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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탐라에서 가장 탐나는 너.
작가 : 리릭
작품등록일 : 2019.10.29

대한민국 땅 끝 마을 해남.
해남에서 놓인 커다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인공섬 숨비도.
탐라 최고 지도자의 손자 소마주(小馬主) 김위온.
탐라 최고의 음전한 규수 류모을.
육지의...... 그냥, 태희.
세 사람을 둘러 싼 이야기.

 
6. 하옥된 의서.
작성일 : 19-10-31 22:19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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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온은, 쉴 틈도 없이 강 상궁이 대령한, 진파랑 소마주의 정복을 갖춰 입었다.

 비단천은, 위온의 몸을 감싸며, 정강이까지 차롬하게 떨어졌다.

 소마주의 권위를 나타내 듯, 금방이라도 뛰쳐나올듯한 역동적인 20마리의 말이, 금사 자수로 고르게 놓여 있다.

 허리에는, 검은색 비단천으로 된 요대로 매듭을 지어 오른쪽 허리춤에, 정갈하게 매었다.

 최 나인과, 박 나인이 위온의 앞머리를, 옆 머리와 합쳐 오른쪽 귀 뒤로 곱게 땋아 내리고, 머리 위에는 호박과 진주를 엮은 관끈의, 남청색 관모를 얹었다.

 위온은 자신의 키와 같은 대나무틀 안의 거울을 보며, 마지막 심호흡을 크게 내뱉었다.

 위온의 머릿속에는 의서를 옥에서 속히 빼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대마주는 탐라도의 최고 통치자의 명칭으로, 탐라국을 대대로 다스린 왕의 후손이다.

 탐라는, 오백 년간 독립적 국가를 유지하다가 조선시대 개화기 이후, 지금의 국가에 귀속되었다.

 하지만, 명목 상의 지방 자치도 일뿐.

 경제, 행정, 법등의 모든 기능에 대한 권한 등은 분리되어, 완전한 독립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외교적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법과 규정에 따라 집행되고 있었으나,

 국가에서는 탐라의 문호 개방(門戶開放)을 위해, 수없이 여러 방면으로, 탐라와 접촉을 시도해 왔다.

 결국, 탐라와 국가, 서로의 입장 중간에서 합의한 것이 숨비도의 출현이었다.

 

 ‘인공섬을 만들어 탐라로 들어 올려는 인구 유입을 막고, 탐라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물자는, 이 인공섬을 통해 공급된다. 숨비도는 탐라의 그림자이자 모형이다‘

 이것이 숨비도 존재의 목적이었다.

 숨비도 건설로 탐라의 재정 출혈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신료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문호 개방은 탐라 궁의 존립에 위협이었기 때문에 강제 단행하였다.

 그 조건으로 수백 년 동안 왕실이 가지고 있었던, 백약이 대학 총장 자리 임명권을, 탐라의 대학들에게 내어 주었다.

 하지만, 다 잃은 것은 아니었다.

 숨비도에서 거래되는 모든 시전 상권을 궁에서 장악하며, 김수문이 대행수 자리에 올라 있지 않은가...

 작은 동네 크기였던 숨비도는, 70년 가까이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은 탐라 두 배 크기의, 대한민국 최대의 교역지이자, 관광지로 발전하였다.

 하여, 숨비도에서 한 해 징수 되는 엄청난 세수(稅收)로 국가는 탐라의 모든 요구를 인정한다는 법규로 변경하였고, 지금까지 탐라는 옛 모습 그대로 지켜지고 있었다.

 

 보현각 마당에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차는, 궁 사람들이 이동 수단으로 타고 다녔다.

 웬만큼 궁이 넓어야 말이다.

 

 대마주가 거처하는 산정전은 궐 밖에서도 보일 만큼 그 높이와 크기가 어마어마했고,

 산정전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연꽃무늬가 새겨진 박석(薄石)이 깔려 있었다.

 대마주의 편전은 대마주 원부인의 처소인 하연전 다음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탐라의 풍요를 상징하듯, 온통 황금빛 외진 주(外陣柱) 가 붉은 작약을 새긴, 주두(柱頭)를 머리에 이고 늘어서, 화려함의 최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편전 앞.

 먼저 도착해 있던 금호군은 간단히 예를 갖추었다.

 

 “의서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였다면 너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위온의 음성이 나지막하게 떨어졌으나 힘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금호군은 소마주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

 대마주의 명으로만 움직였고, 탐라의 소마주에게 예를 갖출 뿐, 위온이 아무리 겁박을 해도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알면서도 금호군을 몰아쳤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모든 행동들을 대마주에게 고자질하듯 보고하는 금호군이었다.

 

 상궁이 위온이 도착했음을 편전을 향해 알리고 대마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길을 비켜섰다.

 위온은 심 호흡을 크게 하고 마루로 올라섰다.

 

 대마주는 절룩이며 들어오는, 손자를 안타깝게 바라보다, 하 판서 사저에 허락없이 다녀 온 것이 생각났는지 표정은 다시 냉정함으로 굳어졌다.

 

 하 판서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그의 처인 부부인의 품계를 거두고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싶었지만 그리하면 소마주인 위온의 출신에 흠이 생긴다.

 하여, 하 판서의 가택을 숨비도로 옮기는 것으로 끝이 났다.

 500년을 이어오는 사이 아무런 역경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대마주 자리는 아무 탈 없이 계승되어 왔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뒤를 이어 대마주 자리에 오를 때까지 손자인 위온을 지키는 일만 남았는데...

 조용하다 싶으면 한 번씩 일을 벌이는 위온이었다.

 

 ‘내 명을 거스르고 저런 다리로 끝까지 말을 탔단 말이지...?! 괘씸한... 녀석.’

 대마주는 혀를 차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위온은, 들어오자마자 대마주 앞에 바로 엎드렸다.

 대마주는 바싹 엎드린 위온을 보며 아주 잠깐 동안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게 아닌가 착각을 했다.

 그러나, 절대로 그럴 아이가 아님을 상기하였다.

 위온을 처음 봤을 때 생쥐처럼 자신 앞에서 벌벌 떨던 모습에, 겁 많고 그저 순하기만 했던 제 아비 수문을 닮았나 하였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점점 드러나는 본색, 남다른 호기심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참 많이도 애를 태웠었다.

 하는 본새가 어찌 지 어미 하선의를 꼭 빼다 박았는지...

 선의는 남자들만 있던 선공감(건축담당 관청)에서 영선(건축과 수리 업무)의 업무를 맡아보며, 탐라 곳곳의 낡은 가옥들을 모두 제 손으로 재건하고 싶어 했었다.

 수문과의 혼인으로 자신의 뜻은 끝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때부터 탐라는 그녀가 계획했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사내대장부와 겨루어도 지지 않을 만큼의 도량을 가졌던 선의. 위온은 성장하며 점점 더 닮아가고 있었다.

 대마주인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물음에 답하는 위온을 보면 선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리 납작 엎드린 위온의 뜻밖의 모습에, 대마주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웃음으로 눈썹이 꿈틀거렸으나, 얼굴은 냉정심을 유지하려 미간에 힘을 쓰고 있었다.

 분명 의서 때문이겠지.

 시답지 않더라도 위온의 변명은 들어주고, 오늘은 또 어떠한 말로 자신의 의중을 흔들어 놓을 것인지 두고 볼 참이었다.

 

 대마주 김 정: 난공불락(難攻不落).

 대마주는 성품이 불같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공격하기 어려워 쉽게 함락되지 않는다.

 소마주 김위온: 단도직입(單刀直入).

 돌려 말하지 않으며 남의 눈치 보는 걸 싫어하며

 특히 대마주와 얘기할 때는 무조건 본론부터 던지고 본다.

 

 지금은, 어떤 변명이라도 소용없음을 위온은 알고 있었다.

 위온은 생각을 정비하고, 또 정리하여 고개를 들었다.

 대마주는 그런 위온의 생각을 읽으려는 듯, 그의 행동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 저 눈빛은..?’

 대마주는 올 것이 왔음을 눈치채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비스듬히 뉘었던,

 몸을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일으켰다.

 위온은 가부좌를 틀고, 양손을 쥐어 가볍게 무릎에 올리고, 허리를 꽂꽂하게 세웠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대마주를 향해, 외쳤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대마주는 위온을 내려다보며,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대마주의 대답에, 위온은 속상한 표정으로, 대마주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지금은 무조건 엎드려야 한다.

 

 “죽마고우(竹馬故友)”

 “경거망동(輕擧妄動)”

 

 대마주의 격앙 된 말투에, 위온은 부끄러워, 할 말이 없었다.

 

 ‘만약, 이곳이 조선이었다면 외가는 역모와 같은 반역죄로 물어 엄중히 처벌되었을 테지...‘

 대마주의 관용(寬容)으로, 재산 몰수 없이 탐라를 떠나 숨비도라도 정착할 수 있었다.

 원칙으로 하자면 육지로의 영구 퇴출이 아니었던가...

 

 대마주는 위온에게, 사사로운 정이 군주의 길에 얼마나 독이 되는지 가르쳐 주고 싶었다.

 지금은 비록, 의서가 옥에 갇힌 작은 일을 만들었지만, 대마주의 자리에선, 작은 실수라도 큰일로 번질 수 있으니...

 또한, 탐라의 소마주라 해도 그 죄는 피해 갈 수 없음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의서의 아비 병조판서 남상익도 그들의 수장 중 하나였으니...

 그에게도 또한 본 보기가 될 터.

 

 역시... 위온은 속으로 ‘역시’라고 수 십 번 되뇌었다.

 역시 대마주는, 난공불락이었다.

 그럼... 어찌한다...

 

 ‘이제 다 하였느냐? 이걸로 끝이로구나..’

 위온을, 떼쓰는 귀여운 어린아이로 보듯, 대마주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퍼졌다.

 위온은 대마주의 표정에, 스스로에게 화가 올라왔다.

 지금 이 순간, 할아버지에게 꿇게 되면 앞으로 소리를 타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마주 자리에 오를 때까지, 사소한 것까지, 자신은 대마주의 모든 간섭 아래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건... 아니지... 않나...

 그러다 위온은 눈을 반짝였다.

 

 “지은보은(知恩報恩)”

 

 위온의 강한 어조에 고뇌와 갈등의 파도가, 대마주의 얼굴에서 여유를 밀어내고 있었다.

 곱지 않은 눈 초리로 한참을 위온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대마주의 입가에 조금씩 인자한 미소가 어렸다.

 

 “명정언순(名正言順)”

 

 대마주의 대답에, 위온은 터지는 승리의 기쁨을, 아랫입술을 깨물며 겨우 참아 내었다.

 감히 대마주를 이겼다고, 그 앞에서,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대마주는 거의 이긴 싸움에서 허를 찔렸으니, 허탈감에 맥이 탁 풀렸다.

 하지만, 위온이 대견하게 느껴져, 기분이 몹시 좋았다.

 대마주는 옆에 서 있는, 홍 비서실장에게 자랑하듯 위온을 가리키며 껄껄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옥된, 동호군 위사 남의서를 석방하고, 소마주 김위온은 처소에서 꼼짝 말고, 한 달 근신토록 하라!“

 

 ‘한 달 근신.. 하아~~!’

 그 정도야.. 뭐~ 외가로 가기 전 예상했던 것이었다.

 

 

 “하루 갇혀 있었다고, 울고불고 막, 그랬던 건 아니지?”

 

 가부좌로 눈을 감고 있던 의서는 눈을 번쩍 떴다.

 위온이 뒷짐을 지고 몸을 반쯤 숙여 자신을 향해 싱긋 웃고 있었다.

 

 “나와~ 빨리! 거기서 뭐하고 있느냐?”

 

 위온은 헤실헤실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보시는 거와 같이, 편히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때맞춰, 꼬박꼬박 끼니를 대령하고, 앉아도, 누워도, 간섭하는 이가 없으니...

 뭐 울고불고 할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 그랬느냐? 난~ 또, 네가 잠자리가 바뀌어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뻘건 눈으로 달을 보면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줄 알았지~ 좀 더 너를 둘 걸 그랬다. 어떻게, 다시 들어가겠느냐?“

 “거느리는 자들이 문책 당할까, 혼자 판단하시고 숨비도로 도둑 걸음 하신 분이 근처에 계신데, 이번엔 또 어디로 걸음 하실지 몰라, 곁에서 단단히 지켜야 하기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을 듯 하옵니다.”

 “뭣이라....?”

 

 하하하!

 아무탈 없이 잘 풀려 둘은 마음이 놓이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이번, 동호군을 탐라에 두고, 하 대감댁에 다녀오신 것은, 소마주님께서, 동호군을 위한 일이었음을.. 남 위사도 잘 알 것이오. 만약, 동호군이 따라나섰다면, 군의 최고 수령인, 대마주님의 명을 어긴 것이 될 것이고, 연화당 저들은 동호군의 행보를 시비(是非) 잡아, 자신들의 출입도 합당함을 주장했을 것이오.

 이번에, 부부인께서 간곡히 소마주님을 뵙고자 청하여 다녀오신 것이지만,

 소마주님도 앞으로 부부인을 몇 번을 뵐 수 있을지...‘

 문 시중은 숨비도에서 의서를 불러 이야기했었다.

 

 “이번엔, 걸음을 빨리하셨습니다~”

 “그럼! 이번이 몇 번째 더냐..? 너의 구출 작전이.. 나도 이젠 많이 늘지 않았느냐?”

 

 순간, 위온은 미안함에, 말을 멈추었다.

 어린 시절부터 위온의 잘못으로 의서의 인생은, 얼마나 고난의 연속이었던가..

 

 “이젠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외조모님 댁에 다녀오신 걸 그들도 눈치챈 듯합니다.

 하 대감께서, 그들의 최고 수장이셨던 것을, 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 하는데 계속 이용할 것입니다.“

 대마주의 권위에 반기를 들었던 연화당(煙花) 세력의 최고 수장.

 의서는 위온의 외조부 하만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처음 일을 벌인 자가 책임을 져야 하옵니다. 저 혼자 간 것이오니 저만 벌하여 주옵소서..

 이번 일은, 동호군과 동호군 위사 남의서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공이 있다면 상을 받을 것이고, 죄가 있다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동호군 위사 남의서는 동호군의 수장인 소마주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호위사의 신분을 망각한 게야!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죽마고우(竹馬故友)

 “의서는 군신의 관계를 떠나, 어릴 적부터 사귄 벗이옵니다. 소손의 청을 외면하지 말아 주옵소서”

 

 경거망동(輕擧妄動)

 “그리.. 생각하는 벗이거늘, 어찌 짧은 생각으로 행동하여, 벗을 곤란하게 하였느냐?

 명을 내릴 때 이런 결과가 올 것은 생각지 못하였느냐?

 남 위사는 주군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였고, 소마주는 주군으로, 신하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게 경솔한 행동을 하였다.“

 

 지은보은(知恩報恩)

 “그럼, 제가 10살 때 물에 빠져 죽을 번 하지 않았습니까? 기억 하시지요?

 그 때, 위사 남의서는 겨우, 12살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저를 구했던, 남 위사가 주군인 저의 명이 아니었으면 어찌 그리 행동하였겠사옵니까?

 

 ‘내, 오늘 위온을 구해준 은혜는 잊지 않으마. 네게 고맙단 표를 해야 할 터인데...

 어찌한다?

 그래, 지금 당장 상을 내려도 상관없으나.

 아직 네가 어리니, 그에 응당한 것을 구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훗날 네가 성장했을 때, 다시 찾아오거라.‘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생명의 은인인 의서가 옥에 갇혀 있으니 어찌 제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동호군 위사 남의서의 잘못은 명을 내린 제게 책임이 있으니, 저만 벌하시고,

 의서에게는 그때 받지 못했던, 저의 목숨에 달하는 상을 내려 주십시오.“

 

 명정언순(名正言順)

 “....... 하하하 그놈!! 그걸 기억해내었느냐?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가지고

 도리어 상대방을 설복한다? 거기에다 약조한 값에 대한 명분까지 얹었구나.....

 좋다! 동호군위사에게 원하는 상을 내리도록 하마.

 탐라도 소마주의 목숨을 구하였는데, 당연히 귀한 것으로 보답하여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소원은, 원래 제 것이 아닙니까? 막 쓰고, 그러시면...

 제가, 소마주님을 구하느라 어린 나이에 물속에서 막 숨 참고......

 물살은 또 어찌나 세던지, 그 물살 뚫고 소마주님을 구한다고 팔을 어찌나 마구 미친 듯이 휘저었는지....

 비가 오면 아직도! 여기가 쑤시옵니다.“

 

 의서는 싸늘하게 정색을 하고는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가리키며 ‘툭툭’ 쳤다.

 

 “그.. 그거야..... 미안하다. 할아버님을.... 꼭! 이겨야 했다아.”

 

 목소리가 땅으로 푹 꺼져 들며,

 위온의 시선이 의서의 어두워진 낯빛을 피해 머언 산 꼭대기에 꽃혔다.

 

 “눼에? 제 것을, 소마주님을 위해 쓰시다니요... 소신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무얼 청하여 받을까?

 하는 행복한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어찌 그 기쁨을....”

 “하하하~ 그래도 이렇게, 고신 없이! 멀쩡히 나오지 않았느냐~~ 그러지 말고 우리 시전 찻집에 다정히 앉아

 할아버님께 받고 싶은 목록을 뽑아 보자꾸나. 네가 받고 싶은 거, 다! 말하여라. 내 최대한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도록 오랜만에 힘 좀 써 볼테니..... 으응?? ”

 

 위온의 목소리에 어색한 애교가 넘쳤다.

 위온은 눈에 듬뿍 사랑을 담아 의서를 위와 아래, 앞뒤를 살피며 의복을 곱게 매만져 주었다.

 

 “되었습니다!.”

 

 의서는 평소의 냉철한 표정으로, 위온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래, 내가 잘못하였다. 됐느냐?”

 “그럼 밥 사십시오. 탐라 저자에, 맛있는 해물국시 집이 새로 생겼답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소마주에게 투정해 보겠는가... 의서는 싱긋 웃었다.

 

 “오호! 그렇느냐? 하하하. 그럼, 그리 가볼까?”

 

 위온도 의서를 향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의서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호위사이자, 소중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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