와 비슷한 신세의 남자들이 쓴 글과 댓글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수그러들지 않았다. 뜬 눈으로 지새는 밤이 지나갈수록 오히려 화가 났다. 절박한 건 자신인데 엉뚱한 곳에 명예를 안겨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오빠, 상금 타면 우리 해외여행 가요!’, ‘그런데 저는 제 작품이 왜 좋은지 모르겠어요. 나는 오빠가 쓴 시나리오가 훨씬 좋은데. 나 그거 읽고 울었잖아.’ 눈치 없이 밤새 메시지를 보내는 설희에게도 싫었다. 못났다는 걸 알면서도 순진하게 저를 역전해버린 설희를 향한 원망 섞인 미움이 가속도를 붙였다.

 

  “오빠, 많이 아파요?”

  「미안해. 얼마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더니 오늘 아침에 더 심해져서…….」

  “병원은 갔다 온 거예요?”

  「아침에 수액 맞고 와서 여태 잤어. 전화 계속 못 받아서 미안해. 많이 전화했었네.」

  “걱정돼서 계속 전화했었어요. 요즘에 연락도 잘 안 되고…. 감기 기운 있어서 며칠 못 봤으니까 보고 싶기도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몸이 안 좋아서 외출은 못한다며 B가 피하기 시작하자 설희는 조급해졌다. 집 앞에 찾아가도 감기 옮기는 거 싫다며 번번이 돌려보냈다. 현관 문고리에 약이나 죽이 든 봉지를 매달고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열흘째. 이러다 덜컥 이미 다녀온 군대를 다시 간다고 하지는 않을까 불안했다. 이번에는 뭐가 문제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아카데미까지 따라다녀서 질린 건가. 그냥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건데. 아니면 저번에 여자 사람 동생 만난다고 한 거 싫다고 참견해서 짜증났나. 그것도 아니면…. 혹시 내가 상을 받은 것 때문인가. 고민이 쌓여갔지만 어디에도 풀지 못했다. 연애 초기까지도 너무 마음 주지 마라, 오버하지 마라 반대에 가까운 충고를 했던 경석이나 수영에게 상담을 했다가는 당장 헤어지라고 할 게 뻔했다. 아직은, 아직은 B가 너무 좋아서 헤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음고생만 하던 시간이 이어지다가 B의 생일파티를 열기로 한 날이 왔다. 오늘이야말로 상금으로 산 명품 구두를 선물하며 B의 마음을 풀어보려고 했는데 심한 감기 몸살로 약속이 또 깨졌다. 예쁜 옷을 골라 입고, 정성을 다해 화장을 하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했는데……. B를 만날 수 없게 되자 절로 우울이 찾아왔다.

 

  “계속 아파서 어떡해요. 우리 엄마가 다니는 되게 용한 한의원 있는데 거기서 한약이라도 한 재 지어올까요?”

  「아니야, 됐어. 조금만 쉬면 괜찮아지겠지. 그나저나 인터뷰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해. 긴장된다고 같이 가달라고 했었는데.」

  “괜찮아요, 수영이가 옆에 있어줬어. 그럼 우리 언제 봐요, 오빠?”

  「내가 괜찮아지면 연락할게. 밤바람 찬데 얼른 집에 들어가.」

 

  미안, 미안 노래를 부르는 통에 서운하다는 표현도 삼켰다. 전화를 끊고 터덜터덜 걷다보니 불현듯 외롭고 서러워졌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B의 생일파티를 하기로 한 Bar에서 달콤한 칵테일이라도 마시면 조금 나아질까 싶었다. Bar에 혼자 들어가서 앉아 있을 대범함도 없어 머리도 안 감고 집에서 뒹굴던 수영이 준비를 다하고 올 때까지 근처를 서성였다. 30분쯤 기다렸을까.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온 수영과 Bar에 들어가는데 입구에서부터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했다. 서슬 퍼런 기운이 여기에서 나가라며 설희를 밀어내려 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노래처럼 슬픈 상황을 맞닥뜨렸다.

 

  “오빠…….”

  “서, 설희야. 네가 여긴 어떻게……?”

 

  몸살로 이불더미에서 끙끙 앓고 있어야 할 B가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에 설희가 못마땅해 했던 여자 사람 동생을 옆구리에 끼고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1 발각 2019 / 11 / 10 216 0 5371   
30 틸다, 이국의 클럽으로! 2019 / 11 / 10 200 0 5951   
29 키스했던 걸 후회하는 건가? 2019 / 11 / 10 212 0 6316   
28 만만하게 보지 마. 나 마틸다야. 2019 / 11 / 10 213 0 6901   
27 술김에 한 실수 아니면 진심 2019 / 11 / 10 219 0 6033   
26 내가 무서워요? 아님 내가 싫은 건가? 2019 / 11 / 9 222 0 5781   
25 그래서 내버려 둘 수가 없어. 2019 / 11 / 9 207 0 5258   
24 마설희 작가님, 레몬 셔벗 먹을래요? 2019 / 11 / 9 211 0 6256   
23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2019 / 11 / 9 216 0 5143   
22 변화의 시작 2019 / 11 / 8 218 0 5969   
21 국지헌 VS 원계류 2019 / 11 / 8 207 0 4934   
20 예뻐요. 2019 / 11 / 8 226 0 5996   
19 동생 반만 닮으면 참 좋을 텐데. 2019 / 11 / 7 201 0 5504   
18 크랭크 인 2019 / 11 / 7 205 0 5564   
17 이탈리아에서 만나요. 2019 / 11 / 7 197 0 6441   
16 국지헌과 마설희의 첫 만남 2019 / 11 / 7 203 0 6079   
15 뒷담화 2019 / 11 / 5 204 0 5591   
14 제 별명이 인간 청심환이거든요. 2019 / 11 / 5 199 0 6862   
13 해체한 아이돌 그룹 '파이몬'의 역사 2019 / 11 / 5 226 0 5338   
12 스폰 받는 것보다 자존심 한 번 굽히는 게 낫… 2019 / 11 / 4 201 0 6446   
11 마설희는 소심한 덕후였다. 2019 / 11 / 4 222 0 5932   
10 숨기만 해서는 괜찮아지지 않아. 2019 / 11 / 4 206 0 5998   
9 어중간한 재능은 악마가 준 선물이다. 2019 / 11 / 3 203 0 6545   
8 뭔가 잘못돼 가고 있어요. 2019 / 11 / 3 232 0 6289   
7 마틸다, 사고 치다! 2019 / 11 / 3 212 0 7455   
6 밤의 틸다 VS 국민 첫사랑 국지헌 2019 / 11 / 2 209 0 5771   
5 마설희는 어쩌다 마틸다를 만나게 되었나 (2) 2019 / 11 / 2 320 0 7427   
4 마설희는 어쩌다 마틸다를 만나게 되었나 (1) 2019 / 11 / 2 290 0 7326   
3 아이돌 출신 영화감독 이태평 2019 / 10 / 31 288 0 5759   
2 Who is Matilda? 2019 / 10 / 31 317 0 771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