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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19 구출
작성일 : 19-10-31 23:11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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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중간하게 세면 먹힐 수도 있어요.”

 

  말만 들어서는 짐승과 싸우러 가는 느낌이었지만 아마 짐승과 싸우러 가는 게 덜 무서울 거 같았다. 실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중 무엇과 싸우겠느냐고 한다면 실체를 아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윤성이랑 담희는 후레쉬 들어.”

 

  지연은 담희에게 손전등을 건네주고는 복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복주머니에서 조금 전 쓰다 남은 팥과 노란 종이를 꺼내고는 복주머니는 품에 넣었다.

 

 “혹시 덤벼들면 던져. 그게 아니라면 절대 우리가 먼저 자극해서는 안 돼.”

 “난 괜찮아. 윤성현한테 줘.”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 파악되면 오전에 했던 것처럼 걷어찰 생각이었던 담희는 극구 사양했다.

 

 “네가 던지는 게 효과가 있어.”

 

  그 말에 담희는 얌전히 팥을 받아들었다.

  지연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고이 접혀있던 노란 종이 펼쳤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손에 꼭 쥐었다.

 

 “이제 가자.”

 

  노란 종이에 관해 물으려던 담희는 다시 입을 다물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짙게 어둠이 깔린 건물 안의 풍경은 아비규환이었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영가들의 참혹한 모습과 비릿하게 풍겨오는 냄새 탓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참아.”

 

  금방이라도 속을 게워낼 듯 헛구역질을 하는 담희에게 지연이 냉담하게 말하였다. 담희는 몇 번이나 신물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서야 간신히 참아 넘길 수 있었다. 그 탓에 눈가에 고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만 안에 들어가겠습니다.”

 

  지연이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건물 깊숙한 곳에서부터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나가.”

 

  쇠를 긁으며 나오는 목소리처럼 남자의 목소리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 절대 산 자의 목소리일리 없었다.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담희는 귀를 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와 느낌에 덜컥 겁이 났다.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버텼다. 도망칠 수는 없었다.

 

 “안에 있는 사람만 데려오게 해주세요.”

 “나가!”

 

  악을 쓴 외침이 끝없이 울려퍼졌다. 꼭 동굴 안에서 소리를 지른 것처럼 한참을 울리던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더니 어느새 완전히 사라졌다.

 

 “어떻게 하지?”

 

  담희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지연에게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성현도 지연에게 판단을 맡기는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전 대답한 분께만 의사를 물어본 게 아니야.”

 

  지연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살펴봤다.

 

 “올라가자.”

 “괜찮을까?”

 

  솔직한 심정으로 지연은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하던 부적까지 꺼내든 것이다.

 

 “아마 괜찮지 않을 거야.”

 

  조금 전 영가의 소리를 성현도 들었다. 그는 임원으로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하는 역할을 맡아 2층 복도 중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꽤 오랜 시간 있으면서도 조금 전과 같은 현상을 경험하지 못했었다.

  지연도 그가 소리를 들은 것은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처럼 양기가 강한 사람에게까지 들릴 정도면 보통 영가가 아니라 악귀일 수도 있었다. 거기다 자신을 감출 생각 없이 들어내는 것을 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지도 몰랐다.

 

 “가자.”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속으로 욕을 하는 것은 자유였기 때문에 지연은 속으로 학회장을 신나게 씹어댔다.

 

 “제발.”

 

  지연은 누구에게 인지 모를 부탁을 하며 계단에 발을 올렸다. 지연이 반발자국 앞에서 걷고 둘이 옆에서 그녀의 앞을 비춰주며 나아가고 있었다.

 

 “선배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드는 게 좋을 거 같아?”

 

  한 계단 한 계단 밟을 때마다 삐걱삐걱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것에게서 생각을 돌리려는 듯 지연이 물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내가 선배의 다리를 들고 너희가 각각 양팔을 들고 뛰는 건데…….”

 

  위에 층까지 다섯 칸이 남았을 때 셋은 모두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멈췄다. 말을 하면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처럼 모두 침묵 속에서 2층 복도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성현의 눈에는 말이다.

 

 “무거울 텐데 괜찮겠어? 아니면 나랑 다른 한 명이 상체를 드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사람의 상체는 들기도 힘든데다가 하체보다 무거워서 여자 둘이 들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 이었다.

 

 “그럼 내가 다리 들게.”

 “아냐, 내가 할게.”

 

  담희는 자신이 할 것을 주장했으나 가장 체구가 작은 그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리는 내가 들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빨리 움직이기나 하자.”

 

  담희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지퍼백에 있던 팥을 반만 빈손에 꼭 쥐었다.

 

 “천천히 따라와.”

 

  세 사람은 숨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끝 방에 다다를수록 소름이 올라오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숨을 아무리 가다듬으려 해도 심장이 널뛰어 그조차 힘들었다.

 

 “연다.”

 

  지연이 문을 한 번에 열어젖혔다. 긴장 했던 것과는 다르게 안은 매우 고요했다. 정확하게는 생각보다 고요한 거지 정말 침묵이 흐를 정도로 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소리를 따라 손전등을 비추니 구석에서 학회장이 쭈그려 앉아서 무언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선배, 뭐하세요.”

 

  성현이 앞으로 조금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학회장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손을 뚝하고 멈췄다.

 

 “…….”

 

  침묵이 흘렀다. 금방이라도 일이 벌어질 것처럼 너무도 조용했다.

 

 “나가라고 했잖아!”

 

  학회장의 입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몸을 돌리더니 미친 사람처럼 성현에게 달려들었다. 성현이 급하게 양팔을 들어 자신의 목으로 날아드는 손을 막았다. 그러나 성현은 학회장의 힘에 밀려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갈 거 같았다.

 

 “정신 차려요!”

 

  담희가 소리치며 팥을 학회장에게 던졌다.

 

 “아악!”

 

  그는 괴성을 지르더니 성현을 밀치고 담희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담희는 그 즉시 움직였다. 작은 체구만큼이나 날렵하게 학회장의 관자놀이를 걷어찼다.

 

 “…….”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학회장의 몸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성현은 조금도 지체 없이 기다시피 움직여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혹시라도 또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는 움직이지 않았고 성현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기절한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고 학회장을 기절시킨 담희를 바라보는 데 그녀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성현은 지연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그녀 역시 담희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것이 좋은 징조가 아님을 알아차린 성현은 학회장의 옆에 몸을 수그렸다. 그의 팔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 들쳐 올리고는 조용히 기다렸다. 담희와 지연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둘을 재촉할 수 없었다.

 

 ‘아까 오지 말라고 한 게 저 귀신이구나.’

 

  담희가 혼신의 힘을 다해 학회장을 걷어찼을 때 그의 몸에서 기괴한 몰골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왔다는 표현이 맞을지 아니면 튕겨져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몸에서 나온 그는 바닥에 늘어져서 흐느껴 울었다.

  담희는 힐끗 곁눈질로 지연을 바라봤지만 그녀 또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움직여도 되는 건가?’

 

  그때 성현이 지연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지금이 도망치기 좋을 때 인건 확실했다.

  지연이 양 다리를 잡고 담희가 성현과 반대쪽에서 학회장의 팔을 어깨에 들쳐 올렸다. 문에서 가까운 지연이 먼저 밖으로 나가고 지연과 성현이 소리가 나지 않게 밖으로 나왔다.

 

 ‘빨리. 빨리 나가야해.’

 

  만약 저 귀신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거라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다. 아예 혼절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귀신도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신이 있다는 건 그만큼 강한 것이다.

 

 ‘차사님도 금방 괜찮아지셨었지.’

 

  동원은 그녀에게 맞아도 금방 괜찮아졌었다. 그리고 천사도 그녀에게 맞았을 때 꽤 오래도록 아파했었다. 그렇다는 건 동원보다는 약해도 천사만큼 강한 영가라는 것이었다.

 

 ‘이거 진짜 위험한 거 같은데.’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않았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끼아아아아아악”

 

  사람의, 아니 사람이었던 이의 소리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담희는 귀를 막고 싶었다. 이것은 사람보다는 짐승의 비명에 가까웠으며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는 것처럼 가깝게 들렸다.

 

 “뛰어!”

 

  지연의 외침과 함께 셋은 걸음을 재촉했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이기에 속력을 내려 해도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문이 있다는 것이었다.

 

 “끼아악!”

 

  지척에서 들린 소리에 담희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 귀신이 두 손과 두 발을 땅에 짚고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빨리!"

 

  담희가 비명처럼 외쳤고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왔다. 문 너머로 손전등을 비춰주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게 건물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왠지 나올 수 있을 거 같았다.

  직감과도 같은 감각에 담희는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굴렸다.

 

 “다 도망가!”

 

  분명 저거는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분명 나올 수 있는 거다.

  지연이 먼저 밖으로 나왔고 담희와 성현이 문턱을 넘었다.

 

 “아!”

 

  돌뿌리에 발이 걸린 성현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성현이 넘어지며 학회장도 바닥에 널브러졌다. 담희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휘청거리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꺅!”

 

  뒤에서 느껴진 강한 한기에 담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귀신의 피에 절은 손이 그녀의 바로 뒤에 있었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묻어있자 그 귀신은 눈물을 흘리며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

 

  그의 옆에는 처음에 입구에서 본 사람형체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귀신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남자가 담희를 도와준 것이었다.

 

 “돌아가라.”

 

  남자는 귀신에게 명령조로 이야기 하였고 귀신은 순순히 안으로 들어갔다.

 

 “너.”

 

  남자는 담희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휘청거리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시는 오지마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이 났지만 빠르게 뛰는 심장만은 잦아들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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