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5화
작성일 : 19-11-02 11:31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9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레브 백작가에 도착한 베아트리스는 라르가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우를 받았다. 더 좋은 옷과 더 좋은 음식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베아트리스를 챙겨주고 따랐다. 이것이 남작과 백작이라는 계급의 차이인 것인지 돈의 차이인 것인지 모르겠다. 잘은 몰라도 둘 다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베아트리스는 이것이 불편했다. 사람들에게는 애정이 없었다. 의무적으로 다하는 일들을 베아트리스는 적응할 수 없어 그들의 친절이 간섭이 되었다.

 

  씻는 것과 입는 것과 밥 먹는 것과 걷는 것까지 간섭을 받으며 베아트리스는 이곳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한 순간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면 누구나 겪을 불편함이었다.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더 아프게 하는 사람 중에 아가사가 있었다.

 

  “아가사!”

 

  문을 열자마자 눈이 마주쳐 베아트리스는 소리쳤다.

 

  얌전히 기다릴 것처럼 굴던 아가사는 사고를 치고 있었다. 접시를 뒤집고 테이블을 부수고 의자도 멀리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하녀들과 아가사가 대치 상태로 서있는 중이었다.

 

  아가사의 옷은 쏟아진 음식이 묻은 건지 더러웠다. 그런데도 아가사는 망설임 없이 베아트리스에게로 다가왔고 그녀의 등 뒤로 숨었다. 다가온 속도가 너무 빨라 베아트리스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딱 봐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 이것저것 집어던지며 칭얼거린 꼴이었다.

 

  “무슨 일이야?”

 

  걱정과 함께 묻자 아가사가 꿍,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베아트리스를 끌어안았다. 그 더러운 걸 옮기면 어떡하냐는 질책을 하려다가 베아트리스는 가만히 아가사의 손을 토닥였다.

 

  “말 못하는 거 아니잖아.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말로 해야 되는 거야.”

 

  그래도 아가사는 베아트리스의 어깨에 이마를 박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가사의 말썽이 멈춘 것을 보고 하녀들은 한숨을 삼켰다. 애면서 힘은 무지하게 세서 으르렁 거리던 꼴이 산짐승 같았다. 물론 정말 아가사는 산과 숲에서 살던 동물이 맞았다. 사람으로 변할 수 있어도, 그런 신기한 능력이 있어도 우선 동물이 맞았다.

 

  “옷 갈아입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 잘래요.”

 

  베아트리스가 자신을 따라다니던 하녀들에게 말했다. 잠을 청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지만 말리는 하녀는 없었다.

 

  목욕을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하녀들은 어째선지 말리지 않았다. 본인들도 피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베아트리스는 욕조에 물을 받았다.

 

  뒤쪽에서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리자 베아트리스는 느리게 고개를 젓고 뒤를 돌아봤다. 아가사가 욕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같이 씻어.”

 

  뜬금없는 말에 베아트리스는 생각했다. 왜 자신은 어른스러워졌는데 아가사는 더 어린애처럼 변했는지.

 

  베아트리스는 의지할 사람을 잃었고 아가사는 의지할 사람을 찾았다. 베아트리스는 아직 성인도 아닌데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늑대로 변해서 들어와.”

 

  베아트리스가 문을 열자 큰 늑대가 예쁜 눈을 빛내며 있었다. 몸을 틀어 욕실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자 아가사는 바로 욕조로 뛰어들었다.

 

  물이 튄다. 예전에 언젠가 친구에게서 자신의 애완견을 씻기는 일이 아주 어려웠다는 것을 들었다. 자꾸 물을 털어서 힘들었다는데 그 친구가 누구였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아가사가 엉엉, 하며 짖었다. 늑대인데 개처럼, 사실 개보다도 물개 같은 소리를 내자 어쩐지 그것이 재밌었다.

 

 “씻겨주지 않을 거야. 알아서 씻고 나가.”

 

  베아트리스는 잘 때도 굳이 인간 모습인 아가사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아가사는 굳이 지금 잘 필요가 없었는데도 기어코 지금 자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베아트리스 옆에서 뒤척거렸다.

 

  결국 옅은 잠에 들었다가 팔이 너무 저려 깨어난 베아트리스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날이 어두워지지도 않았다. 어두워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베아트리스는 꽉 눌려 있는 자신의 팔을 아가사의 무거운 머리로부터 떼어내고 팔을 주물렀다. 저려서 아프고 느낌이 이상했다.

 

  원래의 감각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베아트리스는 창가로 갔다. 밑을 보니 사람들이 똑같은 옷들을 입고 똑같은 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런 건 신기한 관경이 아니지만.

 

  베아트리스가 그런 따분한 관경을 보는 사이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후다닥 침대에 뛰어 들어가 아가사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하녀가 저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묻는 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으니 대답할 리가 없다. 하녀는 대답이 없자 실례한다는 말을 하고 문을 열었다. 곤히 잠든 두 아이가 보여 하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을 조용히 닫는다고 해서 문 닫는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것은 아니다. 베아트리스는 하녀가 나가자 다시 몸을 일으켰다.

 

  베아트리스가 뛰어든 침대 반동으로 아가사도 깼던 것인지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더 자.”

 

  아가사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때마침 소나기가 떨어진다. 그 얘기를 꺼내라는 것처럼 비가 내린다.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언젠가 봤던 것처럼, 그랬던 브리지트의 모습처럼 창가를 보며 섰다. 아가사의 눈이 베아트리스를 따라 움직였다.

 

  베아트리스는 그 비 오는 날 브리지트가 봤을 법한 것을 떠올리며 하늘을 봤다. 어두웠다. 떨어지는 비와 창가에 부딪친 비도 보고 손을 들어 창가에 댔다. 차가웠다.

 

  “얼마 예전은 아니었어.”

 

  그런 말로 베아트리스는 옛날 얘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첫 번째 기억이었다. 그것은 선명하지 않고 아주 흐려 비 오는 날과 같은 인상을 풍겼지만 어쨌거나 베아트리스의 첫 번째 기억이었다.

 

  “그 때의 언니는 서툰 말을 썼어. 알아듣기가 힘들어 아기가 하는 말 같았지.”

 

  작은 목소리로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와의 추억을 꺼냈다. 꺼내는 이유도 몰랐다.

 

  “이것보다 더 비가 많이 오고 어두운 날이었어. 새벽부터.”

 

  베아트리스가 등을 돌렸다. 아가사의 얼굴이 보인다.

 

  “맞아. 너무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어. 나는 꽃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고 언니는 그런 건 내일 해도 괜찮다고 말했지.”

 

  브리지트가 그랬던 것처럼 베아트리스는 침대 가까이로 걸어갔다. 앉아있는 아가사를 눕히고 침대 맡에 앉아 아가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니가 이렇게 해줬어.”

 

  아가사는 멀뚱히 베아트리스를 올려다본다. 베아트리스는 손을 이동해 어깨에 올려둔 채 일정하게 두드린다.

 

  “나는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언니는 밤부터 내 곁을 지켰던 거야. 왜냐면 내가 아프니까. 내가 약해서 많이 아프니까.”

 

  말하며 베아트리스는 눈을 감았다.

 

  “밤을 지내며 나를 지킬 정도로 언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눈을 뜬 그녀가 속삭인다.

 

  “그게 아니었어. 루다.”

 

  아가사와 가까이 눈을 맞춘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루다를 기다린 거야. 루다라는 사람을 기다렸던 거야. 브리지트는.”

 

  얼굴을 마주한 간격이 너무 좁았다. 지나치게 가까워서 베아트리스의 숨이 모두 아가사에게 떨어졌다.

 

  베아트리스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단 하나의 감정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어려운 감정은 곤란하고 아가사는 위로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래서 손을 뻗어 베아트리스의 어깨를 잡았지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어. 누구였을까? 그 마법사말이야.”

 

  아가사는 손을 베아트리스의 이마에 올렸다. 열은 없었다. 아파서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었다는 말이었다.

 

  “친구가 아닐까?”

 

  베아트리스를 진정시키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가사는 무난한 대답을 꺼냈다.

 

  “친구. 라가도기아에서 온 친구.”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눈을 감았다. 어째선지 눈이 아팠다. 아가사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자신이 받았던 것처럼 베아트리스를 토닥였다.

 

  그에게서는 브리지트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난 언니가 좋았어. 그런데 언니는 날 가끔 에일린이라고 불렀어.”

 

  베아트리스도 아가사의 등을 감쌌다.

 

  “내가 얼마나 질투했었는지 언니는 몰라. 정말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아.”

 

  “언니는 널 좋아했을 거야. 이렇게 보듬어주는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잖아.”

 

  “그럴 지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보듬어줬을 수도 있지.

 

  베아트리스는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

 

  브리지트는 익숙지 않은 것에 불평하지 않았다. 말을 타는 것이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힘들 것을 알아 쉬는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빨리 황궁으로 가서 코델리아의 갑갑한 치장을 벗게 하고 싶었다.

 

  “너무 오래 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얼른 가야 되잖아요.”

 

  브리지트가 코델리아에게 다가와 묻는다. 코델리아는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길게 말할 건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브리지트는 의자에 앉았다.

 

  “늦게 가든 일찍 가든 가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괜찮아.”

 

  “기왕이면 일찍 가서 편히 쉬는 게 좋잖아요.”

 

  “딱히 황궁에 간다고 해도 편히 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브리지트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뭔가 알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형을 떠올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천히 가서 천천히 돌아가자.”

 

  “백작성 오래 비워도 돼요?”

 

  “괜찮아.”

 

  “유디스가 있어서요?”

 

  코델리아는 미소 지었다.

 

  “내가 있든 없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

 

  그래서 코델리아가 가는 걸음은 느렸다. 한가하게 길옆에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브리지트와 함께 쭈그리고 앉기도 했다.

 

  백작님이 그래도 되느냐는 말에 코델리아는

 

  “보는 눈도 없는데 뭐.”

 

  라고 대답했다. 브리지트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많은 기사들을 봤다.

 

  “이 풀은 색이 좀 다르다.”

 

  코델리아가 말을 걸어 얼른 고개를 돌린 브리지트는 풀이 상해서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마을 하나를 지나쳐 또 다른 마을이 나오면 그 마을에 제일 유명한 식당을 찾아 브리지트와 함께 들어갔다. 다른 기사들도 그 식당에 함께 했지만 자리가 부족하면 앉지 않았다.

 

  브리지트와 마주앉은 코델리아는 여러 사사로운 얘기들을 하며 고기를 잘라 브리지트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브리지트는 억눌린 어색한 목소리를 냈다. 코델리아와 함께 하는 것이 데이트 같아서 좀 설렜기 때문이다.

 

  물론 브리지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코델리아가 알 리는 없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혼자 착각하고 혼자 좋아하기로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4 완결 2019 / 11 / 14 188 0 13   
43 2부 13화 2019 / 11 / 14 203 0 3995   
42 2부 12화 2019 / 11 / 13 206 0 6013   
41 2부 11화 2019 / 11 / 13 238 0 6626   
40 2부 10화 2019 / 11 / 12 255 0 5945   
39 2부 9화 2019 / 11 / 12 218 0 6108   
38 2부 8화 2019 / 11 / 11 194 0 6522   
37 2부 7화 2019 / 11 / 11 204 0 6065   
36 2부 6화 2019 / 11 / 10 206 0 6324   
35 2부 5화 2019 / 11 / 10 212 0 6805   
34 2부 4화 2019 / 11 / 9 241 0 6510   
33 2부 3화 2019 / 11 / 9 212 0 6137   
32 2부 2화 2019 / 11 / 7 205 0 6637   
31 2부 1화 2019 / 11 / 7 216 0 5798   
30 30화 2019 / 11 / 6 225 0 6193   
29 29화 2019 / 11 / 6 218 0 5452   
28 28화 2019 / 11 / 5 209 0 4829   
27 27화 2019 / 11 / 5 196 0 4958   
26 26화 2019 / 11 / 2 206 0 4619   
25 25화 2019 / 11 / 2 187 0 4990   
24 24화 2019 / 11 / 1 195 0 5171   
23 23화 2019 / 11 / 1 212 0 5642   
22 22화 2019 / 10 / 31 221 0 5747   
21 21화 2019 / 10 / 31 200 0 6152   
20 20화 2019 / 10 / 30 213 0 5667   
19 19화 2019 / 10 / 30 215 0 5784   
18 18화 2019 / 10 / 28 198 0 5966   
17 17화 2019 / 10 / 28 199 0 5393   
16 16화 2019 / 10 / 27 205 0 4519   
15 15화 2019 / 10 / 27 197 0 541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