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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3화
작성일 : 19-11-01 21:17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7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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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오늘 먹고 내일 쌀이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강원도는 날개를 달았다. 강원도가 올림픽 열기로 달아올랐다. 핵이니 화합이니, 상관없이 평창은 팽창하여 환호성이 하늘을 덮는다.

  전쟁에 면역이 북한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국민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핵이 떨어져 전쟁이 난다면 믿을까. 국민들은 이제 똑똑하다. 알권리를 접하면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터득하고 있다. 어떻게 이용해 먹을 것인가. 그런 아니한 시대는 갔다. 누가 뭐래도 하나의 민족이다. 얼굴이 같고 언어가 같은 민족이면서 양치기 소년의 어리석은 행동은 핵의 위력인가. 북은 국민에게 굼주림을 강요하고 노동착취를 하면서 핵을 성공하여 당당하게 얼굴을 높이 들어 미국의 자존심을 겨냥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대국 처분만 기다리는 민족이 되어야 하는가.

  조선 오백 년 중 외세에 무릎을 꿇고 피가 나도록 땅에 머리를 찧고, 그도 모자라 나라를 통째로 넘겨주었던 역사를 대대손손 기억하고 있다.

  “전하 왜군이 달랑 성을 장악했다고 합니다.”

  “뭣이라! 조선군은 어찌 되었느냐!“

  “거의가 죽지 않으면 포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

  임금은 대신들을 입궐하라고 명하였다.

  “이 난국을 어찌 해야 하겠소!”

  명종임금의 다급한 목소리는 대신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왜군 침략을 받아 온 조선 이지만 성 하나를 통째로 빼앗기기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어찌하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따질 겨를도 없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성을 도로 찾아야 한다. 임금은 대신들을 둘러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무렵 무과 시험에 참석한 50 여명은 마지막 과목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등수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모든 과목을 우수한 성적으로 치렀고, 마지막 한 과목의 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씨름이다. 씨름의 묘미는 기술이다. 다행스럽게 키가 큰 덕에 덩치에 밀리기는 하여도 넘어가지 않을 허리힘으로 버티며 상대의 몸놀림을 재어보고 있었다. 마지막 승부를 기다리는 순간이다. 역시 역승을 거두며 마지막 대결까지 올라온 상대는 처음부터 쌍벽을 이루었던 상대의 무인 선수다. 그 무인의 기술과 무예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무서운 실력이었다.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오는 상대의 눈은 먹이에 굶주린 매를 닮았다며 참가자들이 매성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 2등을 가리는 피 튀기는 마지막 승부를 보게 될 기대에 모두들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호기심 있게 보고 있던 병조판서 안달흥이 급히 달려온 연락병으로부터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급히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참가자들은 흥분이 갈아 앉기 전에 빨리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그 자리를 떠난 병조판서는 대신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임금의 시선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고 서있었다.

  임금 시선이 병조판서 얼굴에 고정시켰다. 달흥은 고개를 숙이고 순간 임금이 무엇을 물어 올 것인지 만반의 준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치루고 있는 무과 시험에 전국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그들과 함께 이 난국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어떠한 가를 임금은 대신들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대신들 눈에 희망의 불꽃이 튀었다. 어차피 성을 찾을 묘책은 있어야 했다. 이미 성을 적에게 빼앗긴 현 시점에서 빠르고 용맹한 전사가 아니면 성안으로 침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에 대신들의 의견을 들어 보나마나 임금의 기발한 생각에 병조판서의 마음도 쏠리고 있었다.

  “과인의 의견이 어떻소?”

  “전하의 명이라면 그들은 다시없는 기회로 여기며 이 난국에 동참할 것입니다. ”

  “짐이 보건데 이번 무과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한 달랑성에서 온 정의부대 병사에게 지휘관의 벼슬을 주어 묘안을 째내도록 하라.”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어명이란 말인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사병에게 그 중대한 나랏일을 맡기려 하다니, 대신들은 들고 일어나 입을 열고 싶었지만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웅성거리고만 있었다. 병조판서 안달흥의 얼굴이 붉어지려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뛰어난 병사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무장들은 놀라 자빠질 일이다.

  “전하! 하지만 기존의 장수들 중에도 지략을 가진 지휘자들이 많사온데 무술이 아무리 출중하여도 이번 어명은 좀 더 생각해 보심이 옳은 줄로 사료되옵니다. ”

  “지금 생각할 여력이 있다고 보시오. 짐이 본 그 정의부대 병사는 무사의 자질이 타고난 비상한 인재라는 걸 이미 보아두었소.”

  임금의 확고한 의지를 누가 꺾을 것인가. 어느 누구도 큰 소리로 불가함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불가함을 고했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모든 잘못을 떠안고 귀양을 가거이나 목이 달아날 것이다. 대궐에서 물러나온 병조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마지막 겨루기를 보기 위해 씨름장에 와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 역시 최고의 응시자라고 혀를 내두르며 칭찬했던 병사지만 임금이 설마 그러한 결정까지 내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와!!와!!”

  시름은 5판 3승으로 시작되었다. 대궐의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근육이 살아나는 힘을 얻었다. 다리가 팽팽해졌다. 힘줄이 불끈 솟았다. 움켜진 샅바에 힘을 조절하며 상대편의 힘을 이용하여 들어 올리는가 싶었다. 눈으로 쏘아보던 매성기는 다리를 빙글 돌리더니 나의 정강이를 누르는 위험을 가했다. 나는 즉시 순간을 포착하여 손에 쥔 샅바를 잠시 느슨하게 하여 조이는 기술로 반 바퀴 돌리는 속임수로 되치기를 하여 상대를 넘어 드렸다. 나의 코치는 훈련대장이었다. 땀이 몸 전체를 적시고 있었다. 훈련대장이 수건으로 땀을 닥아 준다.

 “이제 두 판 남았어.”

  훈련대장이 얼굴의 땀을 닥아 주고 모래를 털어주며 속삭였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무극도 신기했다. 그와 비슷한 체격이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어서 자만은 금물이다. 숨 조절을 하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모래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샅바를 당겼다. 심판관이 이 일어서는 두 사람의 힘을 조절해 주고 시작을 알렸다. 일어서는 순간 상대의 무릎을 꺾어 눌렀다.

  “헉!”

  상대의 무릎이 미처 힘을 써보지도 루기도 못하고 어이 없이 무너졌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다리에 맥이 풀렸다.

  “에이, 뭐야.”

  모두들 결판이 빨리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나마나 결정된 승부다. 그러나 경기는 끝까지 해 봐야 한다는 게 둘러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들은 파죽지세로 이겨나가는 무극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짜릿한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구경꾼의 심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꿈을 품고 달려든 경기가 누가 이기든 상관이 없었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은 것이다. 슬금 슬쩍 뒤로 물려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매성기는 어이가 없다. 힘을 써보지도 못한 두 번째 패배가 자존심을 뭉개는 순간 오기가 살아났다. 완전히 패할 수는 없지. 어떻게 든 한 판은 이겨 봐야 자존심이 선다. 어차피 이등에 오르겠지만 이번 한 판 만큼은 이겨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일등에 비해 기술도 부족하고 머리도 뒤지는 자신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믿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은 다르다. 빨리 이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빨리 끝내야 한다.

  어제 밤 하늘을 보며 생각했던 일이 떠오른다. 나는 내 하늘을 만들 것이다. 2018의 그런 숫자가 있기나 하는가. 생각도 들었다. 고작 살아봐야 육 칠 십년 뒤의 숫자도 마음에 담아 보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 아닌가, 자신과 무관한 일에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매일 하늘을 보고 살면서도 저 하늘은 나라님 것이라고, 가물어도 장마에 집이 떠내려가도 임금의 하늘이니까 임금이 잘못하여 하늘이 노했다는 의존적인 삶을 살아온 민족이 아니던가. 임금이 알아서 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그들의 머리를 녹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조선은 달라졌을 것이다. 땅만 보고 살아온 인생들이다. 나는 다르다. 태어나서 어느 여인의 품에서 그 숫자를 보았다. 그 숫자는 내 것이다. 1500의 숫자 속에서 살고 있는 조선의 사람들과 달라야 했다. 미래로부터 전해 오는 힘이 고스란히 무극의 가슴으로 전해진다. 상대의 샅바를 잡고 일어섰다. 일어서는 순간 천둥 번개와 같은 기합소리가 입에서 터져 나왔다. 상대의 기를 눌렀다. 다리 한 쪽이 걸려들었다. 샅바의 힘을 이용해 찍어 눌렀다. 매성기는 어이없을 정도로 맥없이 모래에 무릎을 꿇었다. 번개 불에 콩 구워 먹었다. 훈련대장이 모래판으로 달려들었다. 모래 한 알 얼굴에 튀기지 않고 깔끔하게 세판 승부가 끝났다. 그의 기쁨은 둘러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놀라움보다 기뻤다. 훈련대장의 힘은 나를 들어 업었다. 어디서 그러한 힘이 솟았을까. 자신의 대리만족이 힘이 되어 솟았다. 훈련대장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내리고 있었다. 눈 깜짝 할 사이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훈련대장의 몸은 간곳이 없고 함께 힘들어 최선을 다했던 동료들이 무극의 몸 하나를 자기 것인 양 높이높이 들어 올려 힘자랑을 한다. 나는 하늘로 오르면서 내 하늘을 보았다. 오르고 또 올랐다. 이 기쁨을 누구와 나눌 지를 생각하기도 전 모두는 한 마음이 되어 산 천이 울리도록 환호 했다. 그 함성의 맥을 끊는 어명이 전달되었다. 소리로는 그들의 함성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기에 북을 쳐 분위기를 갈라놓았다.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가족에게 명분을 세우지 못했다는 걱정이 그들의 가슴에 무게를 더해준다.

  “둥둥둥. 둥둥둥. ”

  전 참가자들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한쪽으로 줄을 맞춰 섰다.

  “모두들 고생 많았다. 오늘로서 무과 시험은 끝이다. 무과에 장원한 사람이나 등수에 들지 못한 사람이나 모두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이번 과거 시험은 특별이 전하께서 관심을 두고 시해 왔던 만큼 오늘의 장원은 앞으로 임금님을 모시게 될 것이다. ”

  모여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라 부러운 마음에 마음껏 기뻐해 줄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의 아낌없는 박수가 격려로서 모자람은 없었다. 그와 함께 했던 것만으로도 가문에 영광이라는 자부심은 충분했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겠지만 이번 참가자 전원은 집에 돌아 갈 수 없게 되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하여 다음 말을 기다린다. 우리를 대궐의 군대로 이 편입 시킬 것인가 하는 기대가 그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에~ 지금 달랑성이 왜놈들 손에 넘어갔다는 전갈을 받았다.”

  “뭐, 뭐, 왜놈들 손에 성이 넘어가. ”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훈령대장과 나는 기절할 만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쩌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 많은 정의부대 병력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래서 전하의 어명을 전하겠다. 전원은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 쉬고 있기 바란다. 우리는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모두 경거망동을 삼가고 조용히 심신을 안정시키기 바란다. 나라에 전쟁이 났음을 선포한 병조판서의 말에 대궐에서 기함을 지르며 시험에 임하는 동안 성이 왜놈 손에 넘어 갔다는 충격적인 소리는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숙식을 해결했던 곳으로 짝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매성기가 다가왔다. 패자의 호의적인 태도가 고마웠다. 서로 안아주고 인사하면서 웃었다.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도 하였다. 나는 처음으로 웃으며 그와 걸었다.

  “달랑성에서 왔다지요. 이 무슨 변이랍니까. ”

  위로의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만의 고통이겠는가 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왜놈이성을 장악 하였다면 이제 그 곳으로 돌아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장원을 한 나는 대궐에 남겠지만 훈련대장의 갈 곳이 묘연하여 생각을 해야만 했다. 어쩌면 함께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금은 우리를 무슨 이유로 잡아두는 것인가. 우승의 기쁨도 제대로 느낄 새 없이 의문과 걱정이 앞선다. 나라는 어찌 될 것인가. 수없이 왜적과 싸우고 있지만 목숨은 버릴지언정 성을 빼앗긴 적은 없지 않은가. 어찌하였기에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임금은 이번 일로 과거에 참가한 군병들을 전쟁에 요긴하게 써먹으려고 대궐에 남게 하였을 것이다. 50명이 적은 수는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면 다시 성을 찾을 방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가까이 그곳에서 훈련을 하고 전쟁에 참여 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비밀이 있는지 훈련대장과 함께 거의 알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임금은 우리들로 하여금 성을 되찾게 하려는 어명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이러한 상황을 철저히 생각해봐야 하겠다고는 마음이다. 어쩌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가슴 깊숙한 곳에 무엇인가 꿈틀거렸다. 우선 배가 고팠다. 50명의 참가자들 모두 내가 다루어야 하는 부하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리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늘이 주는 기회라면 받아야지 하는 묘한 기대에 가슴이 떨렸다.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거 생에서 신라 하늘에서 고려 하늘을 가진 적이 있다. 신라 마지막 왕이 왕건에게 나라를 내어 줄 무렵 나는 최치원이 사랑했던 여인 미향의 몸에서 태어나 신라의 하늘을 가졌었다. 신라는 검은 구름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처럼 사라졌고 새로운 하늘인 왕건의 새 정부가 들어섰다. 그 하늘의 주인은 고려의 백성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새롭게 정리하면서 왕건의 정치에 동참하였다.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에 있었다. 그때 나이 십 팔세에 왕건의 칙명으로 강원도의 하늘을 섬기며 살았지만 부전자전으로 벼슬을 초개처럼 버리고 승려 옷을 입었다. 이 시점에 새로운 조선의 하늘을 가졌다.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상에 생명이란 한갓 하루살이의 목숨이다. 전쟁은 왜 있어야 하는가. 인간은 변화를 추구하며 자신을 변화시킨다. 태어나고 죽고, 어차피 채워지지 않을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어 나가려는 것이 전쟁이다. 남자들 세계에서 과거 시험을 통해 우수한 무사가 나오고 전장에 쓰이는 게 무인의 역할이다.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구가 존재 하는 한 아니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조선의 역사는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을 버렸었다. 그 세월이 얼마였든 전쟁으로 민족은 일세기가 되도록 동족과 대치하며 살아가고 있다. 슬프고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이 통일하여 주변국의 눌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한반도의 한 서린 기운은 가라앉을 것이다.

  무과에 참여했던 무사들은 대궐에서 묵으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위임 받은 것은 무과에 장원한 나였다. 정의부대 졸병이었던 내가 어마어마한 곳에서 대궐에서 그들을 훈련시키는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병조판서 안달흥의 부름을 받고 그와 마주 앉았다. 무과를 치루는 동안 그가 멀리서 지켜본다는 것을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바로 앞에 서고 보니 고개가 숙여졌다.

  “편히 쉬게. 좋은 성적을 축하하네.

  이번 과거에 장원을 하였으니 앞으로 대궐 예법을 교육 받아 전하의 호위대장으로 임명될 것이야. 그런데, 그러기에 앞서 나라에 큰 일이 생겼네. 어린 임금이 나랏일을 하니 수시로 왜군의 침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지. 이번 달랑성이 왜군에게 넘어 갔다고 하니 전하께서 자네가 선두 봉에서 성을 되찾아 오라고 어명을 내리셨네. 신하로서 전하를 생각하는 마음이 곧 나라를 돕는 일이네 50명이 선출되었으니 선봉을 맡아 성을 찾으라는 어명을 받아야 하네. 놀랐겠지만 또한 하늘이 주는 기회라 생각하고 계책을 세워 왜놈들을 몰아내는 기회로 삼아 전하를 기쁘게 한다면 자네는 대대손손 이름을 날릴 것이네.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올 때 잡아야 잡히는 것이야.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 말한다면 자네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듯싶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일 중에 이 전쟁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이네. 큰 성과를 이루어 전하를 기쁘게 해주기 바라네. 그리고 전하께서 자네에게 장원의 상으로 대궐의 명마를 내려 주셨네.”

  계책? 철통같은 왜군의 진을 뚫고 성공할 묘책이라, 그러한 생각에 빠져 안달흥과 무의식적으로 마구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명마라니 보고 싶었다. 어떻게 생겼을까. 며칠 전 말 타기에서 우승하였던 그 말이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하니 그 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목줄 털이 하얀 게 여인의 머리처럼 길게 내려와 빗으로 곱게 빗어 내린 것 같은 아름다운 갈색 말이었다. 그 모습이 귀하여 눈에 들었고, 전체적으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던 자태에 마음이 끌렸다. 갈색 털에서 기름을 발라 빗겨놓은 것처럼 윤기가 났었다. 그랬던 생각이 떠올랐다. 말과 하나가 되기 위해 눈을 떼지 않고 교감을 했었다. 말고삐를 바싹 쥐고 얼굴을 부비며 마음을 나누었다. 눈으로 교감하고 마음을 다해 함께 뛰었던 생각이 나 그 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구간에 들어서자 양쪽 두 줄로 20여 마리가 검은 눈을 껌뻑이며 서 있었다. 말 지기는 특별히 안달흥판서가 함께 온다는 것을 이미 소문으로 다 듣고 알고 있는지라 무과에 잔원한 사람의 말을 미리 챙겨 놓고 있었다. 그러기에 서슴없이 안내해 주었다. 금방 알아봤다. 경기에 함께 뛰었던 말이라는 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말을 보시게 자네를 알아보는 것 갔구먼. 자네가 탓 던 말이지.”

  너무 반갑고 놀랍다. 말과 마주섰다. 주인을 알아보는 것처럼 검은 눈이 촉촉이 젖어 무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극이 손을 내밀어 얼굴을 만지자 고개를 내밀어 반겨 주었다.

  “반갑다. 지난번에 고마웠어. 나와 장애물 경기도 잘 넘어 주었고 달리기도 잘 해 주어보고 싶었어.”

  나도 모르게 말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꿈엔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해 본 적이라도 있었는가. 명마를 갖게 되다니. 날개가 돋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병조 안달흥이 무극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무나 명마를 가질 수는 없지. 더구나 임금님이 내리는 선물은, 그만큼 앞으로도 전하와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다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말을 타고 싶을 때마다 주저 말고 마구간에 와서 함께 하도록 하게. 머지않아 명령을 전달하게 되겠지.” 어깨를 토닥여 주는 행동이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무극에게 큰 의무의 책임을 전달하고 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기분을 누구와 공유 할 것인가. 제일 먼저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실 어머니와 동생들이 보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오직 과거 시험에 몰두하느라 동생들과 애틋한 정을 나누지 못 하고 살았다. 그것이 이 순간에 생각났던 것이다. 이제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이 소식을 가족이 듣는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말의 부드러움에 얼굴을 갔다 댔다. 말은 눈만 껌뻑거리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명마라더니 새 주인을 알아보는 것인가. 신통하다는 생각으로 말과 함께 연무장을 달려보고 싶었다. 함께 해보고 싶어 말 지기에게 물었다.

  “말을 한번 타 보아도 되겠습니까?”

  “장군님의 말입니다. 이제 마음대로 타셔도 됩니다. ”

  “이 친구 이름이 있습니까?”

  “네,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말 중에 제일 멋있고 잘 생겼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지요.”

  “여기 있는 말 중에 제일 잘 생겼다고요.?

  “네 장군님처럼 어디 한군데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

  “저를 기분 좋게 하십니다.”

  “대궐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과장에서 모든 경기를 다 보았습니다.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들 말했습니다. ”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보살펴 주십시오. ”

  나는 마구간에서 익숙하게 말의 고삐를 잡고 유유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말 등에 올라탔다. 순한 양처럼 기다려주는 기품이 이름만큼이나 용맹스럽고 부드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용 비마, 속으로 외워본다. 말의 허리와 등을 만지며 체온을 공유한다.

  “용비마! 이제 나와 함께 하는 거야. 달려보자! 용 비 마야!!”

  숲을 달렸다. 언덕을 넘었다. 물을 건넜다. 넓은 초원을 질러 달렸다. 호흡과 호흡이 하나 되어 잠재워졌던 욕망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고삐를 잡아챘다. 순식간에 하늘로 부응 오르는 것처럼 말이 달린다. 억눌렸던 감정이 초원 위로 풀어진다. 이제 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가. 새파란 나이에 장군이라니 어깨에 무거운 갑옷이 느껴졌다. 무개를 없앤다. 팽팽하게 살아온 무게들을 가볍게 더 높은 곳을 향해 쏘아볼 것이다. 한 번의 기회를 지혜롭게 승화시켜 적중할 묘책을 계획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주어졌다.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왜군을 성에 오래 머물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습적인 행동으로 성을 되찾아야 한다. 대궐의 정규부대와 결국 함께 할 것이지만 우리 특공대는 비밀리에 성안으로 침입해 들어가는 작전이다. 군을 지휘하고 있는 책임자 들은 그 조건을 알고도 남을 것이다. 어떤 작전으로 성에 비밀리에 침투하여 조선의 군대와 합류할 것인가 가 성공하느냐 실패 하느냐 의 관건이다. 그 특공 작전의 우두머리로 내가 정해졌다. 그 책임의 무거운 무게가 새파란 내게 지워졌다. 전쟁에서 내가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목숨이 아닌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이다. 용비마를 끌어안았다. 외롭다. 누구와 함께 할 수 없는 일, 달랑 성의 내부를 아는 사람은 훈련대장과 나뿐이다. 이번 작전에 훈련대장을 빼 놓을 수 없다. 비밀 작전에 함께 끼워 넣어야 한다. 땅으로 꺼지려는 한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말에 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오던 길을 돌아가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용비마가 뚜벅뚜벅 천천히 동무하여 걸어 주었다.

  왜놈들에게 포로로 잡혀있는 정의부대 장병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얼마나 죽었을까. 얼마나 살아있을까. 그 어려운 시기에 자신이 없었다는 죄책감이 엄습해온다. 성안상황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포로로 갇혀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지나 않았는지. 그들의 부모는 성의 함락 소식에 자식의 일이 얼마나 불안할까? 가시방석이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염원으로 부모형제를 떠나 나라에 몸을 맡겼던 조선의 젊은이 들이 이슬처럼 사라져 없어져도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부모형제 만의 몫이겠는가. 어떻게 인간으로 왔는데, 한번 멋있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간다면 억을 할 것이다. 조선의 파란 영혼 중에 아마 지금 대한민국 하늘아래서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전쟁이없는 세상에 태어나 혹은 군대에서 혹은 사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태어나 살고 있을 환생론은 한 인간 나로 인해 증명되어야 한다. 그것은 ‘대가’ 이다. 환생이 없다면 너무 억울하다. 그리 되지 않는다면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희생은 보상받을 자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극의 ‘대가’는 억울하지도 않은 환생의 인물이고, 현 생에서 존재하는 마리아이기도 하다. 무극의 이름을 찾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곳 마리아기 때문이다.

  천년의 역사를 넘어 어찌 만난 무극과 마리아는 언어로 기록하는데 시차도 없이 만날 수 있는 대가성을 기록하는데 있는 것이다. 무한의 세계 무한의 진리는 어느 성인의 것이 아니다. 스스로 노력해온 대가이다. 무극의 대가는 지금 조선이 직면해 있는 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나는 그것을 풀어낼 것이다. 무한의 공간을 합류시킨다.

 

  몸을 지배하려는 것들에 집착이 살핌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에 깨달음은 깊은 성찰이다. 나는 무극의 생명이 조선시대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고 마리아는 현실에 있는 것이다. 생각의 한계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그 것은 무한이다. 무한의 세계는 마음도 없고 뚜렷한 정도 없으니 공간은 자유 자제 이거나 매 냥 자유롭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조선오백 년중 가장 전쟁이 많았던 15세기의 하늘 아래 명종 임금은 대비를 떠나 홀로서기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무과를 치르게 된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한 기쁨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왜인들 기습으로 나라는 온통 술렁이고 있었다. 기존의 대궐 금군들을 멀리하고 무술이 뛰어난 새로운 무관을 전쟁터로 보내기로 한 다음 명종 임금은 잠이 오지 않는다. 그 많은 대신들의 입을 막기는 했지만 만약 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임금의 입지가 땅에 떨어질 것은 뻔 한일 어떻게 하든 무사의 뛰어난 활약을 믿어보려는 기발한 생각을 한 명종은 말 많은 대신들의 코를 꺾어 보고 싶었다.

  무과 시험 내내 관심을 두었던 새내기의 뛰어난 무사 자질을 보았던 것이다. 대궐의 훈련도 받지 않고 전쟁의 병법을 어떻게 구사해 낼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적을 물리칠 것인지 새파란 무사에게 나라의 중대사를 맡겨도 될 것인지 임금은 잠이 오지 않았다.

  “전하, 너무 염려 마십시오.”

  나이는 젊어도 머리가 비상하여 모든 과목에서 다 이기지 않았습니까. 무예가 아무리 날렵하다 해도 머리만 못합니다. 그 자는 무예와 머리가 비상하여 전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오늘 마장에 가서 말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침 자기가 과시에 탔던 말이라 보는 순간 기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전하께서 그에게 자신감을 충족시켜 주셨습니다. 그는 말이 적고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이번 일만 잘 해준다면 장래가 보입니다. 그러한 사람을 전하께서 옆에 두신다면 큰 기둥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번 시험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그를 도와 한 치 오차도 없는 작전으로 성에 진입하여 성 밖의 다른 부대와 일시에 왜군을 성에서 일망타진하는 묘책을 강구하여 전하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안달흥은 임금을 안심시켰다.

  “짐은 병조판서만 믿겠소. ”

  “전하께서는 선대에 없는 훌륭한 신하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한 대신들을 다 멀리하시고 이번과거에 장원한 새파란 무사에게 나라의 큰일을 맡기시니 무슨 큰 뜻이 있습니까?”

  명종은 깊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한참을 있었다. 앞으로 등용할 인재들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치에 물이 들지 않은 순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잘 다스려 보려는 속마음도 있었다. 어머니인 문정왕후가 자기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적자인 인종 임금에게 저지른 행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명종으로서는 어머니와 다른 새 정치로 임금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로 새롭게 인재를 발굴해 자신의 소신대로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무과 시험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참관하는 내내 가슴이 설렜던 것이다.

  선대 장자인 인종이 즉위하자 어머니 문정왕후 일파는 인종을 죽이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면서 문정왕후의 소생인 경원대군(명종)을 왕으로 옹립하는데 성공했다. 20살인 명종은 문정왕후가 대리청정을 오래 할 줄 알았다. 임금의 도리를 미처 배우기도 전인 일 년 만에 대리청정을 거두었다. 홀로서기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계획하고 문정왕후 일파를 멀리하려는 목적을 가슴 깊숙이 간직하였다. 이 복 형이었던 인종을 문정왕후가 버림으로 선왕이 죽었다는 무서운 비밀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인종 임금이 대군으로 있을 때는 문정왕후가 친자식처럼 돌보는 듯하였다. 중종인 아바마마를 옆에서 섬기며 한시도 떠날 줄을 모르고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인종이 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한다는 질시가 명종 가슴에 있기는 했었다. 막상 어마마마의 도움으로 왕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피를 나눈 형제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어마마마인 문정왕후를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명종은 대궐 안에 문정왕후가 선왕을 시해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음도 알고 있었다. 명종의 가슴에 형을 죽이고 대신 왕이 되었다는 멍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명종으로서는 이번 결정은 도박이 될 수도 있을 위험한 결정이었다.

  명종은 병조판서 안달흥의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오명을 벗을 수도 있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순리를 어기면 다리를 뻗고 잘 수 없는 것이다.

  힘의 원천은 분노와 평정이다. 거기에서 초능력도 나온다. 성을 빼앗긴 조선의 백성이라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울분을 터트린다. 그것이 힘이다. 훈련대장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분개하고 있었다. 전쟁을 같이 했던 전우들 생명이 어찌 되었는지 답답하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차분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왜놈들 칼이나 총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빨리 어떤 계책이 나와 공론화를 시켜야 적진에 들어가 소탕 작전을 벌일 것인데 그 작전에 끼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 울화가 치미는 것이다. 정말 무극의 머리에서 성을 찾을 계책이 나올 수 있을까. 몇 안 되는 특수요원이 별동부대로 탄생하는 기막힌 순간에 훈련대장은 무극이 별동부대 이름에 걸맞게 해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불안이 증폭되어 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고 무극의 경우다. 자기가 훈련시켜 과거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내어 임금님의 총애를 받게 되었는데 슬그머니 질투의 화신이 자신을 괴롭힌다. 장군이라니, 그것도 최선두에 서서 지휘를 하는 장군이라니 자기는 그 아래 끼지도 못할 처지를 생각하니 이러저러 얼굴이 불덩이다. 무극을 그리도 좋아 하지 않았던가. 그리 자랑스러워 신이 났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심보로 마음이 달라지는가. 한심하여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은 아니었다. 질투 할 상대가 무극인가. 어디 비교할 것이 없어 좁은 소견이 한심하다고 피식 웃었다.

 무극은 밤낮 없이 계책을 짜내느라 잠을 설쳤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의견이 결정되면 알려 주기 바라네.”

  병조판서가 완전히 떠넘기는 말투였다. 얼굴이 노랗게 변하여 초소에 돌아온 무극에게 훈련대장이 옆으로 다가왔다.

  “머리도 시킬 겸 밖에 나가 바람이나 쐽시다. 병이라도 날까 걱정입니다 장군.”

  훈련대장은 무극에 대한 질투를 내려놓고 보니 무극에게 씌워진 장군이라는 호칭을 미리부터 연습 해놓았다. ‘이미 대궐에서 달아 준 계급인데 누가 거역하겠는가.’ 마음을 내려놓고 부르니 존경스럽고 편안했다. 훈련대장이 장군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는 소리를 듣고 보니 어색하기는 해도 기분은 좋았다. 문과를 버리고 무과를 택한 것이 옳은 일이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뒤를 따라 초소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훈련대장은 아무 말도 없이 무극의 옆에 앉았다. 별똥별이 아래 산기슭으로 줄달음 친다. 별똥별이 검은 산 밑 어느 마을에 떨어졌다.

  “별똥별이 떨어진 곳이 달랑성 마을인 것 같소, 장군.”

  “둘이 있을 때는 장군이라고 안 해도 됩니다. 대장.”

  “우리가 이렇게 한가로이 별똥별이나 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우리 부대원이 모두 몰살 당한 건 아니겠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구해내야 하잖아. ”

  “대장! 성 둘레에 다래넝쿨이 유난히 우거진 곳이 있지요. ”

  “맞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다래 열매가 익어 갈 때지. 갑자기 그런 생각을 왜 했어?”

  성안으로 들어 갈 수 있어야 유격 작전을 할 수 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생각해 봐도 어떻게 왜놈의 철통같은 경계망을 뚫고 성 안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번 작전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계절에 맟게 다래 넝쿨과 칡넝쿨이 무성하여 밤을 이용한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한 작전이다. 그곳의 지리는 환하게 익혀온 우리 둘이 아니던가. 검은 밤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수십 명이 몸을 감출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곳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성 안을 살필 수도 있고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이 성 밖의 그 곳은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살아서 포로가 된 사람들이 얼마가 되는지, 그들과 합심한다면 성을 장악하고 있는 왜놈의 군사를 일망타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0명중 선동의 병동부대가 침입하여 탐색을 성공하여 별동부대와 정의부대가 협공 작전을 개시한다면 아직 성의 내부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지만 성을 빼앗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성으로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좋은 때다. 달이 없는 날을 택해 이동하는 것이다. 다행히 성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산을 타고 접근한다면 모두가 잠든 시간에 기습작전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탐조가 성 안에 들어가 왜군의 병력과 동태부터 살펴보고 제2의 작전을 세워야 한다.

  기습 작전으로 은밀히 처단한 왜군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들이 하는 대로 행동한다면 어두운 밤의 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군의 암호와 교대하는 시간을 알아 두어야 한다. 목숨을 내 놓을 각오로 왜군의 소굴로 들어갈 용기 있고, 그들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줄 아는 병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에 대한 계획은 이제부터 철저히 준비하여 나가기로 결론지었다. 훈련대장을 이 작전에 넣어 함께 성으로 들어갈 것을 계획 하고 실마리를 잡은 것에 기뻐하며 잠을 설쳤다.

  “우선 정리한 것을 다시 토론하여 병조판서에게 알리도록 합시다.”

  정탐조로 성에 진입할 사람이 정해졌다. 훈련대장과 이번 과거에 2,3등을 한 두 사람과 이 작전 책임자인 나와 네 사람으로 결정했다.

  산에 어둠이 짙어지자 정탐조 네 사람은 어둠을 틈타 성의 담을 넘기로 다래넝쿨 속에서 안의 동태를 살폈다. 워낙 외딴 곳이다 보니 보초서기를 꺼려해 그냥 지나가는 곳이 적들의 눈을 속이는데 적합한 장소라고 네 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왜군들은 눈에 불을 켜고 성을 지킬 것이다. 어쩔 것인가. 조선 땅에서 왜군이 어느 한곳을 차치했다고는 하지만 언제 또 조선의 부대가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아무도 모르는 처지라 그들도 불안할 것이다. 어쩌다 그리되었지만 조선의 군대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다 건너 사는 왜적이 육지의 땅을 탐내어 덤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전쟁에 성공적인 총 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총탄 앞에서 조선의 군대들은 버텨낼 수 없었다. 비격진천뢰 화포가 있다 해도 화약을 장전하는 시간이 길기에 그 답답함은 목숨을 조이는 일이다. 그들이 조총을 들고 조선 군대를 겨누는 순간 정의부대 소속부대는 칼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어린 임금이라도 그런 소식을 듣는 순간 안타까움은 뼈를 깎는다. 그런 조총의 기세는 왜가 조선을 업신여기는 원인이다. 그들의 기세가 등등하여 침략을 일삼아 왔다. 이번 작전에 그 조총을 우리 손에 넣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다시는 그들에게 성을 넘겨주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한다는 오기가 별동부대의 가슴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침략자에 대한 울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그들의 조총 기술을 조선이 것으로 배워야 한다며 임금은 왜군 포로를 죽이지 말고 기술 있는 자는 전향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하라는 어명까지 각 부대에 전달하였다. 기술을 획득하여 왜를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속히 개발하라는 어명이 조선 백성들을 무참히 왜놈의 총에 쓰러지게 할 수 없다는 임금의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왜놈이 손에 든 것은, 바람을 가르고 상대를 찌르는 칼도 아니요. 화약을 넣어 쏘는 비격진천뢰 화포도 아니다. 그냥 방아쇠만 당기면 사람을 죽이는 총이다. 그들 눈에 띄기만 하면 목숨 부지하기는 어렵다. 그냥 죽는 것이다. 우리는 왜 조총보다 빠른 총을 개발하지 못하였는가. 우리도 조총기술을 개발해야 전쟁에 이길 수 있다. 그것이 안 된다면 조총 기술을 가진 자들을 포로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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