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0. 개구리 소년
작성일 : 16-10-10 22:26     조회 : 438     추천 : 0     분량 : 50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 개구리 소년

 

 

  음모는 수실촌에 사는 사람이었다. 축 늘어진 주걱턱이 볼만하다 하여 ‘왕주걱’이라고도 물리는 음모는 노랭이로 이름이 놓았다. 음모가 노랭이로 이름이 높은 것은 도지 때문이었다. 계약할 때 까지만 해도 십 할 이었던 도지는 추수할 때는 서너 배가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글을 모르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호구에 매달린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목구멍이 죄여.”

  “목구멍이 아니라면 그 놈의 집은 고개도 안 돌릴 것인데……”

  “살아야 하는 데, 어쩔 것이여.”

  "억울하면 돈 벌으랑게."

 

  음모가 노랭이로 알려진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을 부리는 것이었다. 음모는 피죽을 먹더라도 음모의 집에서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부렸다. 부엌일을 거드는 아낙부터 농사일을 하는 일꾼까지, 음모의 집에서 일한 사람들은 제대로 품 받은 예가 없었다. ‘고용비’라는 이름으로 제한 것 때문이었는데 어느 때는 그 정도가 심해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음모는 자기들이 사정해놓고 뭔 지랄이냐면서 더 지랄하면 그것도 안 줄 것이라고 하였다.

 

 

  “고용비가 뭐여?”

  “일 시키느냐고 힘들었다는 게지.”

  “그런 게 있어?

  “있기는 뭐가 있어, 품 깎으라고 하는 지랄이지.”

  "혀두 혀두 너무하는 구만."

 

  수실촌사람들이 개골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어디서 만났는지는 어떻게 모르겠으나 음모가 국내성에 갔다가 데리고 온 개골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벙어리였다. 개골은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그것으로 개골이 받는 삯은 세끼 밥이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음모는 밥값도 못하는 식충이라면서 자신이 거두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막 솜털이 돋기 시작한 개골이 종종거리는 모습은 수실촌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특히 개골이 온 날부터 자식처럼 챙겨온 노종의 마음은 남달랐다. 수실촌을 감싸고도 남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눈 맑은 그 노종은 빨래를 해서 넣어주고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 주었다. 개골이 갇힌 날도 그랬다. 노종은 지친 얼굴로 들어온 개골에게 말했다.

 

 

  “인제 오냐?”

 

  노종의 말에 개골은 눈을 껌벅거렸다. 노종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그것이었다. 아무리 이름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정이 있게 마련인데 개골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멀뚱한 얼굴로 눈 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배 고프지야?”

 

 

  노종은 살강 위에 챙겨놓은 바가지를 건넸다. 다른 사람에게는 옹색하나마 소반이 있었고 먹을 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나 개골에게는 밥과 반찬을 욱여넣은 바가지가 전부였다.

 

 

  개골은 노종이 준 바가지를 들고 밥 먹는 자리로 걸어갔다. 부엌 귀퉁이에 있는 그 자리에는 납작한 돌이 한 개 있었는데 그 돌이 바로 개골이 밥 먹는 곳이었다. 겨우 엉덩이를 붙일 만한 크기의 돌 위에 앉아 밥 먹는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음모가 그새를 못 참고 불러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벙어리라면 소리를 못 듣는 것이 보통인데 개골은 아무리 먼 곳에서 불러도 알아들었다. 더 이상한 것은 개골이 글과 계산에 능통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음모가 관원이 갖다 준 세목(稅目)을 못 풀고 끙끙대는 걸 요강을 부시러 들어온 개골이 단박에 계산하면서 밝혀졌는데 수실촌사람들에게는 보통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아가 셈을 할 줄 안다면서?”

  “마님이 못 푼 세목을 단박에 풀더라니까……”

  "관원이 갖다 준 것이라면서……?"

  "추수철이는 세금내라고 갖다 주잖어."

  “관원이 갖다 준 것이라면 보통 어려운 게 아닐 텐데.”

  "아무나 못 풀지."

  “글을 아는 것도 신기한데 셈까지……”

  “누군지 모르지만 여염이서 자란 아이는 아닌 분명혀.”

  “행세께나 하는는 집에서 자랐을 것이여. 우리는 구경도 할 줄 모르는 글자를 척척 읽고, 셈도 척척 하고, 행세하는 집에서 자란 게 아니고는……”

  “부모가 얼마나 찾아다닐까?”

 

 

  사람들의 말에 개골은 태연했다. 행세께나 하는 집에서 자랐을 것이라거나 부모가 찾을 것이라는 말에 동할 만도 할 텐데 반응이 없었다. 개골과 일하는 머슴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이냐면서 관에 호소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개골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 만 껌벅거렸다.

 

 

  “어린 게 잠도 못 자고 얼마나 곤할……”

  노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모가 소리쳤다.

  “개구리 운다! 개구리 운다!”

  “꼴을 못 봐. 꼴을 못 봐.”

 

 

  개골은 바가지를 던지고 냅다 뛰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개골은 엉덩이 붙일 새가 없었다. 두엄주기, 나무하기, 두렁 깎기, 김매기 등 개골이 하는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고 때를 놓쳐 끼니를 거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음모는 벙어리 놈이 식량 만 축낸다면서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개골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음모의 방 앞에는 제법 큰 크기의 연못이 있었다. 음모가 풍류를 즐긴답시고 파 놓은 그 연못에는 개구리가 기어들었는데 밤 만 되면 수실촌이 떠나가게 울었다. 음모는 개구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서 못 울게 하라고 하였다. 개골은 연못을 지키고 있다가 개구리가 울면 돌을 던졌다. 그것도 잠시 개구리는 다시 울기 시작했고 개골은 새벽까지 돌을 던져야 했다. 그것이 ‘개골’이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이유였다.

 

 

  가픈 숨으로 연못에 도착한 개골은 돌멩이를 던졌다. 연못에 사는 개구리들은 끈질겼다. 개구리들은 우르르 울다가 스르르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연못에 사는 개구리들은 그러지 않았다. 개구리들은 줄기차게 울었다. 개골은 돌멩이를 쥔 채 앉았다. 자꾸 눈꺼풀이 떨어졌다. 개골이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데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골은 자꾸 아래로 떨어지는 눈꺼풀을 올리려고 관자놀이를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리면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정신을 못 차리고!”

  “……”

  바닥에 나동그라진 개골은 눈만 껌벅였다.

  “잠이 오냐! 개구리가 우는 데 잠이 오냐!”

  “……”

  “네 놈한테 쓰는 돈이 얼마 데, 개구리도 못 지키고……”

  음모는 눈 만 껌벅거리는 개골을 걷어찼다. 그러고도 성이 안 풀리는지 주위를 돌아보면서 고함쳤다.

  “이놈들아! 이놈들아!”

 

 

  음모의 고함에 신발을 신을 사이도 없이 달려온 수실촌사람들은 개골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음모 앞에 나동그라진 개골의 얼굴은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얼굴로 눈 만 껌벅거렸기 때문이었다. 보다 못한 노종이 음모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가 어쩠다는 거래요?”

  “이놈이 개구리가 우는데도 잠 만 잤다.”

  “그거야 잠을 못 잤으니까……”

  “대드는 것이냐?”

  “대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

  “시끄럽다!”

  노종의 말에 음모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놈에게 몽둥이 밥을 먹여라!”

 

 

  음모의 불호령에도 불구하고 수실촌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리(正理 ),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끈이 작용한 것 인데 음모의 입장으로서는 보통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생존이었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생존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날 수실촌사람들이 그랬다. 수실촌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몽둥이를 들었다.

 

 

  수실촌사람들이 다시 개골을 찾아온 것은 두 시진이 지난 다음이었다. 개골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수실촌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갖은 구박에도 눈 만 껌벅이기만 한 개골이 울부짖었기 때문이었다. 그물에 걸린 짐승이 날뛰듯 방을 뛰어다니며 울부짖는 개골은 온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수실촌사람들 중 힘깨나 쓰는 장정이 말리려고 하였으나 감당할 수 없었다. 수실촌사람들은 기절시킨 후에 음모를 불러오게 하였다.

 

 

  “이게 뭔 일이냐?”

  음모는 바닥에 쓰러진 개골을 보면서 말했다.

  “기억을 찾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개골을 지켜본 노종이 말했다.

  “기억을……?”

  “아버지를 찾았어요. 말도 했고요.”

  “그런데 이게 뭔 지랄이라냐?”

  음모는 이마를 찡그렸다.

  “놀랐겠지요.”

  “놀라?”

  " ……"

  “잊었던 게 생각났는데, 얼마나 놀랐겠어요.”

 

 

  노종의 말에 음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예상한 대로 음모가 개골을 데리고 있은 것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억을 찾은 개골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애물이었다. 개골이 여염의 아이라면 문제가 아니었다. 수실촌사람들의 말대로 행세께나 하는 집안의 아이라면-관원이 갖다 준 세목을 단 번에 풀어낸 것을 볼 때 여염의 아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죄를 물을 것이다. 이제 음모가 해야 할 일는 개골이 기억을 찾기 전에 발을 빼는 것이었다. 음모는 고개를 돌리면서 외쳤다

 

 

  “대문 밖에 버려라.”

  “성치도 않은 애를요?”

  “네가 먹여 살릴 테냐!”

  “사람이 할 짓이 아……”

  “뭐하는 게야!”

 

 

  수실촌사람들은 머뭇거리다가 거적때기에 싣고 나갔다. 다음 날 새벽에 눈 맑은 노종이 주먹밥이라도 먹일 생각으로 대문을 열었을 때 개골은 사라지고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함께 사는 세상 2016 / 10 / 29 438 0 3675   
19 19. 국내성으로 2016 / 10 / 27 510 0 7385   
18 18. 혼자만의 길 2016 / 10 / 26 523 0 7016   
17 17. 결단의 시간 2016 / 10 / 26 494 0 5146   
16 16. 끈질긴 추적 2016 / 10 / 24 595 0 5277   
15 15. 위대한 결정 2016 / 10 / 23 392 0 4287   
14 14. 소금 한 됫박 2016 / 10 / 19 442 0 6899   
13 13. 억울한 누명 2016 / 10 / 19 391 0 5338   
12 12. 한 밤의 습격자 2016 / 10 / 17 421 0 5126   
11 11. 이상한 소금장수 2016 / 10 / 16 427 0 4409   
10 10. 개구리 소년 2016 / 10 / 10 439 0 5076   
9 9. 버려진 아이 2016 / 10 / 9 468 0 5402   
8 8. 잔인한 선택-2 2016 / 10 / 4 437 0 5314   
7 7. 잔인한 선택-1 2016 / 10 / 4 544 0 5178   
6 6. 폭풍속으로 2016 / 10 / 3 410 0 5174   
5 5. 아버지와 아들 2016 / 10 / 1 461 0 5153   
4 4. 행복한 도망자 -2 2016 / 9 / 21 418 0 5336   
3 3. 행복한 도망자-1 2016 / 9 / 20 428 0 5084   
2 2. 비겁한 모의 (1) 2016 / 9 / 16 623 2 5811   
1 1. 파열의 시대 2016 / 9 / 15 756 2 15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