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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물의 왕국-미르
작가 : 소머즈
작품등록일 : 2019.11.2

악령들의 지배자,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사회를 혼란시켜 불멸을 꿈꾸며 자신의 왕국을 다시 세우려는 악마, 100세시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대 사회에서 늙지않는 세포, 신약개발을 꿈꾸는 비열한 제약회사와 그들에게 빌붙는 악령들, 이에 맞서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선이 승리한다는 인간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하지만 어디서든, 어느때든 선택의 순간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욕망, 그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화 물의왕국 미르
작성일 : 19-11-02 16:33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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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호 : 숙자! 으악, 더 살이 쪄보이는데? 하하 어쩌냐 이 아가씨?

 

 골목으로 들어선 준호의 차가 멈추기가 무섭게 아버지 차선생과 민호가 반겨 나온다.

 반가움에 민호가 번쩍 숙자를 들어 올리지만, 이내 휘청거린다.

 니야옹~~ !! 숙자가 톡쏘듯 한번 소리를 냈다. 모두 깔깔거렸다.

 

 아버지 : 먼길오는데 책은 놔두고 오지, 힘들텐데. 쯧쯧..

 

 준호 : 먼길은요 무슨.. 괜찮아요. 숙자랑 같이 오니 제법 덜심심해요 하하.

 

 아버지의 표정을 읽은 준호가 편하게 웃어넘겼다.

 아버지 차선생 눈치를 살피던 민호역시 준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보인다

 

 민호 : 어랏? 제법 살이 붙었는데 차박사~ 오호~

 

 덕분에 조용하던 집이 시끌시끌이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던 민호는 인상을 찌뿌리며 밥한숟갈을 뜬다.

 이른 아침부터 TV속 사건사고 뉴스들이 가득이다. 아버지와 준호 모두 혀를 두른다.

 

 아버지, 준호 : TV좀 꺼라. 아침식사자리에 변사체 뉴스는 좀... 에그그. 꺼라 꺼.

 

 민호 : 아, 잠깐잠깐 아부지. 돌리지 말아봐.

 

 그의 호들갑에 두사람 역시 다시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느 한적한 골목 어디에선가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심장마비인 것 같으나 CCTV가 없는 곳이고 자세한 사인은 국과수 검시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기자의 보도.

 하지만 민호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민호 : 스읍.. 이상한데? ... 어디서 봤더라. 저 골목..?

 

 아버지 : 아이고, 고만 밥먹어. 국이 다 식잖어.

 

 준호 : 으이그. 여전하구나 너는. 풋..

 

 그러나 민호는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했다.

 꿈에서 봤나.

 아니지, 분명 봤는데. 아! 민호가 젓가락을 식탁을 내리쳤다. 맞다! 거기!

 바로 그때 민호의 휴대폰이 울어댄다 삐리삐리 빠라바라바라밤.

 준호가 그 벨소리에 한참을 깔깔거렸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같지 않은가.

 민호가 눈을 흘기며 전화를 받는다.

 

 민호 : 어이, 한검사! 반갑구만 반가워요~

 

 수현 : 미쳤냐.. 아침부터 언제적 개그를. 오늘 일 없지? 밥먹게.

 

 그녀의 목소리에 민호는 어이없어하면서도 헤벌쭉 웃는다.

 

 민호 : 야, 나 무지 바쁘지!! 만, 특별히 만나주지. 참! 차박사 왔어. 학회간다고 휴가냈대.

 

 순간 여성스러운 호들갑이 전화기 너머로 새어나왔다.

 

 수현 : 야!! 딱 기다려. 지금 간다.

 

 뚜----------

 잠시 후 초인종소리에 대문을 열어주는 민호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민호 : 쳇, 누가 옆집 사는 애 아니랄까봐. 아 왜 아예 지붕으로 넘어오지 그랬냐?

 

 수현 : 그럴뻔!도 했지만 참았지. 오빠!! 차박사님! 어머, 어머머! 숙자야!!

 

 슬리퍼를 내동챙이치듯 벗어젖히며 수현이 거실로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숙자를 껴안고 소파로 뒹군다. 니야옹.. 숙자는 싫은 울음소리.

 

 아버지 : 수현아 아침 전 이지? 앉아라. 밥먹자.

 

 딸처럼 아끼는 아버지의 음성이다.

 목소리에 애정이 그득그득하다.

 

 준호 : 너는 나를 보러 온거냐, 숙자를 보러 온거냐?

 

 반가우면서도 오빠소리만 듣고 눈길도 없는 수현의 인사에 준호가 웃는다.

 

 수현 : 히히, 당연히 차박사님 보러 왔지용. 볼살 좀 봐. 이 살덩어리. 귀여워 죽겠넹.

 

 민호 : 야 밥값 좀 내고 먹어. 검사가 되가지구 맨날 공짜밥이야.

 

 수현이 눈을 흘기며 메롱거린다. 준호도 빙그레 웃는다.

 그녀의 재롱에 남자셋만 조용히 먹던 식탁이 순식간에 시장통같다.

 한수현. 준호의 대학 후배이자, 민호의 어릴 적부터 골목 죽마고우다. 사법고시 패스, 잘나가고 싶지만, 의욕만 앞서는 초보 여검사.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마친 수현과 민호.

 둘은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수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민호 : 자, 이제 전화한 용건은? 아 참. 근데 아까 뉴스에 나온 변사체 사건 봤어?

 

 수현 : 내 용건이 바로 그 뉴스야.

 

 민호 : 뭐. 변사체? 아님 골목길?

 

 민호의 말에 수현이 오히려 눈을 크게 떠보인다.

 

 수현 : 너 뭐야? 이 사건 알아?

 

 이번에는 민호가 눈을 더 크게 뜨다 입을 삐죽거렸다.

 

 민호 : 내가 형사냐? 아니, 뉴스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골목이라 찜찜했지. 내가 꿈에 봤나 싶었다니까? 완전 데자뷔인줄? 좁디좁은 담쟁이 골목말이야.

 

 수현 : 데자뷔가 아니야. 지난해 거기서 사람하나가 쓰러졌던걸 환경미화원이 신고해서 병원으로 옮긴 뉴스가 나왔었어. 넌 그걸 기억하는거지. 구급차량 출동하구 취재진 모여들구 난리였잖아. 뉴스에 제법 크게 났었구. 왜냐? 발견된 사람이 모 대학 총장이었거든.

 

 민호 : 총장?

 

 수현 : 병원으로 옮긴지 얼마 안되 숨졌구. 뇌출혈.

 

 민호 : 오늘 건은? 신원은 나왔어?

 

 수현 : 그건 아직. 쉿! 근데 관할지구대 후배가 그러는데 말이야.

 

 수현은 아무도 없는 놀이터 주변을 다시금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민호역시 괜스리 상기된 표정으로 얼굴을 가까이 밀었다.

 

 수현 : 공통점! 두사람 소지품에서 똑같은 명함이 나온거야. 둘다 취한 상태였구. 시신이었지만 술냄새가 진동을 하더래. 옷이며 몸이며.

 

 민호 : 둘다 그 술집서 술먹고 나오다 누군가에게 당했다?

 

 수현 : 아직은 추측이지. 명함은 우연일 수 있으니까. 심장마비두 그렇구.

 

 민호 : 그르네. 근데 그 동네, 그런 골목에 술집이 있었나? 고급바? 회원제??

 

 수현 : 우리 월급으로는 평생 못갈거다. 너나.. 나나.

 

 수현은 이내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호가 그런 그녀를 붙잡는다.

 

 민호 : 뭐야, 뭐 특별히 수상한건 명함뿐이고만. 그게 용건이냐?

 

 그의 말에 수현이 씨익 한번 웃었다.

 신호다. 그녀가 웃으면 분명 뭔가 사고친다.

 민호는 손을 내저었다.

 

 민호 : 아서라.. 사고치지말구. 난 조용히 다니다가 연예부로 부서옮길거여.

 

 그러자 수현이 눈을 흘겼다.

 

 수현 : 그럼 준호오빠한테 부탁해야징~~ 차박사는 내부탁 뭐든 들어주니까.

 

 그녀의 말에 이번엔 민호가 쏘아보며 그녀를 가로막는다.

 

 민호 : 야!야!야! 우리 차박사가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데 오염시키려고? 안돼. 절대안돼.

 

 수현 :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같이 가보자구. 그 고급 술집말이얌~

 

 수현이 대뜸 민호의 팔짱을 낀다.

 싫지는 않은 듯 민호가 못 이기는 척 팔짱을 낀채로 걸는다.

 

 민호 : 하 나 차암.. 그래, 술집 이름이 뭔데?

 

 수현 : 물의 왕국

 

 민호 : 물의... 왕국?

 

 수현 : ‘미르’

 

 민호 : 미르? ... 미르..가 뭔데? 무슨 뜻이지? 미러는 거울이구... 미르?

 수현 : 용. 근데 그건 순우리말일 때 그런거고, 술집이름이 미르라면.. 글세, 영어약잔가?

 

 민호 : 용? ... 드래곤? 그 용? ... 거 참.. 미르라... 미르..

 

 도심이긴 하나 인적이 드문 주택가. 좁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온통 담쟁이 넝굴이 담벼락을 감싸안아 올라가는 미로같은 길. 그 속에 자리한 미르.

 수현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그 감정이 옮겨가는지 민호의 다문 입술에 힘이 간다.

 

 ... 물의 왕국 ‘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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