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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1.나는 결국, 이 겨울이 싫다.
작성일 : 19-11-01 00:00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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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쪽 세계에서는 비가 오고 있었다. ‘겨울비’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한다. 비에도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늘은 짙은 회색빛이었고, 그래서 주위는 살짝 어두웠다. 사람들은 우산 속에서 온 몸을 움츠리며 걸어간다. 나는 비를 맞지 않는다. 그러나 비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내 온몸으로 전해진다. 비를 맞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오늘은 은호의 중학교 졸업식이라고 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게 무얼 뜻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그냥 그 말을 듣고 뭐라고 설명하기 곤란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가 내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 그러나 확실치 않아서 답답하다고 할까, 찜찜하다고 할까. 하여간 기분이 그랬다. 딱히 해결책은 없었다. 그냥 이곳의 날씨 탓이라고 해야겠다.

 

 은호가 아파트 입구로 나온다. 검은색 우산을 쓰고 있다. 나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은호가 우산을 쓸 때마다 힘들어했기에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내가 좋을 것 같았다.

 

 은호는 천천히 걸었다. 생각보다 많이 늦은 걸음에 은호에게 맞춰 걷는 게 신경이 쓰였다. 물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자동차가 옆에 오면 멈추고, 매 순간이 쉽지 않은 게 확실해 보였다.

 

 은호가 멈췄다. 은호의 표정은 짐작하기 어렵다. 늘 보던 얼굴이었지만, 뭔가 모를 불편함이 은호의 눈빛에 가득했다. 그런 은호를 나는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군가 은호의 이름을 불렀다. 정민이었다.

 

 “은호야, 나 빨리 온 거야. 비가 와서 정말 힘들었어.”

 그런 정민이를 보고 은호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비도 오는데 주영이 이모랑 같이 오지. 난 괜찮은데.”

 은호는 정민이의 힘들어 하는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랑 마지막으로 학교 같이 가고 싶어서. 왜 내가 싫어?”

 정민이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은호는 미소만 지었다. 나는 은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정민이와 대화를 하는 중에도 은호의 표정은 분명 이상했다. 은호는 정확하게 말해서 여기 없는 것 같았다. 은호의 눈빛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생각들로 복잡해 하는 게 보였다. 다행인지 정민이는 그런 은호를 눈치 못 챈 것 같았다.

 

 은호와 정민이는 나란히 걷다가, 앞뒤로 걷다가, 잠시 멈췄다가하며 학교로 갔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서로의 말소리가 안 들려 답답해하며 그렇게 걸어갔다.

 

 학교 앞은 복잡했다. 우산을 든 학생들과 꽃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많은 어른들로 교문 앞이 붐볐다.

 ‘꽃이라...’

 

 은호의 눈빛만큼이나 나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아까보다 강한 강도로 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느낌에 나는 살짝 괴로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야 했다. 오늘은 뭔가 모르지만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은호는 교문을 들어가기를 살짝 망설여 했다. 정민이는 걸음을 멈춘 은호를 바라보았다.

 “정민아, 나 잠깐만 약국에 다녀올게. 아침 먹은 게 안 좋아서.”

 

 ‘은호가 몸이 안 좋았구나.’

 오늘 은호의 얼굴이 안 좋아보였기에 나도 그랬던 거다. 괜히 심각해질 뻔 했다. 나는 그제서야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내가 은호의 보호자로서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한 거였다. 별 문제가 아니었다.

 

 “같이 가”

 정민이는 은호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주영이 이모가 우리 둘을 찾을 수 있으니까. 네가 먼저 가서 말해줘. 빨리 들어갈게.”

 은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살짝 민망해하며 그렇게 웃으며 정민이를 먼저 보냈다.

 

 은호는 정민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이 은호 얼굴 위에 서서히 나타났다. 오늘 이 순간의 은호는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은호의 모습이 자꾸만 나에게 뭔가 경고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불안함에 오늘 받은 은호의 일정을 다시 꺼내 보았다.

 ‘우산을 조심할 것.’

 

 나는 그 내용을 입으로 되뇌며 은호를 따라 걸었다. 은호는 역시나 약국을 지나쳐갔다. 약국을 가는 게 아니었다.

 

 ‘어디를 가는 거지? 지금 변수를 써야 되나? 은호의 의지라면...’

 나는 약간 두려웠다. 혹시나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될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결국 아무 일 없을 거였다. 그렇게 은호를 믿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은호는 분명 많은 순간 어두웠고, 자주 심각해 보였지만, 잘 지냈다. 그리고 오늘 유난히 달랐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냥 이 모든 게 괜한 걱정일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그렇게 만든 거였다. 분명했다.

 

 은호의 걸음이 멈췄다. 은호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앞을 한 없이 바라보고 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건너지 않았다. 은호는 완전히 표정이 없었다.

 

 어디선가 공이 굴러왔다. 그리고 조그마한 노란색 우산을 쓴 아이가 그 공을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는 겨우 공을 붙잡았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공을 힘들게 들고 있었다. 아이는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었다. 아이는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은호는 아직도 서있다. 뭔가 모를 불안함은 나에게 계속 되고 있었다. 그냥 내가 불안한지, 은호의 모습이 불안한지,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불안한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내리는 비들의 방향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길을 건너고 있는 아이의 우산도 가던 방향을 바꿔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산...’

 

 은호가 그것을 보고 있다. 은호는 아이를 따라갔다. 그리고 아이한테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우산을 서둘러 주워서 아이 손에 건넸다. 아이는 은호에게 인사를 한 후 길을 건너갔다. 그러나 은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상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은호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은호의 몸은 분명 그곳에 있었는데, 은호가 지금 여기에 없다. 은호는 여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차가 오고 있었다. 내 불안함의 원인이 이것이었나 보다. 차를 멈춰야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은호를 움직이게 하는 게 더 맞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지 사항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은호가 아무리 자신의 의지로 하는 행동이라도 나는 막고 싶었다. 은호의 의지에 끼어들어야 했다.

 

 나는 달려갔다. 아무 느낌이 없다. 은호만 보였다. 나는 최대한 은호를 잡아서 보호했다.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냥 나도 모르게 모든 게 일어나고 있었다.

 

 은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 충격에 쓰러졌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했을까봐 순간 걱정되었다. 은호의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은호는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은호 옆으로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은호가 눈을 떴다. 빗방울인지, 눈물인지 은호의 눈에 가득했다. 은호는 손으로 눈을 닦아냈다.

 

 나는 처음으로 은호에게 화가 났다. 할 수만 있다면 은호를 혼내주고 싶었다. 엉망이 된 은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은호가 운다.

 

 “아빠...”

 

 나도 운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은호가 기억이 났다. 은호가 누군지, 나에게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나의 눈이 감겼다. 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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