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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손이 닿다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0.27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가던 담희가 말을 멈추고 동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전에 제가 영가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동원은 자신의 팔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담희는 더욱 파고 드려는 듯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못 보게 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장난을 치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분은 자신의 옆에 친했던 영가들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었어요."

동원은 가만히 담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몸을 바로 세운 담희는 동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마주 본 그녀의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제가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동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던 눈이 감기자 눈꺼풀 위로 그의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너의 옆에 있을 거야."

 
#12 새로운 인연 & #13 이어지다
작성일 : 19-10-31 19:52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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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새로운 인연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는 우산을 흘러내려 바닥에 치달았다. 투두둑 우산을 때리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담희는 약 봉투를 가방에 넣고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오전이고 오후고 수업은 자체휴강이다. 지금 그녀의 상태로는 수업은 고사하고 알바도 힘들었다.

 

 “아니야, 그래도 알바는 가야 해.”

 

  하루 쉰다고 잘리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하여 함부로 쉬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편의 다 봐주시는 데 쉬면 안 되지.’

 

  그거다가 지금 그녀가 아픈 이유는 전날 무리한 산행을 강행해서 독이 된 것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5시 출근이었기에 다행히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약 먹고 한숨 자면 출근하기 한결 수월할 터였다.

 

 ‘빨리 가자.’

 

  빗길에 늦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이고.”

 

  뒤에서 들려온 탄성에 돌아보니 아주머니께서 들고 있는 장바구니가 뜯어져 봉지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버스 기사님은 짜증을 내었고 아주머니는 급하게 봉지를 손에 드셨지만 그 양이 많아 혼자 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와드릴게요.”

 

  담희가 손을 뻗었고 아주머니는 고맙다 하며 봉지들을 건넸다.

 

 “얼른 타요!”

 

  기사님의 호통에 담희와 아주머니는 부랴부랴 버스에 올랐다.

 

 “어디서 내리세요?”

 “난 세 정거장만 가면 돼요.”

 

  아무래도 짐이 많다 보니 내리는 것까지는 도와드릴 생각이었다.

  추운데 짐을 줍느라 비까지 맞았더니 머리가 띵하니 아파져 왔다.

 

 “학생은 어디까지 가요?”

 “저는 다섯 정거장이요.”

 

  아주머니는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 많은 것을 물어봤으나 담희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따뜻한 버스에 타서 편하게 몸을 기대니 가물가물 눈이 감기려 하였다.

 

 “아이고, 내려야겠네.”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놀란 담희가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버스에서 내려 짐을 정거장 의자에 올려놓았다. 이 이상의 친절을 베풀기에는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담희를 따라 아주머니가 내리자마자 그녀가 탈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뒷문이 쾅하고 닫혔다. 평소에는 이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만큼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잠깐……”

 

  그녀가 버스를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아연실색하여 버스만 바라보고 서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가방을 두고 내리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고, 미안해서 어쩌나. 이래 비도 오고 다음 버스 탈라면 한참은 있어야 할긴데.”

 

  뒤에서 아주머니가 버스 기사를 향해 욕지거리를 작게 퍼붓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내 도와주다 이리됐으니 같이 집까지 가세나.”

 

  담희는 아주머니의 부탁을 거절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리치는 빗줄기를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져 정류장까지 들이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담희가 잠시 고민하자 아주머니는 우산을 펴며 비교적 가까운 길목을 가리켰다.

 

 “저기 골목 모퉁이만 지나면 내가 지내는 집이야.”

 

  비 때문에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아주머니의 짐을 다시 들었다.

  도저히 이십 분씩 서서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짐이 많다뿐이지 대부분 나물 종류인지 매우 가벼웠다. 가볍지 라도 않으면 정말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아주머니의 손에 들린 봉지는 과일인지 무거워 보였으나 차마 바꿔들 수 없었다.

 

 “여기여!”

 

  아주머니가 가리킨 집은 큰 나무 대문으로 된 오래된 한옥이었다.

 

 “어서 들어가세.”

 

  아주머니의 재촉에 문지방을 넘는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때문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아주머니의 뒤를 쫓아 마당으로 들어섰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무언가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더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은 기분에 걸음을 멈췄다.

 

 “멈추세요!”

 

  안에서 여자의 고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후다닥후다닥하고 달려 나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안채의 문이 열리고 한복을 차려입은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뛰어나왔다.

 

 “게 누구십니까.”

 

  뛰어나온 것과는 다르게 정중한 물음에 담희는 자리에 얼어붙은 듯 굳어있었다. 다행히 앞서가던 아주머니가 마루에 장본 것을 올려놓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여성은 다른 이를 불러 담희를 사랑채까지 안내하도록 하였다. 잠시 쉬어갈 손님을 사랑채로 안내한다는 게 퍽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안내해 준 이가 나가자 담희는 벽에 몸을 기대고 달뜬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뭐 하는 곳이기에 다들 한복을 차려입었지.’

 

  조금 전 그녀를 안내해준 이 또한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지기도 전에 점점 눈이 감겼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잠시만 눈을 붙이고 싶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들린 것이 아니라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택시를 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녀 자신은 그의 너른 등에 업혀있었고 시야는 마구 흔들렸다. 계속되는 어지러움은 구역질을 일으켰다. 그녀를 업은 이는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따뜻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따스함이 그녀를 수마에 밀어 넣는 것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꿈속이지만 자신은 이 사람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잊을 리 없었다.

  그러나 잠에서 깨었을 때 담희는 꿈을 기억하지 못했다.

 

 #13 이어지다

  포근한 이불과 베개의 감촉. 따스한 공기는 숨을 쉴 때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딱딱한 바닥임에도 전혀 찬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이렇게 포근하게 잠이 들었던 것이 언제였던가.

 

 “……!”

 

  자신이 잠들었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담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는 곳이었다. 정확하게는 오늘 처음 온 남의 집 사랑채였다. 그녀의 앞에는 방에서 뛰어나왔었던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일어나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잠깐 존 게 그만…….”

 

  담희는 자신의 위에 덮여 있던 이불을 개려고 하였다. 하지만 여자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만류하였다.

 

 “괜찮아요. 그냥 구세요. 그래도 기운을 차린 거 같아 다행이네요.”

 

  여자는 다소곳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는 기품이 서려 있었다. 양갓집 마님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담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분명 사람인데 뭔가 이상했다. 사람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아, 혹시 보살님이세요?”

 

  여자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이내 슬픈 듯 반으로 곱게 접혔다.

 

 “역시 보이는 가보군요.”

 

  툭 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여자는 진심으로 그녀를 안쓰럽게 여기고 있었다.

 

 “아이고, 불쌍한 것.”

 

  여자는 손을 뻗어 담희의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를 아시나요?”

 

  자신의 기억에 없는 인물이라면 분명 기억을 잃기 전, 사고가 나기 전에 알고 지낸 이일 것이다. 담희는 기대감으로 널뛰는 심장을 느끼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여자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모르지만 당신에 대한 것은 압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데 자신은 모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리송한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니 무당이 담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이 있다면 잠시 주시겠어요.”

 

  담희는 주머니와 가방을 뒤져 휴대전화를 찾았다. 가방 깊숙이 있던 것을 꺼내 여자에게 건네주자 모르는 전화번호를 찍더니 다시 담희에게 건네주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담희의 핸드폰에 적힌 번호는 여자의 것이었다. 혼자 일방적으로 번호를 가지고 있는 다는 것이 찜찜해 담희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문자로 전송했다.

 

 “어…… 어?!”

 

  문자를 전송하고 나니 휴대전화 구석에 자리한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눈을 붙인다는 것이 한참을 잔 모양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3시 56분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실례만 끼치고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제가 알바에 늦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담희는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여자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찾아오세요. 언제든 찾아와도 돼요.”

 

  배웅을 받으며 문지방을 넘어서자 몸을 짓누르던 것이 가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살감기로 기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문 앞에 서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째서 들어갈 때 눈치 못 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저 느낌뿐임에도 강한 무언가가 그녀의 앞에 자리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기운을 등에 업은 집의 모습이 웅장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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