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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우양미제사건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1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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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형사 김재희는 어느날 우연히 경찰서로 배달된 익명의 택배 상자를 받게 된다.
상자 안에는 사진 두 장이 들어있었는데 5년 전 미제로 남은 한 사건과 관련된 사진들이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사건 자료를 열람하게 되고 사건 자료집을 다 읽고 난 김재희는 의문에 빠진다. 결국 우양미제사건 용의자들을 만나보기로 마음먹고 용의자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한 명이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고 나머지들도 연이어 죽음을 당하는 불의한 상황을 겪게 된다. 김재희는 우양사건 이후 돌연 은퇴한 담당 형사를 찾아가게 되고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청운교도소 안
작성일 : 19-11-01 10:42     조회 : 119     추천 : 0     분량 : 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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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세탁실은 교도소 건물의 가장 뒷쪽, 기계실과 소각장 건물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각동에서 수거한 빨랫감들을 일층으로 가지고 내려와 소장과 교도관, 통제실이 위치한 사무동 건물의 반대방향으로 복도를 따라가면 세탁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김덕수가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자신의 키만한 세탁 수레를 끌며 세탁실 슬라이딩 도어를 밀었다.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찜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텁텁하고 끈적한 열기가 훅 밀려왔다. 익숙한 냄새였다. 입구 바로 오른쪽에 A동에서부터 옮겨진 세탁 수레들이 줄느런히 세워져 있었다.

 세탁실 담당은 김덕수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김덕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사내를 찾았다. 그러다 입구 왼쪽 구석에서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기다란 집게로 주워 담고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허리짬에 바구니를 매고 있는 모양새가 꼭 비치코머 같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정수리에서 관자놀이까지 이어진 바늘자국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두상 한쪽이 함몰되어 있는데 옆에서는 몰라도 정면에서 보면 모퉁이가 잘려나간 사과 같았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혼자사는 여자들 집만 골라 무단침입해 강간하고 죽였는데 가까스로 살아난 희생자가 그의 일그러진 두상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바람에 붙잡혔다고 했다. 어쨌거나 사내는 외모만으로도 섬뜩했다.

 사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김덕수는 움찔 놀라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감옥에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본다는 게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짓인지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김덕수가 고개를 돌렸음에도 사내는 한참동안 김덕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김덕수는 보지 않아도 그의 눈에 어린 조롱과 멸시를 느낄 수 있었다. 아동범들은 범죄자들 안에서도 쓰레기 취급당했으니까.

 가져온 세탁 수레를 다른 세탁물 옆으로 옮겼다. 다섯대의 대형 드럼 세탁기 중 넉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비어 있는 세탁기 앞에서 사다리를 찾았다. 교도소 세탁기는 입구가 앞면이 아니라 상단부에 위치했다. 더구나 바닥에는 물빠짐 배수구를 덮고 있는 철제 선반이 무릎 높이까지 올라와 있어 한꺼번에 세탁물을 쏟아 넣으려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누군가 사다리를 치운 모양이었다.

 김덕수는 물품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세탁실 안쪽에 있었다. 입구 오른쪽 벽을 따라 안으로 죽 들어가면 보였다. 창고로 가다 힐끔 돌아보니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빈 바구니와 집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순간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벌써 일이 끝난 걸까?

 아직 저녁식사 전 휴식시간을 갖기엔 빨랐다. 갑작스런 사내의 부재는 그의 존재만큼이나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예민해진 탓인지도 몰랐다.

 김덕수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주변의 뭔가가 달라져 있는 게 싫었다. 감옥에 갇히면서 생긴 증상이었다. 가끔 자신도 어쩌지 못할 의심과 불안이 증폭되면서 안절부절 못할 때가 있었다.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맥박이 빨라졌다. 불안증세가 시작되자 이를 증명하듯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갑작스럽게 신체에 나타나는 급격한 증상은 호르몬의 변화와 재판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맞아. 이건 자연스런 신체 현상의 하나일 뿐이야.

 김덕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서빨리 일을 마치고 세탁실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남으면 가는 길에 잠시 예배당에 들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쟈스민이 피어있는 창가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할 것이다. 분명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불안감이 차츰 누그러졌다.

 창고에는 세탁에 쓰이는 각종 세제와 락스, 고무 볼, 이동식 사다리, 그리고 오일과 공구함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지저분한 매트와 푸석한 베개 솜도 한쪽 공간을 차지했다.

 창고 문을 열자 세탁실과는 또다른 공기가 밀려왔다. 오랫동안 햇볕이 차단된 공간에서 나는 시원하면서도 꿉꿉한 곰팡내였다.

 천장에 달린 전등 줄을 당기려 팔을 뻗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누군가 있었다.

 김덕수의 등뒤에서 부채질 같은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창고 문이 쾅하고 닫혔다.

 세탁실 소음이 한순간 사라졌다. 창고 안은 심장뛰는 소리도 들릴만큼 고요해졌다.

 김덕수는 입구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창고 문 뙤창으로 스며든 빛줄기가 어둠을 가르고 정지된 무사의 검처럼 허공을 가로질러 하얀색 운동화 위로 떨어졌다.

 그 자의 운동화였다.

 심장이 터질것처럼 쿵쾅거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털이 쭈볏거렸다.

 "가까이 와."

 거칠고 탁한 목소리.

 김덕수의 기억 회로 중 적색구역에 속하는 음성이었다.

 용가리파 두목.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아니 그냥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었다. 땅속 가장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게 아니면 연기처럼 흩어져 형태를 찾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이순간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까이오라고"

 두목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번에는 좀 더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김덕수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 그의 오금을 걷어찼다.

 "헉...."

 김덕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릎꿇어!"

 톤이 높고 광포한 목소리. 다른 한명이었다. 김덕수의 기억이 맞다면 항상 우두머리의 바로 뒤에 붙어다니는 넘버 투, 절름발이였다. 선천적으로 다리 한쪽이 짧았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단검을 즐겨 사용한다고 들었다.

 몇 명이나 더 있는 걸까?

 김덕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이 삐져 나왔다. 축축해진 손으로 바닥을 집고 간신히 자세를 고치고 앉았다.

 "가까이 와."

 불과 몇 분 전까지 방심하고 있었던 자신을 책망했다. 지옥의 입구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열리는 법이었거늘…

 절름발이가 발로 김덕수의 등을 세게 밀었다.

 김덕수가 고개를 떨구고 천천히 무릎 걸음으로 다가갔다. 두목의 운동화가 그의 무릎과 한뼘정도 거리에 이르렀을 때 멈추었다.

 "지퍼 내려. 입으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절망과 공포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언젠가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길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믿고 싶지 않았기에 방심하고 말았다. 뒤늦은 후회와 무력감에 봇물처럼 눈물이 터져나왔다.

 "제발…. 제발 부탁…."

 김덕수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억센 손이 불쑥 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그리고 두목 앞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김덕수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억센 손은 그의 목덜미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그의 목울대를 타고 흘렀다.

 "제발, 이러지...부탁입니다. 제발…"

 기다렸다는 듯이 쇠막대기가 날라와 김덕수의 어깨뼈를 강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을 바닥에 박은 채 컥컥댔다. 충격에 기도가 막혀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없이 또다시 발길질이 날아왔다. 이번엔 그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걷어찼다.

 김덕수가 안간힘을 쓰며 팔을 뻗었다. 그의 핏발 선 눈동자와 붉어져 나온 동맥혈이 터져 버릴 듯 부풀어 올랐다.

 억센 손이 다시 한 번 김덕수의 머리채를 잡아 당겼다.

 "한 번만 더 시키는대로 안하면 그땐 단도를 꺼내게 될 거야. 설마 고자로 살고 싶진 않겠지?"

 담배에 찌든 그러면서 카레와 마늘향이 뒤섞인 음식 냄새가 역겨웠지만 지독한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열중 셧!"

 김덕수가 어금니를 물고 열중 셧 자세를 취했다. 허리 뒤로 맞잡은 두 손은 손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꽉 쥐고 있었다. 이빨이 부서질 듯 덜덜거렸다.

 김덕수는 눈앞의 것을 애써 보지 않으려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가 떨리는 바람에 턱이 좀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가까스로 입술을 두목의 바지끈 위로 갖다대었다. 불룩 솟은 지퍼부위가 그의 턱끝에 닿았다. 그러자 두목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음… 좋아. 부드럽게"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질끈 감은 눈꺼풀 안으로 검푸른 빛의 잔영이 떠오르다 사라졌다. 이 순간이 꿈이길 바랐다. 어둠이 순식간에 빛을 삼키듯 지금의 시간을 삼켜버리길 기도했다. 진심으로 이 자리를 모면할 수만 있다면 남은 생을 독방에 갇혀 지낸다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 자란 어른의 더럽고 추악한 동물을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피가 철철 흐르도록 깨물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겐 용기는 없었다.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터진다해도 끝까지 맞서 싸워보겠다는 생각은 그의 의지 밖의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 나약한 인간이란 걸 잘 알았다.

 그래서 김덕수는 교도소 안에서 수컷들의 노리개가 되어 있었다.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한 하느님을 저주하고 복수를 위해 남은 생을 모조리 바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굳기도 전에 또다시 천천히 입을 벌리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세뇌된 것처럼 되뇌였다. 최대한 부드럽게,라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폭력이 가해질 지 몰랐으니까. 맞는 건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었다.

 두목이 한 손으로 김덕수의 머리를 세게 움켜쥐고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무아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의 나머지 한 손은 벽에 달린 선반을 붙잡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흔들리면서 선반도 장단을 맞추어 덜커덕거렸다. 혀와 입이 달라붙은 것처럼 분무질이 더해질수록 복숭아빛이 감돌던 김덕수의 피부는 밀랍인형처럼 창백해졌다.

 어느 순간 두목의 존재 이유가 쓰디쓴 욕지기와 함께 쪼그라들었다.

 김덕수는 곧바로 게워내기 시작했다. 똥 통에 고인 똥물라도 끌어올릴 만큼 심하게 배를 쥐어짰다. 그렇게 한동안 구역질과 씨름하고 있던 김덕수의 눈앞에 누군가 생수병 하나를 내밀었다.

 김덕수가 감사의 눈인사를 건넸다.이순간 비루한 자신의 처지를 동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못견디게 위로가 되었다. 턱이 아프고 입술이 얼얼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기에 눈빛으로라도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푸줏간 고깃덩이가 본능에 들뜬 얼굴로 속삭였다.

 "얼른 해야지?"

 김덕수는 그 얼굴에서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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