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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물의 왕국-미르
작가 : 소머즈
작품등록일 : 2019.11.2

악령들의 지배자,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사회를 혼란시켜 불멸을 꿈꾸며 자신의 왕국을 다시 세우려는 악마, 100세시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대 사회에서 늙지않는 세포, 신약개발을 꿈꾸는 비열한 제약회사와 그들에게 빌붙는 악령들, 이에 맞서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선이 승리한다는 인간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하지만 어디서든, 어느때든 선택의 순간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욕망, 그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8화 그림자의 정체
작성일 : 19-11-02 16:49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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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안돼!!!

 으악!!!!!!!!!

 

 벌떡.

 준호는 순간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말도 안돼.. 꿈이라니.’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모든게 그대로였다. 기숙사 방도 그대로고 나소장이 건넸던 먹다남은 두유잔도 그대로다. 숙자도 그대로인데.

 다만 옷이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을 뿐. .. 그 모든 게 꿈이라니.

 섬뜩하고 오싹한 기분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두려움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날오후, 얼마쯤이나 시간이 지났을까. 실험을 마치고 온실로 이동하던 오후, 청소원 오씨가 서둘러 그를 부르며 달려왔다. 복도를 지나던 조리원 황씨도 내용을 아는 듯 웃는다.

 

 준호 : 아, 예. 여사님. 무슨....?

 

 오씨 : 아이고, 박사님. 뭐 잊으신거 없어요?

 

 준호 : ...? 네? 제가요?

 

 멍한 준호를 바라보다 오씨가 웃었다.

 황씨는 한술 더뜬다.

 

 황씨 : 그냥 언니가 어디다 팔아브러도 박사님이 모르시것는디? 헤헤

 

 준호 : ...? 뭘 팔아요?

 

 오씨 : 호호, 우리 박사님델꼬 장난 그만 쳐야제. 여그. 핸드폰.

 

 그리고 그녀가 건넨 건 다름아닌 그의 휴대폰이었다.

 순간 그는 멍했다.

 꿈이 아니었다.

 지하실 입구에 떨어뜨린 휴대폰을 오씨가 주웠다고 건네주는 건.. 분명 자신이 간밤에 지하실 입구에서 그 정체불명의 무엇인가에 ...

 

 준호 : ... 아, 네. ... 하...

 

 준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휴대폰을 건네받던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지난밤 지하실에서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창백해진 그를 다급히 황씨와 오씨가 일으켜세웠다.

 

 오씨 : 오메, 뭔일이여? 어디 아프셔? 어찌까잉. 오메 잉? 어쩐다냐?

 

 오씨의 말투에서 남도특유의 다급함이 쏟아져나왔다.

 황씨가 서둘러 보건실 박선생을 불렀다. 복도 저끝에서 박선생이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리고 이내 준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신문사 국장실.

 민호는 국장의 호출로 국장실로 불려갔다.

 뭔지 모르게 국장은 평소와 다르다.

 뭔가를 잘못한 학생마냥 슬그머니 국장앞 소파에 민호가 엉덩이를 갖다붙였다.

 그는 이상하고 어이없는 듯 민호의 이름을 불렀다.

 

 국장 : 얌마!! 차민호!!

 

 민호 : ...? 왜요... 저 뭐, 잘못했어요?

 

 민호의 말에 국장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국장 : 너, 고소당하게 생겼다. ... 너 대체 뭐하고 다니냐? 아니 손에 쥐어주는 취재나 잘 할 것이지... 늬가 무슨 경찰이냐? 검사야? 으이그.. 쯧쯧쯧.

 

 혀를 둘러차는 국장의 표정이 가관이다.

 

 민호는 자세를 바르게 고쳐앉았다.

 

 민호 : 아니, 알아듣게 말씀을 해주시죠? 도통 ... 모르겠는데?

 

 그의 말에 국장은 사진을 테이블위에 집어던지듯 건넸다.

 툭. ... 4-5장의 사진들이 펼쳐졌다.

 

 민호 : ...?! .. 어? 이건 나네? ... 최순경? 어?

 

 그러자 국장은 웃어버렸다.

 

 국장 : 그럼 너지임마. 나냐? ... 얌마, 너 술집 앞에서 사람들 감시하고 사진찍고 다닌대매? 너 돈 많어? 우리 신문사까지 말아먹을 셈이냐?

 

 민호는 이내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미르앞, 근처 골목, 최순경과 자신의 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카메라로 미르입구를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다시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민호 : 웃기네... 들킨건가? .. 아.. 짜증나게.

 

 민호는 온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한숨을 몰아쉬고 그런 그를 국장이 더 이상스레 쳐다보았다.

 

 국장 : 너 거기가 어딘줄 알긴 알고 취재하냐? 저 순경은 또 뭐냐?

 

 민호 : 아, 몰라. 이거. 신고하겠다고 하는 놈.. 그 사장 비서에요? 맞죠? 지수호 그놈?

 

 적반하장격으로 도리어 성질을 내는 민호를 국장은 더 이상스레 내려다본다.

 고개를 내저으며 답답한 표정이다.

 

 국장 : 왜, 맞고소하게? ... 암튼, 뭔 취재건 당장 그만둬. 알겠지?

 

 민호 : 국장, 여기 정말 이상한 술집맞다니까. 아,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줘야 하지?

 

 민호의 말에 국장은 양손으로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민호는 이내 자신의 취재수첩을 보여주며 더 설명을 해주려 하지만,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국장 : 얌마, 나 곤란하게 하지말구.

 

 그의 말에 민호는 순간 꾀를 냈다.

 괜히 조용한 주변을 살피는 시늉을 하며 그가 국장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민호 : 쉿, 국장. 이거 말이에요, 동부지검 한수현 검사가 파고 있는 사건이라니까...

 

 순간 질끈 감고 있던 국장이 두눈을 번쩍 뜬다.

 그는 수현을 모른다. 검사 한수현. 이만한 빽이 어디 있겠는가.

 민호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맛배기 식으로 요점만 운을 뗀 후, 민호는 국장에게 수현이 술집내부에 대해 설명하던 내용을 그대로 토씨하나 빼지않고 똑같이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민호 : 한검사한테 어렵게 부탁받은거라.. 협조..하실거죠? 신문사 이미지도 있고.. 안그래요?

 

 술술 나오는 민호의 말에 국장은 이미 반쯤 믿는 눈치다.

 

 국장 : 근데 그걸 정치부 기자가 아니구 너한테?

 

 그의 말에 민호는 또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민호 : 어허.. 정치부기자들은 얼굴이 팔렸잖아. 제가 딱! 인거지요. 잠입취재.

 

 국장 : 잠입같은 소리하네... 그래서 순경이랑 대문짝만하게 얼굴사진찍혔냐? ... 엉성하긴.

 

 그의 말에 국장은 테이블의 사진들을 쏘아보았다.

 민호는 서둘러 사진들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민호 : 국장, 내 진짜 이번에 한건 크게 한다니까. 아시죠? 나 한다면 하는거.

 

 국장은 정말로 믿는 눈치다.

 입술을 굳게 다물며 그의 눈동자가 적당히 오갈 곳을 눈치다.

 민호는 한검사 부탁으로 공조하는 것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며 국장실을 나왔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기막힌 가짜 대답에 본인도 우스운지 연신 킥킥 거렸다.

 그러다 또 금새 얼굴이 굳어진다.

 

 ‘하 ... 그 키큰놈. 언제 눈치챘지?.. 그 물의왕국인지 제국인지에 다시 가야하는데.. 쳇 ’

 

 민호는 지수호를 떠올렸다.

 여사장 나비의 수행비서, 뒤에 벽처럼 서있던 그 비서녀석이 분명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러다 진세라를 떠올렸다. 그 여자에게 접근해볼까.

 학창시절 준호를 좋다며 골목까지 쫓아오던 그때의 순진한 세라가 아니었다.

 마치 영혼도 바뀐 듯한.

 

 그때였다.

 사무실 책상으로 돌아온 민호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준호였다.

 

 민호 : 오잉? 차박~ 먼저 전화를 다 하시구? 김씨아저씨는 괜찮아?

 

 준호 : .... ...

 

 민호의 말에 휴대폰 너머로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다만 무언가 계속 잡음이 들린다.

 순간 민호의 직감은 좋지 않았다.

 이상하다. 평소의 형과 느낌이 다르다.

 

 민호 ; 형! 괜찮아? ... 여보세요?

 

 휴대폰을 쥐는 그의 손에 힘이 갔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는 곧바로 사무실 전화기로 나소장의 번호를 눌렀다.

 

 민호 : 소장님. 저 차기자에요. 형한테 좀 가봐주실 수 있어요?

 

 민호의 전화에 나소장이 놀란 목소리였다.

 

 나소장 : 뭔일이여? .. 차박사헌티? 내 올라가보고 바로 전화해줌세잉. 그려그려.

 

 나소장은 휴대폰 종료버튼도 채 누르지 못한채 서둘렀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준호를 본 기억이 없다.

 점심식사를 하던 그도 조금 이상한 기분을 느끼긴 했었다.

 식사를 거르더라도 간식이라도 사들고 관리소를 한번쯤 들렀을법한 시각이다.

 

 나소장 ; 오매.. 어디서 쓰러진거만 아니믄 좋것는디... 뭔일이다냐..

 

 허겁지겁 준호의 기숙사 방문을 열었다.

 준호는 멍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있었다. 숙자는 캣타워 꼭대기서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도 별 반응이 없었다.

 

 나소장 : 여그있었네. 차박사! 어디 아픈거여?

 

 나소장의 부름에 준호는 그제야 그를 돌아보았다.

 나소장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이다.

 

 준호 : 공부하는 중이었어요. 소장님. 문좀.. 닫아주세요.

 

 나소장 : 아 공부.. 그래도 어째 전화를 안받어서. 놀랬구만.

 

 나소장은 창백한 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나소장 : 차기자가 전화왔었는디. 차박사 자네가 먼저 전화했다드만. 그라믄 공부하소잉.

 

 나소장의 말에 준호는 물끄러미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나소장은 이내 그의 방문을 꼭꼭 여미듯 닫아주며 돌아섰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자세히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분명 달라진 느낌이다.

 그는 덜닫힌 그의 방문틈사이를 슬며시 들여다보았다.

 준호는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나소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민호의 번호를 눌렀다.

 

 나소장 : 차기자, 나네.. 공부에 열중허느라 전화를 못 받은모양이여? 잉. 별일없구만. 잉.

 

 그의 말에 민호도 한시름을 놓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평소 차박사라면 벌써 자신에게 전화를 바로 해줬을 텐데.

 민호는 이상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며 일어섰다.

 

 나소장역시 뭔가 찜찜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며 기숙사 건물을 내려오고 있었다.

 오씨가 밀걸레로 기숙사 입구 현관을 청소하다 그를 불렀다.

 

 오씨 : 소장님,

 

 나소장 : 나 부른거여?

 

 오씨 : 차박사님 어쩌신가 해서요.

 

 나소장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씨가 오히려 이상한 듯 그처럼 눈이 커진다.

 

 오씨 : 어째그러신다요? 아까 쓰러지셔서. 걱정되갖고 묻구마는..

 

 나소장 : ...? 쓰러지시다니? 언제?

 

 오씨 : 모르셨어요? 차박사님 핸폰이 지하실 입구에 떨어졌길래 내가 주워다 챙겨드렸드마는 아 얼굴이 허옇게 뜨더니 딱 쓰러져브러. 내가 얼매나 놀랬는지 참.

 

 오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소장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아무래도 준호의 표정이 맘에 걸렸다.

 멍한 채 무언가를 내려 적고 있는 그의 모습이 평소와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나소장 : 어이, 차박사. 나좀 봐보소. ... !...

 

 차리릭 ~~~

 바람이 불어 창문이 열린건가.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는건가.

 커텐이 휘날린다.

 준호는 가슴을 움켜쥐며 책상에 엎드려 괴로운 표정이었다.

 나소장이 서둘러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방으로 들어서고 준호는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차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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