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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12화
작성일 : 19-10-31 20:14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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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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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와 연지는 입장이 난처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며 하윤을 응시했다. 하윤은 반쯤 정신 나간 얼굴을 한 채 작업실 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주는 하윤이 듣지 못하게 낮고 작은 목소리로 연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낸들 아냐?"

 "어쩌려고 여기까지 데려왔어?"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하윤은 다 들렸지만, 들리지 않는 척, 연기했다. 게다가 제대로 정신이 잡히지도 않아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계산도 서지 않았다. 결국 이 작업실 내에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입을 연 건 이주였다.

 "아.. 그러니까, 글을 쓰고 싶다구요, 하윤씨?"

 "네."

 "근데, 여기가 무슨 학원도 아니고, 대표 둘이서 겨우 운영한다고 해도 나름 출판사인데, 글을 배우려면 학원을 가시는 게.."

 "이주. 잠깐 나와."

 

 연지는 이주가 낀 팔짱을 풀어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서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미리 얘기라도 해주던가."

 "뭐를?"

 "하윤씨 아픈 거. 난 것도 모르고 놀라기나 하고. 그런 게 제일 상처라던데."

 "그 생각을 못했어. 나도 정신이 없어서."

 "하윤이 눈 왜 그래?"

 "몰라. 나도. 안 물어봤어."

 

 이주와 연지가 동시에 한숨을 쉬곤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한데, 하윤씨 그냥 보내자."

 "뭐?"

 "원래 글 쓰던 사람도 아니었고, 글 쓰고 싶어 했던 적도 없잖아. 왜 갑자기 이제 와서?"

 "글은 뭐 어릴 때부터 쓰고 싶어 했던 사람만 써?"

 "그게 아니더라도, 투고를 하러 온 게 아니라 배우러 왔다는 게 말이 돼?"

 "말이 왜 안 돼? 그럼 안연은? 걔는 뭔데?"

 "상황이 다르잖아. 연이씨는 소설을 내고 싶어서 원고를 들고 왔고!"

 

 소리가 점점 커지자 이주는 안 되겠는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기분을 삭혔다.

 "이주야. 내가 하윤이한테 계속 들이대다가 최근에 포기한 이유가 뭔지 알아? 걔가, 그 놈이, 울며불며 매달리더라. 제발 그만 나타나라고. 내 얼굴 다 기억하는데 못 보는 거,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냐고."

 "그런데?"

 "그런데 언제 울면서 전화가 왔어. 와달라고."

 

 이주는 천천히 얕은 한숨을 쉬며 시선을 연지에게 맞췄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아서 나도 잘 몰라. 다만, 걔가 나를 부르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어?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어야, 그렇게 꺼지라던 나를 찾아?"

 "그래. 인정해. 하윤씨 안 된 거 다 불쌍해. 그럼 네가 잘 보살펴주면 그만이야. 근데 지금 상황은 글을 가르쳐달라잖아. 글을. 누가 가르쳐?"

 "내가."

 "말이 돼? 그럼 네 차기작은? 너도 이제 신작 내야지!"

 

 연지는 이주의 손을 꼭 잡았다. 분명 연지는 이주의 손을 잡으면 그녀의 마음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선 지켜서 가르칠게. 정말로. 그리고 뭐가 문제야? 지금 당장 글 쓸 테니 출간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싫어. 나한테는 전혀 영향 안 갈 것 같니?"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어."

 "무슨 말이야?"

 "저번에 안연대신 일하고 얻은 소원권 쓸 거야. 지금."

 "뭐어?!"

 

 ***

 

 연이 이주가 편의점에 들어서는 것을 발견하자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작가님!"

 "곧 끝나죠?"

 "네."

 "밥 먹으러 가요."

 "제가 살게요. 저 월급 받았어요."

 "그럼 비싼 거 먹어야지."

 "얼마든지요."

 "얼마든지는 무슨, 받아봤자 얼마나 번다고."

 "어차피 돈 쓸 데도 없잖아요."

 

 그때 유정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자 연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왔어요?"

 "네."

 

 ***

 

 이주가 자주 가는 일식집으로 들어서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로 안내했다. 음식이 나오면, 연은 처음 본다는 듯 신기해하고 또 맛있어 하며 초밥과 규동을 먹었다.

 "내가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주민등록말소라고 해서 번호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일단 변호사를 만나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주민등록이요?"

 "어쨌든 만들어야죠. 없으면 못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

 "근데, 이름 뜻은 알아요? 한자로 어떻게 써요?"

 

 연의 대답이 없자 이주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 참에 확 바꿔버려도 뭐."

 "네?"

 "왜, 이름 따라서 인생 산다고들 하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좋은 뜻으로 바꾸는 게 아무래도. 그냥, 새로운 인생 산다고 치고.."

 연에게도 주민등록증이 생김으로써 집을 구하는 데에 걱정도, 병원을 가는 데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다.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은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삶을 살자고 권하는 이주 자체만으로, 이주가 연에게로 온 그 자체만으로 연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연이 좋은 뜻이 없네.."

 "..."

 "그나마 여기. 제비 연(燕) 어때요?"

 "무슨 뜻이에요?"

 "잔치, 향연. 잔치하다. 즐겁게 하다."

 "봐도 돼요?"

 

 이주가 휴대폰을 연에게 건네자, 연은 또 다른 한자의 연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저는 이게 좋아요."

 "어떤거요?"

 "그리워할 연(戀)"

 "네? 아니 왜 하필 그걸?"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그리다. 그리고, 사랑하다. 좋은데요?"

 "..."

 "이걸로 할래요."

 

 물론 이주에게 마음대로 정할 결정권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연은 이주를 떠날 생각이 없는 걸까? 왜 하필이면 그리워할 운명을 선택한 것일까.

 "아 그런데 작가님."

 "네?"

 "저기, 내가 주민등록번호를 만들면 제 부모님은.."

 "아! 그건 걱정 말아요. 보니까 사망했거나 실종됐을 시에 신청하는 사망 말소라는 게 있더라구요."

 "네에."

 

 연은 어젯밤 느낀 자유로 많은 생각을 했다. 자유란 것은,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 18세까지는 부모의 관리 하에서 자유를 억압받으며, 법적으로도 그것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부모가 억압할 수 있는 자유에도 선이 있지 않을까?

 

 연은 그 선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부모가 어디까지 미성년을 억제할 수 있는가. 정말 기본 적인 술, 담배 등의 행위서부터 예의에 대한 문제까지. 하지만 계선과 불오는 그 범위를 지나치게 침범했다. 그렇다. 결론적으로 연이 알아낸 것은, 부모는 미성년을 관리할 수 있지만, 또한 부모는 미성년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의 부모는 관리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까운, 그러나 관리라는 이름하에 연의 모든 것을 억압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연이 내린 결론은 자유는 스스로 얻는 것. 연은 스스로 공포에 빠져 부모에게 갇혀 있었고, 스스로 부모를 죽여 자유를 얻었으며 스스로의 죄책감인지 모를 감정에 정신병이 발현되어 또 다시 자유를 잃었다. 그리고 미성년이 아닌 지금, 연은, 스스로 자유를 찾겠다 다짐했다.

 

 "부모님 시체는, 강물에 버렸어요."

 이주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행위가 범죄에 속하는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니까, 죽어있는 부모님을, 강물에.."

 "네. 아니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해요?"

 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연의 인생을 연 혼자서 받아들이기엔, 좋은 길로 나아가기엔 무리가 있다. 연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병 또한 발현된 것이겠지.

 

 "그냥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그냥."

 "근데 만약, 그 시체가 발견되면 연이씨는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릴 거예요."

 "..."

 "어디에 던졌어요?"

 "그건 왜요?"

 "신고 해야죠."

 "싫어요."

 "왜요?"

 "당신 말대로, 신고하면 내가 범인으로 몰릴 테니까."

 "..."

 

 "내가 이런 말을 한 건, 이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왜요?"

 "맘 편히, 사랑하고 싶으니까요."

 "나한테 말한다고 맘이 왜 편해져요?"

 "많이 고민한 결과예요. 말하지 않으면, 내 자유의 시작도 무산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로써 연은 스스로 자유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여겼다. 역시, 자유는 스스로 얻는 것이고, 이제 다음으로 할 일은, 연의 발목을 잡는 살인이 될 것이기에 연은 다짐했다.

 앞으로, 살인은 없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자유를 억압받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러나 이주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유의 시작? 그게 뭔데요?"

 "어제 작가님이 그랬죠. 질문하는 것조차 개인의 자유라고. 근데 난, 내 삶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유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그건, 미성년일 땐 부모에 의해, 그리고 성인이 돼서는 나 스스로에 의해 느끼지 못한 거겠죠."

 "스스로 자유를 없앴다고요?"

 "네. 나는 부모를 강물에 버린 놈이고, 스스로 그걸 아니까."

 "하지만 난 이제 맘 편히 연이씨를 못 보겠죠!"

 "그게 무슨.."

 

 이주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에 손가락으로 머리를 꾸욱 누르며 연의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를 어떻게.."

 "그럼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어릴 땐 방관의 삶을, 머리가 조금 커서는 학대의 삶을 살았어요. 작가님도 내 원고 봤으니까 알 거 아니에요? 내가 23년을 살면서 배운 건 폭력과 잠자리. 딱 그거예요. 거기까지."

 "..."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더욱 느꼈어요. 내 인생은 내 부모에 의해 짓밟혀지다 못해 너덜너덜. 회생 불가구나. 도대체 왜? 부모인데 도대체 뭣 때문에 나를?"

 "연이씨."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들입니다. 나일수가 없죠. 하루하루 나를 죽여 왔는데 결국엔 본인들 편하자고 죽음을 택하고. 이런 놈들한테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어요? 나요. 사망신고 그런 거 몰랐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방 안에 시체만 덩그러니. 그럼 내가 뭘 해야 했나요?"

 "..."

 "작가님은 정말로, 내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연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닦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주는, 연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신고를 하는 게 맞겠지만, 이주 스스로가 연의 입장에 서 있었다면 그 부모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이대로 묻어두면, 연이씨는 평생 부모를 보며 살아야 할 거예요."

 "..."

 "이제야 알겠어요. 병원에 가기 싫어했던 이유를. 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요? 자유를 얻고 싶다고 했죠? 연이씨. 자유는 그렇게 얻는 게 아니에요. 나한테 자신의 죄를 말하는 건 그저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고, 진짜 자유는, 그 병을 고치는 데서 나오는 거라구요."

 "알아요. 그래서 말한 거예요. 작가님한테. 어제 작가님이 자신의 상처를 덤덤하게 말하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저런 게 자유구나. 저렇게 위로를 받는 거구나."

 "그게 무슨.."

 "병원 의사가 아니라, 저는, 작가님이 저를 고쳐줄 거라고 생각해요."

 "..."

 "작가님. 사랑해요."

 

 연은 천천히, 이주의 두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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