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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7화
작성일 : 19-11-01 21:22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1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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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남자로 태어나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어쩌겠는가. 예쁜 여자와 사랑도 해보고 싶은 것이 남자의 또 다른 욕망이다. 아무리 나라를 걱정한다 해도 나라보다 여인을 향한 사랑이 더 깊다. 무극도 잠시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녀와 마주 앉아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게 되었다. 술기운이 모두 사라졌지만 하린과 마주 앉아 있으니 술에 취한 듯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에서 열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녀 앞에서 말이 술술 나와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서로 대화거리를 찾느라 고생하지도 않았다. 하린은 아버지에게 들었던 무극의 용감했던 일화들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린과 마주 앉아 있으니 누이동생처럼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져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어려움이 없었다.

  “장군께서 타고 오신 말이 너무 잘 생겼어요. 장군님을 닮은 것 같았어요. ”

  하린의 스스럼없는 말에 마음껏 웃었다. 어찌 그리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을까. 무서워만 보이던 병조판서 안달흥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

  밖에 세워둔 말이 생각났다. 이제 일어나도 될 것 같았다. 처음 와 본 집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이 걱정이다.

  “그렇습니까? 임금님께서 하사하신 말이지요. 무과 장원의 상으로 용비마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지요. 이제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지요. 안보면 보고 싶더라구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용비마만 생각하면 즐겁다. 용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말을 타고 달리면 모든 응어리가 풀렸다. 오래도록 함께 할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생각해 보니 용비마에 올라타는 순간 늘 용기가 솟았다. 용비마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

  대감은 안채에 들었는지 사랑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려운 사람이 없으니 자유로웠다. 하늘을 가지리라 마음먹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믿음의 숫자로 간직한 2018의 비밀은 아직 모르지만 행운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 행운이 내게 손을 내밀어 준다는 느낌도 들었다. 대감이 들어왔다.

  “너는 장군이 쉬어갈 자리를 마련하여라. 오늘 여기서 묵어갈 것이니.”

 무슨 말인가? 묵어가다니 한마디 물음도 없이 마음대로 정하고 있었다.

  “밤이 깊었으니 내일 나와 함께 가세. 밖에 있는 말도 안으로 들여 잠을 재울 것이네. 이것이 인연 아닌가. 다른 소리하지 말고 그리 하게나.”

  나의 윗도리를 들고 안에다 소리를 질렀다. 하린의 시종인 듯 소녀가 들어와 내 웃옷을 받아 들고 따라오기를 바라고 있다. 방에서 내 쫓기는 기분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 방까지 따라가 보니 거기에 어느새 하린이 서 있었다. 하린의 시종이 하는 말에 놀랐다.

  “아씨, 안녕히 주무세요.”

  내 얼굴을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하린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여기서 둘이 자란 말인가. 하린이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부자리는 금방 꿰매 만든 것처럼 포근하게 펴져 있었고, 요 위에는 베개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뒷간에 들자마자 밑 닦게 가져오라는 식의 안달흥의 행동이 군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서 웃음이 나온 건 아니다. 그의 행동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참을 수 없었을 뿐이다. 이 황당한 자리에서 하린의 입장이 난감하리라 생각하니 너무 웃을 수도 없었고 그 자리를 비켜날 수도 없었다. 대감의 속을 알았으니 더 무어라 거부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으며 그녀 손을 잡아 함께 앉기를 청했다. 얼굴을 붉히며 안절부절 하는 그녀가 귀엽다.

  그렇게 병조판서 안달흥의 사위가 되었다.

 

  선조는 무극과 만나는 자리에서 언제나 무기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무기를 제조하는 곳을 함께 찾아가곤 하였다. 군사적 목적으로 만든 그 무기들을 크게 활용하여 전쟁에서 승리를 쾌거를 이루었다. 화포 개량 및 제작 등에 선조는 국고를 아끼지 않았다. 선조가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조총'이었다. 선조는 변란을 겪으면서 왜군이 사용하는 조총을 개발하고 국가적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 무과 시험의 새로운 규정을 반포하였다. 무과 시험에 조총 사격 시험을 새로 추가시킨 것인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에겐 금군이 될 수 있거나, 아니면 후한 상을 내려는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선조는 조총 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노비든 양인이든 신분을 막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실력이 있는 노비에겐 면천의 특혜를 주었고, 예비 포수의 가족들에게 곡식과 상금을 내리는 등후하게 대우를 해주었다.

  무극은 호위병 장군으로서 임금이 계획한 무과 시험을 총괄하고 무급제한 젊은 무인들에게 금군 훈련을 시키는 한편 적이 동태에 따라 대궐 수비에 만전을 기하는데도 노력하였다.

  장인 병조판서 안달흥이 권력의 기둥으로 가족이 된지도 몇 년이 흘렀다. 아이도 생기고 가정도 안정되었다. 오랜만에 내의원에 들렸다. 임의원을 찾아 인사를 하고 의녀 사미란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미란은 동경하였던 무극이 병조 판서 댁 규수와 혼인하였다는 소식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기의 처지에 그런 사람을 사모한 것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달랬었다. 가끔씩 들려 모습을 보여주던 무극이 뜸해지자 살아갈 희망이 없어 얼마 동안 집에서 쉬었다. 그러나 생활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엄의원의 배려로 다시 내의원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이제 고 참으로 의녀들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첫사랑의 상처를 잊었다. 이제 교대근무가 아닌 정상적으로 등 퇴청을 하는 의녀가 되었다. 결혼 적령기가 넘은 나이지만 무극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상처가 깊어 혼자 살기를 마음먹었었다. 그녀의 의술도 늘어갔다. 임의원의 직계 제자로서 의술을 배우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임의원 뒤를 따라 대궐에 들어갈 때도 있었다. 왕가의 건강을 책임지는 임언국 의원의 입지가 대궐의 왕실에 주치의로 왕래하는 의원으로 발탁되어 있었다.

  무극은 지나다 우연히 내의원에 들른 듯 태연을 가장했다. 미란 의녀에 대한 안부를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장군님이 오랜 만에 오셨습니다. 혼례를 올리셨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생겨서 좋으시겠어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주고받는 대화 같았다. 임언국의 말투에는 섭섭함이 숨어 있었다. 그녀 모습이라도 보고 싶었다. 미란 의녀가 들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무극은 반가움에 웃었지만 미란은 외면하고 있었다. 무극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남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를 보는 순간 배신감이 가슴 깊이 사모 쳤다. 이미 남의 남정네에게 시선을 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닫고 그가 왜 왔는지를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속내를 감추고 아무 느낌도 없는 것처럼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고개만 까닥하고는. 환자에게 쓸 붕대와 솜을 가지고 나갔다. 무극은 무언가 미란에게 죄를 진 것 같은 묘한 심정으로 서 있다가 내의원을 나왔다. 의녀는 병자를 정성껏 치료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환자의 상태를 살펴주는 것이 당연하다. 무극은 그러한 생각으로 미란에 대한 마음을 정리 하였다. 기절해 있는 동안에 의녀가 자기에게 특별히 잘해 준걸로 착각하여 그녀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였다. 미란도 환자를 대하는 감정보다 그 이상의 마음으로 무극의 상태를 애태우며 지켜보았다. 이제 미란은 뒤돌아 나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다. ‘한 사람의 환자 였지.’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여인과 사내였다.

 

  끊이지 않은 전쟁에 백성의 생활은 궁핍하였다. 아들은 전쟁에 나가고 아녀자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정도 많았다. 나라의 새로운 정책을 따르면 노비의 멍에를 벗을 수 있다. 그들이 자유를 찾는 길이었다. 아무리 권세가 높아도 임금의 어명을 어길 수 없음을 알고 노비들은 주인집에서 다 이탈해 나오고 여인들만 농사일을 하게 되는 시절이 선조 임금 때 있었다.

  그럼에도 노략질을 일삼는 왜군의 침략을 다 막아내기가 어려웠다. 왜군에게 이길 수 있는 묘책으로 수군의 증원을 아뢰는 파발이 대궐에 당도 했지만 어전 회의에 나라의 안위를 강 건너 불 구경하 듯 대하는 자들에 의해 점점 위험수위가 높아 갔다. 계속 이러한 혼란 속에서 살수는 없다는 게 선조의 속마음이었다. 평소에 부처를 팔아 먹고사는 중들을 무시하여 절에 종을 모조리 수거하여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라는 어명을 내렸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라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적과 타협하여 육침을 막을 수 있는 묘책이 있다면 그가 누구라도 외교를 하게끔 도와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전국에서 중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이 마당에 불교를 탄압하는 명분이 서지 않았다. 강한 억불 정책은 불교를 숭상하는 대비마마를 정사에서 배제하기 위한 선조의 자존심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나라가 이 지경에 빠진 것은 혹시 불교를 멸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 약한 생각도 했었다. 어쩌면 도를 가진 고승을 발탁하여 외교를 맡겨 보는 것도 나라 살리는 한 가지 묘책이라고 데에 마음을 굳혔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궐의 철통같은 수비를 담당하였던 무극은 병조판서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어려운 일은 어느 누구라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대감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희 할 일이 그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할 일을 했을 뿐이지요.”

  안달흥이 물러나면서 그 자리에 무극을 추천한 것이 외침으로부터 나라가 안정되는 시기였다.

  의녀 미란은 보이지 않았다. 병실을 돌고 있는 모양이다. 임의원은 한 의녀에게 차를 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수의녀 미란을 불러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무극을 자리로 안내하며 앉기를 권했다. 임의원도 마주 앉았다.

  “천운이십니다.”

  차반을 들고 미란이 웃으며 얼굴을 붉혀 인사를 한다. 눈이 마주쳤다. 애틋한 순간이다. 서로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찻잔에 담아 차를 따른다.

 그러한 마음을 임언국 의원이 아는 듯 그 자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수 의녀도 앉아요. 대감에 대한 수 의녀의 걱정이 있었기에, ”

  임의원은 나에 대한 원망의 소리 같았다. 미란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듣고 보니 짐작대로 미란의 깊은 속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랬습니까? 의녀님의 고마운 마음을 무엇으로 보답해 드려야하는지.”

  허의원은 자리를 좁혀 농담 삼아 한마디 하였다.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

  “예?”

  임의원의 한마디는 무극의 마음을 하나로 결정짓게 할 정도로 커다란 여운을 남겼다. 그 강렬한 말 한마디에 무극의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말을 하랴. 찻잔에 손이 갔다. 침묵이 흘렀다. 임의원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자를 핑계 삼아 나갔다. 미란의 부모는 아니지만 미란을 데려가라는 암시였다. 이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있었다. 미란이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것이 싫어 스스로를 변명이라도 하려고,

  “어쩌다 지금의 처와 만나게 되었지만 사실 미란 의녀를 좋아 했습니다. 미란 의녀는 왜 혼인을 안 하시고 계십니까?”

  이제 당당해도 되었다. 여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듣고 싶었다.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하였지만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다. 그녀의 대답이었다.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시오, 나가서 산책이나 합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여 그럽니다. 임의원님께 내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가슴에 맺혀 있는 응어리를 풀어야 했다. 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란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무극의 뒤를 따라 나섰다. 무극은 마구간으로 들어가 용비마를 끌고 대궐 밖으로 나왔다. 성문 밖 미란이 서 있는 곳으로 왔다. 기다리고 있던 미란을 앞에 태웠다. 혼자 즐겨 달리던 산길로 그녀를 태우고 들어갔다. 항상 말을 세우고 생각에 잠겼던 곳이 있다. 너럭바위가 있고 바위를 돌아가면 물길을 열어주는 넓은 골짜기가 있었다. 말고삐를 나무에 묶어 놓았다. 그녀를 안아내려 주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무거운 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참으로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혼기를 노친 노처녀인 미란은 무극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가슴에 전율을 느꼈다. 그립던 사랑을 만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처자가 있는 무극은 복잡 미묘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깨끗하고 하얗다. 두 사람은 물이끼가 쓰려 신선한 넓은 바위 위에 앉아 말이 없었다. 말하기보다 억제할 수 없는 그리움과 오래 참았던 열정이 가슴 안에서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 감정을 속이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마음이 일치한 두 사람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보고 싶었다느니 원망스럽다느니 하는 군더더기도 필요 없었다. 그녀를 가슴에 꼭 안았다. 그리워도 다가가지 못했던 미란의 가슴은 무극의 품안에서 터질 것 만 같다. 무극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미란의 입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무극이 병조판서 안달흥의 딸과 혼인한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으로 의녀의 자리도 버리고 대궐을 떠났었다. 원망과 서러움이 무극을 다시 만나면서 한꺼번에 녹아내렸다. 정실부인이 아니더라도 무극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무극에게 자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안달흥의 딸이 미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무극과 사랑을 나누는 이 시간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무극의 열정도 극에 달했다. 나무에 걸어 놓은 웃옷을 가져다 바위 위에 깔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일어 설 수는 없다. 우선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차가운 바위 위에 깔았다. 미란의 옷을 벗겼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웃옷과 아랫도리를 풀고 미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확실하게 미란의 마음을 느낀 건 사지로 떠나던 날이었다. 성 밖에서 약을 전해 주던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무극은 확신하게 되었다. 죽으러 가는 길이기도 하였고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던 상황에서 그런 애틋한 심정은 오래 머물지 못했었다. 사모했다는 한마디 말을 차마 못하고 보내야 하는 미란의 마음도 같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라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으니 하지만 미란에 대한 연정이 그녀를 슬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닌 것 같소. 나의 무심함을 용서 하시요. 이제 떨어지지 말고 함께 합시다.”

  사내의 품에 처음 안겨본 여인, 그 성숙한 몸을 무극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볍게 여기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다짐해 본다. 첫사랑을 품은 사내라면 여인을 아끼는 마음에 무슨 거짓말인들 못하랴. 그들은 한 차례 폭풍 속에서 천둥 번개와 같은 에너지를 쏟아내며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였다.

  미안 했다. 이런 곳에서 그녀의 마음을 확인해서는 안 되었는데 하는 사내다운 책임감이 무색할 만큼 두 사람은 행복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촉촉이 이슬비가 내렸다. 미란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거칠고 단단했던 땅이 사랑을 만나 아름다워졌다. 두 사람은 소중한 몸이 되었다. 그것이면 되었다. 무극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든 사랑하였으니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이 그리 만만하게 지나갈 문제가 아니다. 미란과 달리 무극의 마음은 달랐다.

  “빠른 시일 내에 당신과 함께 할 집을 마련해 보겠소. 다른 걱정은 말고 기다려 주오.”

  천천히 생각하여 결정할 일이 아니라 미란에게 확신의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녀를 향하는 열정에 하린이 목구멍 가시처럼 걸려있지만 미란을 사랑 하는 마음은 태워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남녀 간의 사랑이 이렇게 절절하리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다. 미란의 사랑은 무극으로 하여금 삶의 새로운 기쁨을 느끼게 했다.

  미란을 내의원에 데려다주고 집무실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퇴궐하였다.

  이튿날 등청하자마자 아랫사람을 불러 미란과 살림을 차릴 집을 알아보라 하였다. 그녀와 정을 통하고 보니 마음이 조급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아무생각도 없었다. 머릿속은 어제 미란과 가졌던 정사장면만 가득하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에 열기가 차올랐다.

  오전 시간을 참고 낮 시간에 내의원 마당에서 미란을 찾았다. 대감이 찾는다는 말에 미란은 가슴이 뛰었다. 같이 갈 곳이 있으니 나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미란은 웃옷을 챙기고 임의원에게 무극과 잠깐 나갔다 온다는 허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무극은 어제처럼 미란을 먼저 태우고 말에 올랐다. 어디를 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미란이 보고 싶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무작정 내의원으로 왔던 것이다.

  미란은 허의원을 아버지처럼 섬겼다. 임의원도 미란이 혼기를 훌쩍 넘기고도 혼자 있는 게 안스러웠다. 미란의 속을 아는 지라 그냥 손짓으로 빨리 따라가라는 눈짓을 하였다. 내의원을 나온 무극은 갈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어디든 가야했다. 어제 갔던 너럭 반석위에 다시 가는 것은 미란에게 미안하여 그냥 어디든 용비마가 달리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성문을 뒤로 하고 달렸다. 미란의 허리를 한손으로 안고 달렸다. 미란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머리에 갈색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용비마가 수상하다. 어디든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말을 몰았는데, 어디서부터인지 눈앞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 같아 둘러보니 용비마가 어제 왔던 곳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아니 여기는 어제 왔던 곳이 아니냐.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 다른 곳으로 고삐를 잡고 달린 것 같은데 여기를 오다니.”

  말 위에서 미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미란은 두 손으로 무극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소나무가 무성한 곳에는 아래로 솔잎이 쏟아져 노랗게 깔려 있었다. 밑으로는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제와 같은 곳인데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물이 흘렀는지, 바위가 넓었는지, 바위의 이끼가 무슨 색이었는지 어제는 관심도 없었다. 두 번째 오고 보니 미란의 눈에 그곳 전경이 들어왔다. 바위를 비껴 흐르는 물은 너럭바위 위까지 촉촉하게 적셔져 있었다. 무극의 손에 잡혀 말에서 내렸다. 어제처럼 말고삐를 나무에 묶어놓고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 올 줄 알았다면 먹을 것과 깔고 앉을 거라도 가지고 왔을 텐데 저 말이 주인의 마음을 너무 모르네.”

  미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용비마를 보고 한마디 하였다.

  “저는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이 옆에 있는데 어디면 어때요.”

  무극과 헤어지기 싫었다. 내의원에 돌아 와서도 가슴이 두근거려 다시는 못 보는 게 아닌가. 불안했다. 그러면서 의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밤잠을 설쳤다. 눈물이 나도록 무극이 보고 싶었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꿈같은 일인데 더 무엇을 바랄 것인가. 무극은 입고 온 웃옷을 바위 위에 덮었다. 미란이 쓰고 있던 목도리도 펴 깔았다. 미란의 손이 떨렸다. 어제는 무극에게 여직 간직하였던 몸을 아무런 경계도 없이 주었다. 아픔이라든가 공포라든가 그런 경계는 없었다. 거기까지가 생각의 끝이었다. 무극은 어제와 달리 안정된 마음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천천히 너럭바위 위에 그녀를 뉘였다. 초가을 햇볕이 그들의 알몸을 덮어 주었다. 무인지경 산속엔 물 흐르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들의 사랑의 몸짓도 물소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하늘과 땅이 합치는 소리는 깊고 깊었다.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물보라로 부서지기도 하고 봄날의 아지랑이 꽃향기를 날리며 아래로 아래로 흘렀다. 그들이 사랑하는 몸짓은 오래오래 골에서 내리는 바람의 운율에 춤을 추었고 물 흐르듯 몸놀림은 아름답고 유연하였다.

  “당신이 좋아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숨 몰아쉬듯 튀어나오는 그 소리는 주위를 맴돌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팔랑이기도 하였다. 귀하디 귀한 골짜기의 사랑 이야기는 아직은 걸러내지 않은 신선함으로 이슬처럼 나뭇잎에 반짝거리다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성을 되찾을 때의 기쁨이나 안흥의 딸 하린과의 첫 밤을 비길 봐가 아니었다. 무한한 환희의 순간이었다. 찬 서리를 견뎌낸 국화가 더 요염하고 아름다운 것은 긴 기다림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내 참아왔던 꽃잎의 강열함은 너럭바위 위의 여인을 닮아, 강한 색감의 향기를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길 것이다. 무극은 그녀의 머리칼 한 올 조차도 사랑스러웠다. 땀으로 젖은 머리칼 한 올 한 올을 그녀 얼굴에서 손끝으로 밀어 올렸다.

  미란은 내의원의 규칙에 따라 긴 머리를 모자 속에 감추고 있었지만 이 순간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는 무극의 부드러운 손길에 닿아 한 올씩 가지런히 이마 위로 올려지고 있었다. 그리 넓지도 않은 이마에, 짙은 두 눈썹이 도툼한 양미간 사이로 콧대의 긴 능선이 복스럽다. 검고 긴 속눈썹은 바람막이로 서있는 갈대처럼 호수 주위를 덮었다. 붉은 입술은 그녀 자신을 말해주듯 촉촉히 젖어있다. 이 여인은 누구이기에 내게 이러한 느낌을 주는가. 그녀의 눈과 코와 입술을 손 감각으로 느껴보았다. 아직도 소녀 같은 작은 얼굴에 이슬이 방울 되어 내린다.

  “사랑해요.”

 다른 말은 없다. 가슴에 안았다. 어쩌랴 이 노릇을, 아내 하린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장인의 성난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우리 하린이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네, 자네만 믿네.”

  “아버지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공부 열심히 했어요. 어머니 말씀도 잘 들었고요.”

  귀에 쟁쟁하다. 장인이 물려준 자리 병조판서, 임금의 어명으로 그 자리에 올랐지만 장인의 자리를 뺏앗은 것이다. 안달흥이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다가오다 성난 모습이 되었다. 그들이 실망스러워 할 일을 생각하니 사랑해야 하는 마란에게 미안하였다. 사랑의 방해꾼 들을 생각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막막함이 피워 올랐다.

  ‘여인이여, 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손 끝에 닿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또 다른 전율로 몸을 떨게 한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숲속의 바람은 그들을 눕혔다 않았다를 반복하다가 햇살에 밀려 오락가락하였다.

  장인 안달흥이 무서웠다. 사위가 아무리 좋아도 외도를 눈감아 줄 그런 성질은 아니었다. 뒤에 남아 있는 또 다른 문제생각에 현재의 행복이 방해를 받고 있었다. 마냥 속일 수는 없을 것이리라. 엄습해 오는 불안함을 애써 지우려 그녀를 안았다. 사랑만 할 수 없는 처지가 안타깝다. 사랑할수록 괴로운 점은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난관이 온다고 해도 마주 보고 있을 때는 행복한 것이다. 두려운가. 두렵다기 보다, 어찌하면 미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미란에 대한 애틋한 마음뿐이다. 그녀는 무극과 달리 대담함이 있었다. 이미 사랑을 확인하였는데 그 어떤 난관이 무슨 소용이랴 하는 강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신이 있어 겁나지 않아요.”

  사랑이 깊어질수록 가슴 속에서 현실의 불안이 커가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면 헤어 져야 하는가, 안타까움에 죽어서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상대가 떠나버릴 것 같은 불안함도 두 사람에게만은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믿음도 있었다.

  퇴궐시간이 다가오는 바람에 말에 올랐다. 이번에는 미란이 뒤에 타기를 원했다. 달리는 말위에서 무극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무극의 등에서 전해오는 온기는 가슴에 전율이 일었다.

  내의원에 들어오니 임의원은 퇴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나 무심하여 다행이라 여기는데,

  “급한 병자라도 보고 오는가”

 미란이 무안해 할까 농담 삼아 말을 건넨다. 임의원의 응원 덕분에 미란은 힘이 났지만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뭐 하러 들어와.”

  미란은 고마웠다. 임의원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퇴근 차비를 하였다. 퇴궐하는 시간에 의원과 성문 밖까지 같이 가는 때가 많았다. 미란은 임의원을 따라 내의원을 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뒤에 따라오는 미란을 임의원은 기다려 주었다. 나란히 걸었다. 무슨 말을 해볼까를 생각하다가.

  “대감을 믿어 봐, 그분은 미란을 배신할 사람이 아니야. 그 분의 입장을 생각해 주어야지.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갖는다는 게 조선여인들에겐 쉬운 일은 아니잖아.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구먼”

  임의원은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성 밖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무극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집 쪽으로 가려는 용비마의 고삐를 반대로 돌렸다. 가슴이 답답하다.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갈 요량으로 한강 쪽으로 말을 돌렸다. 해가 진 들판은 황금빛으로 변할 계절의 순서를 기다리며 평화로웠다. 서쪽 하늘의 부드러움은 강열한 오르가즘 뒤의 평온함처럼 어스름한 빛을 뿌리며 어둠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드러낼 준비 를 하고 있다. 무극의 미란에 대한 사랑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외골수로 치닫고 있었다. 도저히 그런 마음으로 하린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강변에 말을 세워놓고 유유히 흐르는 물길을 본다. 그새 미란이 그립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가 생각난다. 이런 마음으로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이들이나 하린에게 죄짓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린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금껏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미란에 대한 사랑은 오래도록 마음 깊은 곳에 잠재워져 있다가 갑자기 솟아올라 연민의 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힘과 뒤섞이며 무극을 사로잡았다. 하린에게 말해야 하나. 그녀 가슴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높은 벼슬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란을 데리고 다른 곳에 낙향하여 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대궐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 안달흥이 실망하는 모습은 더 보기 힘들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미란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아니 미란 없이는 한 순간도 못살 것 같았다. 지금도 미란을 만나러 가고 싶다. 미란을 향하는 마음은 포기할 수도 없지만 포기해서도 안 될 행복 그 자체였다. 인생에서 덤으로 온 행복이다. 함께 죽어버릴까. 그게 영원히 미란을 가지는 길일 수도 있다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미란에 대한 그리움이 도를 넘고 있는 줄 몰랐다.

  사랑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불길로 솟았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라 해도, 그 속에서 불나방으로 타 죽는다 해도 멈추기를 거부한다.

  밤이 이슥 하자 어디 갈 때도 없어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잠들었는지 조용하다. 하린이 조용한 말로,

  “많이 늦으셨습니다. 보약을 다려놓고 기다렸습니다.”

  “애들은 자는가 보오. 보약은 무슨, 당신이나 드시구려.”

  하린은 남편의 말투가 전에 없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맡은 지 책이 무겁다 보니 힘들어 그러려니 이해를 했다. 그리고 저녁상을 차려 들고 들어갔다.

  “저녁을 드시고 약을 드셔요. 하루 두 번씩 꼭 드셔야 한다는 의원의 말이 예요.”

  하린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미란에게서 갇혀 벗어 날수 없었다. 부인의 순결한 마음을 받아 넣을 가슴이 없었다. 하루 아침에 변한 것이다. 하린이 차려준 밥을 다 먹었다. 하루 종일 열병으로 소모되었을 자신의 몸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집안을 돌보는 사람에게 상을 물리라 이르고 하린은 따뜻하게 데워 놓은 약사발을 들이라 하였다. 소반에 받쳐 들고 가져온 약사발을 들고 먹기를 기다린다. 하린에게 눈 한번 주지 않고 부인이 받쳐 들고 기다리는 약사발을 받아 마셨다. 보약이란 것을 처음 먹었다. 이틀 연거푸 모든 힘을 다 쏟은 상태라 몸의 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평소 마음 같았다면 옆에서 쳐다보는 부인의 얼굴이 예뻐 안아주고 싶었을 것이지만, 그녀에 대한 감정이 없어졌다.

  병조판서란 직위는 중한 자리라 누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게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병권을 좌지우지하는 엄격한 틀의 기본 자세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인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지금 정상인지 부인 하린이 건네준 보약을 받아 마시며 생각해 봤다.

  곶감을 입에 넣어 주며,

  “약을 드시는 동안 몸을 편히 하여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자겠습니다.”

  하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미소가 있었다.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무극의 마음 방향은 미란 쪽에 있었다. 지금껏 한 길만 보며 인생을 걸었던 자신에게 하늘에서 주는 보답인가, 끊임없이 달려가는 그리운 마음을 어찌 한단 말인가. 체통도 없다. 직위도 없다. 오직 그녀에 대한 마음뿐이다. 상사병에 걸렸나? 이일을 어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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