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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8화
작성일 : 19-11-01 21:2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1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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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한 건 삶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미란도 그러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였다. 목숨을 부지한 것도 천만다행한 일인데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품게 되었으니 신에게라도 고개를 숙이고 싶었다.

  그것은 신의 조화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에너지의 분출일 수도 있다. 신의 세계는 변화무쌍해 다양하여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마음에 틈이 생기면 령靈이 나타나 자신도 모르는 일에 빠져드는 계기를 만든다. 무극이 사랑에 빠진 것도 어찌 보면 인연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신의 장난이라 해도 그렇다고 해도 지루한 인간사에 한번쯤은 미치도록 행복해 보고 싶은 게 시대와 상관없이 인간 최대의 희망이다. 신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 인간을 놀린다. 사랑이니 인연이니 하는 말로 연결 지으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신의 그물에 걸려든 것이다. 기름에 불 일어나듯 감당할 수 없는 게 남녀 간의 사랑이다. 신은 인간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뒤에서 즐기며 웃고 있지만 그곳을 벗어나려는 사람은 없다. 한번 쯤 그러한 경험을 하고 나면 고정관념으로 일관하던 사람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성공의 길에서 더 올라갈 곳이 없을 때 또 다른 길을 찾게 만드는 것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솟아나는 욕망이다. 그 욕망이 진보적인 예술혼이 라든가, 건전한 스포츠열정이라면, 상상외의 반전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 무극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조선이 권위적인 남성 중심사회 이기에 무극의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까맣게 지워진 과거의 일들이 현재에 살아있다. 무극과 나는 하나의 마음으로 현재를 초월해 넘어 과거를 살고 있다. 그러한 설명이라면 무극의 사랑도 이해를 해볼 만한 사건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입궐해 매성기를 불렀다.

  “집을 알아보았는가?”

  “네, 대감. 궐 밖 남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에 마땅한 집이 있었습니다. ”

  “그래 어찌 하였는가?”

  “알아보니 관직에 있던 사람의 집인데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답니다. 전답도 주위에 있어 한 가정이 살아가는 데 적당 합니다.”

  “그럼 되었네. 그곳을 사 두게.”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쯤인지 물어 보나마나 매성기의 판단을 믿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혼란스럽던 나라의 사정도 점점 전기로 접어들고 국력을 튼튼히 하라는 임금의 어명에 따라 무기에 대한 연구와 실험으로 분주하였다. 조선군의 강화 훈련은 지금껏 겪어 온 전쟁을 상기시키는 데 기본이 되었다. 선조 즉위 동안 무관의 출세 길이 열리고 있었다. 어려움이 많았던 조선의 서민 부모들은 나라의 정책을 환영하고 동참하며 희망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전쟁이 없는 나라는 그 만큼 활기가 넘친다.

  지나간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이다. 무극이 대신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던 날들이 지났다. 그들 머릿속에서 차츰 지워지고 있었다. 병권을 잡고 있는 병조판서는 그들에게 서리발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영웅이었던 칭호가 사라지는 게 차라리 좋았다. 엄정했던 군기서슬한 몸과 마음이 한 여인을 품고부터 긴장이 풀리고 외모와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체중도 늘었다. 전장의 장군이었을 때의 얼굴과 관복을 입었을 때의 얼굴이 차츰 변하고 있었다. 아랫사람들과 농을 할 정도로 달라졌다.

  “대감께서는 요즘 기쁜 일이 있으신 것 갔습니다. 얼굴에 화평한 미소가 떠나지를 않으십니다.” “내 얼굴이 그리 보이는가. 장군복보다 관복이 그리 만드나 보네.”

  “지금껏 하신 일이 얼마입니까. 노력하신 만큼 얻는 거지요.”

  다름 아닌 매성기였다. 병조판서가 되면서 매성기를 천거하여 함께 자리를 옮겼다. 그와 무과에서 겨뤘던 게 어제 일 같은데 세월이 두 사람 사이를 친숙하게 해주었다.

  “집은 왜 필요하십니까?”

  매성기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무극의 처가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 그 반대쪽으로 집을 구하라 하던 무극이 이상하게 생각 되었다. 혹시 기생이라도 넘봤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봤지만 어디를 보나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혹여 그렇다고 해도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용맹스럽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지금도 매성기는 무극을 존경하였다. 직위가 직위니 만큼 무개 감 있는 무극의 존재를 생각하면 그가 일탈을 하더라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친 김에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었다.

  “처첩이라도 생겼습니까. 하하하”

  무극은 이 사람에게는 말하고 싶었다. 의녀의 일은 그때 대원들 간에도 놀림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의녀 미란은 대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어서 각자 가슴에 품었다. 의녀는 무극의 것이라고 훈련대장이 점찍어 놓아 대원들이 웃으며 받아 넘기던 생각이 났다. 그랬는데 갑자기 병조판서 사위로 장가가는 바람에 소문은 흐지부지 뭍이고 말았다. 안달흥의 딸도 미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여 모두 무극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그런데 설마 다른 시앗을 보려는가.

  매성기가 의녀 미란을 탐해볼까 뜸을 들였던 적도 있었다. 어느 날 내의원을 나갔다는 소문에 대원들 모두가 아쉬워했다. 매성기도 혼인하여 가정을 가졌다. 이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우로서나, 대궐에서 함께 일하는 관원으로서나 친근함이 형제 같았다.

  “옛날에 대감을 놀렸던 별동부대 사람들이 점찍어 놓았던 내의원 의녀는 아직도 혼인을 못했는지 안했는지 혼자라면서요, 그때 대감이 좋아하지 않았나요? 모두가 그리 알고 있었는데. 그 때는 어찌하여 갑자기 안대감의 사위가 되었던 것이요? 우리들은 그게 무척 궁금하였는데요 .”

  미란의 일이 매성기 입에서 나오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나간 일들이 아련하다.

  “장인의 그물에 걸려들었던 거지.

  그 때 일을 생각하면 혼인을 번개 불에 콩구어 먹었다는 말을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첫 만남에 첫날밤을 치뤘으니 어쩌 겠는가 혼인하는 수밖에, 그런 게 인연이라고 했지 장인이.” 무극은 그 때를 회상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대단한 양반이네. 금지옥엽처럼 키운 딸을 선보는 자리에서 바로 첫날밤을 치르게 하다니 대감이 얼마나 탐이 났으면 그런 작전을 세웠겠어요. 그분이야 말로 정말 군인정신을 자식에게 실천하는 놀라운 결단을 하였습니다. 대장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서슴없이 도둑이라는 남자에게 딸을 선뜻 내어주었겠습니까. 이해가 됩니다. 하하하.” 매성기는 지금에 와서야 진위를 알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누구라도 빠져나오지 못했겠어요. 서민으로 살아온 대감이 그런 자리를 어떻게 뿌리치겠습니까. 마음에 안 들어도 혼인했을 것인데 그리 예쁜 부인을 만났으니 대감은 처복도 있고 관복도 있는 거지요. ”

  매성기는 무극이 부러웠다.

  “내의원 의녀만 불쌍하게 되었었네.”

  새삼 하린과 첫날밤을 맞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린은 아버지로부터 무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무극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만나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 남자가 보통 남자인가 남자 중에 상 남자인 것을, 하린도 혼기에 가까운 나이였기에 보는 눈은 있었다.

  무극의 입장으로는 갑자기 고운 처자를 직접 앞에서 대하고 보니 남자의 욕심이 발동하여 절차도 없이 첫날밤을 치루었다. 남자가 여인을 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순수하게 지냈던 하린과의 정이 미란을 다시 만나고부터는 그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의무였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내가 내의원 의녀를 생각한다면 자네는 나를 어찌 여기겠는가?”

 미란에 대한 마음이 입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매성기는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당연히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용기가 났다.

  “그럼, 의녀와 살림을 차리려고 집을 장만하는 겁니까?”

  매성기는 옳구나! 그것이었구나, 저 옳곧은 무극이 일을 저질렀구나, 순간 부럽고 질투가 일었다. 내면의 감정을 누르고 무극을 쳐다보았다.

 할 말이 없다. 곧 알게 되겠지만 어쩔 수없이 털어 놓아야 했다. 그래도 매성기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 솔직하게 털어놓고 의견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 전에 내의원에 갔다가 임의원을 만났소. 임 의원이

  “의녀를 책임지라”

  하는 농담 섞인 말로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 속에 뼈가 담긴 진심을 보았소. 그 한마디 말에 용기를 내어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임의원의 말 속에는 그녀가 지금껏 나 때문에 혼인도 하지 않고 있다는 암시 같은 것이 있었소. 그 걸 아는 순간 마음이 무거웠소.“

  이번 일에 동지가 되어 달라는 듯 쳐다보는 무극의 표정이 간절했다.

  매성기는 무극의 말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극이 혼인하자 의녀 직을 버린 것도 그런 맥락으로 생각이 들었다. 인연의 고리는 비켜갈 수 없다더니 무극과 미란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동의하였다. 매성기의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 힘이 되었다. 고마운 동지라는 생각을 했다.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함께 치렀던 전우애를 새삼 다시 느꼈다. 가족에게 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해도 된다는 동지를 만났으니 마음을 터놓고 모든 것을 상의하기로 하였다. 우선 집을 마련하여 그녀를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만나도 되겠다는 자신감에 흥분되었다.

  매성기가 나가자 궐 안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와 바깥으로 나갔다. 평소 습관적으로 그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가 빠른 걸음으로 퇴궐하면서 담담히 보았던 대궐 내부가 갑자기 화려한 문양으로 다가와 무극의 눈을 자극하였다. 병조판서의 집무실은 대궐 전체를 품어 안아 보호하는 뜻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임금이 기거하시는 강녕전이라든가 중전의 처소인 교태전이라든가 수많은 후궁들의 시샘의 눈길이 검은 기와 속속 마다 스며있는 대궐, 무엇인가 바라기를 하는 나인들의 성숙한 몸매를 감히 탐내 볼 수도 없는 대궐, 무극은 아무리 대궐의 지붕이 높고 엄하다 해도 대궐 내부 깊은 곳에서 일어 날수 있는 남녀 간의 애정행각을 상상해 본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자신이 그런 행각으로 행복해 하는 장본인이 라 서인가. 대궐은 분명히 다른 세상이다. 곧았던 성품이 일시에 와 르르륵 무너지는 기분이다.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임금의 치하 한 마디에 뼈마디가 녹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임금의 한마디에 초개처럼 목숨이 달아나기도 하는 살벌한 대궐인 줄 알았는데 오늘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촘촘히 정교하게 다듬어 쌓아올린 일직 선의 담. 궁궐의 경계는 위엄의 상징이 되었고 담벼락 사이의 역사는 고목들의 의연함이 말해주고 있다. 다듬어 속살이 깐깐한 대궐의 곧은 기둥들과 서까래에 물들어 있는 그 화려한 문양들,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기왓장들의 맛 물림이 한 치의 틈도 없이 잘 어우러진 건축의 극치, 고려가 망해 무너진 자리에 조선이 세운 역사, 수많은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 모든 것들을 어우른 대궐의 풍경은 경외 스럽다. 무극의 눈에 사물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섬세하여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여인의 모습처럼 보였다.

 

  곡선의 계절

 

  촘촘한 기와 솔기마다 천년의

  봄 햇살 담금질 할 때

  비 개여 고운

  청산에 무지개 따라

 가야금 소리 돋우네

 

  헐거워 진 틈새마다

  화폭 그림 휘몰아쳐

  부풀린 역사 증명하고

  소슬 문 열고 보니 고목에

  흰 단풍 꽃 피었네

 

  무극은 이것저것 서류를 훑어보며 매성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에 약사발을 들고 먹기를 기다리던 하린이 이런 사연을 알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 것인지 알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며 마음을 정했다. 내의원으로 내달리려는 마음을 간신이 붙잡고 서성거렸다. 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었다. 관복이 무색할 일이다. 매성기만 들어오면 된다, 매성기만 들어오면 된다. 최면을 걸어서라도 참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매성기가 들어오면 미란과 집을 보러 말을 타고 갈 것이다. 집을 보는 그녀의 얼굴이 궁금하다.

  매성기에게 털어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 찬성하여 도와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랐다. 해가 질 무렵 그가 웃으며 들어왔다. 잘 되었다는 신호다. 내의원에 다녀오라 하였다. 미란에게 퇴청 후 성 밖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들려 보냈다. 무극의 명령으로 내의원을 방문했다. 내의원 의녀들과 따로 친하지 못한 탓에 미란에게 직접전해 주고 싶었지만 전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한 의녀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소리만 하고 나왔다.

 

  사미란은 명종 임금 때 여진족 소탕 작전에서 포로가 된 여진족 장수의 딸이다. 전쟁 포로가 된 미란의 아버지는 조선 여자와 결혼하여 사미란을 낳았다. 미란은 열네 살에 대궐의 나인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심한 돌림병으로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주변사람들은 어린 미란이 불쌍해 내의원에 보내주었다. 그때 내의원의 일손이 모자라 임언국 의원과 가까이 지내면서 일을 도왔다. 총명한 미란은 내의원의 의서를 읽으며 의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아는 게 많아지자 임의원이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면 바로 알아들었다. 미란과 임의원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아 서로 정이 들면서 자식처럼 부모처럼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 미란과 어머니를 남겨 두고 아버지가 사라졌다. 미란이 궁궐로 들어와 있을 때의 일이다. 몇 년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은 남자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딸 미란이 집에 없으니 그 어머니의 외로움도 컸을 것이다. 어머니만 믿고 살았던 미란은 어느 날 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시집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니던 내의원을 그만 두었던 것도 무극이 혼인한 것에 대한 실망도 컸지만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도 컸던 탓이다. 다행이도 어머니는 미란에게 살던 집을 물려주고 갔다. 미란의 어머니는 이웃의 벗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과 함께 혹시 미란의 아버지가 돌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니 집을 지키라는 말을 서신으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미란은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사랑을 느끼던 무극에 대한 서운함이 컸다. 집에 있는 동안 임의원이 다녀갔다. 그녀의 처지가 불쌍하여 내의원으로 다시 들어오라는 말을 하였다.

  “어머니를 미워 하지마라. 너를 버렸겠느냐?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무작정 어머니를 기다린다고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 너도 살아야지. 의녀 노릇하면서 좋은 사람이 생기면 혼인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아야지. 어머니는 어머니 인생이 있고 너는 너의 인생을 살아야지. 며칠 쉬고 내의원으로 나오너라.”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임의원이 아버지 같았다. 고마워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궐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신 사라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돌아 가셨다면 소식이라도 있을 텐데 아무소식이 없으니 살아계신 거였다. 미란은 아버지가 여진으로 다시 돌아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잘은 모르지만 거기에도 가정이 있을 수 있겠다는 게 철이 든 미란의 생각이었다.

  조선 땅에 들어와 살던 여진족들이 다시 세력을 결집하면서 조선에 귀화 하여 살고 있는 여진 병들을 위협하여 데려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여진족의 세력이 강해질 때 대대적인 여진족 소탕 작전이 실시되었다. 조선의 군병들이 무자비하게 밀어붙이자 미처 달아나지 못한 여진족이 모두 몰살을 당했다. 그럴 때 죽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늘아래 혼자 버려진 미란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살고 싶지도 않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임의원이 자기를 가엽게 여겨 한말이 생각났다. 내의원 의녀로 돌아오라던 말이 귀에 쟁쟁하였다.

  의학 공부를 할 때는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의술로 고치는 의원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던가. 그들을 보살피며 살리라고 마음을 정리하고 내의원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잊으려 노력했던 무극의 소식을 들었다. 비록 남의 남자가 되었지만 한때 마음을 다 주고 사랑했던 사람의 안위가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그러한 마음을 의원에게 밝히고 대궐의 일을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연통을 받고 무극이 떠나는 날 성 밖에서 무극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리던 사람을 만났다. 말 위에서 내려온 무극을 대할 때 벅찬 가슴을 속일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을 무극도 아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일년 가까이 무극의 소식을 듣지 못한 미란은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듯 천지신명께 기도했다.

  무극이 내의원에 들리자 미란을 책임지라는 임의원의 말은 농담처럼 뱉은 말이 아니었다. 미란을 생각하여 한 말이었다. 정실이 아니어도 무극이 미란을 품어 준다면 외로운 미란이 행복하게 살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작은댁 한명 더 둔다고 해서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양반가에는 흔한 일이었다. 웃을 줄 몰랐던 미란이 무극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얼굴도 달라졌고 행동도 달라졌다.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다른 사람은 모를지 모르지만 의원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매성기로부터 편지도 받았다. 모르는 척 속으로 웃기만 하였다. ‘잘된 일이야, 저리 행복한 얼굴은 보지 못했지.’

  미란은 이미 여의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터라, 이제 어디에 내 놓아도 뒤쳐질 인물이 아니라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 뒤에서 든든한 배경으로 응원해 주는 무극과 임의원이 있다는 든든함이 그녀를 변화 시켰다.

  무극은 말 위에 앉아 성문 밖 나무 아래서 미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성문을 나서는 장인의 가마를 보았다. 어쩔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는 사이에 장인이 먼저 알아보았다. 말 타고 다니는 사람이 흔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사위가 타고 다니는 용비마를 못 알아 볼 리 없었다.

  “자네, 퇴궐하나? 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왜 하필 이때 장인이 나타나 어렵게 하는가. 잠시 짜증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마주침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얼른 앞으로 가 인사를 하였다.

  “퇴청하십니까?”

  “하린이가 자네 몸을 생각해 보약을 지었다고 자랑하더구먼. 일찍 들어가게.”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장인이 가는 길을 비켜 주었다. 성문을 나오고 있는 미란을 보았다. 장인이 혹시 돌아보지나 않을까 불안하여 장인이 탄 가마를 한참 보고 있었다. 장인은 돌아보지 않고 가고 있었다.

  말에서 내렸다. 마주선 두 사람은 웃었다. 무엇이 두렵겠는가. 병조판서의 직위를 가졌다. 누구도 함부로 쳐다보지 못할 고관대작의 얼굴이다. 그러나 미란은 그를 마주 보며 옥수수 알처럼 고른 이를 드러내 웃었다. 예뻤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미란의 손을 잡고 말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늘이 지고 있는 높은 담장이 하루의 일을 마치고 고르게 어둠을 펴고 있었다. 앞 뒤로 나란히 앉아 가슴에 무극의 등을 품었다. 무극은 등으로 전해지는 뭉쿨한 촉감에 말고삐를 잡아챘다. 용비마는 말발굽 소리를 내며 달렸다.

  당당하자. 허리를 길게 펴 그녀가 편안하도록 하였다. 시대로 보아 드물게 살고 있는 미란을 모든 사내들은 마음 설레는 상대다. 임금의 주치의로 대궐에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은 누가 뭐래도 미란이 최고의 여성이라는 의미다. 무극으로 인해 곧 드러나게 될 미래의 미란은 조선을 대신할 그러나 아직은 멀기만 한 미래에 신여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무사의 가슴에 불을 지른 신여성이 나아갈 길이 지금 시작되는 것이다.

  무극은 매성기가 집을 사놓았다는 말만 듣고도 가슴 뛰었다. 말에 오른 미란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녀와 손을 잡고 걸으면서 장래에 대한 설계를 도란도란 의논하고 싶었다. 남들이 부러워 쳐다보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란의 두 손은 따뜻했다. 무극은 집이 가까이 오자 집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어련히 알아서 집을 사 놓았을 테지만 미란의 마음에 들지 걱정이었다. 이제 그 집에서 미란과 단 둘이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데 생각에 가슴이 뛰고 행복했다.

  “당신이 보고 싶어 가슴이 아팠소. ”

  말을 타고 오는 동안 행복하였다. 무극의 말에 미란은 가슴이 떨렸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말 하고 싶었지만 무극의 등에 꼭 달라붙어 얼굴만 붉혔다. 무극의 손길이 따뜻하여 가슴이 떨려왔다. 그동안 많은 가슴앓이가 컸지만 한꺼번에 눈 녹듯 사라졌다.

  말을 달렸다. 궐 밖의 거리에서 남쪽으로 20마장 떨어진 곳으로 달렸다. 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번잡하지 않은 곳이어서 마음에 들것이라는 매성기의 말이 생각났다.

  매성기는 대원들을 오랜만에 찾아갔다. 그의 탁월한 말주변에 부하들은 가슴이 설렜다. 매성기는 별동부대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들에게 미란과 무극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고조 되었다. 매성기는 병조판서를 모시는 직책을 맡으면서 그들과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소식은 혈기왕성한 피 끓는 청춘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신나는 일이었다. 그리도 과묵했던 무극이 여인을 탐했다니 뉴스거리다. 매성기는 그들이 좋아할만한 말만 하였다. 마치 자기가 여인과 사랑에 빠진 양 무극의 밀애를 위해 사 놓은 집을 손질하여 사람이 살기 좋게 해놓자는 그의 말에 대원들은 신바람이나 일사천리로 집수리를 겸비해 순식간에 깔끔하고 멋있게 집을 꾸며 놓았다. 그들은 기뻤다. 무극과 다시 한 번 뭉치는 계기를 기대하며 신바람이 났던 것이다. 매성기가 그들을 만나 싱글벙글 거리며 자신의 일처럼 흥분하여 가슴에 묻어 두기에는 아까운 소식을 전한다며 대원들에게 은밀히 털어 놓았다. 대장이 미란을 다시 만난다는 매성기의 말을 듣고 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그런 날이 오는 거야!.”

  “관복을 입고 보니 용기가 난거지. 대장이 일 한번 크게 쳤네.”

  다들 좋아하며 축하해 주었다. 이제 자주 모이는 장소로 점찍어 놓았다며 더욱 환호했다.

  미란을 안고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이 탄탄하게 다가왔다. 마당이 넓어서 좋았다. 혼자 살기에는 큰 집이었다. 대문에 들어 설 때까지 어디를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낯선 집 앞에서 말을 내린 미란은 혹시 무극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길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마당에 들어서니 집의 처마도 높고 기와를 바치고 있는 서까래도 깔끔하게 정렬되어 보였다.

  “내가 주는 선물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살펴봐요,”

 무극의 말에 미란은 무극의 손을 잡고 놀랐다. 눈물이 흐른다. 이 무슨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가. 집안이 넓고 깨끗하였다. 집 안에서 누군가 신발을 끌며 반겨 나올 것 같이 산뜻하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겠다 미란은 무극의 허리를 끌어안고 고마움의 표시로 무극에게 입을 맞추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어서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음을 알아주시오.”

  미란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새 살림을 차려 놓았다. 금방 부엌에 나가 밥도 지을 수 있게 정리 되어 있었다. 세 칸으로 되어 있는 방은 옷장이며 밥상이며 이불이며 가지런히 제 자리에 놓여 있었다. 미란은 하도 이상하여 물었다.

  “누가 살다가 그냥 두고 간 것 같아요. 언제 이런 집을 마련했대요?”

  “아니요, 모든 것을 새로 장만하였다오. 정신을 잃고 쓰러저 있을 때 함께 걱정 했던 별동부대 대원들이 합심하여 만들어 놓은 충심이요.”

  “그 분들이 우리의 일을 알고 있나요?”

  “그리 되었소, 매성기를 통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해 주면 좋겠소.”

  미란은 창피하여 얼굴을 가렸다. 방에 들어오니 부엌에 군불이라도 지펴놓았던지 온기가 돌고 있었다. 이 방 저 방 살펴보았다.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남자들이 완벽하고 빈 틈 없이 만들었군요. 저는 이제 어찌하면 되는지요. 여기서 살아야 하나요.”

  미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무극과 살림을 차린다 해도 의녀의 일은 놓고 싶지 않았다. 이미 며칠을 생각한 문제다. 남의 서방을 뺏어 살아야 하는 못된 여자로 무극만 바라보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들어오지 않을 대감을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삶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것은 무극의 부인에게 못할 짓이다. 미란은 자기 일을 하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무극을 사랑하고 싶었다. 이제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무극에게 아직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도 못했던 커다란 집을 선물이라고 하는 무극의 말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무극이 살라고 하면 살아야지 다른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꼭 그러라는 것은 아니고 당신도 알다시피 나에rps 가족이 있지 않소. 그게 당신에게 미안해 우리들이 만나서 며칠씩 묵어갈 집으로 마련하였소, 천둥벌거숭이처럼 어린 나이도 아니고 머물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믿음이 갔다. 믿고 의지하겠다는 깊은 정이 솟았다.

  대궐과 거리가 있어서 두 사람이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란은 무극의 마음이 고마웠다. 이제 다시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우선 부엌에 들어가 보니 살림에 소용 되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극에게 한 끼 밥이라도 지어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웃옷을 벗어놓고 부엌으로 나갔다. 있는 대로 불을 지피고 솥뚜껑을 열어보니 밥을 지어도 될 정도로 깨끗했다.

 

  하린은 무극이 들어오면 먹일 약을 달이는 약 탄관을 수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무 불 조절을 하느라 들락거렸다. 늦는 날이 많은 줄은 알지만 어제 저녁에 당부했던 생각이 났다. 이제나 저제나 문 밖 말울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었다. 지난날 일본으로 떠난다는 말에 하늘이 노랗게 무너지던 때를 생각하면 살아서 돌아온 남편이 소중하고 소중했다. 밤낮으로 부처님께 빌었다. 남편이 살아 돌아오게만 해준다면 그것으로 족히니 다른 소원은 빌진 않겠다고 수없이 마음속으로 염원했던 생각이 났다.

  죽을 각오로 눈물을 참아야 했다. 떠나는 남편의 마음은 오죽했으랴 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애를 태우며 기다렸다. 살아 돌아 온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 병권을 좌지우지하는 병조판서의 중책을 맡게 되었으니 이제 남편을 나라에 바치고 살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병조판서 자리에서 내려온 아버지도 아들 같은 사위에게 자리를 물려줬다는 자부심으로 대제학자리로 벼슬로 좌천되어도 기뻐하였다. 설마 다른 여인을 품었다는 생각은 꿈에 서라도 해 본적이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아예 약탕관을 불에서 내려놓았다. 지금껏 밖에서 자고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것으로도 남편을 믿었다. 친정 가까이 살림을 차리라는 어머니의 말에 자신이 고집을 세워 친정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살림집을 차렸다. 아버지의 직위에 눌려 남편이 싫어할까 배려하여 정했던 것이다. 하린은 그렇게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임금에게 남편을 추천하여 왜군의 적지로 보낸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한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아찔함을 느꼈지만 지헤롭게 받아 드렸다. 이미 막을 수 없고 막지도 못할 일이었다. 원망하는 마음을 스스로 내려놓으려고 노력 하였다. 하지만 남편에게 셋째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가슴 저리는 날이 반복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세월을 보냈다. 어린 아이들이 불쌍해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이젠 말끔하게 지워졌다. 행복하게 살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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