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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4화
작성일 : 19-11-01 21:18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1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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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밤 다래넝쿨에 숨어 밤이 더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검은 옷으로 무장을 한 네 사람은 검은 봉면을 썼다. 다래넝쿨 숲에서 나와 날렵하게 성을 넘었다. 내 뒤를 훈련대장이 따라오고 차례로 나비처럼 살포시 그늘 쪽으로 숨어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들이 긴장 속에서 어느 한 놈이라도 걸리면 목을 베리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림자까지 감추어야 하는 긴장감이 어둠속으로 퍼졌다. 성 내부는 넓고도 넓었다. 우선 정의부대 장병들이 포로로 잡혀있을 만한 곳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속히 살아있는 전우들을 찾아야 한다. 어둠 속으로 그림자를 숨기며 빠른 속도로 탐색 작전을 시작하였다. 귓전에 울리는 모기의 앵앵거림이 그리 클지 몰랐다. 쏴쏴 바람을 가르며 지하 감옥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보초 두 명이 조총을 들고 있다.

  “저 두 명의 목을 따서 해치우고 그 옷으로 갈아입어라!”

  두 명은 망을 보고 두 명은 지하 감옥으로 진입했다. 훈련대장은 안으로 들어가고 나와 매성기는 망을 보았다. 훈련대장이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 다래넝쿨을 이용해 우리가 침투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 몸에 부상을 입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훈련대장은 그들과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접근하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중상을 입은 정의부대 장수들이었다. 훈련대장이 접근하자 모두 놀라 신음하던 소리가 뚝 그쳤다.

  “나는 3소대 훈련대장이요. 무과에 응시한 무극 병사가 50명의 응시 무사를 다 제치고 장원을 했어요. 그 공로로 임금의 어명으로 병동부대 장군이 되어 같이 왔으니 여러분도 기운을 잃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오. 어찌 이런 고초를 겪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일이요. 임금님도 분노하여 우리들을 보냈소. 희망을 잃지 말고 몸을 돌보시오. 곧 구하러 오겠소.”

  그들은 소리를 죽여 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줄기 희망의 불꽃이 튀었다.

  “다른 병사들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우리들은 모르오, 계급을 불문하고 부상당한 사람들만 여기에 모아놓은 것 같은데 다른 병사들의 소식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오. 우리 걱정은 말고 조심하시오.”

 그곳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의 보초병의 시체는 끌어다 담 너머로 던졌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적군의 시체를 처리하기로 되어있었다. 보초가 없으면 적이 의심할 것이기에 두 사람은 적군의 옷을 입고 보초병이 되어 교대 시간이 될 때까지 서있어야 했다. 날이 새는 대로 그곳을 빠져 나올 것을 약속하고 다른 곳을 탐색해 보았다. 성 내부는 조용하고 칠흑 같은 밤, 성안의 중요한 처소마다 기름 솜방망이의 불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경계가 삼엄했다. 조총을 어깨에 메고 서있는 왜군 병사들은 꼿꼿하게 자세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무기고를 촉각을 세우고 찾아내야 한다.

  숨을 죽이며 숨어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 동이 틀 것이기에 마음이 조급하였다. 왜군병사 여러 명이 날카로운 눈으로 경계를 서고 있는 곳을 찾았다. 정의부대가 사용했던 창고였다. 매성기와 나는 그곳으로 진입했다. 왜군 병사가 조총을 메고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후에 총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밤새 무기를 보관해 두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 더 있을 까닭이 없었다. 손짓으로 후퇴하자는 명령을 하고 각자 넘어온 곳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 왜군의 옷을 입고 있던 두 사람도 그곳을 떠났다. 두 명의 병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금방은 모를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검은 복면을 풀고 집결지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회의를 하였다. 무기고를 알았으니 이제 새로운 부대로 형성된 별동부대 전원이 성벽을 넘어 신호를 보내면 밖의 군사들이 일시에 성을 포위하여 일망타진 할 것이다. 별동부대 50명이 복면을 쓰고 들어가 왜군을 보는 족족 목을 베야 한다. 그것이 적군과 아군을 분별하는 작전이기에 왜군을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뒤탈을 염려하여 내린 결정이기에 그 순간에 죽을 자는 죽어야 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감옥에 있는 부상병을 탈출시키고 무기고의 무기를 탈취 해야 한다. 하나의 실수라도 있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될 위험이 위기에 있으니 그림자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은밀히 성문을 열어야 한다. 적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 그리고 몇 사람을 정해 왜군의 옷을 입고 왜군을 유인하여 별동부대가 작전을 원활하게수행 할 수 있게 계획을 철저히 수립했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명령에 따라 다래넝쿨 속으로 진입하라. 오늘을 위해 우리부대가 탄생했다. 전쟁에서 목숨은 없다. 행동만 있을 뿐이다. 꼭 살아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죽기를 다하면 못 할 것이 없다. 우리가 이 작전을 꼭 성공시켜야 다시는 오랑캐에게도 왜놈들에게도 성을 내어주는 일이 없을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임금님의 부하로 자긍심을 갖고 힘을 다 해주기 바란다. 모두 살아남기 바란다.“

 모두 심기일전 하였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갑옷이 아닌 검은 복면을 쓴 대장으로서 두렵지 않음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다시금 자신감이 불타올랐다. 나의 하늘을 만들 거라는 의지가 살아났다. 그날따라 성안의 왜군들은 긴장감에 불안했다. 언제 어디서 조선군이 성을 침격해 올지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철통같은 경계 속에서도 빈틈은 있는 것이다.

  정의부대 소속 병사 중에서 머리가 비상한 몇몇은 이미 왜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 전쟁 통에 미처 피하지 못한 그들은 죽은 왜군 병사 옷으로 갈아입고 왜군 병사 행세를 하며 성내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미리 배워 익혀 놓았던 것이다. 성이 왜군 손아귀에 순식간에 넘어갔다. 그들은 죽었구나 하는 순간 숨을 죽이고 숨었다. 죽은 왜군의 옷을 바꾸어 입고 능숙한 몸놀림으로 그들과 합세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목숨을 걸고 살아남아 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리라 하루하루 가슴을 조이며 지내던 그들은 정의부대 살아남은 몇 사람을 만나면서 서로 눈짓으로 연통을 하며 파리 목숨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날 왜군들의 말을 들었다.

  “저, 감옥 안에는 조선 놈 장수들이 부상을 입고 갇혀 있어. 왜 죽이지 않고 가두어 두는지 몰라. 죽지 않을 만큼 음식을 주라는 거야. 이제 곧 부상 입은 곳이 썩어 문드러져 죽겠지. 그 만큼 고통을 겪어보라는 대장의 뜻이겠지.” 한 가닥 빛이 보였다.

  그 소리를 듣고 정의부대 소속병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감옥에 찾아들었다. 자기가 섬기든 군관이 있었다. 누구도 비밀을 알면 안 되기에 직속상관이었던 군관과 눈을 맞추는데 성공 하였다. 서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 곳을 나왔다. 어둡고 컴컴한 습진 곳에서 몸에 상처를 입은 병사들이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것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정의부대 병사는 가슴이 아팠다. 한 두 사람도 아닌 삼십 여명의 목숨을 살릴 방법은 이곳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시간의 촉박함을 알고 있지만 묘안이 없어 안타까웠다. 아무리 궁리하여도 그들을 살릴 방도를 찾지 못하고 마음에 울분을 참고 있었다. 조선의 별동부대가 탈환하러 온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병사 자신만이라도 어찌하면 성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어느 날 기회를 잡아 감옥에 목숨을 걸고 들어갔다가 갇혀 있는 부상병들의 눈빛을 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희망으로 넘쳤다. 조선의 부대가 기습작전으로 성에 들어온다는 천둥 번개 같은 소리는 희망이며 불안이었다.

  왜어를 하고 왜군 행세를 하는 병의 역할이 무엇인지 감지하였다. 그러한 비밀을 듣기 전에는 성을 되찾아야한다는 간절한 생각에 어찌하든 탈출하여 이런 상황을 조선군에게 알릴 수 있을까 틈만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왜군 병사에게 발각이라도 된다면 그 자라에서 죽을 것이다.

  감옥 안의 부상병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탈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비밀스런 생각은 은연중에라도 탄로 나면 안 되기에 병사들은 서로 눈치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왜군의 옷을 입고 왜군의 행세를 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정의부대 병사는 감옥 안에 있는 대장들을 보는 순간 성을 되찾을 희망을 갖게 되었다. 벙커 안에 들어갈 기회가 또 있었다. 그 날이 훈련대장이 감옥에 들렸던 날이다. 음식을 들고 들어가 나누어주면서 눈짓으로만 인사를 하였다. 함께 들어간 왜군 병사에게 눈에 들키지 않기 위해 왜군이 들으라는 듯한 말투로 왜의 언어로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놈들을 먹이기는 왜 먹여 죽게 내버려 두지. 조선 놈들.”

 직속상관이었던 군관의 발을 걷어찼다. 조선 병사가 하는 짓을 파악하고 군관은 그 사병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이 날 파리 애송이 도적놈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조선의 것으로 생색을 내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너희 놈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 나쁜 놈들 같으니”

  큰소리를 치고 조선 사병의 멱살을 바싹 당겨 잡고 속삭였다.

  “곧 기습 작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도와라. 절대 보초는 서지마라 죽을 지도 모른다. ”

  “이 미친놈이 환장을 했구나, 곧 죽을 놈이!”

  하고는 상관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한 짓거리는 감옥 안에 있는 모든 부상병들이 알고 있었다. 병사는 눈짓으로 그러겠다는 뜻을 보냈다. 성 안을 차지하고 있는 왜군의 상항을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이 생겼다. 조선군이 성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슴을 조여 왔다. 이제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왔다. 왜병의 옷을 입고 언제 탄로나 죽을지도 모르는 목숨을 지금껏 부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날이 있을 줄 알고 천지신명님께서 살려 주셨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동료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 한다.

  나까무라 대장은 조선의 땅 성을 점령해 차지하고 있지만 불안하였다. 금방이라도 조선군이 성을 포위하고 조여 올 것만 같은 생각에 무장에 무장으로 부하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아무리 조총 기술이 뛰어나도 무엇으로 조선 백성들을 완벽하게 굴복시킬 것인가. 조선 땅을 탐내는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무고한 목숨을 빼앗는 전쟁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지만 어찌 되었건 목숨을 걸고 쳐들어온 조선 땅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화나게 하였다. 이 전쟁은 단순히 조선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시아대륙으로 가는 길목이다. 국가가 하는 일이 무섭다. 조선이 왜놈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을 오랑캐라고 욕 한다. 이 조용한 나라 조선을 넘보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바다 가운데 있는 섬나라 일본이 바다 속으로 침몰되기 전 육지로 진출해 나와야 한다는 암암리에 퍼져있는 소문이 그들을 전쟁의 도구로 쓰는데 정당화로 사용되었다.

  다행이 육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 대가로 성능 좋은 조총을 개발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우세한 신무기로 아시아 전체를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조선을 밝아 점령한 뒤 중국으로 진출하는 길목 삼아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잡았다. 신무기 보유군의 사기를 높였고 아울러 아시아를 먹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하늘을 찔렀다.

  나만 살고자 전쟁을 한다는 명분은 성립될 수 없었다. 조용히 평화롭게 잘 살아가는 나라를 침략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죄 없는 목숨을 빼앗는 짓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기에 조선이 오랑캐라고 해도 왜놈이라고 해도 당연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일본 성능 좋은 무기는 이웃을 넘보는 국력의 바탕이 되었으며 그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 들어와 무작위 사람을 죽여 남의 땅을 차지하였으니 나까무라는 이러한 생각을 부정하며 정당방위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지금 지하 감옥에 있는 조선 부상병들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다. 거의가 군 통솔자라는 데서 죽이기는 아까운 인재였다. 살려서 귀속시킬 수 있는 것이 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할 거라는 생각에 살려 두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을 덜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아량을 베풀고 싶지 않다. 조선의 곡식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감옥의 부상병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은혜라는 식으로 부상병들을 대했다.

  나까무라는 생각했다. 정의군대 우두머리를 문초하여 조선 군대 현황과 근거지를 알아내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나까무라는 책임의 촉박함을 몸으로 느끼며 군대를 정비하고 있었다.

  “지하 감옥에 있는 성 책임자를 이리 데려오라.”

  나까무라는 팔장을 끼고 명령하였다.

  감옥 안에서는 오늘 밤에라도 성을 공격할 별동부대가 무사히 성공하기바라는 희망으로 아픔을 참고 있었다.

  “여러분! 왜놈들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봉해야 합니다. 우리는 꼭 이길 것입니다. 왜놈이 달리 왜놈입니까. 남의 나라를 강제로 뺏으려 하니 나쁜 놈들이지요. 우리는 죽어도 그 놈들에게 한 뼘의 땅도 빼앗겨서는 아니 됩니다. 우리 부대 병사가 그 어려운 무과에 장원을 하였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장원 급제 한 우리 정의부대 대원이 임금님의 명을 받아 곧 성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왜놈들은 성을 빼앗기는 하였어도 불안에 떨고 있을 겁니다. 조선 천지서 그들은 독안에 든 쥐와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합치면 그들은 이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쫓겨 나갈 것입니다. 몸의 상처가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습니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마음을 굳게 다져야 합니다.”

  군을 통솔하던 장군으로서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기회가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훈련대장이 다녀간 이후로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그렇게 웅성거리고 있을 때 왜군 계급을 달고 감옥 안으로 들어오는 병사의 인기척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에 기운을 빼고 널브러져 있었다. 왜군병사는 금방 용기를 준 장군 앞에 섰다. 모두는 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불안한 생각으로 한숨을 삼켰다.

 “나까무라 대장님께서 당신을 모셔오라고 명령 하셨소. 따라 나오시오.”

  무어라 말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대장은 조용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조용히 있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아픈 다리를 끌며 왜군 병사의 뒤를 따라 감옥을 걸어 나갔다. 남아 있는 병사들은 불안하였다. 대장을 총살이라도 시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컴컴한 문 쪽을 바라보며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대장을 보냈다.

  “어서 오시오. 차 한 잔 하고 싶어 모셨소. 다리의 상처가 깊은 것이요?”

  앞에 있는 부하에게 다리를 치료해 주라는 눈짓을 하였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랐다.

  부하가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와 조선군 대장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고 옆에 앉았다. 대장은 순간 이들을 자극시할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잠시 사양하는 척 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상처가 곪아서 피고름이 겉옷에 배어있었다. 상처를 소독하고 무슨 약인지 상처 주위에 발라주었다. 그리고 깨끗한 천으로 상처의 부위를 감아주었다. 한결 나아졌다. 치료해 주던 부하가 나가자 나까무라는 찻잔을 건네주며,

  “속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차입니다. ”

  그가 대하는 대로 두었다. 포로가 된 이상 그네의 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곧 전세가 반전이 되어 그가 조선의 포로가 될 것이라는 굳은 생각에 대장의 마음은 여유로웠다. 나까무라도 최대한 너그러움으로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군관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를 이미 알고 있는 터라 아무리 행동과 말이 정중해도 동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며 그의 속마음을 비웃고 있었다. 너무나 여유로운 포로의 태도에 나까무라는 조금 화가 나려는 것을 꾹꾹 눌러 참아야 했다. 아직 자기들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불안한 것이다. 성을 차지한지도 한참 되었는데 조선의 분위기를 알 수 없으니 조선의 군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장을 윽 박지르며 위세를 부릴 수도 없다. 자기들이 있는 곳으로 본국의 부대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조선의 철통같은 경계를 뚫지 못해서임을 인정해야 했다. 상대를 고문을 한다고 해도 먹힐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에 오기를 불어넣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친한 사이처럼 조선이 좋은 나라라며 우리도 조선 땅을 갖고 싶어 그런다느니 떠드는 나까무라 얼굴에 대장은 침이라도 탁 뱉어주고 싶었지만 꾹꾹 참아야 했다. 언어 합일이 될 수 없는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하여도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애써 외면하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긴 자가 진 자를 무릎 꿇리고 훈계를 해야 절차가 맞는 것이다. 그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까무라의 속이 터지는 것이다. 조선을 침략하여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속죄할 수도 없고 조용한 나라에 쳐들어와 성을 차지하고 앉은 자기들이 잘못이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차를 다 마시는 동안 정의부대 대장은 나라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경험하고 있었다. 자신의 자리라고 앉아 있는 왜군 대장을 보니 어이없고 기가차서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을 속일 수가 없다.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조선의 젊은 목숨을 마음대로 짓밟고 죽이는 거요? 목숨의 대가를 꼭 받을 것이요! 지금이라도 성을 내어주고 돌아가시오. ”

  나까무라는 대장의 말에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칼집에서 칼을 뽑으려다 도로 집어넣었다.

  “지금 당신을 벨 수도 있지만 참겠소, 패 장병 주제에 그런 말이 먹힌다고 생각하시오? 이 자리에 부른 것은 좋은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당신의 행동에 따라 감옥에 있는 부상병 전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결국 속셈이 드러났다. 전향하여 왜군의 첩자가 되라는 수작이었다.

  “나를 협박하지 마시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 ”

  나까무라는 극도로 열이 올랐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런 말은 패한 대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다. 그 당연한 것을 옹졸한 마음으로 받아드려 상대에게 얕보이면 안 되기에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를 마셨다.

 “오늘은 당신과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부른 것이니 우리 자주 만납시다. 이제 돌아가도 좋소.”

  대장은 일어서며 나까무리에게

  “상처를 치료해주어 고맙소.”라며 일어섰다.

  서로 적으로 만났지만 오늘상황이 반전 될 적군 대장에 대해 마음의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총을 메고 따라오는 애군의 눈을 피해 주위를 살폈다. 성 안의 지도는 꿰고 있는 터라 아무리 왜군들이 장악을 했다 해도 조선 별동 부대가 성안으로 제대로 들어와만 준다면 성을 다시 찾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순순히 다리의 치료를 받은 것도 성문이 열렸을 때 무엇이라도 할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서 우선 무기고를 장악하고 왜군들을 철통같이 포위해 성 밖으로 살아 달아날 수 없도록 적군들의 오만 방자한 기세를 눌러야 한다. 갈 곳이 없는 독안에 든 쥐 신세가 되는 것이다. 대장은 의기양양하게 감옥에 들어왔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시에 불안감에서 해방되었다. 왜군병사가 나가자 모두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대장은 다리의 붕대를 풀어 제일 부상이 심한 자의 다리에 감아 주었다. 무사히 돌아온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침묵은 무거운 밤을 이기는 깃발이다. 깊은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해가 떨어지자, 일사천리로 진행해지는 작전에 맞춰 선두에서 용비마를 타고 숲길을 달렸다. 뒤에는 칼을 찬 나머지 부대 대원들이 어둠을 이용해 산길에 접어들었다. 숲이 우거진 험한 산길을 미리 탐색하여 정해놓은 방향이었다. 밤공기는 풀잎도 바람도 잠재웠다. 그동안 탐색 작전과 훈련이 되어있었다. 병동부대는 무서움이 없는 정신은 철두철미하게 무장이 되어 있는 별동 부대로 거듭 탄생한 대궐 호 휘 부대다. 왜군이 철통같이 수비를 하고 있는 성에 진입하는 동시에 감옥에 같힌 부상자부터 먼저 담을 넘어 탈출시킬 것이다. 나머지는 적의 소굴로 몸을 던져 싸울 것이며 여전히 얼굴엔 검은 복면을 쓰고 적의 눈을 피해 깊숙이 들어가지만 적을 만나면 목을 베는 것은 물런 지체 없이 성문 하나를 열어야 한다. 성 밖 조선 부대가 협공하여 들어가면 적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 사이 다른 성문을 통해 기습 작전이 성공한다면 왜놈들은 혼비백산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한 놈도 빠져나기지 못하도록 일망타진하여 무릎을 굻릴 것이다. 조선의 지리를 잘 아는 조선의 부대들이 사방에서 집결하여 뒤를 이어 성을 장악할 것이다.

  밤새들 울음소리를 들으며 멀리서 보이는 성 외진 곳에 도착한 별동부대 용사들은 밤이 깊을 때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지금부터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워주기 바라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차질이 없기 바랍니다. 제일 먼저 담을 넘을 1조의 임무는 부상자들을 구하는 일입니다. 들어가면서 보초병을 제거하는 데 한 치의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중상을 입은 우리 병사를 부축하여 담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상이 경미한 사람들은 이곳의 지리를 잘 아니 조심하여 탈출하는데 낙오자가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조는 무기고를 책임집니다. 무기고를 지키는 수가 많을 것이니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행동해야 하고 왜놈의 목을 단칼에 치하지 못하면 일을 그를 칠 수 있으니 명심해야 합니다. 3조의 임무가 막중합니다. 제시간에 성문을 열어주어야 계획대로 작전이 이루어집니다. 3조의 작전에 성을 차지하느냐 못하느냐 성패가 달렸습니다. 우리의 거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4조의 임무는 나와 부대장 매성기가 맞습니다. 왜놈의 우두머리인 나까무라 일당을 제거하는 중책이므로 그들을 제거하면 다른 오합지졸은 성문을 통해 들어오는 군사력이 맡을 것입니다.

  순서대로 담을 넘었다. 어둠을 가르는 칼바람이 시작되고 있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투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기 위해 적군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조선의 북한성안에 또 한 번의 피비린내가 진동할 것을 예감하는지 어둠 속에서 부엉이가 울고 있었다.

  임금은 마음 조이며 어좌를 지키고 있었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성을 되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듣기 위해서다. 별동부대에 거는 기대가 컸다. 나라의 흥망이 달린 문제라 마음을 조이면 침전에 들지 못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1550년에 명종 임금은 직전법을 폐지하고 더 이상 줄 땅이 없어 좋게 보면 공신, 대신들의 땅 불리기가 공적으로는 중단된 거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미 부패가 극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명종 임금은 1553년 경복궁이 편전과 침전 구역이 모두 소실되자 1년 만에 재건하였다. 그런 추진력이 있었다.

  왜군은 ‘북한 성’을 점령한 후 해상과 육지의 연락과 보급량이 끊어졌다. 북한성의 나까무라는 철통같은 조선의수비망을 뚫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지원군이 바다를 건너 북한 성을 도와주지 못한다면 자기들은 성 안에 갇혀 버린 생쥐 신세가 될 것임을 우려하고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북한 성을 지휘하던 대장과 차를 마셨던 일은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첫잠에 빠져 자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밖의 동태를 귀를 세워 알아보았지만 달 없는 밤은 조용히 깊어가고 있었다.

  밤공기를 압축시키는 방안의 공기에 자고 있던 나까무라는 잠결에 무언가 방안 가득 섬뜩함을 느꼈다. 꿈을 꾸고 있는가 싶기도 하여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생각하였다. 덮고 있던 이불 위로 공포라기보다 살기가 느껴졌다. 전쟁터에서 오랫동안 싸우며 단련된 몸이라 감각이 살아 있었다. 죽음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하고 이대로 죽는가.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눈을 번쩍 떴다. 문에 비치는 검은 그림자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들어 일어서려는 찰나 날카로운 칼끝의 느낌에 오금이 저려 옴짝 달 싹을 못하고 굳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금방이라도 칼이 자기 목을 삭둑 베어버릴 것만 같은 순간에 그래도 군을 통솔하던 대장의 기상이 살아났다. 눈에 불을 켜고 쳐다 본 검은 복면은 구 척 크기에 칼을 들고 방안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다.

  “웬 놈이냐! ”

  “참으로 순진하구나, 너희 왜놈들은 우리 조선군에게 포위되었다. 겁도 없이 남의 나라에 쳐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게 내버려둘 줄 알았더냐. 조선의 칼을 받아라. 얍!”

  매성기의 칼이 위로 치솟는 순간 나까무라는 재빠르게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우선 살고 보자는 순간이다. 항복하는 적장을 베일 수는 없었다. 입과 두 손과 다리를 오랏줄로 꽁꽁 묶었다. 4조의 할 일은 마무리 되었다. 우선 왜놈우두머리 나까무리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단잠에서 깨어난 왜군 장졸들은 갈팡질팡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간 못하고 살고자 손부터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멀리서 조선 군대가 성으로 진격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어찌되었건 우두머리가 잡혔으니 적은 오합지졸처럼 우왕좌왕 하였다. 잠을 자다가 당한 일이라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정도로 우왕 좌왕 하다가 거의 무릎을 꿇었다. 성의 주요 건물을 장악한 별동부대 요원들은 일사천리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성을 빼앗긴지 반년 만에 왜군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하였다. 왜군은 우수한 무기를 믿고 조선을 업신여기며 쳐들어 왔지만 조선 육군의 합동작전과 해상 붕괴로 인해지원군이 조선 본토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자 전멸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일로 왜군이 물러가고 한 동안 조선을 넘보는 일은 없었다. 그 동안 명종 임금은 나라를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였다. 전쟁에 쓰일 말을 수입한다. 화약을 수입한다, 조총 기술을 연구한다, 다방면으로 군사력을 키웠다. 오랑캐의 무모한 침략과 왜놈의 허황된 전쟁놀이에 다시는 나라가 침략당하는 수모를 격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일본은 협상을 요구해왔다. 포로가 된 왜군을 보내준다면 다시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을 거라는 협상이었다. 포로들은 북한 성 내에 잡혀 있었다. 조선에 귀화한다면 목숨을 살려준다는 나라의 방침대로 슬슬 귀화하는 병사가 늘어났다. 그들 중에는 일본의 중요한 정보를 가진 자도 있고 무기를 만드는 기술자도 있었다. 조선에 남아 조선의 유명한 청자나 백자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려는 자들도 있었다. 조선에 귀화하는 사람은 조선 사람의 성을 하사하여 결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나라를 위해 조선군대로 지원할 수도 있도록 하였다. 귀화의 목적은 나름 일본인대로 있었다. 왜놈들이 염려 하는 것은 일본이 바다로 자꾸 가라앉는 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포로 신세로 조선에 있으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젊은 왜병들도 있었다.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조선을 치는 전쟁의 제물로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쟁은 그들에게 목숨을 내어놓으라는 것이다. 명령에 따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하였지만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차라리 조선 백성으로 살기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농사를 짓든 조선의 군대로 들어가든 목숨을 연명하려 하였다.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는 죽은 자에게나 산 자에게나 아픈 상처투성이다. 달랑성 전투는 이긴 자의 승리보다 죽은 자의 피 비린내가 진동하였다. 처참하게 죽어간 적의 시체를 어찌 할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 쓸어 넣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이 지경이 되었다. 어느 한 곳에서 온 것은 분명한데, 어느 집 귀한 자손인지는 머리에 넣어둘 필요가 없는 시체들이 쌓인다.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죽었는가. 그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애통해 할 부모도 조선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전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분주하다. 담을 넘어 피신하였던 부상자들이 날이 밝자 기쁨에 넘쳐 아픔을 무릅쓰고 성으로 돌아왔다. 흩어졌던 군사들이 소식을 듣고 부대로 속속 복귀하여 전투의 상처를 지우는데 분주하였다.

  “그러게 남의 나라를 넘본 죄지.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하다가 저 꼴이 되었으니 죽어서도 억울하지는 않겠지. 죽은 줄도 모르고 기다릴 왜놈의 부모는 무슨 죄니.”

  뻣뻣한 시체들을 구덩이에 던지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성을 빼앗기고 분통이 터질 때는 모두 죽이고 싶었던 마음이 전황이 바뀌다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

  “다, 주인 잘못 만난 탓 아니겠소!”

  나까무라는 혀를 깨물고 죽었어야 했는데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군 칼날에 죽었어야 했는데 순간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입에 재갈을 물고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성을 점령한 뒤 바로 뛰 따라 함루 할 줄 알았던 수비 부대가 조선에 들어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해버린 데 대한 원망이 일기 시작하였다. 선두에 지휘했던 자신이 힘들었고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던 것을 회상하였다. 자신이 선두에서 지휘하여 성공했다는 자부심에 자신감이 불탔는데, 시간이 갈수록 육지로 진공하지 못하고 죽게 내버려 둔 수비대를 이를 갈며 원망하고 있었다. 피가 마르도록 힘들게 기다리던 마음이 이제는 울분으로 변했다. 전멸당한 자신의 부대를 내버려 둔 본국에 대한 원망이 그로 하여금 몸부림치게 하였다.

  이 소식은 날이 밝자 파발로 대궐에 전달되었다. 임금은 연락병의 손에 든 봉투가 궁금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전하! 성을 찾았습니다. 적은 우리 기습작전에 고스란히 말려들어 꼼짝없이 항복하였습니다.”

  “참으로 잘 했도다. 밤새 어좌에서 기다렸노라. 기쁜 소식을 전해주어 고맙구나.”

  날이 밝자 소식을 들은 대관들이 속속 대궐로 입궐하였다. 만세를 부르며 어전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높였다.

  “전하! 이제 옥체를 편히 가지십시오. 그 동안 전하께서 애쓰신 보람이 있었습니다. ”

  제각기 소리를 높였다. 대궐의 분위기는 신바람이다. 그동안 왜적의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궐 안이나 밖의 민초들도 불안한 날을 보냈던 것이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조선은 강해 져야 합니다. 대신들도 명심하여 무기 개발에 심혈을 기우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방비를 철저히 하여야 합니다. 감히 내 나라를 넘보다니 왜놈이!” 임금은 통쾌함을 날리는 한마디를 던졌다.

  어전엔 훈훈한 기운이 돌았다.

  대비 문정왕후도 한숨을 쉬었다. 아들 명종의 고집으로 무과에 급제한 애숭이를 선봉으로 성을 공격한다는 소리에 불안하였다. 억지춘향으로 대리청정을 거두었지만 아직 경험이 적은 왕이 이번 일에 실패는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였는데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임금은 대신들의 신임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대비도 아들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저질렀던 행위가 정당했다고 자신에게 위로 하며 자부심도 생겼다.

  선왕 인종이 계모인 자신에게 효심이 지극하였어도 한 번도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였다. 욕심이 크다보니 그런 몹쓸 짓을 한 자신을 정당하다고 부르짖을 명목이 없었기에 하루속히 주상이 신하들의 마음에서 선왕을 지우고, 주상스스로 대신들이 우러르는 성군의 기틀을 잡아 나라를 편히 다스리기를 소원하여 대리청정을 내려놓고 물러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뒤에 물러나 있는 동안 후회도 되었는데, 무슨 변고로 북한 성까지 왜놈 손에 넘어갔다는 소리는 대비를 불안의 도가니 속으로 끌어들였다.

  아들이 왕이 될 수 있다면 어미로서 못할 것이 무엇이냐고 생각했었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심신을 괴롭혔다. 가진 자의 욕심에서 지난날 천력의 화신처럼 저질렀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어 자신을 옭아맸다. 선왕인 인종을 챙겨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괴로움의 원인으로 불쑥불쑥 떠올랐지만 어떤 기틀이라도 잡아 정당하려는 자존심은 죄의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종의 몸이 쇠약해 오래 지탱할 수 없었던 게 누구의 탓도 아닌 약사발 한번 건네주지 못한 자기 대비 본인의 잘못임에도 태어나기를 허약했음은 인종 잘못이고, 그러한 상황이 다시 온다해도 자신의 몸에서 생산된 자식을 위해 무슨 짓인들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홀로 입가에 미소를 흘렸던 것이다.

  머지않은 날에 인과응보가 자식 앞에 올 줄은 몰랐다. 하나뿐인 손자 세자가 건강하지 못할 줄 대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다행히 별동 부대 요원들은 임무를 완성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결과 큰 부상 없이 복귀 명령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대궐로 돌아왔다. 병조판서 안달흥이 그들을 맞이했다. 먼저 별동부대기습 작전을 지휘한 대장인 무극의 손을 잡아 주었다.

  “정말 고생 많았네. 전하께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좌에서 밤을 새셨네. 큰 공을 세운 대원들을 치하하시는 음식과 술을 하사하셨네. 모두 피로를 풀고 다음 기별이 있을 때까지 푹 쉬어도 좋네.”

  긴장이 풀린 대원들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눈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그 자리에 쓰러 질 것만 같았다. 목숨을 건 긴장 속에 적의 소굴로 진입한 작전에서 하늘이 도왔는지 일사천리로 성공했다는 것은 기적이고 큰 자부심이다. 그 만큼 긴장했던 뒤라 몸의 기운이 다 소진되어 그 자리에서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그것은 군인정신이 아니기에 병조판서 안달흥의 말에,

  “갑사 합니다.!!!” 절도 있게 외쳤다.

  그들은 지친 몸으로 처소로 돌아갔다. 나는 용비마를 타고 연무장을 돌았다. 며칠 밤을 새다 시피 빈틈없는 계책을 확인하고 확인하느라 혼자 고심하였다. 말을 달리면서도 믿어지지 않아 말의 엉덩이를 쳤다. 함께 했던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나까무라 얼굴이 떠올랐다. 젊은 장군이었다. 복면을 쓴 우리의 얼굴은 보지 못했을 것이지만 지금쯤 죽지 않은 것을 통탄 하고 있을 것이다. 부하를 다 죽이고 살아남은 것에 대해 지휘관으로서 자존심이 그를 괴롭힐 것이다. 지금 적군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자신의 여유로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든 걱정은 끝났다.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대원들이 있는 처소로 들어왔다. 그들은 편한 자세로 모여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특별히 대궐에서 내온 술과 먹을거리가 차려져 한 차례 먹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긴장했던 순간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술 한 잔에 피로를 풀고 있었다. 대장이 들어오자 술잔을 들고 달려들었다.

  “대장! 장군님! 어디 갔다 이제 오십니까!”

  무극의 전술 때문에 이번 작전을 성공할 수 있었고 왜놈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는 것을 누구라 할 것 없이 소리 높여 공감하는 것이다.

  말을 타고 연무장 몇 바퀴 돌다 왔습니다. 이번 일은 나라 생각하는 여러 대원들이 한마음으로 임해 주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마음껏 즐기십시오.“ 무극은 이제 그들에게 장군의 대우를 받아도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찌 되는 거지요? 아시는 것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대궐에 남고 싶은 것이다. 왜놈의 침입으로 몇 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훈련받은 게 마치 꿈같은 일이다. 이제 성도 되찾았으니 각기 집으로 돌아가든지 소속 부대로 귀환해야 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전하께서 어명을 내리시겠지요. 어찌되었건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전하께서 하사하신 술과 음식을 대궐에서 즐기고 있으니 이것 또한 가문에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기분이 좋았다 지금껏 마음을 열어 대원들과 다정하게 대화한 적이 없다. 작전을 짜느라 여유가 없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어가는 현실이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그들과 마음껏 즐겨 보기로 마음먹었다. 술병을 들고 그들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별동부대 대원 일동이 대궐 어느 한 곳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 주위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선 천지에 이러한 곳도 있었는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여자들이 천사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고, 들어 보지도 못했던 악기 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악기를 만지는 사람들도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들 같았다.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별천지에 온 것 같았다. 높은 자리에 임금과 왕비와 대비마마도 앉아 있었다. 옆으로 자리한 대신들도 관복을 차려입고 즐거워하는 얼굴로 서로 웃으며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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