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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16 MT
작성일 : 19-10-31 21:34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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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도착하고 바로 학년별 세 명씩 무작위로 섞은 모둠이 만들어졌다. 모둠별로 도시락과 과자를 나눠주고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여자 숙소 2층 가자.”

 “가도 되나?”

 

  남자 선배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여자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다 다락방에 올려놔서 괜찮아요.”

 

  처음에는 왜 굳이 2층을 선택했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으나 도착해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1층은 이미 다른 모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뭐 하지? 취지가 친목 도모이니 게임이나 할까?”

 

  여자 선배의 말에 다들 동의하였다. 그녀의 제안에 담희는 잘됐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카드랑 보드게임 가져 왔어요.”

 “오오, 좋다 가져와.”

 

  담희는 다락방에 올라가 짐을 풀어헤치고는 준비해온 것들을 꺼냈다. 아래로 내려온 담희는 한 아름 짐을 안고 있었다.

 

 “몇 개나 챙겨온 거야?!”

 

  프럼프 카드, 할리갈리, 시타델 등 5가지의 카드게임과 보드게임 두 개를 준비해 왔다. 중고로 구매한 것이라 해도 꽤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혼자뿐인 생활이라도 생활고를 감당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꽤 무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담희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참지 못했다.

  그녀가 준비한 것들은 중고등학생 때 애들이 학교에서 하던 게임들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그녀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 수학여행에 불참하는 인원들은 학년에 구분 없이 한 반에 모여서 영화를 보거나 자습을 했었다. 말이 자습이지 자유시간인 것이다.

  담희는 그때마다 혼자 책을 읽었지만 다른 애들은 달랐다. 카드게임, 보드게임, 휴대전화로 게임 등 저들끼리 재밌게 놀기 바빴다.

 

 ‘수능 끝나고는 더 심했지.’

 

  수능이 끝난 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게임을 해서 도박장을 연상케 하기도 하였다. 그녀가 이번에 준비한 것도 그때 보았던 게임 중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만 엄선한 것이었다.

 

 “난 이거 처음 보는 거야.”

 “와, 할리갈리 오랜만이다.”

 

  팀원들은 담희가 준비해 온 게임을 둘러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럼 뭐부터 할까?”

 

  게임 방법은 미리 숙지해 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역시 재미있네.'

 

  담희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 죄송한데 화장실 다녀올게요. 먼저 하고 계세요.”

 

  담희는 그렇게 말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더 하고는 싶었지만 지금은 화장실이 급했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다음은 무슨 게임을 할까나.'

 

  담희는 이번 엠티 중으로 모든 게임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볼일을 마친 담희는 들뜬 마음으로 계단에 오르려고 하였다.

 

 “어, 지연이다.”

 

  계단 옆 창문을 통해 바깥에 홀로 있는 지연의 모습이 보였다. 활동시간인데 혼자 나와 있는 것은 그림이 이상했다. 앞의 동영상 사건으로 선배들과 관계가 틀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담희는 고민 없이 밖으로 나갔다. 혹시 곤란한 일이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날 담희가 위험했던 상황 속에서 그녀만이 담희를 챙겨주고 도와주었다.

  지연을 부르려는 데 지연이 갑자기 사방을 살피더니 담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음. 혼자 있는 게 보여서.”

 

  지연은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지막 한 모금을 내쉬고는 담배를 바위에 지져서 불을 껐다.

 

 “왜 혼자 있는 거야? 지금 모둠별 활동시간이잖아.”

 “……한 대만 피려고 나왔어. 냄새나니까 웬만하면 혼자 펴.”

 

  확실히 많은 인원이서 피는 것보다 혼자 피는 게 냄새가 더 적게 배긴 할 터였다.

 

 “나 때문에 나온 거야?”

 

  지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담희는 지연에게 다가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어?”

 

  바위 위에는 담배가 하나 올려져 있었다. 지져서 끄고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불씨가 살아있는 담배였다. 반 정도가 타들어 간 담배는 누가 보아도 지연이 피던 것이 아니었다. 피다 만 것을 올려놓은 것처럼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꼭 향을 피워놓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담희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 보냈다. 산소도 없는 데 향을 떠올리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너야말로 왜 혼자 나와 있어.”

 “난 화장실 갔다가 네가 보여서.”

 “그렇구나.”

 

  지연은 바위 위에 올려진 담배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옆에 두었던 담배꽁초를 집어 들었다.

 

 “우리 이만 가자.”

 “저 담배 아직 켜져 있는데?”

 

  담희가 바위 위에 올려진 담배를 가리켰다. 담배에서는 작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괜찮아. 알아서 끌 거야.”

 

  그녀가 붙여 놓은 것이 확실해졌다. 그런데 그녀가 끄지 않으면 누가 끈다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담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문을 품은 머리와는 다르게 직감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엠티는 꽤 재미있었다. 교수님들과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우리 사진 찍자.”

 

  장기자랑을 마치고 다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장기자랑을 위해 만든 단톡방에 같이 찍은 사진들이 하나하나 올라오는 것을 보니 기뻤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겠어?”

 

  이미 해는 저문 지 오래였고 여기저기서 술에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다 인가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었다.

  친구들의 걱정에 담배 피우는 손짓을 보인 그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담배 피우러 가는 것인데 따라가기는 뭐했는지 다들 다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연이랑 화장실 좀 다녀올게.”

 

  담희는 지연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바로 따라 나왔건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한 바퀴 돌자 여자숙소 뒤편에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연아.”

 

  그녀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었다.

 

 “왜 나왔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우려의 느낌만 날 뿐 질책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혼자 다니면 위험해.”

 “그거 자기반성이야?”

 

  혼자 다니지 말라면서 자신은 너털너털 돌아다니고 있는 지연을 보며 담희가 말갛게 웃었다.

 

 “어? 저거 뭐야? 반딧불이야?”

 

  지연의 옆으로 작은 빛 하나가 반짝였다. 이내 빛은 폴폴 날아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너 보였어?”

 

  지연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고 담희는 흥분해서 작게 소리를 질렀다.

 

 “와! 저거 반딧불 맞지?!”

 

  덤덤히 담희를 바라보던 지연은 담희의 손을 잡고 반딧불을 따라갔다.

 

 “어디 가는 거야?”

 

  갑자기 어둠 속으로 잡아끄는 탓에 담희가 잔뜩 겁에 질려 물었다.

 

 “저거 따라가 보자.”

 

  달이 밝아서 어둠 속을 무리 없이 걸을 수는 있다지만 그래도 위험한 일이었다. 이런 곳은 귀신이나 사고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무서운 법이었다.

 

 “어디까지 가려고.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아마 더 많이 있을 거야.”

 

  반딧불이 더 있을 거라는 말에 담희는 찜찜해 하면서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미 멀리 와버리기도 해서 그녀만 두고 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이제 정말 그만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산길에 오르기 시작하자 담희는 지레 겁을 먹기 시작했다. 오밤중에 산행이라니 정말로 위험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지연…….”

 “저기 봐.”

 

  지연은 담희의 말을 끊고는 무엇에 홀린 듯 바라보며 말했다.

 

 “우와!”

 

  그녀에게 다가간 담희는 신기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족히 몇십은 되어 보이는 빛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까 가까이는 가지 말자.”

 

  담희는 말없이 동의했다. 괜히 다가가서 반딧불이를 쫓아내고 싶지 않았다. 너무도 예쁜 광경에 담희는 고모를 떠올렸다. 그녀도 이런 광경을 필시 좋아할 터였다.

 

 ‘핸드폰으로 찍어도 나올까?’

 

  담희는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켜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지연이 화면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저었다.

 

 “찍지 마.”

 

  그녀의 말이 너무도 단호해서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예쁘다.”

 “응.”

 

  계속 보고 있음에도 질리지 않았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빛 날 것 같은 반딧불이들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이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불을 끄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점점 빛의 수가 적어지고 있었다.

 

 '역시 사진 찍어둘걸.'

 

  하나둘 사라지던 불은 일순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에 담희는 입맛을 다셨다.

 

 “이제 내려가자.”

 

  자연이 선사해주는 공연을 본 것 같았다. 아쉬움은 공연이 끝났으니 돌아가야 했다.

 

 

 

  밭과 담장 사이, 초등학생 아이 하나가 오도 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아이가 서 있는 길은 학교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런 길 한복판에 기린보다도 긴 목을 뱀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데 지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것은 이내 아이를 발견하고는 뱀이 사냥감을 응시하듯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서 그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저것의 모습이 매우 괴기하기는 하였어도 가만히 있는 다고 해결될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굳게 결의에 찬 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까워질수록 몰려드는 공포감을 이기고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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