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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14 동일한 과거
작성일 : 19-10-31 20:22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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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슬으슬 춥고 몸에 기운이 없는 정도였던 감기는 무당집에서 한숨 잔 후에 괜찮아 진듯했다. 하지만 억지로 출근한 후부터 콧물이 질질 흐르다 못해 가래가 끼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아, 죽겠다.”

 

  손님도 별로 없고 사장님도 없으니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카운터에 엎드린 상태로 눈만 돌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8시 30분. 곧 있으면 사장님이 교대하러 오는 시간이었다.

 

 “청소. 청소해야지.”

 

  추위로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청소를 시작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시린 발끝이 저릿저릿 아팠고 대걸레를 미는 건지 아니면 대걸레의 무게에 몸이 따라가는 건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아, 이 자리는 왜 맨날 이래.”

 

  평소였으면 별로 신경도 안 쓰일 텐데 오늘따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짜증스럽게 청소를 마치고는 다시 카운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몸이 많이 안 좋으면 전화하지 왜 이렇게 버티고 있어.”

 

  언제 온 것인지 사장님이 카운터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빨리 가서 쉬어! 내일도 아프면 연락하고.”

 

  일찍 나오신 사장님 덕에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차가운 공기 탓에 숨이 뜨겁게 느껴졌다. 우산을 쓰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털레털레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발에 돌을 단 것처럼 무거웠다.

 

 “어디 아파?”

 

  앞에서 들려오는 물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차사님.”

 

  정류장 안으로 들어가 우산을 접고는 몰려오는 한기에 몸이 한 번 떨렸다.

 

 “얼마나 아픈 거야.”

 

  말하기 힘들어서 고개를 저었지만 그것 또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움직인 머리는 핑 돌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일단 앉아.”

 

  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자 몸에 남아있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안 되겠다.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안 그러셔도 돼요. 이만 가볼게요.”

 

  때마침 버스도 들어오고 있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휘청이는 몸을 바로 세우고는 그에게 손인사를 건넸다.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뒷문 바로 옆에 빈자리에 앉았다. 차가운 창문에 머리를 기대니 조금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머리 젖는다.”

 

  옆에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차가운 손이 자신의 머리를 받쳤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록 하였다.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러다 감기 옮…… 아, 안 옮기겠네요.”

 

  자신의 옆에 사람처럼 있어도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을 때면 그 사실을 잊게 된다.

  창문처럼 시원한 느낌에 작게 비비적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밀려드는 졸음을 이기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어나 다 왔다.”

 

  작게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그의 말처럼 이제는 눈에 익은 동네가 창 너머로 보였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내리니 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비척비척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았다.

 

 “조금만 쉬었다 가요.”

 “……업어줄까?”

 “네?!”

 

  의외의 제안에 너무 놀라서 아픈 것도 잊고 고성을 질렀다.

 

 “무거워서…….”

 

  거절하려고 이유를 대던 담희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날 그녀에게는 고되기만 하던 산행을 아무런 무리 없이 행한 그였다. 힘들 리 없었다. 그래도 타인에게 업힌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안 무겁다. 이렇게 찬 데 계속 있으면 더 안 좋아질 뿐이야.”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지금도 팔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우산을 들고 갈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했다.

 

 “그럼 앞으로 들어줄까?”

 

  앞으로 안긴다고 상상하니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놀라 바로 고개를 저으니 제 모습이 우스웠던지 그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업혀.”

 

  그는 자신이 업힐 수 있게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까만 옷이 그의 넓은 등을 더욱 듬직해 보이도록 하였다.

 

 “실례할게요.”

 

  그에게 업히니 괜히 얼마 전 만난 천사가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둘이 사귀거나 그러는 건 아니야? 라며 자신을 놀리던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그 말을 떠올리자 괜스레 민망해져서 몸에 힘이 들어갔다.

 

 “몸 꼿꼿이 들지 말고 기대라.”

 “이대로도 괜찮아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몸이 흔들렸다. 뒤로 넘어질 거 같은 감각에 동원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동원의 목에 팔을 두르자 그는 몸을 앞으로 숙여서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해주었다.

 

 “그렇게 기대고 이거 들어.”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알록달록한 접이식 우산을 받아들었다.

 

 ‘우산은 장우산이 클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가 몸을 곧추세웠다. 자신의 몸을 받치는 것은 그의 손이 아니었다.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으려는 듯 검은 장우산으로 자신의 몸을 받쳐 들었다.

 

 ‘춥네.’

 

  이렇게 업히면 따뜻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나마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의 몸이 차가운 걸 알면서 따뜻하길 바란 것이 어리석었다.

  그래도 그의 옷은 일반 옷보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불편해?”

 

  너무 꼼지락거린 탓일까. 그의 물음이 날아왔다.

 

 “아니요. 누군가에게 업힌 게 처음이라.”

 “처음이라고?”

 

  조금 높은 억양의 목소리로 하여금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업어준 이가 아무도 없는 건가?”

 

  그의 배려 없는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고아거나 부득이하게 부모의 밑에서 자라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그러다 제가 고아거나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 걸 물어보세요?”

 “아무리 내가 부족해도 신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말할 리 없지 않나.”

 

  아 하는 깨달음과 함께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너무 자주 봐서 그냥 동네에 친한 오빠 귀신같은 이미지가 되어 버린 탓이었다. 현실과 실제 사이의 괴리감이 잠시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기억이 없어요.”

 “어떤 기억?”

 “5년 전부터의 기억만 있고 그 이전의 기억은 없어요.”

 

  그의 걸음이 멈추었다. 불 꺼진 상가의 유리창 너머로 그의 굳어진 얼굴이 보였다. 굳은 얼굴은 무언가 상념에 사로잡힌 듯했다.

 

 “5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해 그의 표정을 알 수는 없어졌다.

 

 “왜 5년 전인 거지?”

 “사고가 있었어요. 아빠랑 둘이서 타고 가던 차가 반파돼서 아빠는 돌아가시고 저는 머리를 심하게 다쳤어요.”

 “그래서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네.”

 

  병원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납득하는 형국이었다. 기억은 없고 이상한 게 보이는 데 왜 기억이 없는지가 중요할 리 없었다.

 

 “이제는 없어도 위화감은 없지만 궁금하기는 해요.”

 

  친부라는 사람은 어땠을까. 예전의 나도 귀신을 보았을까.

  궁금한 것이 없지는 않았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떠오르는 것은 전혀 없었다.

 

 “예전에는 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

 

  그는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그의 걸음은 매우 느렸으며 더없이 가벼웠다.

 

 “따스한 나날을 살았다.”

 

  그가 대뜸 말을 꺼냈다.

 

 “벗과는 깊은 관계를 맺었으며 친부는 너의 좋은 보호자였고 벗이었고 길잡이였다.”

 “……그걸 차사님이 어떻게 알아요.”

 

  잔뜩 잠긴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따지듯이 터져 나왔다.

 

 “말했잖아. 나는 신이라고. 네가 살아온 길의 일부 정도는 안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자신의 과거였다. 아빠는 고모와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으며 대외관계 또한 하지 않았다.

  예전에 살았던 집은 월세가 밀려 있었고 두 명의 살림이라고 하더라도 그 양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았다고 생각했었다.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예전 기억이 좋지 않은 것만 있던 게 아닌가 했어요.”

 

  싫은 기억이라서 잊어버렸다고 단정 지었다. 그래서 더욱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조용히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차사님은 언제부터 차사셨어요?”

 “나도…….”

 

  그의 뒷말은 비에 묻힌 것인지 아니면 그가 말을 삼킨 것인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다, 몰라도 된다.”

 

  분명 무언가를 말하려 한 거 같은데 말을 할 생각이 없는지 입이 앙다물어졌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집을 알고 있을 터인데 한 번씩 길을 묻거나 다른 길로 가기도 하였다. 달뜬 머리 때문에 의문을 갖지 못했다.

 

 “저기예요.”

 

  그는 빌라 입구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

 

 “죄송해요. 비가 많이 오는데 이렇게 데려다주시고.”

 

  자신 때문에 젖었을 그의 옷을 털었다. 그러나 제 손에 닿는 물방울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옷을 이곳저곳 살펴보아도 어느 한 곳 젖은 곳이 없었다.

  조금이지만 팔이며 바지며 젖은 자신과는 달리 그의 모습에는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누군가를 업고 빗속을 걸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젖지 않으셨네요.”

 

  그러고 보니 자신을 받쳐주었던 장우산도 젖지 않았었다. 우산이 젖었다면 자신의 옷도 젖었어야 하지만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그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단 한 방울의 빗방울도 그를 적시지는 못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놀랄 것이 남았는지 그의 우산을 넋 놓고 바라봤다.

 

 “그만 서 있고 빨리 들어가.”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련 없이 돌아선 그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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