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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꽃을 담은 소녀
작가 : 심연고래
작품등록일 : 2019.9.3

특별한 힘을 가진 소심한 소녀의 이야기

 
06. 우연, 필연, 운명 (1)
작성일 : 19-10-31 16:5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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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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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당연하지. 절벽에서 떨어졌잖아.

  뼈가 끊어지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아...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어. 비 올 때는 지름길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 옷이 이 모양이 되었으니 대충 넘어졌다고 얼버무려도 엄청 혼나겠다. 에휴.

  난 떨어진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누워서 기다렸다. 어쨌든 무너질만한 흙은 이미 죄다 무너졌으니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뭐, 지금 상태라면 움직일 수도 없지만....

  조금만 있으면 곧 괜찮아지겠지. 음... 근데 이건 좀 심하니까 오래 걸리려나? 너무 길게 걸리면 사람들이 찾으러 올 텐데.... 내 입으로 말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쪼금 아쉬운걸?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눈 뜨지 마.]

 

  작고 웅얼거리는 소리는 분명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그 순간 사고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내 앞에 사람이 있었어.

 

  [눈 뜨지 마!]

 

  신기하게도 눈이 번쩍 떠졌다. 아주 잠깐 동안은 내 불꽃 때문에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렁이는 에메랄드빛이 어느 정도 눈에 익숙해졌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이 누워있는 게 보였다.

  같이 떨어졌으니 당연히 나와 비슷한 상태였다.

 

  제발, 조금만, 조금만 움직여라!

  온 힘을 쥐어짜냈다. 다행히 몸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지만, 고통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뻔했으니까. 무서웠다. 내 눈앞에서 누가 죽는다는 게.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팔을 최대한 뻗었다. 손이든 어깨든 머리든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닿기만 하면 되니까. 제발, 제발 좀! 피로 물든 진흙을 움켜쥐며 조금씩 조금씩 그 사람에게 가까워졌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손을 뻗었다. 손끝은 아슬아슬하게 피 묻은 어깨에 닿았고,

 

  불꽃은 옮겨붙지 않았다.

 

 ***

  “총 9만 멜입니다.”

  “네. 카드로 할게요.”

  “카드 받았습니다.”

  계산을 마친 우리는 가게에서 나왔다. 카뷔 언니는 점원으로부터 받은 기다란 영수증을 지갑 속에 구겨 넣었다. 나는 그런 언니를 따라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의 길바닥을 걸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두 개씩 든 채.

  카뷔 언니는 아침 해가 뜨자마자 내 방에 찾아왔다. 그러곤 다짜고짜 쇼핑을 가야겠다며 날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악몽 때문에 잠을 설친 탓에 언니가 오기 훨씬 전부터 일어나 있긴 했지만, 정신은 몽롱했다. 그렇게 반쯤 자는 상태로 끌려 나온 후. 지금까지 아침도 못 먹고, 카뷔 언니에게 거의 끌려다녔다.

  그렇게 우린 몇 시간 동안 상점가를 휩쓸고 다녔고, 양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난 불평할 수가 없었다. 언니가 사주는 선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축제에 입을 만한 옷을 하나도 안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생각을 했었어도 가져올 만한 옷이 없긴 하지만.... 정말 카뷔 언니가 날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 언니가 아니었다면, 축제의 첫날부터 망칠 뻔했다.

  “흐음. 좋아. 대충 필요한 건 다 산 것 같네.”

  카뷔 언니는 매우 만족한 얼굴이었다. 휴. 이제 끝인 건가? 나 이제 방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드디어 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어젯밤에 꿨던 악몽이 떠올랐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꿈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은 온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플 만큼 너무나 생생했다. 완전히 없던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잊은 줄 알았는데....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날 이후 처음으로 능력을 썼던, 검은 드래곤을 만났던 날에도 이 꿈은 꾸지 않았는데.

  “휴...”

  그냥 다 집어치우고 집에 가고 싶다.

  “마닐드, 괜찮아? 어디 아파?”

  “아, 아니. 괜찮아....”

  “그러고 보니 오늘 되게 일찍 일어났던데.... 자는 게 많이 불편했어?”

  카뷔 언니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에휴.... 걱정이나 끼치고.

  “아니~. 침대 되게 좋던데? 그냥 처음 온 곳이라 긴장했었나 봐....”

  “아... 그럴 수 있지. 나도 가끔 현장에 나가면 좀 그렇더라. 괜히 밤에 이런저런 생각만 들고.”

  “어? 언니도 그래?”

  조금 놀라웠다. 카뷔 언니는 어딜 가도 적응 잘 하고, 누구와도 아무렇지 않게 어울릴 것 같은데....

  “에이.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다 정도의 차이이지. 다들 비슷비슷하게 느낄걸?”

  “그런가?”

  정도의 차이라면 난 심하게 적응을 못하는 축에 속하겠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나만큼 겁 많고 소심한 사람이 또 있을까? 왠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어느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건 문제가 있는 거니까.

  “다 그래. 여러 사람 만나다 보면 다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비슷하대.”

  “그럴까? 그치만 가끔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영웅이나 뭐 그런 사람들....”

  “에이. 아니야. 그런 사람들도 다 똑같대. 아주 오래 산 고룡님의 말씀이니까 정확할 거야.”

  고룡님? 그 언니 상사라던 오즈인가 뭔가 하는 그 드래곤을 말하는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이런 말도 하셨지. 세상에 확실하고 정확하고 분명한 건 없다고. 흠. 그럼 정확하다는 건 취소하고, 거의 그럴 거야.”

  “어... 그렇구나...”

  드래곤 그것도 그들 중에서도 아주 오래 산 고룡. 드래곤도 오래 산다던데.... 도대체 몇 살일까? 적어도 천년은 넘게 살았겠지? 그럼 마족의 침략도 1차부터 다 봤을까? 하긴 1차는 침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 문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아서 아무도 넘어오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렇게 오래 살면 사람들도 되게 많이 만나긴 했겠다. 그럼 세상 사는 게 조금 편할까?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하면 할수록 는다는데 독심술도 하는 거 아니야?

  어? 혹시 그래서 아즈반이 그렇게 뼈를 찌르는 말을 했던 건가? 드래곤이라 오래 살아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능력은.... 흠.... 드래곤들도 다 같은 건 아니겠지 뭐....

  “어때?”

  “응? 뭐가?”

  “오즈님 말이야. 궁금하지 않아?”

  “어.... 조금? 아무래도 난 드래곤은 본 적이....”

  하.... 표정관리가 안 된다, 안 돼. 최대한 태연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학습되어온 탓일까? 난 그리 착한 애가 아님에도, 카뷔 언니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그때 누군가의 얼굴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없... 지는 않네? 그 코시 데인 언니랑 같이 왔던 남자분이 드래곤이라면서?”

  아즈반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세상 만물에는 다 쓰임이 있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아! 맞아. 아즈반 말하는 거지? 걔 드래곤 맞아. 오즈님의 조카지.”

  “그런데 보니까 언니랑 같은 옷을 입고 있던데.... 드래곤도 왕실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거야?”

  “안 될 건 없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학교도 다녔고, 졸업도 했고 시험도 봤으니까?”

  “엉? 진짜? 그 성격-.”

  나는 뒷말을 꿀꺽 삼켰다. 방금 도움받은 사람을 욕할 순 없지. 하지만 카뷔 언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다 아는 눈치였다. 언니는 대놓고 웃었다.

  “푸하하하하. 걔 성격 장난 아니지? 나도 신기하다니까? 그런 애가 다른 종족이랑 어울려서 학교도 다니고, 시험도 보고 그랬다는 게. 애초에 지원서를 작성하는 모습부터가 상상이 안 되는데 말이야.”

  “그...그렇네...”

  지원서는 꼭 자필로 써야 하던데. 아즈반이 펜을 잡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는 모습이라니.

  “오즈님 말로는 4차 전쟁이 일어나기 몇 년 전쯤에 학교를 다녔데. 그때는 쌍둥이랑 같이 다녔는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봐. 물론 본 성격은 그대로지만, 쌍둥이 쪽이 성격이 되게 좋아서 말리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더라고. 그러다가 전쟁이 끝나고 조용하더니 한 1년 전인가? 지원서를 들고 왔고, 당연히 합격했지. 드래곤이니까.”

  “오... 그렇구나....”

  뭔가 별나라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카뷔 언니는 내가 흥미를 보이니 신난 얼굴로 다른 이야기도 해주었다.

  “근데 처음에는 여기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는지 본가랑 숙소를 오갔는데, 문제는 본가에 갈 때 본 모습으로 날아갔다는 거야.”

  “뭐? 드래곤 모습으로?”

  “그래! 그러다가 한 번은 시녀들이 빨래 너는 시간에 그 위를 날아갔다가 처음 보는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난리가 나서 왕성이 뒤집어졌어. 아즈반이 드래곤이라는 건 주변 사람들만 알거든.”

  평화롭던 일상에 드래곤의 등장이라. 그것도 왕성 상공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드래곤....

  “되게 많이 놀랐겠다.”

  “그랬지. 여튼 경보 울리고, 온 사람이 다 뛰쳐나왔더니. 아즈반이었고, 오즈님께 잔소리를 잔뜩 듣더니 요즘은 기차 타고 다닌다더라.”

  “아... 기차....”

  이쪽은 상상이 된다. 너무 잘 돼서 얼굴도 모르는 역무원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런데 신기하다. 본모습이 있고, 인간형 모습이 있다는 게....”

  “뭐, 모습이 완전히 확 바뀌는 건 드래곤이 유일하긴 하지. 그래도 본모습이랑 비슷하게 변한데.”

  “본모습이랑?”

  나는 내가 만났던 드래곤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그 커다란 덩치에, 새까만 비늘 한 장만 해도 내 얼굴만 하던데. 뭘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변하는 거지? 눈코 입있고 팔다리 네 개인 거?

  “음... 눈 색깔은 그대로이고, 머리색은 비늘 색이랑 같데. 그리고 인간형 모습을 자기 마음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있고, 그래서인지 혈육끼리는, 그러니까 유전적인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하게 닮았다고 해. 너랑 내가 자매라서 닮은 것처럼.”

  “오... 그럼 그 오즈님이라는 분과 아즈반 벤델씨랑 닮았겠네. 삼촌이랑 조카니까.”

  “응. 생긴 건 닮았지. 근데 성격은 딴판이야.”

  “아... 그래?”

  하지만 코시는 은근히 비슷하다고 그랬는데....

  “아, 근데 색깔은 전혀 달라. 그분은 백룡이셔서 흰 머리카락에 눈은 푸른색이거든.”

  “그렇구나. 그럼 벤델씨는 체리색 눈에-.”

  검은 비늘?

  “검은 비늘이지. 그래서 왕성에서 그 난리가 난 거고. 검은 드래곤은 그렇게 흔치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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