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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4화
작성일 : 19-11-01 11:10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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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아트리스의 여름은 추웠다. 해가 쨍쨍하게 비추고 공기가 더운데 베아트리스는 더운 줄을 모르겠다. 거리에는 마땅히 들어갈 빈집이 없어서 골목길에서 잠을 청하니 베아트리스가 눕는 곳은 언제나 그늘진 차가운 곳이었다. 그래서 밤이 되면 체온이 더 높은 아가사를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복슬복슬한 털이 끌어안기에 좋았다.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무서웠던 늑대 모습이 이제는 더 편안했다.

 

  길거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은 아는 것이 꽤 많았다. 그리고 거칠었다.

 

  “여기는 우리 구역이야! 구걸을 할 거면 다른 곳에 가!”

 

  한 명이 외친다. 베아트리스는 잠들지 못하고 일어났다. 다수와 다투는 상황이 처음이라 이런 분위기가 무섭기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구걸을 해야 할 정도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도 그 순간 인지했다. 골목길에서 다투는 아이들을 신경 쓸 정도의 어른이 없다는 것도.

 

  “그럼 너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줘.”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아이들이 비웃는다.

 

  “뭘 할 수 있는데?”

 

  한 명이 묻고 제일 덩치 큰 한 명이 나오며 말한다.

 

  “나랑 싸워서 이기면 받아줄게.”

 

  그 말에 아이들이 동조한다.

 

  “그래, 싸워!”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거야.”

 

  베아트리스와 아가사의 몸집으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덩치였다. 베아트리스는 이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짧은 시간에 생각해낸 거라고는 이들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줄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지?”

 

  조용히 있던 아가사가 묻는다. 싸움을 포기하려던 베아트리스는 아가사를 뒤돌아봤다.

 

  “네 동생이 진짜 얘랑 싸울 생각인가 본데?”

 

  비아냥거리는 말에 베아트리스는 다급히 아가사의 손목을 잡았다. 진짜 싸우면 분명 이기겠지만 여기서 도망쳐야 될 것이다. 그걸 모르는 아이들이 그 둘을 비웃을 뿐이다.

 

  “안 돼. 싸우지 마. 구성원이 되는 걸 포기할게. 그냥 우리 둘이 있자.”

 

  “겁이 나나 봐?”

 

  “무르는 거 없어!”

 

  싸우겠다고 나왔던 아이가 베아트리스를 밀어 넘어트렸다. 그래서 베아트리스는 바닥을 짚었던 손바닥이 까지고 아가사는 밀어트린 팔을 물었다.

 

  “으아아아악!”

 

  팔이 물린 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이어 그 뒤에 서있던 다른 아이들도 비명을 지른다. 아가사는 지금 큰 늑대로 변해 있다. 그 이빨로 물어뜯은 것이다. 아이는 덩치가 크다고 해도 아이. 늑대로 변한 아가사보다는 작았다.

 

  “아가사!”

 

  베아트리스가 아가사를 부른다. 그 목소리가 신호탄이라도 됐는지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아가사는 베아트리스를 돌아본다. 베아트리스가 손을 뻗는다. 아가사는 몸을 돌려 그 손 안에 자신의 얼굴을 댔다. 베아트리스는 입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말한다.

 

  “이동하자. 업어줘.”

 

  아가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낮추자 베아트리스가 아가사의 몸 위에 올라탔다.

 

  사람의 모습일 때는 아가사의 키가 베아트리스보다 작았지만 늑대 모습일 때 아가사는 베아트리스보다 컸다. 네 발로 땅을 딛고 있을 때도 크니 몸통을 쭉 펴서 키를 재면 베아트리스의 2배는 될 터였다.

 

  아가사는 대체로 베아트리스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벌을 줘야 속이 뒤틀리지 않았다. 한 번은 베아트리스가 말려서 물어뜯지 못한 사람을 새벽에 기어코 찾아가 물기도 했다.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방식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잠도 자지 않고 아가사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좀 참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더 큰 위협이 뒤따르면 어쩔 거야. 그 애들이 어른들을 불러온다거나 하는 거.”

 

  베아트리스가 말하지만 달리는 중이고 털에 파묻혀 말하는 거라 아가사는 그 목소리를 명확히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는 거라고 베아트리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가사는 청력이 좋다. 베아트리스의 목소리를 명확히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정의에서 일부러 눈 돌리는 것이야말로 못할 짓이며 살아있는 생명의 자격을 버리는 일이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니 아가사는 베아트리스가 부탁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의를 버릴 생각이 없었다.

 

  둘의 이동은 브리지트를 쫓는다기보다 도망치는 것에 가까웠다. 어린 아이가 늑대로 변한다더라, 하는 괴담에서.

 

  베아트리스는 불안했다. 뭐가 불안한지 말해보라면 정확히 뭐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불안했다. 아가사는 그런 불안감이 없었는데 베아트리스에게만 불안감이 덮쳤다. 불안해도 겉으로 티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늑대는 냄새 잘 맡지? 언니 냄새 찾을 수 없어?”

 

  “아는 사람이 아닌데 냄새를 어떻게 알아.”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는 얼굴에 베아트리스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이 불안한 마음은 다 브리지트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해소되지 못할 불안감은 무섭다. 그러니 해소될 수 있도록 브리지트를 찾는다. 그게 베아트리스가 할 수 있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었다.

 

  아가사는 자신의 보름달을 통하지 않더라도 베아트리스의 모든 행동에서 그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베아트리스와 아가사는 한여름에서 늦여름으로 넘어가는 밤, 필라우가 그린랜드에 흡수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광장 중앙 연설대에서 가장 멀리 서있던 베아트리스는 옆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말이에요?”

 

  “그린랜드가 대륙을 통일하겠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피해 입지 않으려고 나라를 갖다 바친 거지.”

 

  “잘된 일이야. 그린랜드는 이제 어떤 나라도 못 이겨. 쓸데없이 전쟁하느니 얼른 항복하고 제국민이 되는 게 낫지.”

 

  손님이 말을 거든다. 베아트리스는 그때부터 더 정확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디 가문 마차에서 사람이 한 명 떨어졌다더라, 하는 말에서 브리지트가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하던 베아트리스는 그것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려고 했다.

 

  너무 광범위한 것에서 찾기엔 힘들다. 모든 것에 가망이 없어서 작은 희망이 필요할 때는 그런 애매한 것이 오히려 한 줄기의 빛이 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경을 넘는 것에 목숨을 바치지 않아도 된 지금이 확실한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베아트리스는 노란 머리의 사람이 레브 백작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이 브리지트라는 것은 확실치 않지만 노란 머리의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면 어느 정도 걸음을 해볼 만한 일이다.

 

  아가사는 늑대로 변해 베아트리스를 태우고 산을 통해 이동했다. 끝없는 작은 걸음으로는 힘들다. 사람들의 눈이 없는 곳이 이동하기에 제일 좋은 곳이었다.

 

  “미안해.”

 

  조용히 사과하는 말에 아가사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은 깃발이 바람에 날렸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는 그것을 보다가 브리지트는 눈이 부셔 고개를 내렸다. 깃발은 코델리아의 말 앞, 뒤에서 길게 솟아 있었고 루사를 포함한 레브가의 선택받은 기사들이 코델리아의 말 뒤에 서있었다.

 

  길고 긴 원정을 나가는 것처럼 많은 기사들이 서있었고 선택받지 못한 기사들은 부러움과 존경의 뜻을 담은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디스가 말하자 코델리아는 자신의 말에 점점 다가선다. 유디스가 그 뒤를 따랐다. 브리지트는 아직 건물의 그림자 안에서 코델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따르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따르지 않는 것이 맞는 일일 것이다.

 

  백작성에서 황궁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그 길에는 다른 귀족의 땅뿐만이 아니라 평민이 살고 있는 땅도 지나야 한다. 축복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루사가 말했다.

 

  감히 신분이 낮은 자가 높은 사람의 피부를 볼 수 없으니 코델리아는 갑갑하게도 얼굴을 가리는 천을 썼다. 시스루 재질이라도 선명이 보이는 것보다는 불편할 것이다. 중요한 날이라고 다른 날보다, 무도회에 갔던 때보다 더 꾸몄으니 보기에는 좋았지만 화려한 장식을 버티고 있는 사람으로써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씹었다. 그때 코델리아가 뒤를 돌아 브리지트를 봤다. 브리지트는 씹던 입술을 얼른 놓고 코델리아의 얼굴을 봤다. 눈을 마주치려고 했지만 가려져 있어 어디가 눈인지 모르겠다.

 

  천천히 돌아선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면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손을 내미니 얼른 걸어가 잡긴 했는데 브리지트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눈만 끔뻑 끔뻑 하고 있으니 코델리아가

 

  “너도 같이 가야지.”

 

  하고 말한다. 브리지트는 놀라 눈을 크게 뜬다. 유디스도 지금 처음 듣는 말일 텐데 아무 표정이 없는 것을 보니 당혹을 숨기는데 능숙해 보인다.

 

  “가자.”

 

  코델리아가 브리지트의 손을 끌며 말한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와 달리 꾸민 것이 없다. 유디스도 제일 단정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코델리아 외에 사람들이 꾸며야 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리 갑작스레 동행해도 되는 걸까,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와 발 맞춰 걸으면서도 의문이었다.

 

  “제가 가도 괜찮아요?”

 

  “응.”

 

  코델리아는 괜찮다고 했지만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저 말 못 타요.”

 

  말을 타라는 말에 브리지트가 그렇게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진 밖에 못하는 거였지만 그게 그거였다. 그래서 아예 타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이 타자.”

 

  코델리아가 별 문제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자신의 말에게 브리지트를 데려갔다.

 

  “안녕, 아가.”

 

  브리지트가 말에게 인사했다. 안장은 높았다. 코델리아가 무릎을 굽혀 브리지트가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려는데 브리지트가 말렸다. 절대 안 된다며 말렸다. 등자에 발 하나를 걸고 낑낑 거리자

 

  “발 들어줄까?”

 

  하고 코델리아가 물었다. 브리지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코델리아가 브리지트의 발목을 잡아 올려 브리지트가 말에 탈 수 있도록 도왔다. 제대로 앉고 보니까 왠지 발이 공중에 떴다. 코델리아가 브리지트의 뒤에 탔다.

 

  “……제가 뒤에 타도 돼요?”

 

  코델리아는 내렸다가 다시 탔다. 뒤에 딱 붙어서 본 코델리아는 의외로 덩치가 좋았다. 그래서 그 어깨에 기댄 채로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앞에 탈 때는 너무 높이 있다고 생각해서 무서웠는데 의지할 게 생겨서 마음이 편했다.

 

  모두 준비를 마치자 코델리아가 말을 움직였다. 한 걸음씩 멀어지는 사람들을 향해 백작성에 남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브리지트는 그 환호성과 자신이 상관없는 것을 알아도 조금 소름이 돋았다.

 

  “가는 길이 멀어요?”

 

  환호성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코델리아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브리지트가 들을 수 있을 크기의 목소리로 말했다.

 

  “멀지 않아. 쉬어.”

 

  쉬라고 하니까 더 말을 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스스로가 짓궂다고 생각하며 조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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