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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3. 실마리
작성일 : 19-11-02 18:11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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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가벼운 뇌진탕입니다."

 

 치료를 맡은 아돌프 법의관이 진단을 내렸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가끔씩 어지럽고 속이 매스꺼운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만약 며칠이 지나도 계속되면 내원하시고요."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뒤통수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가 찢어져 꿰매고 거즈를 붙여놓은 상태였다.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낸 곳이 휑했다.

 

 "소피아 씨는……?"

 

 로건이 물었다.

 

 아돌프는 잠시 말을 아끼며 끼고 있던 장갑에 피 묻은 솜, 거즈 등을 꽁꽁 싸매고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고도 잠시 뒤에야 그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 현장에서 바로 병원으로 호송되었지만 오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습니다."

 

 로건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이마를 감쌌다.

 

 그들이 있는 곳은 사방이 새하얀 치료실이었다. 법의관실과는 다르게 책장이나 책 따위는 하나도 없었고, 여러가지 약품이 들어찬 약장과 깨끗한 침대, 그리고 갖가지 의료 도구들이 놓인 탁자가 있을 뿐이었다.

 

 피로가 밀려왔다. 치료실을 떠돌아다니는 알싸한 알코올 향과 피 냄새가 그나마 정신을 깨워주고 있었다.

 

 "사인은 뭡니까? 처음 발견했을 때 흉기로 인한 외상은 없어 보였습니다만."

 

 "자세한 건 부검을 진행하고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추측할 수는 있었습니다. 소피아 씨는 치사농도의 데이드림을 강제적인 방법으로 주입 받아 쇼크사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건은 인상을 썼다. 또 그놈의 마약이다. 아돌프는 굳은 표정으로 느릿느릿 설명을 계속했다.

 

 "현장에서 주사기가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 액화시킨 데이드림이 검출되었습니다. 소피아 씨의 목에는 미세하지만 주사자국이 있었고요. 아마도 범인은 주사를 통해서 소피아 씨에게 강제로 그 마약을 주입시킨 걸 겁니다. 가뜩이나 강력한 환각제인데, 그걸 고농도에다가 다량으로 투약하게 되면 신경계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게 됩니다. 몸이 견디지 못해서 잘못하면 죽게 될 정도로 말입니다."

 

 "그 말씀은……."

 

 "범인은 소피아 씨의 입을 다물게 할 의도가 다분했다는 뜻이지요."

 

 아돌프가 점잖게 에둘러 말했다.

 

 "게다가 수사관이 소피아 씨의 집에서 소량의 데이드림을 발견했습니다. 규칙적으로 투약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있었고요. 정황상으로 보건데 그녀는 아마도 꽤 오래 전부터 데이드림을 투약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미 중독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요."

 

 로건은 소피아의 어딘가 불안하고 겁에 질린 듯한 행동거지를 떠올렸다. 초췌한 몰골과 며칠 동안 출입을 하지 않아 현관문 앞에 쌓여있던 각종 신문지와 통지서도.

 

 그녀는 이미 데이드림의 부작용을 겪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는 그게 정보국에서 금한 마약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래서 보안대의 방문을 지극히 경계했던 것일 테고.

 

 그렇다면 그녀는 이 데이드림의 유통에 대해 뭔가 연관되었거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입막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누군가가 사주해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이고.

 

 가정일 뿐이지만 그래도 얼추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로건 씨."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돌프 법의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범인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 마약 사건과 총기 테러 사거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보다 일이 훨씬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로건은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원에 계속해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장을 한 번 둘러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돌프가 따라 일어나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배웅했다.

 

 "모쪼록 조심하십시오."

 

 치료실을 나오자 복도를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던 로웬이 후다닥 다가왔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별 거 아니네. 가벼운 뇌진탕이라더군."

 

 로건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것보다 현장을 좀 둘러봐야겠네. 미안하지만 대신 운전 좀 부탁해도 되겠나?"

 "예, 맡겨주십시오."

 

 그들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대부분의 보안차량은 이미 출동을 나가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로건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뒤통수가 욱신거렸고, 약간의 어지러움증이 일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로건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운전석에 올라탄 로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표정을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웬은 시동을 걸더니 천천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운전 경험은 많이 없는 것 같았다. 자세가 뻣뻣했다.

 

 "어느 쪽으로 갈까요?"

 "10-17번지로."

 

 로건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곳은 휴버트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세워진 곳이었다. 비록 휴버트를 추격해 검거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빠른 지시로 그가 거주했던 장소를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로웬은 G구역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미 자정이 넘은 늦은 새벽이었다. 바깥 구역으로 향할수록 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이 한산해졌고, 건물들의 불도 대부분 꺼져 있었다.

 

 침묵에 잠겨있는 도시는 비구역의 폐허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 휴버트라는 사람."

 

 로웬이 넌지시 운을 떼었다.

 

 "제가 들어오기 전, 3팀 보안대원이었던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맞네."

 

 그가 휴버트가 용의자라는 소식을 전했을 때, 3팀 팀원들은 대부분 충격에 빠졌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이 팀 생활을 하던 동료가 범죄에 연루된 것이 가벼운 일일리 없었다.

 

 다들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로건도 직접 대면하고 총구까지 겨눴었지만 아직까지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휴버트에 대해 수배령은 내려진 상태였다. 날이 밝으면 신문에 대대적으로 사진과 함께 기사도 실릴 터였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로웬이 물었다.

 

 "… 항상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친구였지. 의협심도 강했고. 난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네. 그래서 더 믿기지가 않는군."

 

 "보안대를 그만 둘 때부터 이 일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던 걸까요?"

 

 로건은 휴버트가 사표를 낸 전후로 나누었던 짧은 대화들을 떠올렸다. 그 때 휴버트는 확고했고, 열정이 넘쳤으며 희망에 차 있었다. 아마 그 즈음에는 연관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이후라고 생각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겠지."

 

 공중전화 앞에서 우연히 휴버트와 재회했을 때. 아마 그 시기 전후로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골목에서 휴버트와 대치했을 때, 그가 지었던 표정이 떠올렸다. 창백하고, 죄책감과 두려움이 뒤섞여 질려있던 표정. 그렇다, 그것은 죄책감이었다. 그 얼굴이 잊혀 지지가 않았다.

 

 로웬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로건의 머릿속에 문득, 오래된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로웬,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예, 얼마든지요."

 "다른 도시에서의 삶은 어떤가? 13번 도시랑 많이 다른가?"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D구역에서 E구역으로 넘어갈 때 즈음, 그녀가 신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는 9번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물론 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저는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다른 더 높은 도시나 중앙도시까지 가본 적이 없어서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야, 어딜가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군. 근데 자네 그거 아나."

 

 로건이 말했다.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휴버트는 꿈을 이루겠다고 보안대를 그만두었네. 새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꿈 말일세."

 "꿈… 말입니까?"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웬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유지한 채 운전하는데 집중했다.

 

 얼마 후, 경보기의 불빛이 주황색으로 바뀌고 그들은 G구역의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주변에는 보안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고 건물 주변에는 출입금지선이 처져 있었다.

 

 2층의 202호 앞에서 월터가 그를 맞이했다.

 

 "팀장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네. 그것보다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수사관들이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일단 불법 총기 한 자루와 실탄 몇 발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대런이라는 자가 소지했던 것과 비슷한 외형이더군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가루 형태의 데이드림이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이로써 마약과 불법 총기가 긴밀하게 얽혀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었다. 로건은 끙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눌렀다. 월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췄다. 로건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주변 탐문은 어떻게 되고 있지?"

 

 "몇몇 입주민에게 물어보긴 했는데 서로 관심이 없는 건지 잘 모르더군요. 요새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 정도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 생활했던 흔적이 있었던 걸 보아 아마 사람들 눈을 피해 출입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로건은 방을 주욱 훑어보았다. 방은 좁았다. 가구가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비좁았다. 책장과 책상, 의자, 침대가 거실에 꽉 들어차 있었다. 화장실과 부엌은 거의 붙어있는 구조였다.

 

 "개자식… 일적으로는 만나지 말자고 했는데……."

 

 월터가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로건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수사관들이 수사 중이어서 안 그래도 좁은 집안은 혼잡스러웠다.

 

 그의 눈에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책 한 권이 들어왔다. 그는 그 책을 집어 들고는 표지를 훑었다. '꿈꾸는 삶' 이라는 제목이 멋들어진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바로 그 책이군.

 

 로건은 펼쳐서 내용을 훑었다. 내용은 거의 펠릭스의 전기물이 가까웠다. 11번 도시의 빈민가 출신인 그가 어떻게 중앙 도시의 거주권을 얻게 되었는지까지의 얘기가 극적으로 적혀 있었다.

 

 펠릭스는 챕터마다 자신의 경험담과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행동들, 그리고 독자들을 위한 조언을 적절하게 뒤섞어 놓았다. 마치 영웅전기라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로건은 책의 두께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똑같은 얘기를 단어 몇 개만 바꿔서 계속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휴버트는 이 책을 정말 꼼꼼하게 읽은 것 같았다. 책장은 너덜너덜했고 빈 공간에 자신이 느낀 점이나 다짐을 빼곡하게 메모해 놓았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가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로건은 그 종이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은 '루시드 드림'이라는 단체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수료했음을 증명하는 수료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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