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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살인자
작가 : 우히부카
작품등록일 : 2016.10.7

매일매일이 지옥같은 집 구석.. 지독한 외로움.. 비참했던 어린시절을 지나온 도형.
그런 그에게 숨겨진 비밀.
어둡고 냉혈한 그의 앞에 어느 날 한 여자가 나타났다.
밝고 당차며 정의롭고 유능한 강력계 팀장 유진.
다가갈 수 없는 한 남자와 다가갈 수 밖에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

 
제2화- 빛속의 어둠
작성일 : 16-10-10 21:53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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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람 한명이 다리를 겨우 펴 앉을 수 있는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자가 앞에 놓여 있는 작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남자를 향해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안도형씨? 관리일지 제대로 작성한 거 맞아요? ”

 

 

  도형은 들고 있던 종이를 재빠르게 감추며 익숙한 듯 낮고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 네..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끼리 이러지 맙시다. 대체 몇 번째야. ”

 

 

 한껏 불만을 토로한 남자는 주섬주섬 옷을 꺼내 입고는 언성을 더 높이며 말했다.

 

 

 “ 그냥 내버려둬요. 내가 다시 작성 할 테니까. 그리고 빨리 좀 나와요. 교대시간 지났잖아요.”

 

 

 도형은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듯 손짓을 하고 서둘러 경비초소를 나왔다.

 

 

 

  하루 종일 굶은 도형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소시지 한 개를 집어 들고는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천 원 짜리 한 장을 꺼내 계산을 했다.

 

 

  그는 세입거리도 안 되는 소시지를 잘게 잘라 먹으며 초초한 듯 시계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길.

 또다시 초초하게 시계를 보던 도형은 두리번거리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던 도형은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빨간 불빛이

 자신의 발끝에 닿자 급히 멈추고 세워진 차 뒤로 몸을 숨기며

 빛이 비추는 곳을 응시했다.

 

 

 꽤 오래 자리를 지키던 그는 고개를 떨구고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철컥. 탁.

 

 

  집으로 돌아온 도형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숨겼던 종이를 꺼내 끄적거리는가 싶더니 성이 잔뜩 난 듯 종이를 찢어 버렸다.

 

 

  새벽2시.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거실 한 켠 에 웅크리고 누워 잠을 청했다.

 

 

  어김없이 아침이 밝았다. 따스한 해가 거실 창으로 살며시 들어와 그를 감쌌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잔뜩 찡그리며 잠이 든 도형은 거친 얼굴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그는 교대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급하게 신발 뒷 굽을 구겨 신고서 힘겹게 집을 나섰다.

 

 

 

  “ 승호야. 김승호!!! 그 중구사건 관련자료 다 받아서 정리했어? ”

 

  민 팀장은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하며 일하고 있는 승호를 부르며 물었다.

 

 

 " 아아!! 네!! 정리 다 했습니다.!! 관련 영상들은 지금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만 시키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하던 승호가 열의를 보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 그래 오케이! 그럼 이것도 좀 봐봐. 여기도 건질게 있을 거 같은데. ”

 

 유진은 오랜만에 적극적인 승호가 기특한지 피식 웃으며 관할 서에서 넘겨받은 추가 자료들을 던져 주었다.

 

 

 “ 네!! 알겠습니다!! 오늘까지 다 끝내놓겠습니다!! ”

 

 

 그녀는 알았다는 손짓을 하고 결재서류를 들고 서장실로 올라갔다.

 

 

 

 똑똑.

 

 “ 어. 들어와. ”

 

 “ 네. 반장님 지난번 중구연쇄살인사건 수사지원 요청 건 결재서류입니다. ”

 

 민 팀장은 살갑게 결재 서류를 내밀었다.

 

 

 “ 민유진 팀장. 민 팀장한테 내가 아직도 반장인가? ”

 

  이 서장의 데면데면 한 태도에 유진은 멋쩍은 얼굴로 서운함을 보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아.. 네. 죄송합니다. 이희승 서장님.. 제가 큰 실수를.. ”

 

 

 이 서장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말끝을 흐리는 유진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하 야 민유진. 장난이다 장난 . 팀장씩이나 된 놈이 아직도 그리 눈치를 보냐. ”

 

 

 그녀는 자신이 알던 친근한 이 서장의 말에 마음이 놓였다.

 

 

 “ 아이..진짜 반장님.. 아니 서장님..! 아직도 제가 풋내기로 보이십니까.. 재미없습니다. 이제..! ”

 

 

 이 서장은 지금의 유진을 있게 해준 사람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든든하게 지켜주고 묵묵히 그녀를 지지해주던 이 서장이 없었다면 이토록 험하고 거친 강력계 형사생활 속에서 어찌 버틸 수 있었을까.

 

 유진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알았다 인마. 근데 그 중구사건 말이야. 지원 나가기 전에 하나 처리해줘야 될 건이 있어. ”

 

 “네?.. 무슨?.. 지금 이 사건 말고 저희 쪽에 들어온 게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서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 그건 아는데.. 지금 뺑소니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맡을 팀이 없다. 다들 바쁘다고 계속빼는데 골치 아프다 아주. 부탁 좀 하자 민 팀장.”

 

 

 유진은 난감 한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반장님 다른 팀 맡겨주세요 .저희 애들 지금 중구사건 수사지원나간다고 얼마나 열심인데..

  원성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그러세요. 그냥 예정대로 지원 나가게 해주세요.. ”

 

 

 “ 나도 웬만하면 다른 팀으로 넘기려고 했는데.. 너도 알거 아니냐.. 뒷배 있는 놈들 배 째라는 식인데 난들 어쩌겠냐.. 유진아 부탁 좀 하자. 후딱 끝내고 오면 내가 지원요청 투입 바로 내려줄게. ”

 

 

 이 서장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뺑소니건 관련 서류를 들고 내려온 민 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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