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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10화
작성일 : 19-11-01 21:2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12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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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우리가 믿고 따랐던 신랑은 날도둑이 아닙니까?!! 도둑 중에도 무서운 상 도둑입니다. 저 아름다운 신부를 아무 대가없이 가지면 안 되지요. 오늘밤 이 죄인의 죄를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밧줄에 묶인 무극의 발목은 덩치 크고 힘이 쎈 자의 어깨 위에서 팽팽하게 당겨졌다. 무극이 못 견디겠다는 비명을 질렀다.

  “와!와!와! 올소, 올소. 밝혀야 하오”

  “그럼 지금부터 죄의 순서를 하나씩 밝혀봅시다. 죄인은 저 아름다운 신부를 어디서 만났소.”

  머뭇거리는 동안 장작이 신랑의 발바닥을 내려쳤다.

  “아아악!! 신랑 죽네. 신부에게 물어 보시오.”

  별동부대는 오랜만에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서 키운 전우애가 밤을 들썩여 함성이 살아나고 있었다.

  무극의 처음 혼인식에 참석하지 못했음을 상기 하며 부러움의 몸짓은 절제 하며 살았던 불만의 대가를 풀어냈다. 혹시라도 분위기 과열로 사고라도 생길까봐 매성기는 그들에게 호 응하는 한편 상관의 안위도 살폈다. 분위기를 깰 수 없을 정도로 치닫는 환호성에 대리만족을 느꼈지만 배고픔은 속일수가 없었다. 그들 중에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선 배부터 채우는 것이 옳다 는 판단에 하나 둘 돌아서서 그 자리에 끼어들고 있었다.

  “여러분, 신랑이야 며칠을 굶어도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뭐 있습니까. 우선 맛있는 음식으로 배부터 채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시다. 자자, 몽둥이는 저에게 잠시 맏겨 두시고 술부터 마셔봅시다. 저 맛있는 음식이 다 식었어요.”

  매성기의 분위기 수습에 그들도 도를 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치솟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두 말 하면 잔소리라고 인정하였다.

  그들은 아쉬움은 남았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 둘러앉았다. 마당에 환희 밝혀놓은 호롱불이 바람에 흔들린다. 미란은 행복했다. 모든 일들이 꿈만 같다. 아는 얼굴은 매성기 밖에 없지만 모두 한 가족이고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잔이 오고가고 음식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로 식욕이 왕성한 그들은 오늘 밤이 한없이 행복했다. 번개 불에 콩 구어 먹을 정도로 사랑을 하였고, 혼인도 그러했다. 정식 혼인의 절차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신부에게 체면이 섰다. 다소곳한 신부의 모습은 너무나 달리 보였다. 의녀로 단정했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대원들이 힐끗거리며 훔쳐보았다. 함께 목숨을 걸었던 대원들이기에 이해하고 기뻐해주는 모습은 가족처럼 미더웠고 언제까지도 잊지 못 할 정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챙겨 주셔서 오늘 저는 무어라 할 말을 잊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여러분의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만나야할 인연이라면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어여삐 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밤은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행동으로 격려하여 주신 것은 우리 별동부대의 우정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디에 있더라도 여러분과 함께 한 우정을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 잊지 않겠습니다.”

 무극은 잔을 채우고 기다리는 동안 고마움을 표했다. 매성기가 잔을 높이 들어 신랑과 신부를 위해 자리를 빛내준 별동부대 동지들과 음식을 만들어준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별동 부대 만세!!”

 “ 만세! 만세! ”

  하늘이 내려와 함께 외쳤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밤이 깊어도 돌아갈 줄을 몰랐다. 방이 있어도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발바닥을 비비며 흥에 겨워 날이 밝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 주었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잘 되었다.

  며칠이 지나 미란은 산사나이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좋은 목을 찾았으니 속히 저작거리에 있는 주막에서 만나자는 편지였다. 내의원 임언국 의원에게도 무극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알 수없는 일이기에 그랬다.

  저작거리에서 산사나이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미란을 보고 반가워 싱글벙글 마주 앉았다. 산사나이는 탁주를 먼저 시켰다. 술을 좋아 하지만 좀처럼 주막에서 먹을 일이 없었던 그가 큰일을 한 것처럼 당당하다. 예쁜 의녀와 함께 있고 싶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기도 부리고 싶은 것이다. 그가 하는 대로 보고 있었다. 이제 그와 자주 만나야하는 사람이다. 품질 좋은 약초를 구하는데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계산에 서다.

  “의녀님도 한잔 하세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하며 잔에다 막걸리를 따라주며 마시기를 권했다. 그가 하라는 대로 막걸리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그의 잔에다 따랐다. 이제 인생의 향로를 바꾸는 시기에 사람관계를 이어가야하는 이상 사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자면 통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랬다. 술잔이 오고가자 흐뭇한 산 사나이는 더 가까이 바라보며 장터 몫 좋은 곳에 상점이 하나 나왔으니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결정하라는 말을 하였다. 몫이 좋은 곳이며 상인들이 모여 있는 중앙의 점방이라 찾는 이가 많을 것이니 직접 주인을 만나보라고 목소리를 나추었다. 술 한주전자를 비우고 일어났다. 멀지 않은 곳이라 하였다.

  뒷 채에 집이 따로 있고 점포는 넓었다. 몫이 좋은 관계로 값이 비싸 내어 놓은 지가 한참 되었다는 집이다.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다. 장사의 목적보다 병원을 차려 한자들을 돌볼 것이라고 그동안 생각이 바뀌었기에 방이며 점포를 살펴보았다.

  “부르는 가격이 만만치 안타는 소리데요. 제가 볼 때는 이만한 곳에 이런 자리는 의녀님이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죠. 돈이 문제입니다.”

  미란은 그동안 주는 녹봉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두었다. 그리고 의녀들 간에도 부모가 돈이 급한 일이 있을 때 동동거리는 그들에게 빌려주어 그 대가로 늘려 받은 것이 어느 정도 저축이 되어 있었다. 무극을 만나지 않았다면 대궐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행동은 없었을 것이다. 혼자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녀들 간에 신용이 있는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뼈있는 말을 하였던 것이다.

  무극을 만나 의사가 되기로 다시 결심하였던 것도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로 올 줄은 몰랐지만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소도 되었고 집의 둘레를 돌아봐도 얼마든지 넓혀 갈수 있는 땅도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아저씨, 주인을 만나보고 싶네요. ”

  산사나이는 신바람이 났다. 젊은 처자가 무슨 돈으로 저리 간 큰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돈이 없고 서야 저런 말이 나올 수 없다.

  산사나이를 만난 후로는 머릿속으로 설계하느라 단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를 의지하는 권력이 있으니 누구라도 함부로 하지 못 할 것이고 여자라고 업신여기지도 못할 것이기에 힘이 생겼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모자란 다면 빌려서라도 꼭 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산사나이는 집 주인과 다리를 놓아 주었다. 집 주인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살펴보았다. 여자가 무슨 돈이 있어 집을 살 수 있으랴 하는 생각에 한마디 했다.

  “이 집을 사려면 돈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얼마나 있소?”

 여자라고 얏 보는 집주인의 언동이 거슬렸지만 웃으며 말했다.

  “파실 생각으로 집을 내 놓은 것 아닙니까?”

  주인의 콧대를 꺾어 볼 요량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여인이지만 범상치 않은 모습에

 집 주인도 할 말이 없어.

  “당연히 팔려고 내 놓았소. 얼마면 사겠소?”

 주인의 말에 뭔가 틈이 있어 보였다. 집을 판다는 사람이 상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얼마면 파시겠어요?”

  미란의 당찬 대답은 집주인이 미란의 눈을 응시했다. 집 주인은 집을 내 놓은 지가 오래 되엇는 데도 산다는 작자가 없어 속이 타고 잇던 실정이었다. 아녀자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으랴, 하는 마음에 어떻게 하든지 팔아치울 심사로 말했다. 빨리 팔지 않으면 빛 쟁이 에게 넘어갈 날짜가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천이백 냥을 받아야 하는데 천 냥만 내시오. ”

  “ 팔백 냥만 해요. 가진 돈이 전부 팔백 냥이에요. 그리 해주신다면 이 집을 사겠어요.”

 집 주인 말을 즉시 받아쳤다. 집주인이 약삭빠르게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오백 냥에 넘어갈 판국이니 임자가 나왔을 때 팔아야 했다. 한 번 찔러나 보자는 수작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였다. 엣 다,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먼저 찔러보는 거야.

  “그 돈을 삼 일 안에 다 줄 수 있소?”

  집주인은 가슴이 떨렸다.

  “그러지요. 단 집문서를 지금 보여 주세요. 하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결정하겠어요.”

  앙칼진 말에 집 주인이 주춤하는 것을 보았다. 눈치로 보니 틀림없이 무슨 급한 일이 있는 듯 했다. 혹시 사기라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야 했다. 집 주인은 집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빗을 준 사람 손에 넘어가 집주인 손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미란의 말을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그랬다가 안 산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결국 내일 보여 주겠다고 했다. 미란은 내일 다시 만나 계약 하자는 약속을 하고 그 집을 나왔다.

  “아저씨 그 사람 놀음하다 집을 날린 거 아니 에요?”

  미란의 생각으론 집은 꼭 사고 싶었다. 집주인의 행동을 믿을 수 없어 산 사나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산 사나이는 미란을 만난 뒤 집 주인을 찾는데 주력했다. 며칠 수소문 끝에 투전판에 앉아있는 집 주인을 만났다. 투전판에 죽치고 앉은 집주인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산 사나이는 투전판에서 집주인을 끓어내 거래를 성사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주막에서 만났다. 그리고 놀 음 빚으로 집이 넘어간다는 소리도 들었고, 집문서가 없어 팔아주기도 글렀다하니 집주인은 벌써 알고 묻는 것 같은지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다. 산 사나이로부터 노름빚이 얼마라는 것도 곧 놀음 빛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도 털어 놨다. 투전판에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받는 조건으로 집문서를 잡아두었다. 빌려준 돈을 손에 쥐어야 집문서를 내어 놓을 것인데 집도 팔기 전에 미리 문서를 내 주리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미란은 내일 집주인을 다시 만난다 해도 문서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이 집을 사지 않는다면 며칠 내로 빛으로 넘어갈 집이다. 집을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그녀를 지배 했다.

 매성기를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볼 생각이다. 무극에게 말하고 싶지만 꼭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공연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돈이 있으니 사기만 당하지 않으면 되었다. 남자라면 집 주인과 등기 가진 사람을 만나 타협하면 될 일이지만 여인이라 얏 보일까. 봐 그런 생각을 하였다. 내의원에 들어와 환자를 돌보면서 전에 없이 흥분된 기분이다. 만약 일이 잘 성사 된다면 의원이 되어 장터 번화한 곳에서 의원 주인으로 살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마음을 빼기는 바람에 환자를 소흘히 대하면 안 되기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퇴근 시간에 매성기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생각 하였다. 만날 수 있을 것인가를 염려하고 있었다.

 

  왕비의 처소에서 나와 궁궐의 나인들이 분주하게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원님이 아니었으면 저 나인들 틈에서 살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미란은 옆에 걷고 있는 스승님이 너무 고맙다.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의녀의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스승님 덕에 나인이 아닌 의녀로 대궐의 높고 높은 지붕 아래서 살았습니다.”

  “뜬금없이 그런 말은 왜하느냐?”

  “병조판서와 며칠 전에 혼인 하였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소리 소문도 없이 혼인을 하였다니. 대감과 벌써 그런 일이 있었어? ”

  미란의 얼굴을 쳐 보는 임의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혼인 하다니 자식 같이 여겼던 터인데 자신에게도 한마디 말없이 혼인 하였다는 사실에 서운함이 있었다.

  “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 분이 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만들어 주셨어요. 집도 마련해 주시고 별동부대원들이 오셔서 혼인식도 일사천리로 치러 주셨어요. 스승님께 말씀드릴 시간이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몸짓으로 임의원의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 굳었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잘 된 거지.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니 대감의 마음이 고맙고 고맙구먼.”

  스승님에게 내의원을 나가야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였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마무리 되었을 때 말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매성기를 만나야 하겠기에 어쩔 수 없이 퇴궐 시간에 무극의 집무실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생각만 하여도 덜덜 떨릴 것 같은 병조판서의 집무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극을 만나러 여기까지 올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 당장 사고자 하는 집의 주인을 만나야 하기에 감히 아녀자의 몸으로 그 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무극과 혼인한 몸이지만 찾아가는 건 무섭다. 누가 먼저 퇴궐해 나올 것인가, 언제까지 숨어 기다려야 하는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눌렀다. 벌써 퇴궐한 것은 아닐까. 알 수 없는 기다림은 초초하기만 하였다. 집 주인과 만나야 하는 시간에 함께 가야 한다.

  무극은 서류 정리를 마무리하는 대로 내의원으로 갈 요량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매성기의 인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고 나왔다.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고 싶지만 체통 때문에 참아야 했다. 이제 내의원에 미란과 혼인하였음을 알려 줄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임의원에게도 사실대로 말하리라 마음먹고 내의원으로 들어갔다. 볼 일이 있다고 먼저 나간 미란을 임 의원은 무극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극이 찾아오자 그녀의 다른 일이 무엇인지 임 의원은 궁금하였다.

  차를 가운데 두고 임 의원과 마주 앉았다. 미란으로부터 아버지 같은 임 의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동안 챙겨주어 고맙다는 말은 해야 했다. 그리고 의녀로서 자격을 갖추게 도와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미란이 의지하고 살지 않았다면 더 외로웠을 것을 생각하니 부모 같은 사랑이 얼마나 컸을 찌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사 의녀를 챙겨 준 은혜 잊지 않을 것이요. 그녀가 불행하지 않도록 잘 살아 보이겠습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지켜 주겠습니다. ”

  임의원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자식 같이 도와주고 보살핀 이유는 의술 실력이 뛰어 난데다가 하나를 보면 둘을 생각하는 머리가 아까웠다. 게다가 성품도 좋으니 조선 사회에서 어렵다는 의녀 자격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식에게 하듯 의술을 전수하여 주었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힘들게 이뤄 냈다. 조건의 의료계에서 그것은 개혁이었던 것이다. 문과를 보는 것도 아니고 무과를 보는 것도 아닌 의학을 공부하는 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임언국의 깊은 배려에서 비롯된 결과 였다. 미란을 오래 동안 보아왔던 바로는 의녀로의 자격이 남달랐다. 어느 환자를 보더라도 그 환자의 병명을 다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의술을 지니고 있었다. 미란을 완전히 인정하였다. 이제 무극과 혼인도 하였으니 지금처럼 내의원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대감이 그리 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사 의녀는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발탁 되었을 것이지만 다행히 저와 인연이 닿은 것입니다. 저로서도 좋은 제자를 두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것이지요. 그게 사 의녀와 저의 관계랍니다. 때 마침 대감을 만나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다행인지 고맙다는 말을 제가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섭섭한 말을 들었습니다.

  혼례를 올렸다 구요?

  듣는 순간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해가 되더군요. 대감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마침 잘 오셨습니다.”

  둘은 차를 마셨다. 무극은 퇴청시간이 되었는데도 보이지 않는 미란을 기다렸다. 임의원은 한참 후에야 미란이 볼 일이 있다며 나갔다는 말을 하였다. 함께 가려고 왔는데 무슨 일로 말도 없이 나갔을까. 허전하고 섭섭하였다. 집으로 가야겠다고 내심 생각하며 내의원을 나왔다.

  무극은 왠지 쓸쓸하여 갈 길을 잃은 사람처럼 하늘을 쳐다본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고 독하다는 것을 몰랐다. 하린의 얼굴을 보는 게 부담되고 면목이 없어서이다. 양심이라는 것이 그리 생각하게 하였다. 어찌 볼 것인가. 차라리 보지 않는 게 편할 것 같았다. 그리도 사랑스럽던 자식들 얼굴을 며칠씩 보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마음이 우주라 했던가. 그 우주가 한 여인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기 위해 달려왔던 발걸음에 힘이 빠졌다.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어디를 갔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누구든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주막에 들러 술이라도 마음껏 퍼 마시고 싶었다. 그리 허랑하게 살아오지 않은 자신이 이리 마음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으니 한심 하다는 생각에 마구간에서 말을 데리고 나왔다. 용비마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무극은 용비마에 대한 안스러움이 있었지만 용비마가 쓰러지지 않는 한 함께 하기로 하였다. 무극을 본 용비마가 반갑다고 뒷발을 차며 좋아하였다. 말 등에 올라탔다. 천천히 성문 밖으로 걸어갔다.

  무극은 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이미 고인이 되신 선대왕 명종께서 하사 하신 명마가 아니던가. 기백이 청청했던 시간들이 머리를 스쳤다. 말을 보니 선대왕을 보는 듯 했다. 용비마가 분신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마음을 읽은 줄 아는 것처럼 미란과 자신을 너럭 반석으로 데려갔던 그 재치에 용비마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졌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용비마의 얼굴만 쓸어주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 가는대로 내버려두었다. ‘부모님도 보고 싶구나. 아들이 출세하여 대감이 되었다고 좋아하셨는데’ 언제 뵈었는지 자신이 무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을 끄집어내어 미란을 잠시라도 마음에서 밀어내 보려던 중에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용비마를 나무라며 말에서 내렸다. 마당으로 들어오는 말발굽 소리에 집안에서 모두 뛰어 나왔다.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

  애들이 우루루 달려 나오는데 정신을 차렸다. 이틀쯤 집에 안들어 왔던 것 같다. 하린이 애들 뒤에서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처럼 그들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걸 인식하였다. 기운이 빠진다. 옛날 하린의 모습이 아니었다. 고운 이빨을 드러내며 하루 종일 보고 싶었다고 달려 나오던 부인의 얼굴이 아니었다. 방에 들어서자 웃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어 주었다. 예전 같으면 웃옷을 벗길 때 손놀림이 부드러워 안아 주기도 했던 그녀였다. 이제는 아예 감정이 없는 듯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옷을 받아 아무렇게 걸었다. 말 한 마디 없이 방을 나갔다. 얼굴이 핼쑥하여 며칠 동안 병이라도 앓은 것처럼 보였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 줄 수도 없었다. 속 알이 시킨 자가 무슨 염치로 이런저런 말로 위로를 할 수 일을 것인가.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지만... 부엌에서 저녁상이 들어왔다. 아버지를 본 아이들은 밥상 앞에서 행복하다.

 하린이 아이들 시중드는 척 외면하였다. 자신은 집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 쩝쩝거리며 밥 씹는 소리만 입에서 크게 들렸다. 마음이 쪼그라들다 가도 생각했다. 가장이 뭐가 무서워 쪽을 못 쓰고 주눅이 들어야 하는가. 헛기침을 하였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물을 청했다. 하린이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다. 아랫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솥을 긁어 남편에게 구수한 숭늉을 가져다주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그 것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려 놓은 탕약 사발을 들고 들어 와 상 위에 올려놓으며 먹든지 말든지 하는 식으로 놓아두었다. 가져온 약을 안 먹는 것도 뭐 해서 벌컥벌컥 단숨에 마셨다. 뒤에 따라오는 입가심은 없었다. 상을 물리고 일어나려는데. 큰 아이가

  “아버지. 용비마를 타고 싶어요. 저도 커서 장군이 될래요.”

  “너의 나이가 몇이냐?”

  “열 살요.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세요. 저도 아버지처럼 장군이 되려면 말도 타고 활 쏘는 법도 배우고 칼 쓰는 법도 배워야 무과에 급제하지요. “

  마주 앉아 있는 아들을 쳐다보았다. 어린 줄 알았는데, 열 살이면 그런 생각을 할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자식이 전쟁에 나가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다. 다행히 세상이 안정되고 있지만 언제 또 오랑캐들이 조선 땅을 탐낼지 모르는 일이다. 열 살짜리가 벌써 자기의 꿈을 부모에게 말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여 아버지로서의 기품을 보여야 했다.

  “아직은 그런 생각 말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라. 말을 타기에는 아직 다리가 짧아서 안 될 것이고,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할 나이다. ”

  그나마 아들이 말을 걸어 주는 바람에 아비의 체면이 설 수 있었다. 하린의 행동에서 서늘한 찬바람이 쌩쌩 일고 있었다. 그런다고 자존심을 버리고 마음을 풀어 주기는 싫었다.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사랑으로 나왔다. 책을 읽기도 싫고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싫었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좋다. 대문 밖으로 나왔다. 뒷길로 접어들어 걸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붉다. 혼자 미란을 생각하고 싶어서다. 내의원에서 미란을 만났더라면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볼 일로 나갔는지 못내 궁금하였다.

  미란은 무극이 퇴궐하는 모습을 숨어서 바라보았다. 몸을 감추었다. 매성기를 만나야 하기에 그랬다. 곧 뒤 따라 나올 것이라고 기다렸다. 금방 매성기도 나왔다. 자신이 너무 대담하다고 생각했다. 남정네가 같이 갈 자리여서 용기를 낼 수밖에 없다. 얼른 매성기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다.

  “형수님! 어인 일이십니까? 형님은 벌써 퇴궐하셨는데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무극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시간이 촉박하여 당도해 보니 집주인과 산사람과 또 다른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옆 자리가 든든하였다. 미안함은 나중에 갚으면 되니 이 일이 성사되기만을 바랐다.

  “저의 오라버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집문서는 가지고 오셨나요?“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자리에 마주 앉으며 재촉하듯 물었다. 매성기도 의연하게 옆자리에 앉았다.

  “여기, 살펴보시지요.”

 집 주인이 내 미는 문서를 살폈다. 대지의 평수와 건물의 위치가 법도에 맞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 집문서가 틀림없었다. 살펴보고 매성기에게 건네주면서 살펴보라고 제의 하였다. 그들의 눈을 의식하해 미란을 여자라고 무시하지 못하도록 보여주기 위해 서다. 오면서 매성기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집주인의 도박 빚에 넘어가는 집이라는 것과 8백 냥이면 살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미란을 다시 보았다. 그 많은 돈을 모아 두었다는 데 미란을 다시 처다 보았다. 장터 몫 좋은 곳을 잡는다는 게 적은 돈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 그리 많은 돈을 모았습니까. 의원을 차린다는 걸 형님이 아신다면 무어라고 하실까요. 형수님의 의술을 형님도 아시는 일이니까 좋아하시겠지요.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좋아 하셨을 터인데. 정말 놀랍습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집을 사려 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미란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서 놀랍고, 적지 않은 돈이 있어 장터의 집도 살수 있다는 데 또 놀랐다.

  “아시다시피 제가 무슨 염치로 대감을 독차지 할 수 있겠어요. 제 일을 하면서 대감을 섬기고 싶어서요. 도와주세요.”

  무극이 부러웠다. 무슨 복으로 미란을 얻었나. 귀한 의술을 가졌으니 여인으로서 최고의 여성이 아니던가. 부러울 수밖에. 여린 여성으로 남정네와 마주 앉아 집을 흥정할 정도로 용기도 있는 여인이다. 그들에게 내일 집문서와 돈을 주고받으며 거례를 마무리 하자고 약속 했다.

  그런데 집 주인은 가지고 있던 집문서를 매성기 손에 바로 쥐어주었다. 함께 온 빚쟁이가 눈치를 못 채게 하는 행동이었다. 무엇을 믿고 통째로 맡기는 것일까. 혹시라도 빚쟁이가 마음이라도 변할까 봐 집 주인은 불안한 것이다. 매성기 손에 들어온 문서를 미란에게 주었다. 집주인인 입장에서는 미란이 문서를 가지고 도망 갈 여인이 아니라는 걸 믿고 혹시라도 하루 사이에 마음이 변하여 집을 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이기도 하였다. 집주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얼른 집문서를 안보이게 갈무리했다.

  “내일 여기서 돈과 문서를 교환하기로 합시다. ”

  집문서가 손에 들어오자 다시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매성기도 집을 보았다. 집을 사서 의원을 차린다니 대단해 보였다. 의녀는 의원이 처방한 약을 다려 환자를 돌보는 역할이 전부라 믿었는데 한자의 병을 고치는 의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데 놀랐다. 남자만 의원이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주막에서 저녁을 먹고 가세요. 오늘 제가 한턱 낼 겁니다. 산 아저씨도 함께요.”

  매성기는 또 한 번 놀랐다. 저리 화통한 여인이었던가. 의녀의 옷을 입고 있었던 얌전한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가 주막에 들어 막걸리와 부침을 시켰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 두 사람 앞의 잔에 술을 따랐다.

  “아저씨, 내일 집을 넘겨받게 되면 수리를 해야 합니다. 아저씨가 좀 맡아 주세요. 집 구조는 제가 알아서 해야 하지만 일하는 것은 아저씨가 해 주실 수 있지요.”

  산 아저씨 잔에다 술을 따르며 부탁 하였다. 집문서가 손에 들어 왔으니 집산다는 게 확실하기에 미리 부탁하는 것이다.

  산 아저씨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일이라면 못하는 게 없다. 돈이 생길 것을 생각하니 신바람이다.

  “어떤 일이든지 맡겨만 주십시오.”

  주막에서 배가 부르게 먹었다. 거리를 걸었다. 하늘을 안은 것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예전에는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의원을 차리게 되었으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무극이라도 옆에 있다면 기쁨을 함께 하고 싶었다. 매성기와 갑자기 가까워졌다. 그의 부인도 이제 알고 있다. 아끼던 한복을 주어 혼인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평생 잊을 수 없는 부부라고 속으로 여기고 있었다.

  “지난번에 혼례를 주도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어요. 이제 동기간처럼 가까이서 살아요. 제가 고마움을 갚을 게요. ”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혈혈단신이 되어버린 궁궐에서도 공부만 하고 살아서 동료들의 정을 모르고 살았다. 이제 궁궐을 떠나 사람들 틈에서 병든 사람을 위로 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고 싶었다. 이제 통 큰 여인으로 가슴을 펴고 살 수 있다는 자부심이 가슴을 뛰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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