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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2. 괴한
작성일 : 19-11-01 12:29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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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런의 소식을 전해들은 소피아는 거의 착란에 가까운 상태에 빠졌다. 소리를 지르거나 난동을 부리지 않았을 뿐이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에서 심문을 강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로건은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로웬이 직접 그녀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나섰다.

 

 로건은 조사실에서 나왔다. 샤프트까지 데려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그들은 G지구대의 조사실을 잠깐 빌려 쓰고 있었다. 그가 방에서 나오자 조엘이 다가왔다.

 

 "어떻습니까?"

 

 로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꽤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조사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어서 지금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조사실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창문을 통해 잔뜩 움츠러든 소피아와 달래주는 로웬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걸리는 점이라도 있습니까?"

 

 로건이 물었다.

 

 "이것저것 있습니다만, 일단 그녀의 태도가 의심스럽군요."

 

 조엘이 허리의 벨트 사이에 엄지손가락 두 개를 찔러 넣으며 말했다. 약간 건들건들해 보였지만, 생각에 잠길 때 그녀가 주로 취하는 습관인 것 같았다.

 

 "마치 저희의 방문을 꺼려하는 듯 보이더군요."

 "그야, 총을 차고 공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집 앞으로 찾아오면 누구나 그럴 법도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제 느낌상 뭔가 켕기는 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때 들었던 큰 소리도 수상쩍고요. 아마 창문 틈으로 저흴 훔쳐보다가 실수로 낸 게 아닐까 싶은데."

 

 로건도 물론 비슷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지금 용의자나 혐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이었다. 괜히 의심을 해서 공격적인 언사로 조사를 진행하면 쉽게 들을 만한 답도 얻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

 

 조엘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코를 벌름거렸다.

 

 "확실히 의문스럽긴 하지만 의심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이는데 괜한 압박을 줬다가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미 조사실로 데려온 것 자체가 압박을 준 거겠지만. 조엘은 벨트에서 엄지손가락을 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차나 한 잔 타다 줘야겠군요. 혹시 상태를 진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니."

 "좋은 생각입니다. 아, 혹시 지구대 전화를 잠깐 빌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조엘은 전화기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로건은 보안대 대장실에 연락을 취했다. 예상대로 부관이 수화기를 들었고, 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 되도록 상세하게 보고했다.

 

 부관은 잠시 침묵했다. 사각거리며 펜이 굴러가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알겠어요."

 

 루시아가 변함없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한 내용은 대장님께도 전달하도록 하지요."

 "예, 뭔가 더 진척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해요."

 

 잠시 정적 후, 전화가 끊겼다. 로건은 수화기를 든 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그가 무슨 얘기를 들은 거지?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내일은 어쩌면 도시가 멸망할지도 몰랐다.

 

 로건은 지구대 바깥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다가 다시 조사실로 돌아갔다. 소피아는 의자에 앉아 김이 오르는 머그잔을 쥐고 있었다. 어깨에는 보안대의 외투가 덮여 있었다. 로웬은 시선이 마주치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많이 추워보여서요."

 

 로건은 잘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조금 진정되셨습니까?"

 "아, 예……."

 

 소피아는 힐끔 로건을 쳐다보았다가 괴물이라도 본 듯 후다닥 다시 머그잔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아까보다는 그래도 상태가 조금은 호전되어 보였다. 뺨에는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된 데다가 여전히 많이 움츠러들고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로건은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시면 감사하겠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소피아는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은 수첩을 꺼내 빈 페이지를 펼쳤다. 펜 끝으로 잠시 종이 위를 쿡쿡 찌르며 질문할 거리를 정리했다.

 

 "대런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그는 따로 가족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런은… 제 애인이었어요."

 

 소피아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로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정말 유감입니다."

 

 로건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갔다.

 

 "그와는 어떻게 알게 되셨죠?"

 

 소피아는 이번엔 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로건은 재촉하지 않고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소피아는 마치 머그잔 안에 할 얘기가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털어놓았다.

 

 "저, 저희는 한 세미나에서 만났어요. 가, 같은 13기 동기였죠. 그곳에서 만나서 친해졌고, 마음이 맞아서 조금씩 가까워지다가 겨, 결국 연인사이로 까지 발전하게 되었어요."

 "무슨 세미나 말씀이십니까?"

 "루, 루시드 드림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세, 세미나였어요."

 "루시드 드림이요?"

 

 로건이 수첩에 글자를 휘갈겨 넣으며 되물었다.

 

 "거기는 뭐하는데 입니까?"

 "저, 저도 자세한 건 잘 몰라요. 그저… 그 아카데미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 밖에는……."

 "… 그 세미나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류의 것이었습니까?"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대런은 세미나에 정말로 열심히 참여했어요. 펠릭스님 처럼 자신도 멋지게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항상 말하곤 했어요. 그런 대런이 펠릭스님을 죽이려 들다니. 그럴 리 없어요! 대런이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절대 그럴 리 없다고요!"

 

 소피아가 날카롭게 외쳤다.

 

 "믿기 힘들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런 씨는 분명 현장에 있었습니다. 목격자도 있고요."

 

 로건이 냉정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대꾸했다. 소피아는 파들파들 떨다가 어깨를 더 움츠렸다.

 

 "실종되기 전 대런 씨는 어땠습니까? 뭔가 소피아 씨에게 언질을 준 일은 없습니까?"

 

 "조, 조금 힘들고 지친 기색이었어요. 고민도 많아보였고, 뭔가 숨기는 것도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도 괜찮다고, 별 일 아니라고만 했어요. 그,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 거예요. 10월 말 즈음에요. 집에도 없었고. 그, 그래서 실종 신고를……."

 

 "그가 살던 아파트에 화재가 난 건 알고 있으셨습니까?"

 

 소피아가 몸을 웅크렸다.

 

 "… 네 알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뭐 짐작 가는 점이 없으십니까?"

 "전 모, 몰라요……."

 "그렇습니까."

 

 로건은 수첩에 대답을 적는 대신에 펜으로 자신의 턱을 톡톡 치면서 소피아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럼 대런에 대해 더 알만한 지인은 없습니까? 세미나 동기라든가, 다른 친구라든가 말입니다."

 "어, 없어요. 전 몰라요. 정말 몰라요……."

 

 소피아는 더욱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로건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의자에 숨어버리고 싶은 것처럼 몸을 잔뜩 움츠렸다. 퀭한 눈을 크게 뜨니 눈알이 튀어나오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로건은 수첩을 덮으며 말했다. 질문이나 의문은 아직 더 있었지만 그녀의 상태로 보건데 이 이상 조사를 진행했다가는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았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될 것 같군요."

 "끄, 끝난 게 아닌가요?"

 "몇 가지 의문이 생기면 다시 여쭤보려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소피아는 그 사실을 별로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손가락을 쉴 새 없이 꼼지락대고 눈동자를 마구 떨더니 결국 마지못해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저희가 댁까지 바래다 드리도록 하지요."

 

 로건은 조사실 문을 열고 나왔다. 로웬이 소피아를 부축해주었다. 말하느라 기력을 다 쏟아 부었는지, 소피아는 자신의 걸음조차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조사실 밖에서 조엘이 벽에 등을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벨트에 엄지손가락을 끼워놓고 있다가 로건이 나오는 것을 보자 등을 뗐다.

 

 "끝났습니까?"

 "오늘은요. 혹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정보는 정리해서 지구대 편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구대 업무의 연장선상이니,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조엘이 힐끔 소피아 쪽을 바라보았다.

 

 "많이 지쳐 보이는군요."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압박이 많이 된 모양입니다."

 

 로건이 말했다.

 

 "아무튼 저희는 이만 샤프트로 복귀해야 하니, 가는 김에 겸사겸사 소피아씨를 자택까지 데려다주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뭔가 더 협력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말을 끝으로 그들은 헤어졌다. 로건은 지구대를 나와서 보안차량에 올랐다. 로웬과 소피아는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3번가로 진입하는 대로에 차를 주차한 뒤, 소피아가 거주하는 주택까지 그녀를 부축하며 걸었다.

 

 스모그가 그새 짙어져서 시야는 안 좋았고, 날씨는 쌀쌀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올 것을 예고하는 듯 했다. 기온이 낮긴 했지만 소피아는 마치 얼음물에 빠졌다가 막 건져진 사람처럼 너무 심하게 몸을 떨었다.

 

 그들은 현관 앞에서 소피아를 배웅했다. 로건은 흘끔 손목시계를 보았다. 18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들어가 쉬십시오."

 

 소피아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잠겼다. 로건은 몸을 돌렸다.

 

 "우리도 이만 가지."

 

 그들은 3번가를 걸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로등의 불이 깜빡거리더니 켜졌다. 아예 들어오지 않는, 고장난 등도 있었고 정신 심란하게 계속해서 깜빡거리는 등도 있었다.

 

 "자넨 괜찮나?"

 

 로건이 물었다. 로웬은 생각에 잠겨 걷다가 조금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아, 전 괜찮습니다."

 "… 너무 죄책감은 갖지 말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로웬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로건은 그녀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자신도 수첩을 꺼내고 생각에 잠겼다. 조엘이 했던 말마따나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소피아의 행동거지는 걱정스러우면서도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과한 상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대런의 일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관해 뭔가 짐작이 가는 점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도.

 

 운전석에 올라타고 시동을 거는데 문득 뭔가가 눈에 걸렸다. 로건은 조수석 쪽을 바라보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로웬, 자네 외투는 어쨌나?"

 "… 아."

 

 로웬은 자신의 상체를 내려다보다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소피아 씨한테 잠깐 덮어줬는데, 가져오는 걸 깜빡한 모양입니다."

 "춥지도 않았나?"

 "죄송합니다. 금방 찾아오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지. 아무래도 미리 상의해서 다음 면담 일정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으니."

 

 둘은 다시 차에서 내려 왔던 길을 도로 걸어갔다. 가로등이 켜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사위는 늦은 밤이 된 것처럼 금세 어두워졌다. 스모그가 계속해서 짙어지기도 했고, 주택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옅어서이기도 했다.

 

 잠시 후, 주택 앞에 도착한 로건은 현관문을 두드렸다.

 

 "소피아 씨, 로건입니다. 저희가 놓고 간 것이 있어서요."

 

 그들은 소피아가 나오길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또 한 번 문을 두드리며 불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벌써 자는 걸까요?"

 

 로웬이 창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전히 블라인드가 드리워져 있었고 내부에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로건은 가로등 빛에 비추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헤어진 지 이제 고작 10분 정도 지났을 뿐이었다. 그 사이 집 밖으로 나간 것 같지도 않았다.

 

 보통이면 돌아갔겠지만, 보안대 제복은 일반인이 소지하고 있으면 안 되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잠들었다 해도 깨워서라도 가져가야 했다.

 

 "소피아 씨?"

 

 로건은 문을 두드리다가 시험 삼아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막힘없이 돌아가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로건은 로웬과 시선을 한 번 교환하고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녀는 흠칫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고 그의 뒤에서 엄호 사격 자세를 취했다.

 

 로건은 어깨로 문을 밀면서 천천히 집 안으로 진입했다.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떼었다.

 

 내부는 밖에서 확인한 것처럼 불 하나 켜지지 않아 어두웠다. 로건은 잠시 눈이 어둠에 익기를 기다렸다. 집 안에는 가구도 별로 없어서 지나칠 정도로 휑했다.

 

 예민해진 그의 귀에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억눌린 신음 소리같은 것도 짧게 들렸다.

 

 그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방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소리는 거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로건은 발끝으로 문을 밀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소피아 씨?"

 

 누군가가 몸을 웅크린 채 어둠 속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소피아는 그 자의 발밑에 쓰러져서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그 자는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소피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너 뭐야!"

 

 로건이 고함을 지르며 총구를 겨누었다. 그러자 그 괴한은 즉시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장창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유리가 깨져나가고 그 자는 블라인드와 함께 바깥으로 탈출해 버렸다.

 

 로건은 재빨리 쓰러져 있는 소피아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눈을 반쯤 까뒤집은 채로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숨은 붙어있었다. 큰 외상도 없어보였다. 입꼬리가 부자연스럽게 말려 올라가 마치 미소라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이 너무 오싹하게 보였다.

 

 "로웬! 소피아를!"

 

 로건은 뒤따라 들어온 로웬에게 소리치고는 자신은 괴한과 똑같이 창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신발 밑창에 유리조각들이 우드득하며 밟혔다.

 

 창틀에 달려있던 블라인드가 거리 한 쪽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로건은 고개를 돌렸다. 괴한이 골목 안쪽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거기서!"

 

 로건은 그 자의 뒤를 쫓아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괴한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도주했다. 게다가 자꾸만 골목 안쪽을 이리 틀고, 저리 틀고 방향을 바꿔 대서 조준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로건은 이를 악물고 추격을 계속했다. 어둡고 좁은 골목에 신발이 바닥을 박차는 소리와, 무전기에서 로웬이 지원 병력과 구급대원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번 더 코너를 틀자 저만치에 괴한이 멈춰선 것이 보였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로건은 길을 막고 서서 권총을 들어 올렸다. 머리 위에서 오래된 가로등이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었다.

 

 "손들어!"

 

 로건이 윽박을 질렀다.

 

 "움직이면 쏘겠다!"

 

 괴한은 손을 들더니 천천히 뒤를 돌았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쏘실 겁니까?"

 

 괴한이 입을 열었다. 로건은 흠칫했다. 아는 목소리였다.

 

 "쏘실 겁니까, 팀장님?"

 

 괴한이 모자를 벗었다. 얼굴이 드러났다. 휴버트였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휴버트……?"

 

 그가 동요하는 찰나, 갑자기 휴버트가 행동을 취했다. 그가 외투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로건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두 발의 총성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로건의 머리 위 가로등이 터졌다. 유리파편이 쏟아지고 로건은 한 팔로 머리를 감쌌다. 골목에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암전된 시야 속에서 휴버트가 그를 세게 밀쳤다.

 

 로건은 벽에 뒤통수를 부딪히며 숨을 토해냈다.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휴버트! 기다려!"

 

 로건은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뛰어갔다. 뒤늦게 손전등을 찾아 켰지만 이미 휴버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는 그 흔적을 쫓으며 무전을 쳤다.

 

 "3팀! 3팀은 즉시 G 구역 10-17번지로 출동하라! G 구역 10-17번지!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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