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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7)
작성일 : 19-10-31 19:37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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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지금 인도자는 곁에 없고…….”

 

  아이들 주위에 머물며 경계의 시선을 유지한 채 그들을 인도의 끝으로 안내하는 것이 인도자의 임무라는 걸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어째선지 탈루는 ‘이리’가 자신에게는 손톱만큼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렴 이렇듯 아무런 소식도 없을 수가 없을 테니. 어쩌면 그때 나타난 ‘이리’의 신수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움이 아니었을까.

 

  -자꾸 혼자 중얼거릴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탈루는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데 치중했다.

 

  배가 고프다. 몸 상태도 좋지 않다. 더 악화되기 전에 당장 눈앞의 열매를 ‘섭취’해야 하나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니, 감을 잡고 말고 할 이전에 메에 대해 무지한 자신을 깨닫고 말았다. 심대한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가만있을 순 없다.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열매를 ‘섭취’하는 방법을 알아내 이곳에서 살아남을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당에서의 기억을 되새기던 중, 잠시간 잊고 있던 ‘기본’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탈루는 허공에서 살랑거리고 있던 겨우살이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우리 대화하자.”

 

  -으, 응?

 

  “대화하자고!”

 

  -……혼자 중얼거릴 땐 언제고 갑자기 대화를 하자니?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탈루의 태도에 겨우살이가 당혹스러움을 표출하려 할 때였다.

 

  “어떻게 해야 돼?”

 

  -……뭘?

 

  “뭐긴 뭐야, 이 열매에게서 양분을 뺏어오는 거 말이지.”

 

  -……몇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같아. 정말 그게 다라니까?

 

  “알고 있어! 그러니까 위장, 접촉, 교란, 탈취…… 너는 어떻게 하냐고?”

 

  -나?

 

  “그래! 너 말이야, 겨우살이. 겨우살이가 실제로 나무에 붙어서 영양분을 빨아드리는 방식. 그걸 더 자세히 듣고 싶어. 아니면 혹, 보여주거나 할 순 없어?”

 

  탈루의 재촉에 웬일인지 겨우살이는 제법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주, 주위에 권속이 될 만한 겨우살이도 없는데 당장 보여주거나 하는 건…… 그리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열매에 든 씨앗을 옮겨줄 새도 없고…….

 

  “아니면 말로 풀어줘. 되도록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하라고 해도…… 일단 위장을…… 아니, 실제로 위장을 하지는 않는데…….

 

  이번엔 탈루 쪽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장을 하지 않는다고? 그럼 나보고는 왜 위장을 하라고 했던 거야?”

 

  -그, 그야…… 그 애가 그렇게 했었으니까…….

 

  “그 애?”

 

  탈루의 물음에 잠시간 뜸을 들이던 겨우살이가 이내 입을 열었다.

 

  -너 이전에 나를 받았던…….

 

  “아…….”

 

  탈루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만 년을 살아온 신들에게 있어 받드는 이의 존재는 그다지 희귀하다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같은 신을 섬기는 이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름난 몇몇 신들이 아닌 경우에야 수많은 선배들이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겨우살이가 그 중에서도 단 한 명의 특정인만을 언급했고, 심지어 그의 메 능력을 기억하고 있다가 후대에게 전파했다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한 일로 느껴졌다.

 

  “그럼 그 사람이 그렇게 했던 거야? 위장, 접촉…… 이런 식으로 단계를 나누어서?”

 

  -나, 나는 네게 혹시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냥…….

 

  “그 사람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한 거야?”

 

  -그것까진 나도 잘…… 나는 그냥 같이 힘만 실었을 뿐이니까. 그냥, 그냥 위장을 한다고만…….

 

  ‘하긴…… 알았다면 이미 말해줬겠지.’

 

  탈루는 실망하지 않았다. 신은 받드는 이의 메 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을(혹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으뜸신녀에게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섭취’를 실제로 시행했던 선대의 존재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였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해?”

 

  -마, 말했잖아 나는 애초에 위장을 하지 않아.

 

  “……그럼? 뭘 해?”

 

  -그냥…… 내가 딱히 뭔가를 하는 건 아냐. 새가 물어다 겨우살이의 씨앗을 옮겨주는 거지. 나뭇가지에다.

 

  “새…… 씨앗…… 나뭇가지라.”

 

  묵묵히 되뇌던 탈루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대로는 아니야, 접근법이 틀렸어. 다시 생각해야 돼.’

 

  자신은 인간이지 식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따라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탈루는 겨우살이와 탐욕과를 번갈아 보았다.

 

  “겨우살이가 나무에 기생한다고 해서 그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낸다거나 위장하지는 않잖아.”

 

  -그, 그렇지.

 

  “그런데 왜…… 왜 위장이 필요했던 거지 그 사람은?”

 

  -응?

 

  “그냥 바로 접촉하지 않고 무언가로 위장을 했다는 거잖아. 그 이유가 뭐냐고.”

 

  겨우살이는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그를 받든 이는 ‘굳이’ 위장을 했다. 도대체 왜?

 

  -그, 그야 당연히……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겨우살이의 별 생각 없이 나온 답변이 일순간 탈루의 머릿속을 강하게 강타했다.

 

  “그렇구나! 경계심!”

 

  -으, 응?

 

  혼동이 올 수밖에 없었던 까닭. ‘왜?’를 궁금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으로 위장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물어야 했던 것은 ‘왜 위장을 해야 하는가?’였던 것이다.

 

  “위장이라고 해서 모습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었어!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게 핵심이야!”

 

  겨우살이는 숙주와 처음 접촉할 때 가장 연약한 씨앗의 형태를 띤다. 숙주가 된 대상은 이 작고 하잘 것 없는, 마치 먼지와도 같은 것에게 자신의 양분을 빼앗길 거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하리라.

 

  “그래, 무언가가 굳이 되어야 한다기보다는 나의 존재감을 지우는 게 핵심…….”

 

  얼추 방향성은 잡히는 듯 했으나, 탈루는 아직 기뻐할 수 없었다. 여전히 메에 관한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 메의 운용이라…….”

 

  탈루의 사고(思考)는 오래 전 학당에서 처음으로 메에 관한 수업을 받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메를 느낀다는 건 운명을 믿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단다. 자기 안에 내재된 운명의 힘을 신뢰하는 것. 그것이 첫째이자 마지막이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걸 진실로 믿고 의지를 실거라. 메가 너희의 부름에 답할 것이니.

 

 

  ‘운명을 신뢰하는 것. 진실로 믿고 의지를 실어라…… 너무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야.’

 

  탈루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다시 메의 기초를 되짚어 나가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현재는…… 역시나 이것뿐인가.’

 

  탈루는 그때까지 허공에 두둥실 떠있던 아지랑이를 보며 나직이 실소했다. 결국 다시 또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왜 웃어?

 

  “그냥…… 결국엔 제자리다 싶어서.”

 

  -응? 제자리?

 

  “그래도…… 완전히 같지는 않지. 조금이지만 깨달은 게 있으니.”

 

  탈루는 허공에 떠있던 아지랑이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뿌윰한 색의 아지랑이가 탈루의 눈앞에서 은은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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