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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완] 딕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8

마약중독자 흑인 부모에게 태어나, 백인 가족들 밑에서 자라게 된 미국 뉴욕 버팔로 치크토와가 딕 로드(Dick Rd)에 사는 딕(Dick)이 있는 흑인 십대 소년 딕 존스(Dick Jones)의 아주 평범한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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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르가 드라메디 장르인데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할 수가 없네요ㅠ

 
SCOTT 1
작성일 : 19-11-02 08:3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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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이 돼서야 메가 버스는 버팔로 나이아가라 공항 앞에 도착했다. 지금 시각은 일곱 시 사십팔 분. 토미는 잠을 지새웠는지 얼굴에 피곤이 찌들어있었다. 나는 토미와는 반대로 아주 깊은 숙면을 취해 기분이 매우 좋았다.

 

  메가 버스에서 나오자 나는 기지개를 활짝 폈다.

 

  열 시간을 앉아있는 건 나에게는 너무 큰 고역이었다. 허리도 아팠고 다리도 아팠다. 무엇보다도 차를 오래 타고 있는 건 멀미가 심한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몇 번의 구역질 끝에 귀 밑에 붙인 약의 효능이 돌기 시작했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약국에서 멀미약을 산 게 올해 들어 가장 잘 한 일인가 싶었다.

 

  나는 그런 별 거 아닌 일에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8개월 동안 잘 한 게 정녕 없단 말인가.

 

  웃음을 터트린 나를 보고 토미가 미심쩍은 듯 쳐다봤다.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도 이렇게 웃진 않을 거다. 한니발 렉터도 나처럼 웃지는 않을 거다.

 

  토미는 나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토미는 나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겠지?

 

  ‘드디어 딕 존슨이 미쳤다.’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같이 안 와도 돼.”

 

  내가 불편했는지 토미가 내게 말했다.

 

  정말 미치기라도 한 듯 나는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집이 아닌 토미를 좇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사실에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웃었다.

 

  “친구니까.”

 

  친구니까. 그래서 뭐? 정말 그래서 뭐. 그 다음 말을 물을 법도 않데 토미는 묻지 않고 구긴 미간을 다림질하듯 쫙 펴버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좋은 게 뭐 있어. 어차피 나도 곧 이사 가면 오늘이 토미와 함께하는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데.

 

  많이 아쉽다. 정말이지 너무 많이 아쉽다. 토미랑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 것도 정들었던 치크토와가를 떠나는 것도 딕 로드에 사는 딕이 있는 딕 존슨이라는 별명도 아쉽고 그리울 거 같다. 그렇다고 내가 이사 가는 곳에서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으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딱 소수정예로. 내가 선택한 사람만 그렇게 불렀으면 한다. 그 중 첫 번째가 당연 토미고. 두 번째는 빌리. 세 번째는 맥스.

 

  이쯤 돼서 내가 토미에게 ‘네가 내 이름을 듣고 처음으로 했던 말을 다시 말 해줘.’라고 말하고 싶다. 토미가 알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저런 말은 우리 사이를 로맨스로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토미.”

  “응?”

 

  토미는 내 말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너 그거 기억해?”

  “뭘.”

  “네가 내 이름 듣고 제일 먼저 했던 말.”

 

  사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토미가 처음으로 한 말은 아니다. 내 이름을 듣고 처음으로 한 말은 내 이름을 여러 번 내뱉고는 ‘딕이 있는 딕이라니’라고 말했다. 십대 남자들은 누구나 내 이름을 듣자마자 언어유희처럼 딕이 있는 딕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토미는 곰곰이 생각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뭐라고 말해야 딕이 있는 딕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딕은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걸까.

 

  일 분 정도 흐른 후 토미가 대답했다.

 

  “딕 로드에 사는 딕이 있는 딕?”

 

  확신에 들어서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토미가 말한 것은 내가 원한 정답이었다.

 

  “맞아.”

 

  내가 말했다.

 

  내 말에 토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우리를 보게 된다면 이런 바보 같은 퀴즈에 정답을 맞췄다고 안도하는 토미의 모습도 우습고 이런 바보 같은 퀴즈를 출제한 나도 우습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문제와 정답이 우습지가 않았다.

 

  “절대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벌써부터 그립다?”

 

  내가 말했다.

 

  진심이었다.

 

  딕 로드가 너무 그리워 질 것이다.

 

  “펜실베니아에도 딕 로드가 있고 오하이오에도 딕 로드가 있어. 그리고…… 미네소타에도 있어.”

 

  토미가 말했다.

 

  토미의 말은 잘 못 됐다. 미네소타가 아니라 미시건이다.

 

  나는 ‘딕 로드에 사는 딕이 있는 딕’이라는 명칭을 잃지 않기 위해 미국에서 딕 로드가 있는 곳을 찾아봤다.

  토미도 딕 로드가 어디 있는지 찾아봤다.

 

  찾아보지도 않고 이 넓은 미국 땅에 있는 딕 로드를 어떻게 이리 술술 말하겠어. 미국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태반인데.

 

  “펜실베니아는 가까우니까 거기로 가면 되겠다.”

 

  토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펜실베니아로 이사를 가지 않을 거다. 그럼 도망가듯 떠나는 이유가 없잖아. 그 셋 중 고른다면 오하이오나 미시건으로 가겠지만……. 우리 가족들은 동부나 중부는 피해서 갈 게 분명하다.

 

  “서부는 안 갔으면 좋겠다. 치크토와가에서 로스앤젤레스 까지 2,600마일이야. 쉬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밥도 안 먹고 한 달을 꼬박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어. 차로 가면 이틀을 달려야 돼.”

 

  내가 예상해 보건데 토미의 새로운 취미는 구글 맵으로 여행하는 거 같다. 취미가 되지 않고 서야 이런 걸 다 알 수 없지.

 

  “빌리한테 면회갈 때마다 만날 수 있어.”

 

  우리가 만약 서부로 가게 되면 방학마다 가족들은 면회를 갈 것이다. 가장 외곽지고 가장 저렴한 호텔을 잡아서 방학 내내 머물면서 매일 매일 빌리를 찾아가고, 빌리를 보고 나면 나는 키가 한 뼘 더 자라고 남자다워진 토미와 함께 뉴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겠지.

 

  하지만 이건 모두 내 생각뿐이다. 토미가 키가 더 자랄지, 남자다워질지 모르는 거고, 빌리를 향한 토미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나는 네가 간다면 마이애미나 플로리다로 갔으면 좋겠어. 꼬박 하루 동안 운전해서 갈 수 있고 이틀 동안 지하철 버스를 누비면서 가보고 싶거든. 마이애미 가는 길에 올랜도 들리고. 올랜도에 놀 거 많잖아.”

 

  토미는 진심으로 신난 듯 보였다.

 

  토미는 놀이기구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캐릭터가 붙어있는 머리띠를 쓰고 캐릭터가 그려진 음식을 먹는 상상했을까. 나라면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내가 로스앤젤레스로 오면 네가 방학마다 오면 되잖아. 할리우드 사인도 보고 운이 좋으면 그 근처에서 톰 행크스를 만날지도 몰라.”

  “운이 좋아야 만나는 거지. 나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니잖아.”

  “네가 온다면 아카데미 티켓을 구해줄게.”

 

  내가 말했다.

 

  나는 이 말을 하고나서 바로 후회했다. 아카데미 티켓을 구하는 방법도 모르고 이 티켓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토미가 갑작스럽게 내게 전화로 ‘딕! 나 다음 주에 아카데미 보러 로스앤젤레스 갈 거야!’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모아놓은 돈을 다 써버릴 지도 모른다.

 

  “좋아, 딜.”

 

  내 말은 담을 수가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토미의 집은 불이 꺼져있었다. 지금이 어둠이 가라앉은 늦은 밤이라면 토미는 나무를 타고 창문으로 넘어갔을 텐데 아침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토미는 문 앞에서 내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잘 가.”

  “잘 있어.”

 

  나와 토미는 손을 흔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토미가 집으로 들어가자 나는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토미의 집에서 벗어나자마자 집으로 가지 않았다.

 

  나는 더티 익스프레스로 향했다.

 

  셰이크가 먹고 싶었고 감자튀김이 먹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맛없는 커리 윙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기라도 하는 지 더티 익스프레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더티 익스프레스 안에 있는 시계를 보자 이제 겨우 8시를 지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더티 익스프레스 앞에 놓인 발걸음을 떼었다.

 

  그렇다고 나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더티 익스프레스가 닫혔다면 크레이지 그릴에서 폴 아저씨가 만든 더 맛있는 윙을 먹을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을 택하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에밀리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들기거나 에밀리의 방 창문에 작은 돌을 던져 에밀리를 부르진 않았다. 만약 문을 두들기면 에밀리의 인종차별 경찰 아빠가 내게 또 주먹을 꽂을 테고 에밀리의 방 창문에 작은 돌을 던진다면…… 그곳에 에밀리의 아빠가 있다면 난 사이좋게 빌리와 소년원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밀리의 집 앞에 서서 에밀리의 방을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마음 속으로 에밀리의 이름을 수십 번 수백 번 불렀다.

 

  에밀리.

  에밀리

  에밀리……

  에밀리…….

  에밀리 와이너.…….

 

  “……”

 

  하지만 그 누구도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에밀리와 우연히 마주칠 거라는 마음은 당연 있다. 없다고 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이게 만약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우리의 상황은 딱 후반부이다. 엔딩크레딧이 오르기 딱 15분 전의 상황. 그곳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나고 여자 주인공은 에밀리 와이너다.

 

  나는 집 앞에 서서 상상한다. 에밀리가 문을 열고 나를 보게 되고 한 걸음에 내게 다가오거나 저 멀리서 산책을 하는 에밀리가 나를 보자마자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상상을. 하지만 상상은 상상뿐이다.

 

  나는 상상을 묻어두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발걸음은 쉽게 때지지 않았다. 내 두 발이 아주 무거운 돌이 된 기분이었다. 내 다리로 이 무거운 돌을 옮기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어려운 일을 에밀리의 집 앞에 도착한지 10분이 지나서야 겨우 해냈다. 지금 즈음이면 누가 와이너 집에 이상한 흑인이 서있다며 신고를 했을 거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난 가고 없는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더티 익스프레스로 돌아가지 않았고 토미에게도 가지 않았다. 나는 이 바보 같은 이틀을 집에서 마무리 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사만다의 방 앞으로 향했다. 엄마랑 아빠는 내가 집으로 온 것도 모른다. 이른 아침도 아니었기에 집에 온 나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는 회사에 갔고 엄마는 아마 변호사 사무실에 갔을 거다. 그럼 집에 있는 사람은 사만다 뿐.

 

  나는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들 겼다. 두어 번 두들긴 끝에 사만다가 문을 열었다. 사만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밥 먹었어?”

 

  사만다의 대사가 아닌 나의 대사였다.

 

  이틀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나를 걱정하는 사만다가 한 말이 아닌 한 달 넘게 고생하며 마른 몸이 더 앙상해진 사만다를 걱정하는 내가 한 대사였다.

 

  “너는?”

 

  이번에는 사만다가 내게 물었다.

 

  “나는 토미랑 샌드위치 사먹었어.”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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