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일반/역사
무사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1.1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를 지나 첫번의 생을 살았고 두번째 생은 조선중기 그 격변하는 전쟁 중심의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데 무사의 길을 걸으며 살았다.
문과 시험을 치루기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주인공 무극은 그 길을 접고 무사의 꿈을 꾸게된다. 그는 태어나면서 2018이라는 숫자에 매료된다. 그 숫자로인해 무사의 길이 열린다. 순막히는 순간에 2018의 숫자로부터 하늘의 에너지를 받게 된다. 인간의 삶이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소설속 < 동희> <승려포청전 > <무사 > 에서결정되었다.

 
2화
작성일 : 19-11-01 21:15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1744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조용하던 연병장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와 와!! ”

  서로 쳐다 보고 돌아다보며 가슴을 부풀렸다. 그러나 누가 두각을 나타낼지는 대강 몇몇으로 정해져 있었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몸이 날렵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뒤에는 덩치가 만만치 않은 동기들이 몇 있었다. 그러나 칼싸움에는 자신이 있었다. 집에서부터 마당 귀퉁에 볏짚으로 새끼줄을 꼬아 감아 매달아 놓은 것에 주먹질을 해대며 단련시킨 속도감이 정의부대에 들어오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속도감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 확연히 자리매김을 했다. 힘에 밀릴지 몰라도 칼 쓰는 기술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감독의 눈이 날카로워 졌다. 심판은 공정해야 장병들에게 신임을 얻을 것이다. 또한 한창 혈기에 사고라도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앞줄 한쪽 의자에 부대의 장군 급 지휘관들이 앉아 있었다. 훈련병의 시합을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기합소리와 함께 물러난 훈련병들은 교관의 명대로 하라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씩 겨루기를 하였다. 똑같이 배웠어도 익히는 데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훈련병들이 낙엽처럼 쓰러졌다. 나무칼로 가슴을 찔린 패자는 가슴을 움켜쥐고 물러났다. 17세 18세의 혈기왕성하고 군기가 잔뜩 들어간 패자들은 한쪽에서 기술부족과 패배의 아쉬움을 서로 털어놓고 있었다. 열사람으로 좁혀졌다. 탈락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병사들이 마주서자 우레와 같은 소리로 응원해 주었다.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패한 사람들은 더욱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장악 하였다. 소리로라도 한 몫 하려는 기세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장군들도 조용히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제 네 사람으로 좁혀졌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이제 볼만한 경기라고 장병들은 모두 일어나 야단들이다. 나는 네 사람 중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물바가지를 들고 와서 응원한다.

  “야! 야! 우리 조가 이겨야 한다. 끝까지 잘해!”

  수건으로 땀을 닦아 주는 같은 조 동기가 속삭인다. 다 덩치 큰 친구들이다. 화포 사격장에서도 장애물을 잘 쏴 맞추었던 친구들이다. 그러기에 서로 경쟁의 대상이었던 정의부대 전우들이다. 긴장되는 시간이다. 나와 겨루어야 하는 상대는 날렵함으로 말한다면 팔놀림이 부드럽고 예리하여 빈틈을 주지 않는다. 그와 내가 마주섰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긴장이 흐른다.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어야 이긴다. 서로 눈빛만 빛난다. 나는 방심하지 않는다. 그의 눈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쪽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그가 옆으로 다리를 옮긴다. 그가 치솟았다. 내 다리도 솟았다. 공중에서 살포시 비켜 돌았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기합 소리와 함께 땅으로 내리는가 했는데 하늘로 솟는다. 챙챙, 마침 칼날이 부딛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왼손과 오른손에 힘을 모으며 기합 소리와 함께 상대방의 가슴께로 칼끝을 내리쳤다. 그도 기합소리를 내며 순간 옆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서로 뒤쪽으로 물러났다가 기합소리와 함께 내 칼끝이 상대편 가슴을 찔렀다. 상대편 병사가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진다. 동시에 산이라도 덮을 것 같은 함성소리가 났다. 연무장을 뒤집어도 좋을 듯 군기 잡힌 응원의 자세다.

  “와! 와! 와!! ”

  그 순간 편 가르기는 없었다. 아직도 마지막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날뛰며 좋아 하기는 일렀다. 옆으로 달려들어 땀을 닦아 준다. 물을 먹여준다. 대리만족은 도가 넘었다. 방심은 패가망신이다. 나는 머리에 물수건을 감고 잠시 옆으로 나와 쉬었다. 우선 강적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다시 두 사람 중에 한사람과 겨뤄야 하기에 숨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웅성웅성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날 문과를 공부하면서 가슴이 답답할 때는 가끔씩 명상을 하였다. 장남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워 그리 하였던 것이다. 아련한 기억 속에서 숫자를 기억 할 때가 있다. 가슴에 있는 2018이라는 숫자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숫자에 대한 호기심을 명상 속에서 생각하기도 한다. 명상을 할 때마다 숫자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는데 진로를 바꾸는 바람에 그러한 여유로움이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앉아 있는 동안 2018의 숫자가 떠올랐다. 그 순간 하늘을 나는 새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옆에서는 다른 두 사람의 경기를 보느라 장병들의 원이 점점 좁혀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숫자는 부처님 시대의 숫자도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미래에서 왔다고 했던 사람의 말이 각인되어 머리를 스첬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왜 이런 생각이 날까. 꿈이 아닌 기억이 생생하다.

  누워있을 때의 아기는 천지의 이치를 안다고 했다.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울 때면 까맣게 잊어지는 것이 아기 때의 일이다. 그럼에도 가끔씩 그런 현상이 있었다. 어느 때는 미래에서 온 사람의 손에 잡혀 하늘로 치솟아 어디론가 다른 세상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세상에는 거인들이 많았고 얼굴들이 달랐다. 그곳은 애나 어른이나 분주하고 행복하고 자유스러웠다. 어릴 적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몸이 새처럼 가볍다. 손에 든 칼이 상대를 향에 돌진한다. 결승의 규칙은 다섯 번 승부로 되어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독수리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찔렀다. 칼끝에 찔린 상대방이 움찔 고통을 느끼며 중심을 잡느라 주춤하였다. 관람하던 장군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순식간에 상대의 허를 찌른 기술이 그들을 놀라게 하였다. 상대의 중심이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은 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다시 또 수직으로 날아 수평으로 돌면서 상대의 어깨를 내리 쳤다. 악! 하는 순간 상대방이 들고 있던 칼이 땅으로 떨어졌다. 구경하던 훈련병들과 장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쓰러진 자에게 일어나라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 함성에 상대방은 오른팔을 돌리며 다시 일어나 칼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승부는 결정 났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상대는 다른 사람들의 환호성이 자기를 응원한다는 사실에 힘을 입어 나를 노려보았다. 그는 내가 만만한 상대가 아닌 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날렵할 줄을 모르고 자신이 그리 맥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몰랐다. 몸이 새처럼 위로 치솟아 독수리가 먹이 채가듯 내리 꽂히는 칼끝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내게 진다고 해도 이번 시합에 2등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리 억울해 할 것은 없을 거라는 편안한 생각도 했을 것이다. 연병장의 함성소리는 산을 울렸고 이미 넘어가는 해를 쏘아 넘겼다. 경기는 끝나고 흥분된 시간은 길었다. 연병장에 모여섰다. 장병들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놀라움과 만족감이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하루였다. 대장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연단에 올랐다. 경기를 끝낸 1, 2, 3등의 이름을 부르며 오늘의 결과는 모든 사람들이 합심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칭찬을 하였다.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에 임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내주기 바란다는 말과 수고한 세 사람은 상과 상금이 있을 거라는 말에 연무장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둘러선 장졸들이 일등의 영예를 안은 자랑스런 자를 그냥 세워놓고 볼 수 없다는 일치된 생각에 나를 그냥 둘리 없었다. 몇 번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는 마지막에는 땅으로 내동댕이치는 것으로 그들의 갈등과 만족감을 풀어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성 안까지 퍼졌다. 그 이후로 칼싸움 잘하는 귀인으로 통하였다. 나는 그날 이후 2018 이라는 숫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다. 무극과 마리아는 하나이기에 시대를 초월한 우주 공간의 에너지에 의해 공존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것이 시대의 이슈로 전개되고 있다. 현 시대에 보편화 되어가는 신과의 만남은 인간의 한계점에서 다시 원 이치에 도달하는 평범함의 일상을 고조시킬 때가 있다. 과학의 발달과 기계화의 복잡한 세상에서도 신의세계는 가끔씩 인간의 정신세계와 공유하기도 하여 지혜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신과의 만남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정신세계를 재정비 한 자에게만 걸러 냄이 없이 인식하게 한다.

  과거 사람들이 보았다는 도깨비불의 실체를 현대에는 아기들도 친숙하게 느껴 호기심 속으로 끌여들여 즐기는데 아무런 경계가 없어졌다. 인간은 누구나 알지 못하는 세계를 탐구하려 한다. 언제나 흔한 소재였지만 인기 있는 소재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놀이가 흔한 세대에 호기심이란 흑백사진의 진미만으로 끄집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음이다.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상상의 세계는 메마른 현대인에게 또 다른 공간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다. 신과 인간의 세계는 언제나 공존하지만 그 한계는 아무에게나 의미 없고 기획 없이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숙제가 주어진 이상 어떻든 공감대를 끄집어내는 게 인정받는 답이 될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기계화가 되어가는 시대에 도깨비 이야기는 애기 적부터 친숙이 다가와 흙을 밟지 못하고 자라나는 세대에는 호기심대상으로 다가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인간과 신의 관계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합일이 있었던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은, 아니 누구나 이미 경험하고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인간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가지게 한다.

  나의 화두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세밀하여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탐구거리이며 그것은 무한을 창조해 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날 운명이라면 파도에 생명을 맡기고 갈 수밖에 없는 정해진 행로이다. 바람을 피해 온갖 고생 끝에 목적지에 닿았다면 응당 타고 왔던 배는 제 자리에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될 것을 염려하여 그 배를 잡고 있다면 그것이 흔히 말하는 ‘집착의 그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을 건너온 사람에게는 앞의 세계는 무한하다. 무한의 세계를 설계하는 주도자는 어떤 환경이 낯설게 와도 싸워 성취해야 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식하는 이상 정진을 멈추는 행위는 고행이 길어진다기보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 틀을 비켜나와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야 나도 너도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훈련은 그 만큼 전우애와 애국심이 하나로 굳건해 지는 것이다.

 

  명종은 무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달랑 성에 정의부대 명령이 전달되었다. 조총 술을 배워 적과 싸우는데, 적군을 겨냥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적에게 패하여 아까운 목숨들을 잃게 되는 자 포 사격이나 조총의 느린 기술을 안타깝게 여긴 명종임금은,

  “앞으로 인질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그들의 기술을 조선의 기술로 만들기 위해서는 포로 중에도 화포 기술이나 조총 기술을 가진 왜군 병사를 가려내 조선에 귀화하는 조건으로 삼아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조총이나 포를 더 빨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힘을 모으라는 전갈이 성 전 지역에 전달되었다. 포는 불발이 없을 때는 아홉 번의 포를 쏠 수 있으나 불발이 되면 다섯 번으로 줄어든다. 여러 사람이 매달려 화약을 장전해야하는 조선의 포는 너무 느리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인원이 요구되어 왜군이 연발 쏘아 대는 조총의 위력 앞에서 아무리 장졸이 많아도 이길 확률이 적었다. 그나마 적진에 뛰어들어 육탄전이 시작될 때는 왜군의 조총 기술에 조선의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어야 하고 후퇴의 쓴맛을 본다. 심려가 큰 임금은 나라의 위급함을 당하여 무과시험을 새롭게 반포했다. 무과의 격을 놓여 궐에서 직접 무과를 치루 도록 하였다. 그렇게 뽑힌 우수한 장졸들은 대궐의 굳건한 호위 무사로 쓰이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방이 전국 각처에 전달되었다.

  그 무렵 나는 칼 쓰는 것보다 조총사격에 매력을 느꼈다. 정의부대 시합에서 일등을 한 이후 대우가 달라졌다. 장군이 타는 말을 가끔씩 탈 수 있는 호의와 자유시간도 주었다. 당시 조선은 인재에 대한 공을 치하하는 대신 앞날에 있을 전쟁에 쓰일 인재를 발굴하여 적진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는 관의 임무를 중앙인 대궐에서 직접 이행하고 있었다.

  대궐에서 직접 치루는 무과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무과에 응해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하는 자에게 궁궐의 호위 무사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는 방을 보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무과에 급제하면 궁궐에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다. 사내로 태어나 전쟁에서 선두의 장수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조선의 하늘을 가질 수 있겠다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순간이다. 군에 들어와 전쟁의 지휘자로 적군을 향해 무기를 잘 다루는 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총 술은 신기하였다. 날카로운 칼과는 달리 상대의 피가 낭자하여 쓰러질 때 까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조총은, 한 방이면 죽는 줄도 모르게 목숨을 빼앗을 수 있기에 칼로 싸우는 것보다 위험이 배가 되었다. 조총을 연습하면서 총알이라는 작은 무기가 전쟁터에서 빠른 효율의 가치를 낸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그 부족한 조선의 조총 기술을 능가할 수 있는 칼의 손놀림을 연구하여 상대의 허를 기습적으로 노리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러 무기를 잘 다루는 무사가 된다면 조총의 기술 역시 상대를 선제공격함으로서 제압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슴을 뛰게 했다. 그러기에 조총 사격 연습 시에는 주어진 총알을 하나도 허비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발포하였다. 그럴 때마다 백발백중으로 사격의 요령도 생겼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던 훈련대장이 불렀다.

  대궐에서 호위 무사를 뽑는다는데 추천해 줄 터이니 나가 보란다. 마음에 있었던 터라 기쁜 마음에 대장에게 말하였다.

  “대장님께서 추천하여 주신다면 한번 겨뤄 보고 싶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연습하라는 허락을 받았다. 칼 솜씨며 포 쏘는 정확도가 남 달은 것을 알고 있는 훈련대장은 눈여겨보아 왔던 것이다. 언제나 조용한 것을 좋아 하지만 훈련이 시작되면 괴물 같은 승부욕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속으로 감탄하였던 터라 평양성 정의부대 대표 군인으로서 무과에 보내자는 장수들 간의 회의를 마쳤다. 체격이나 키가 무사의 체질을 타고났다며 무기를 다루는 타고난 천재라고, 앞으로 부대를 통솔할 인물임이 입증되었다는 결론이다.

  꿈이 이루어지려면 밟고 오를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속에는 그러한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훈령대장의 배려로 조총 연습도 열심히 했다. 오십 마장 앞의 물체를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백 발 백중 관통 시켰다. 어디에서나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속으로의 생각일 뿐, 자만하지 않는 습관을 항상 길러 왔기에 무 덤덤한 것처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훈련대장과 함께 임금이 사는 대궐 무과 장에 입성했다. 무과는 한 가지만 보지 않았다. 칼싸움은 기본이고 말 타고 장애물 넘기, 씨름, 총 쏘기 등이었다. 무기로 하는 것은 잘 할 수 있지만 말 타기는 연습을 못했다. 말을 다루는 법을 대장으로부터 배웠지만 자신의 말이 아닌 이상 달리는 것에 만족하였지 장애물 경기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과장에 오기 전 한양 어느 주막에 묵은 적이 있었다. 시험에 참석하기 위해 대궐로 들어가기 전 훈련대장의 인맥으로 말을 빌려 연습은 하였다. 어떤 말을 타게 될지 몰라도 말 주인으로 부터 말에 대한 지식을 들을 수 있었다. 말과 하나가 되는 교감이 이루어 질 때 말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을 타고 마음껏 달렸다. 가슴이 확 트였다. 몸이 집단에서 해방되니 마음이 자유로웠다. 훈련대장이 고마웠다. 만약 이번 무과에 급제하게 된다면 훈련대장의 은혜를 있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졌다.

  처음으로 궁궐이라는데 들어와 봤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은 보기만 하여도 내 노라 하는 인재들이라는 것을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전국에서 무사의 꿈을 안고 모여든 뛰어난 무인들이 물물이 모여서 웅성거렸다. 그들의 눈은 반짝거렸으며 무예로 단련된 몸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절도가 있었다.

  저 멀리 임금이 앉을 자리로 보이는 곳은 아직 비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임금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수한 성적을 낸다면 언제나 임금의 주위에서 임금의 일거 수 일 투족을 보호할 것이다. 그렇게 되리라는 생각을 나는 하였다. 너무 흥미진진할 무과 시험 장면이 눈에 떠올라 가슴이 뛰고 얼굴엔 엷은 미소까지 번졌다. 문과 벼슬이 아닌 무사로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그 자리는 바로 임금의 호위무사리라.

  “주상 전하 납시오!”

  무과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시험관과 모인 대중들도 모두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무과를 보러온 사람들은 임금의 얼굴이 궁금하여 슬쩍슬쩍 올려다보았다.

  임금 옆에는 말로만 들었던 수렴청정을 하는 대비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들이 들렸다.

  “임금은 허수아비 왕이라며, 대비가 나랏일을 좌지우지한다는데 이번 시합도 대비의 말 한마디면 장원되는 것 아니야!”

  사실 대궐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었다. 문과에 급제를 하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대궐의 정치가 마음에 안 들어 무과를 택했던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문과가 아닌 무과를 보러 대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인생이란 알 수 없는 일이다. 임금과 대비가 자리에 앉자 대신들도 앉았다. 시험을 알리는 큰 북 소리가 진동하였다. 시험관이 4~5십 명의 참가자를 앞에 세워놓고 임금을 대신하여 큰 소리로 경기 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무과를 보러 오신 오늘, 여러분들이 배워온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오늘 날씨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규칙을 잘 지켜서 우수한 성적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주상 전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여러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면 합니다. 그럼 첫 번째 종목으로 검술 대련이 있겠습니다.”

  두 명씩 겨루기를 하였다. 모인 사람들은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자격을 갖추어 밤낮없이 훈련의 훈련을 거듭한 인재들이었다. 참가자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있을 것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이치다. 과거 시험이다. 각자의 실력을 시험하는 사나이들의 힘겨루기는 최고수준의 대결이라 단언 할 수 있었다. 정의는 끝났다. 첫 번째 종목은 칼을 써 상대편의 허를 먼저 세 번 찌르면 이기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각축을 벌여 반으로 줄었다. 그 중의 한사람이 된 나는 쉬지 않고 다음 순서에서 붙을 사람을 계산해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을 훈련대장을 생각하고 한번 둘러보았다. 모두 조용히 자리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순간 임금을 멀리서나마 바로 볼 수 있었다. 붉은 옷에 머리엔 왕관을 쓰고 앉아 있었다. 위언을 삼가하고 미소로 지켜보고 있을 임금을 멀리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왕 과 대비는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얼굴이 바로 보이지 않아 어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을 다른 데 둔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는 걸 깨닫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데, 얼굴에 땀을 닦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보이는 사람이 이긴 쪽인 모양이다. 몇 번을 더 이겨야만 칼 격투기는 끝이 날 것이다. 사람이 흥분하게 되면 다칠 수가 있기에 나무로 깎은 칼을 가지고 시합을 하는 것이다. 꼭 이겨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마음 하나하나에 희망의 불꽃이 이글거린다. 긴박한 경기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무사의 길이 험난하고 험난한 길이다. 문과 급제 만큼 어려운 일이다. 전국에서 자신이 이길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참가한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목숨을 걸고 이기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 눈을 부라리며 덤벼드는 판국에 낙관하기는 이르다. 상대에게 진 쪽은 아쉬움을 감추고 옆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예상 못했던 사람이 이기는 경우 주위의 함성은 더욱 뜨겁다. 그 흥분을 몰아 4강에서 겨룰 상대가 선정되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용히 한 곳에 앉아 있었다. 각 지에서 모인 응시자들의 수준을 대강은 파악을 하고 있었다. 한차례 숨 돌릴 시간에 훈련대장이 나타났다. 물바가지를 가지고 와 마시라 한다.

  “지금까지는 잘했어,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면 걱정할 것 없어.”

  반갑다. 낯익은 사람이라고는 훈련대장뿐이다. 응원한다고 따라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정의부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남은 사람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부 사병들은 주머니에 돈을 털어 주며 “꼭 이겨 부대를 빛나게 하라”는 말과 함께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서 받았다. 무엇보다 훈련대장이 옆에 와 준 순간 가장 큰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힘이 생겼다. 시험관이 경기 시작이라는 북을 울렸다. 이제 네 사람이 사투를 벌이는 시간이다. 나는 순간 눈을 감았다. 2018 숫자를 떠 올렸다. 숫자가 각인 되는 순간 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위로 치솟아 상대의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 상대가 주춤하는 순간 그의 머리를 공격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악 소리를 지르는 순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무슨 바람이? ”

  그 순간 다시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상대방은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임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손뼉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자들의 세계가 우렁찬 손뼉 소리로 화합을 이룬다. 웅성웅성 하던 분위기가 조용했다. 나머지 두 사람의 경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땀이 얼굴을 뒤덮어도 땀 훔칠 겨를이 있겠는가. 기합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그들 나름대로 한 가지 주문쯤 외웠을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했고 이기기위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그 생각이 좁혀진 것이 화두이다. 화두의 원리는 소멸을 말한다. 선지자들은 그 화두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나 또한 화두 챙기는 일에 노력한다.

  나는 조선 여인들의 핏기 없는 파리한 얼굴을 보고 자랐다. 물든 옷이라고는 검정 옷이 고작인, 그것도 귀하고 귀하여 입을 수 없었던 조선의 여인들, 나는 다시 조선으로 들어갔다. 전쟁으로 물들었던 조선이지만 대궐의 풍경은 달랐다. 색색이 차려입은 대궐의 여인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얼굴에 미소가 그득하여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선 땅 어느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없었던 그런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세 번 바뀌는 조선을 보면서 조선을 걱정하고 목숨을 바치는 조선의 남자들은 파리한 누이들에게 화려한 색색의 옷을 언제 입혀볼 것인가. 저리 맑게 웃으며 살아 본 적이 있을까.

  임금이 보는 앞에서 환호를 받으며 한 종목을 우승하였다. 무술이 뛰어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임금이 일어서 손뼉을 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조총 술을 겨루기 위해서였다. 총알 열 발을 명중시켜야 한다. 훈련대장이 옆에 따라 붙었다. 훈련대장 어깨의 무게가 달라졌다. 함께 했던 부대원이 칼 겨루기 일등을 차지하였으니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더구나 나라님이 보는 앞에서 그리 되었기에 자신도 함께 어깨가 올라갔던 것이다.

  “후후, 조선에서 다 알아 볼거야. 정의부대 출신이라는 것을.”

  아무리 훈련대장이라도 무기 다루기는 쉽지 않았다. 타고난 재질과 노력이 없이는 능숙하기 어렵다는 걸 훈련대장도 익히 알고 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응원밖에 없었다.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칼을 든 몸이 새처럼 가벼웠고 상대를 내리치는 속도가 번개 불처럼 빨랐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기에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신의 한 수였다고 수근 거렸다. 조총 쏘는 시합까지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지만 승마와 씨름이 남았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씨름이야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종목이어서 거기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다.

  부대에서 무과 각 종목 훈련을 해보았기에 무극이라면 가능할 거라는 게 훈련대장의 마음이었다. 훈련대장은 무극이 무어라 한 마디 해 주기를 바랐지만 묵묵히 걷는 뒤를 그저 부지런히 따라갈 수밖에 무극의 엄숙한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손에 땀을 부비며 따라 다녔다. 첫날은 조총 술까지 하기로 과거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조총의 달인이라고 대원들도 혀를 찼었고 장수들도 알고 있는 처지라 훈련대장은 마음을 놓아 보기도 하였다. 대궐 안의 조총 연습장은 고급스럽고 마음에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오십 여 명중 다섯 명씩 사격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총알 열 발을 명중시켜야 최고 점수에 오른다. 다섯 명씩 한 조가 되었으니 그 중 최고 점수인 한명씩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무과에 급제 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이미 처자식이 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그 사람들의 부모님도 아들을 위해 전쟁에서 죽지 말라고 천지신명님께 정화수 떠놓고 새벽이슬을 맞으며 빌고 빌 것이다.

  무극의 어머니 분이 또한 새파랗던 나이가 마흔 줄에 들었다. 맏이 아래로 자식 둘을 더 두었는데 그나마 남편 구경을 제때 못한 탓에 셋으로 그쳤다. 열여덟 나이에 첫 아들을 낳고 안절부절 키웠던 때가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 아들이 진로를 바꾸는 바람에 섭섭함이 있었지만 나라를 지키겠다는 장한 뜻을 품고 성에 들어 간지도 3년이 다 되었다. 어리기만 했던 지난날이 꿈결같이 지나갔다. 남편도 전쟁에 죽지 않고 살아와 이제는 한집에서 살게 되었고 작은 농토를 가지고 아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기다리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얼굴 붉었던 시절에 나라에 몸을 바쳐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을 마음 조이며 기다리고 살았는데 그나마 성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새파란 마음일 때도 오직 한마음으로 정성을 드려 정화수 떠놓고 빌었던 덕이라고 생각하였다. 분이도 이제 하얀 머리가 몇 가닥씩 생기고 있다. 나라에 목숨을 내놓은 맏이의 결단에 운명이거니 받아드려 보려는 마음도 먹었다. 지금껏 하루도 빼먹지 않고 새벽이슬 맞으며 빌고 빌었던 정성 덕이 아니었나 하는 감사함도 있었다. 분이가 집에서만 정성 드려 행했던 기도가 부족하였는지 부처님의 성전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자식 키우느라 찾아가지 못했던 절에 스님께 아이들에게도 먹이지 못하는 쌀 되박을 시주로 챙겼던 것이 그 스님과 인연의 고리가 되었다. 맏이가 진로를 바꾼다고 할 때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새벽바람에 스님을 찾아갔던 적도 있었다.

  스님이 아침 공양을 채 물리기도 전에 스님 방을 급히 찾아들었다.

  “이른 시간에 어인 일로 올라 오셨습니까?”

 스님께 합장을 하고 근심어린 얼굴을 감출 수 없어 댓바람에 말문이 터져 나왔다.

  “큰 아이가 하던 공부를 집어 치우고 전쟁터로 나간답니다.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분이 모습을 바로 처다 보지도 않더니,

 “보살님, 우선 아침 공양부터 들고 오십시오.”

  분이와 스님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분이는 자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저리 느긋하게 말씀을 하시는 스님을 쳐다보다가 더 무어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어 올라 올 때 마음이 흐지부지 사라지고 있었다. 부엌에서 공양주와 아는 얼굴이라 분이는 스스럼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밥사발에다 밥을 퍼 담았다. 아침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기에 말이다. 밥사발을 들고 방 바닥에 앉았다.

  “무슨 일이기에 일찍부터,”

  무어라 답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좋은 수라도 있으려니 달려왔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부처님도 무슨 수가 있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도나 하고 내려가야지 하고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물을 마시니 트림까지 나와 마음 정리가 되었다. 인간은 그러한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뚜렷하다. 생떼 같은 자식을 전장에 잃어 버렸어도 그 마음을 정리 하는 시간은 늦음과 빠름이 있을 뿐 분이도 예외는 아니다. 아들이 전쟁에서 오직 살아남기를 부처님께 빌어야 했다.

  마냥 어렵기만 했던 자식이 떠나는 날, 분이는 싸리문 밖에서 아들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아들을 나라에 바친 부모가 할 일이라고는 천지신명이나 부처님을 찾아가 염원으로 바꾸고 화두를 탐구하는 것 뿐이다. 그 염원은 차츰 하나의 불씨처럼 가슴을 밝혀 내적 의지로 세상을 달관하여 두려움을 없애주고 그렇게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면 자식에게 전해지기도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여유로운 일상에서 큰 힘의 원천이 되어 자유롭게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해가 지면서 궁궐 안의 풍경은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 불빛이 새어나와 새 천지를 만들었다. 겨루기를 하는 동안 먹고 자고 할 대궐에서 그들을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새로운 꿈틀거려 각인 되었다. 대궐은 밖에서 소문으로만 듣고 이야기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사대문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안 대궐은 왕을 보호하는 군사와 왕의 여자들만의 세상이었다. 무극은 그 속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내 하늘을 대궐에서 만들 것이다. 훈련대장과 어느 한 귀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이 무슨 복인가. 대궐에 들어오다니. 자네는 꼭 대궐 사람이 될 거네.”

  조총 사격에서도 우승한 뒤부터는 내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나 높은 사람으로 느껴져 도저히 자기 부하라는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무과에 참가한 사람들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명종을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시험관들도 혀를 내두르며 두 종목을 지켜보았다. 처음이다. 그렇게 무술이 뛰어난 사람은 처음 본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그들도 임금처럼 기분 좋은 징조라고 내일 일이 궁금하다며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짐을 풀고 자리를 정하고 잠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하여 한 곳에 모였다.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 중 이미 무과에 실패한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었기에 무과 시험이 끝날 때까지 대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평생 가문의 영광으로 삼으리라 마음먹은 사람들은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훈련대장은 언제나 옆을 떠나지 않으며 싱글벙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곳에 모인 참가자들은 어느 정도 얼굴을 익혔다. 낮에 서로 눈을 부라리며 상대를 넘어뜨려야 이기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심신이 피로하여 다음 시험을 생각하느라고 여유라고는 없었다. 그럼에도 자기의 실력이 이번 과거시험과는 무관함을 알아 이미 마음을 비우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대궐의 어마어마한 전각들과 오가는 여인들의 아름다운 자태라든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광경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에 만족하였다.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옆 자리를 훈련대장이 지켜주었다. 우루루 사람들이 훈련대장이 앉아 있는 쪽으로 모였다. 어느 부대서 왔으며 어찌 그런 무술을 익혔느냐며 물어 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였다. 훈련대장은 의기양양하여 양팔을 벌려 제지하려 애썼다.

  “아직 과거 시험이 남았으니 다음에 이야기해도 됩니다. 지금은 응시자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쉬어야 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얼굴 도장이라도 찍어 놓고 싶은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들도 이해를 하고 물러섰다. 한마디의 말조차 아끼는 모습에서 그들도 당장 내일 시합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무어라 단정 짓기에 이르다고 판단했을 게 분명하다. 저녁으로 평생 먹어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이 나왔다. 임금이 내리는 음식과 술을 본 참가자들은 그 고마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감격했다. 그러나 무술이 뛰어난 사람들은 꼭 급제하여 대궐 사람이 되리라 마음먹은 이상 경거망동으로 큰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 고기와 음식을 적당히 챙겨 먹고 일어났다. 훈련대장은 이러한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것이라며 마음껏 먹고 즐겨보자는 마음이었지만 무극과 행동을 함께해야 하는 처지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냥 따라 나왔다. 그 아쉬움을 다음날로 미루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궐의 밤은 대궐 밖의 밤보다 아름답고 넓었다.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대궐로 내려와 하늘이 검은 지붕 사이로 총총한 별들이 오직 대궐 임금 것인 양 한 곳으로 내려 비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궐 밖 조선의 백성들인 내 어머니 아버지 백성들은 대궐의 하늘을 공평하게 나누고 사는가. 하늘의 주인은 임금이라는 그 논리에 분개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2018의 숫자, 그것은 무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하늘과 별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평등이라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을 무한의 세계다. 하늘과 땅 모두가 임금의 것이라는 조선은, 백성의 불만이 멀기만 하다. 사대부와 임금의 세상인 이곳에 나의 것은 무엇일까. 지금 하늘과 마주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조선을 안을 수 있는 가슴을 갖자. 내가 조선을 원하는 것 보다 조선이 나를 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임금의 나라이자 곧 내가 가질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계획하자. 산기슭에 내리는 별똥별을 바라보았다.

 

  2018,동계올림픽 성화가 전국을 돌아 강원도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은 올림픽의 열기로 가득하다. 북한 선수들이 참석하느냐,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전 세계가 북한 핵 문제로 술렁이고 미국은 북한이 옴짝도 못하게 핵을 포기하라는 압박으로 한반도를 주름잡는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한국은 북을 향해 말한다. 미국이 하라는 대로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 한 민족의 자존심은 같을 것이다. 국민 주권을 강압으로 영원한 ‘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저질러 온 지난날들이 이제 세계의 관심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반도를 무력으로 장악하기 위해 개발해 왔던 핵인데 이제는 그 욕망을 넘어 대국을 향해 통 큰 꿈을 꾸었던 북한이 이제 핵을 포기 하지 않으면 체제가 무너지게 되었다. 그 꿈을 이루기까지 버텨온 대가가 북이 붕괴 될 위기에 쳐 했다.

  우리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사이기는 하지만, 동방의 작은 나라가 대국이 견제해야 하는 핵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과거 역사를 돌아보아도 놀라운 일이긴 하다. 시시때때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밥 먹듯이 받아온 민족으로, 통일의 숙제가 풀린다면 민족의 짓 밟혔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한의 국민이라면 환영해도 될 물밑작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과 호기심으로 혼란스럽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에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북한 체제는 미국의 압박 작전으로 핵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끼인 대한 정부는 미국의 압박 작전에 흐트러짐 없이 미국을 옹호해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압박은 곧 우리에 대한 압박이며 한반도 전체에 대한 압박이다.

  아시아 작은 나라 우리 한반도의 민족은 언제나 외세의 침략에 가슴앓이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 저력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조상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만국을 좌지우지하려던 이웃의 관심이 핵이다 보니 우리는 얼마든지 통일이라는 단어를 놓고 그저 물밑 대화가 아니라 어디든 대도의 마음이 성립되는 것이다. 역사는 민족의 한을 풀어야 한다. 그 한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 신라, 고려, 조선을 지배와 침략의 목표로 삼았던 일본과 중국은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배하려 한다. 그 놀라운 일들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핵 개발이 우리 것이라 환영하지 못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은 과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까. 오랜 동맹으로 대한민국이 의지해 온 미국은 정녕 한반도의 평화를 성사시켜 줄 것인가. 북은 핵을 발판으로 국민을 농락하였다. 대한민국은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지 않은지. 세계적인 반열에 서 있지만 속빈 사기꾼, 살인자, 도둑이 들끓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하게 된 것도 국민성이 그만큼 성실하고 정치인이 노력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3화 2019 / 11 / 1 259 0 13618   
12 12화 2019 / 11 / 1 270 0 13467   
11 11화 2019 / 11 / 1 251 0 13023   
10 10화 2019 / 11 / 1 254 0 12781   
9 9화 2019 / 11 / 1 278 0 12819   
8 8화 2019 / 11 / 1 255 0 13224   
7 7화 2019 / 11 / 1 261 0 13996   
6 6화 2019 / 11 / 1 262 0 16749   
5 5화 2019 / 11 / 1 253 0 16827   
4 4화 2019 / 11 / 1 253 0 17653   
3 3화 2019 / 11 / 1 258 0 17409   
2 2화 2019 / 11 / 1 256 0 17446   
1 1화 2019 / 11 / 1 440 0 178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승려 포청천
설매1
동 희
설매1
동희
설매1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