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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과분하게 사랑받는 엑스트라
작가 : 로셀린
작품등록일 : 2019.10.14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 아리는 졸지에 황제이자 남자주인공인 에르즈의 마음에 들어버렸다. 심지어 여자 주인공 루시아는 자신을 친동생 아리엘이라 여기며 품에서 놓아주려 하질 않는다. “내 여인에게서 손 떼어라.” vs “제 여동생이에요.” 남주와 여주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리의 이야기

 
17. 다음 생에서도 잊지 않을게.
작성일 : 19-10-31 16:0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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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아리엘은 루시아가 가져오는 밥을 억지로라도 삼켰다.

 

  살아야했다. 에르즈를 만나러 가야 했다.

 

  죽부터 시작해서 꾸역꾸역 밥을 먹다보니, 어느새 건강이 점차 나아졌다.

 

  부모님은 드디어 아리엘이 단념했다고 생각하고 기뻐했다.

 

 “아리엘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오.”

 “그러게요. 정말 다행이에요.”

 

  황제에 대한 사랑도 목숨의 위협을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씁쓸했지만, 두 부부는 차라리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다.

 

  딸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딸이 황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 않길 바란 것이다.

 

  이는 사랑으로 사랑을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거늘.

 

  두 부부는 빠르게 인류애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

 

  자기희생에 대한 믿음도 저버렸다.

 

  딸아이의 목숨이 달려있는 앞에서, 그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노력했다.

 

  한편, 루시아는 속이 타들어갔다.

 

  동생의 얼굴에서 병색이 걷힐수록 자신이 약속을 지켜야 할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아리엘은 조금만 건강을 회복해도 황제폐하께 가겠다고 떼를 쓸 거야.’

 

  루시아는 기도했다.

 

  아리엘이 그 사이 약속을 마법처럼 잊어버렸기를.

 

  그래서 루시아가 아리엘을 도와줄 일이 없기를.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자마자, 아리엘은 루시아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나를 그 분이 있는 곳으로 보내줘. 약속했잖아. 응?”

 

  약속을 지켜달라고 애원하는 아리엘을 보며 루시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했을까.’

 

  루시아는 애가 탔다.

 

 ‘아리엘이 오기부리는 걸 모른 척 내버려뒀으면 언젠가 의지가 꺾였을 지도 몰라. 슬픈 눈망울에 넘어가버린 내가 바보지. 아리엘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인데.’

 

  아직도 루시아에게 아리엘은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몇 살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간격은 영원히 메워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루시아가 보기에 아리엘은 언제나 어렸고, 미성숙했다.

 

  하지만 루시아는 몰랐다.

 

  아리엘이 정말로 굶어 죽을 각오였다는 것을.

 

  루시아가 한 일은, 오히려 아리엘이 ‘자기 자신’으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줬다는 것을.

 

 “언니, 이거 내가 구한 수면초야.”

 “너, 이걸 어디서 구한 거야?”

 “그건 묻지 말고, 내일 저녁 식사 때 몰래 세 사람 음식에 넣어줘. 그렇게만 해줘. 어렵지 않잖아. 이렇게 부탁할게.”

 

  아리엘은 루시아에게 양심의 가책을 지워주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루시아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싶었다.

 

  하지만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 밤낮으로 방에 갇혀있는 아리엘에게 이는 불가능했다.

 

  아리엘의 생각대로, 루시아는 괴로워했다.

 

  평생을 진심을 다해 아리엘을 대해온 루시아였다.

 

  그런 루시아에게 동생을 속인다는 것은,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거기에 아리엘에게 평생을 미움 받으며 살 거라는 두려움까지 더해지니, 루시아는 꽁꽁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얼굴로 아리엘을 보던 루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겠어….”

 

  루시아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

 

  다음날, 루시아는 웬일로 생글생글 웃으며 세 사람을 대했다.

 

  아리엘이 마음을 돌린 것 같다고, 그래서 다행이라고 거짓말을 쳐가면서.

 

  부모님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집안일도 열심히 했다.

 

  사실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어가며 억지로 웃었다.

 

  루시아의 노력 덕일까. 가족들의 분위기는 한결 누그러졌다.

 

  루시아가 만든 스프 정도는, 아무 의심 없이 먹을 만큼이나.

 

  한 시간 뒤, 마법처럼 집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루시아는 사촌 오빠의 주머니에서 아리엘 방의 열쇠를 꺼냈다.

 

 “아리엘.”

 

  조심스럽게 루시아는 아리엘을 불렀다.

 

  언제부터 기다린 걸까.

 

  아리엘은 루시아가 들어오자마자 루시아를 와락 껴안았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언니.”

 

  아리엘이 루시아의 품에 매달려 눈물을 흘렸다.

 

 “이 은혜는 다음 생에서도 잊지 않을게.”

 “뭘 다음 생까지 말하고 그래. 나도 같이 따라갈 건데.”

 “언니…?”

 “그럼 내가 너 혼자만 그 먼 길을 보낼 줄 알았니?”

 

  루시아가 생긋 웃었다.

 

  투명한 머리칼 사이로 달빛이 비춰, 루시아의 머리칼은 금발로 보였다.

 

 “언니, 날 위해서….”

 “시간 없어. 얼른 나가자.”

 

  루시아가 아리엘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종종걸음 쳤다.

 

  두 사람은 마구간에 매여 있던 말에 올라타서 대륙의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먼 길을 여자 둘이서만 가기에는 너무도 험난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머리를 짧게 잘라 남자 행세를 해야 했다.

 

  두 사람은 마법사인 척 늘 로브를 뒤집어쓰고 다녔기에,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돈을 주고 산 가짜 신분증도 의심받지 않았다.

 

  이런 시국에 웬 여행이냐며 두 사람을 나무라거나, 의아한 듯 바라보고는 말았다.

 

 “섀도가 날뛰고 있어서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오나봐.”

 

  루시아의 말 대로였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갈 때를 제외하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집안에 꼭꼭 숨어있었다.

 

 “아니었다면, 길 가는 내내 산적들도 많았을 거고, 우리도 못 당할 일들 많이 당했을지 몰라.”

 

  건장한 남성들은 모두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나라에서 총동원령을 내려 색출해 간 것이다.

 

  그 중 일부 비열한 사람들은 밤중에 전장의 반대편으로 도망쳐 목숨을 부지하기도 했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말 없이 자원입대했다.

 

  섀도가 언제 황성까지 올 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모두 개죽음을 당하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를 지키기 위해 군복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 다행히 두 사람은 큰일을 겪지 않고 에르즈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만.

 

 “언니, 언니.”

 “왜애.”

 

  루시아가 제 동생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리엘은 집에서 나온 뒤로 며칠이나 말이 없었다. 그저 ‘달려간다.’는 것에 집중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에르즈가 있는 곳에 다가갈수록, 아리엘은 언니에게 애교를 부리는 때가 늘어났다.

 

 ‘아마 이제 곧 폐하께 도착하니까, 안심이 돼서 그런 거겠지.’

 

  친근하게 구는 동생의 모습에 홀딱 빠진 루시아는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저기, 나 말이야, 폐하 먼저 뵙고 오면 안 될까?”

 “무슨 말이야. 당연히 폐하 뵈러 가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나 혼자 먼저….”

 

  아리엘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아리엘의 두 뺨은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있었다.

 

 “아, 둘이서 먼저 만나고 싶다고…?”

 

  이 상황에서도 사랑타령이 먼저인 아리엘을 보며 루시아는 퍽 섭섭했다.

 

  루시아는 늘 아리엘 옆에 붙어있었다.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신생아일 때의 아리엘이 목욕을 할 때면, 언제나 루시아가 달려와서 비누칠 한 번이라도 돕곤 했다.

 

  유모가 아리엘에게 젖을 먹일 때면 루시아가 얼른 푹신한 쿠션을 들고 왔다.

 

  그렇기에 루시아는 언니동생의 정을 뛰어넘어 부모의 마음까지 느끼고 있던 터였다.

 

  대놓고 사랑하는 이를 위하려는 아리엘의 모습을 보며, 루시아는 서운하고, 안타깝고, 대견해서, 눈물이 났다.

 

 “그래, 다녀와. 난 좀 천천히 갈게.”

 “고마워, 사랑해 언니.”

 

  아리엘이 생긋 웃었다.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그리고 그것이 루시아가 본, 아리엘의 마지막 미소였다.

 

 “폐하, 폐하를 만나 뵙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사가 조심스럽게 회의 중인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일개 병사에게 회의가 방해받자 기사단장들은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시국에 보고를 해야 할 정도의 인물이 이곳에 온 것에 대해 호기심을 표했다.

 

  에르즈만은 달랐다.

 

  그는 일을 늘 원칙대로 처리했고, 옆길로 새어나가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병사의 개입에 표정을 한껏 찌푸리며 검을 빼어들었다.

 

 “게 누군지 몰라도, 중요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회의를 방해한 죄로 네 목을 베어갈 터이니.”

 “그것이….”

 

  병사는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곤혹스러운 기색이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루시아?”

 

  루시아가 말에서 내려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에르즈의 머릿속이 빠르게 굴러갔다.

 

 ‘루시아가 여기 있다는 것은….’

 

  에르즈는 손에서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루시아에게 달려간 에르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들었다.

 

 “왜 여기까지 온 것이더냐, 왜 제 발로 찾아온 것이냔 말이다!”

 “그것이….”

 

  루시아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에르즈는 허탈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는 햇살 한 줌 비치지 않았다.

 

 ‘진정하여야 한다. 어떻게든 아리엘을 설득해서 돌려보내면….’

 

  퍼뜩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에르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리엘은?”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방금 폐하를 뵙겠다며 신이 나서 먼저….”

 

  루시아가 말을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루시아는 에르즈의 눈동자에 서린 불안감을 보았다.

 

 “폐, 폐하….”

 

  루시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미약한 현기증이 루시아를 사로잡았다.

 

 “우리 아리엘, 어디 있어…?”

 “오지 않았다….”

 “뭐…?”

 “오지 않았단 말이다….”

 

  반쯤 넋이 나간 루시아가, 이번에는 에르즈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그렇지…?”

 

  그 무례를 본 제4기사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엄하다! 제국의 태양께 예를 갖춰라!”

 “닥쳐!”

 

  루시아는 미친 사람처럼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를 내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눈동자는 얼마나 무서운지, 그녀의 기백에 기사단장이 당혹할 정도였다.

 

 “아리엘, 오오, 아리엘…!”

 

  루시아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에르즈 역시 루시아를 달랠 여력도, 부축할 힘도 없었다.

 

  다만 모든 병력을 아리엘을 찾는 데 동원할 뿐.

 

 ‘아리엘, 제발….’

 

  사방을 헤매며 에르즈는 처음으로 하늘에 빌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아리엘만은 돌려달라고.

 

 ‘무사하거라, 나의 아리엘…!’

 

  한편, 섀도의 코앞까지 말을 몰고 온 아리엘은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

 

  동물의 본능이 코앞까지 온 죽음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아리엘이 말에서 내리기 무섭게, 말은 아리엘을 버려둔 채 지금껏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래, 너라도 살아야지.’

 

  아리엘은 도망치는 말을 보며 안도했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생명이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었기에, 아리엘은 말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곱게 눈을 휘었다.

 

 “끼에에엑….”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아리엘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섀도는 자신을 외면하는 아리엘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른 아리엘은 섀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제 되지 않았느냐.”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만 그 분을 놓아드리거라!”

 

  아리엘의 말에 섀도는 온 몸을 비틀었다.

 

  애처로운 몸부림이었다.

 

  마치 자신에게 신이 내민 손은 거짓이었다는 듯, 그의 뒤틀린 눈동자에서는 검은 눈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의 집합은 외쳤다.

 

  마지막으로 믿었던 사람이, 자신을 버렸다고.

 

  절벽에 매달린 자신의 손을 짓밟을 때의 표정으로, 부르짖었다.

 

 “대체 왜…?”

 

  아리엘은 그들의 슬픈 울음소리를 너무 늦게 들었다.

 

  그들은 분노의 감정을 아리엘에게 쏟아내었다.

 

  아리엘은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검은 빗줄기를 보았다.

 

  왜일까, 마음 한 구석이 저릴 듯이 아파왔다.

 

  마침내 포효하던 섀도가 아리엘을 향해 덤벼들었다.

 

  아리엘은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미안, 미안해요, 다들….’

 

  칠흑 같은 감정에 먹혀들어가는 아리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눈물 자욱만을 남긴 채, 아리엘은 완전히 섀도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덧없이.

 

  한편 에르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한참을 수색해도 아리엘의 머리칼 한 올 나오지 않았다.

 

 “폐하, 국경선까지 갔던 기사단이 돌아왔습니다!”

 “찾았겠지.”

 

  에르즈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찾았다고 말하라. 어서.”

 “….”

 “도대체 왜!”

 

  에르즈가 주먹을 쥐었다. 한껏 쥔 주먹에서 힘줄이 툭 튀어나왔다.

 

 “왜 못 찾는다는 것이더냐, 도대체 왜!”

 

  그가 기사단장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기사단장은 충분히 에르즈를 쳐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한없는 분노가 울분으로, 울분이 자책으로 뒤바뀌는 경험을, 그는 몇 번이고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크흑….”

 

  에르즈가 이를 악물었다.

 

  그 때였을까, 저 멀리서 역주행하는 말이, 시선에 들어온 것은.

 

 “설마….”

 

  에르즈는 얼른 말의 앞을 가로막았다. 말이 급하게 정지하며 몸을 들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창과 검에 둘러싸인 말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었다.

 

 “말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기사단장이 에르즈에게 주머니를 건넸다.

 

  마실 물, 약간의 음식, 위조 신분증과 로브.

 

  그리고, 약혼반지 하나.

 

 “이것은…!”

 

  에르즈는 얼른 말이 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섀도가, 앞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피, 피하셔야 합니다!”

 

  무너져 내린 악감정들이 역류했다.

 

  화산처럼 솟아오르는 검은 진물에 병사들은 다들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에르즈만은 섀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너지는 섀도 앞에 서있는 소녀 한 명이, 그의 시선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아….”

 

  붉던 입술이 파랗게 질려있고, 장밋빛 눈동자는 차가움만 깃들었다.

 

 “아리엘…?”

 

  검게 물든 머릿결을 휘날리며, 아리엘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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