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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11. 37식 보행병기 (2)
작성일 : 19-10-31 18:10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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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움직였다. 마치 내 발처럼 자연스럽게 이 거대한 동체가 움직였다. 조종석이 미세하게 위아래 전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종석 전면의 3차원 스크린에 바로 앞의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풍경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그가 탄 37식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환희로웠다. 그는 이제 새로운 육체를 얻은 것이다. 몸무게 180톤. 37,000마력의 힘을 가진 우주 최강의 육체를. 그 환희는 온몸을 감싸고 뇌리를 울렸다, 그와 일체된 37식의 동체도 같이 환희에 젖은 듯 느껴졌다. 걸으면서 허리를 축으로 상체를 슬쩍슬쩍 돌려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내 몸을 움직이듯 동체 전체의 느낌을 하나씩 되새겼다.

 

 “나오마사. 기분이 어떤가?”

 “음.. 환희스럽습니다.”

 “그래. 그럴거야. 자 천천히 움직여서 요시코상에게 가 보게. 나도 가는 중이야.”

 

 나오마사는 공작소의 문을 나서면서 고개를 돌려봤다. 나카지마 소장이 탄 무개차가 뒤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로 기술 인력을 실은 차량들이 잇따르고 있었다.

 

  병기창 연병장 뒤쪽의 산들의 정상은 아직 하얀 눈이 녹지 않았다. 하지만 봄기운이 이곳 홋카이도에도 당도해서 어느새 산언저리는 푸르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막은 하늘은 파랗게 개어 있었고 동쪽 바다 방향에만 구름이 엷게 깔려 있었다.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었다. 그 파란 하늘 아래 두 기체가 드디어 마주보고 섰다. 은은하게 빛나는 진주색의 동체와 강인한 인상의 초록색 동체. 두 기체는 마주 보고 서서 서로의 모습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정말 멋지군.”

 

 나오마사가 중얼거리자 요시코 역시 속삭였다.

 

 “초록의 전사, 역시. 굉장해.”

 

 그때 두 사람의 귓가로 나카지마 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 다 기분을 가라앉히고 신체 싸인에 집중 해 봐. 어지럼증이 느껴지거나 균형 감각이 정확한지 말야. 움직임에 위화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보고해 주게. 일단 천천히 걸어서 연병장을 돌아보도록.”

 

 두 기의 37식이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색상이 다른 두 기체가 연병장의 외곽선을 따라 나란히 걷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보행 적응은 순조로웠다.

 

 “좋아. 이제 천천히 뛰어보도록.”

 

 나오마사가 탄 초록색 기체가 먼저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나오마사는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뛰기 시작했지만 곧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종실 바로 아래 자리 한 37식의 심장 고동이 그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얼마든지 더 뛰어도 돼. 나는 뛰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 속삭이는 듯 했다.

 

  잠시 후 나오마사와 요시코가 탄 37식 두 기는 속도를 쭉쭉 올려가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달릴 경우 37식이 내딛는 한 번의 보폭 너비는 9미터에 달했다. 고관절 이하 하체 쪽의 정교한 현가장치가 반동력을 능숙하게 완충저장 후 튕겨내기 시작하자 속도는 금방 시속 200킬로미터에 도달했다. 연병장 한 바퀴는 2 킬로미터, 800미터의 직선 주로를 순식간에 지나쳐서 완만한 원형주로에 들어서자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였다. 아직 횡으로 발생하는 중력의 제어에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고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저 정도면 동기화에 문제가 없는 것 같군.”

 

 어느 새 도착해서 나카지마 소장의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노우에 박사가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언제 오셨습니까? 현재까진 아주 순조롭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두 기체 모두 동기화가 잘 된 걸로 보여. 보면 모르겠나. 저렇게 달리고 있는데.”

 “물론 그렇습니다만..”

 “오늘 제 1 공작소 직원들 전체 회식을 명령하네. 모두들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박사님도 참석하시겠죠?”

 “물론 가 봐야지. 잠깐만 앉았다 오겠네. 그건 그렇고 달리기는 이만하고 벽돌 쌓기나 좀 시키지. 난 그것까지만 보고 들어가려네.”

 “네. 알겠습니다. 어이, 두 사람. 이제 그만 좀 뛰고 이쪽으로 와 봐. 또 할 일들이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두 기체는 공작소 옆면에 마련된 야외 훈련장에서 벽돌 쌓기를 하기 시작했다. 길이 1.2 미터, 높이 60 센티미터, 너비 30 센티미터의 벽돌들을 제시된 도면대로 쌓아 올리는 작업이었다.

 37식의 동체에 비하면 정말 작은 사이즈의 벽돌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쌓아 올리는 일은 사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었고 37식 기체와 파일럿의 동기화 수준을 체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처음엔 벽돌을 집어 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손가락 끝을 정교하게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벽돌을 집는 힘을 조절하기도 어려웠다. 몇 번이나 떨어트리고 깨트린 다음에야 벽돌을 집어 들기 시작했고 사전에 그어놓은 라인 위로 차곡차곡 그것들을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일단 적응이 되자 작업은 순조롭고 정확히 진행되고 있었다.

 

 “난 이제 가 보려네. 별 문제 없구만. 있다 보자구. 저기 두 사람도 반드시 참석시키고 말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있다 뵙겠습니다.”

 

 이노우에 박사가 창장 전용 차량으로 떠나가자 나카지만 소장이 머리에 올렸던 헤드셋을 벗어 들고 마이크만 잎에 가져가 댔다.

 

 “어이. 그만들 놀고 돌아가자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들어가서 할 일도 많다네.”

 

 그의 말에 엉거주춤 주저앉은 자세로 벽돌을 쌓던 두 기체가 몸을 일으켰다.

 

 “네. 알겠습니다. 귀환하겠습니다.”

 

 두 기체가 천천히 걸어 공작소로 들어갔다. 이미 두 기체의 걷는 동작이 아주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어둠이 걷히는 듯 커튼 틈새로 희미하게 광선이 파고 들고 있었다. 침대 옆에 달린 엘이디 등을 켜자 진한 어둠 가운데 빛을 받은 먼지가 떠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오마사는 왼팔에 놓인 요시코의 머리 무게를 느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 칠흑 같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녀의 귀가 드러났다.

  지난 밤의 격렬했던 정사가 떠올랐다. 평소의 담백한 정사와 거리가 먼 난폭한 행동을 서로 주고받았었다. 이 친구의 어디에 그런 열정이 숨어 있었는지. 어제의 그 날카로운 기억 때문이었는지, 혹은 회식 자리에서 너무 마신 술 때문이었는지. 그의 손길에 요시코의 몸이 반응해왔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방금 깬 눈빛은 아니었다.

 

 “좀 더 자지.”

 “잘 잤어?”

 “응. 죽은 듯이..”

 

 나오마사가 그녀의 벗은 상체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난 밤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 어제 너무 했지? 크크..”

 

 요시코는 기분 좋게 숨을 쉬며 웃어왔다.

 

 “글쎄. 우리 너무 흥분한 건 맞아.”

 “어제 우리 너무 엄청난 경험을 한 거잖아. 난 아직도 그 생각하면 온 몸이 떨려와. 그 녀석의 심장이 깨어날 때, 그 진동. 나와 온몸이 한 몸이 된 느낌. 그때부터 좀 흥분된 것 같아.”

 “그래. 어제의 기억은 평생 못 잊을 기억이지. 근데 난 그 조영제가 좀 맘에 걸려.”

 “그거? 그것 때문일까?”

 “진한 커피를 한번에 2리터는 마신 느낌이랄까. 심장이 거칠게 뛰는 느낌, 감각이 너무 예민해진 느낌, 마구 달리고 싶은 기분... 그런 느낌이 어제 회식 장소에서도 계속 됐거든. 너는 어땠어?”

 “그러고 보니, 그 주사제 영향일 수도. 우리... 그 시간 이후로는 푹 가라앉았잖아.”

 “그러니까. 어젯밤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약 기운 지속 시간이 12시간이라고 했으니까, 딱 그 시간이었어.”

 

 어젯밤 두 사람은 격렬한 정사를 마치고는 마치 타버린 재처럼 무너져 버린 기억이 났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상실감까지 느껴졌던. 만약 둘이 같이 지내지 않았다면 깊은 우울감이 느껴졌을.

 

 “오늘 물어봐야겠어. 그런 작용이 원래 있는지.”

 “신경 쪽에 작용하는 약물이니 가능하겠네. 이거 무슨 마약 같은 건가? 후훗...”

 

 요시코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나오마사의 작은 젖꼭지를 만지작거렸다.

 

 “뭐 심각한 건 아니겠지. 그 모든 게 합쳐진 어제라 생각하자구. 37식과의 첫 합체, 주사제, 술도 많이 마셨고, 우리 또 이렇게 같이...”

 

 나오마사가 입술을 다시 요시코에게 가져갔다. 두 사람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밤의 기운은 아직 남아서 두 사람을 다시 덮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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