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확연하게 이전과의 차이가 느껴진다
‘드디어 효과를 보는건가?’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씻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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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주체하긴 어려운 기쁨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 때문에
아직은 좀 어리둥절하다…
얼른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았고..맘 속에서는 아직이라고 나에게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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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오늘따라 몸이 더 가볍다….기분이 좋다
그렇게 또 다시 시작된 하루…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나의 특별하지만 사소한 변화를…
사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의 활동반경은 그리 넓지 않을 뿐더러.. 더욱이나 자기 업무가 있기 때문에
나의 사소한 변화가 특별하다고해서 알아주지 않음에 서운해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래도 지금 나의 이 기쁨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고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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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들에게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이 작은 행복이 나에게는 얼마나 눈물겹도록 기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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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파란색 옷 입은 분 따라가시면 되요”
현아샘이다….
‘참 보면 볼수록 귀엽게 생긴거같아’
하지만 따로 대화를 할 기회같은건 없었다
퇴근하고 모가 그리 바쁜지 바람처럼 사라져버리고…
전 직원이 공유하는 긴급 연락처에 현아 샘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해놓았지만
연락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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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은 용기내 볼까?’
그 약이 내 용기도 같이 증폭시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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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샘 깡샘 오늘 점심 모 먹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점심시간
이 시간만 되면 너도 나도 찾아와서 점심 메뉴를 물어본다
‘이거 먹자고하면 이래서 싫고..저거 먹자고 하면 저래서 싫고…내가 무슨 자기들 남자친구도 아니고…..’
‘현아 샘한테 물어봐야겠다’
“현아 샘 모 좋아해요? 점심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전 다 좋아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참도 철벽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다’
그렇게 오늘도 난 현아 샘과 특별할거 없는 대화만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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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가고 다시 홀로 남은 병원….
그 어느 것도 짚지 않고 지금 나는..나는..내 두 다리로 서있다…
‘정말 나 이제 혼자 이렇게 서있을 수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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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인 이 바보 자식…’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천천히…내 두 다리로 걸어 침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한 뭉텅이 쏟아붓는다
자기가 맘에 드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용기 없는 나에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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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응??? 이 시간에?? 현준가…? 또 술먹으러 병원 온다고 하는건 아니겠지? 그냥 받지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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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가 아니다
‘현아 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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