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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과분하게 사랑받는 엑스트라
작가 : 로셀린
작품등록일 : 2019.10.14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 아리는 졸지에 황제이자 남자주인공인 에르즈의 마음에 들어버렸다. 심지어 여자 주인공 루시아는 자신을 친동생 아리엘이라 여기며 품에서 놓아주려 하질 않는다. “내 여인에게서 손 떼어라.” vs “제 여동생이에요.” 남주와 여주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리의 이야기

 
16. 무 대륙에 핀 장미
작성일 : 19-10-31 16:00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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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는 여신의 말이 못미더웠지만,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기에,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리엘은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자신의 의사도 대충이나마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늘 루시아가 아리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이제는 아리엘도 루시아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퍼주기만 하던 사랑이 보답 받게 되자 루시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했다.

 

  아마도 그 시기였을까, 두 자매가 부모님의 말을 안 듣게 된 것은.

 

 “아리엘, 자니?”

 “앙 자!”

 

  루시아가 조심스럽게 아리엘의 방안에 들어왔다.

 

  아리엘은 루시아를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뻗었다.

 

  루시아는 그런 아리엘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아리엘을 꼭 안아주었다.

 

 “아리엘, 내일은 뭐하고 놀까?”

 “이녕노리!”

 “인형놀이 할래?”

 

  루시아는 침대 위에 누워있던 낡은 곰 인형의 양팔을 잡아당기며 웃었다.

 

 “그래, 그럼 아리엘이 곰 나라 황녀님 할래? 언니가 근위병 할게!”

 “시쪄!”

 

  아리엘이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루시아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아리엘 황녀님 하기 싫어?”

 “아니!”

 “그럼 왜 그래?”

 “엉니도 가치 황녀니 매!”

 “나도 같이 황녀님 해야 해?”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곰 인형을 품에 안았다.

 

 “가튼 거 해! 다른 거 시러!”

 

  아리엘은 자신만 황녀님을 하고 언니가 매번 신하나 근위병을 하는 것이 싫었다.

 

  사이좋게 둘 다 황녀님을 하고 놀고 싶었다.

 

  그런 아리엘의 마음을 알아차린 루시아의 마음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오구오구 우리 아가, 착하기도 하지.”

 “나 아가 아닝데….”

 

  빠진 이빨 사이로 새어나오는 바람소리가 아리엘의 발음을 뭉그러트렸다.

 

  그것마저 루시아에겐 귀여운 모습이었다.

 

  루시아는 동생의 말을 더 듣고 싶어서 계속해서 물었다.

 

 “우쮸쮸, 아가 아니에요?”

 “응!”

 

  아리엘은 고개를 열성적으로 끄덕였다.

 

  그 모습에 참다못한 루시아가 아리엘의 통통한 두 볼에 손을 얹었다.

 

  마시멜로처럼 말랑한 감촉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아리엘, 사랑해!”

 “타앙애!”

 

  아리엘이 자신의 말을 따라하자 루시아는 숨이 막히도록 아리엘을 안아주었다.

 

  켁켁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루시아는 화들짝 놀라 아리엘을 놓았다.

 

 “괜찮아?”

 “갱차나!”

 

  아리엘이 씩씩하게 외쳤다.

 

  소리가 내려앉은 한 밤중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꽤나 시끄러워서, 결국 잠을 깬 부모님께 들통나고 만다.

 

 “루시아!”

 

  벌컥 열린 방문 뒤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란 루시아가 얼른 이불 속에 숨었다.

 

  어머니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이불을 보며 한숨을 쉰 후 얼른 이불을 걷어내었다.

 

 “아리엘 졸리니까 깨우지 말랬잖니!”

 “아니야! 아리엘도 안 졸려! 그치, 아리엘?”

 

  그러나 결국 아리엘은 잠에게 지고 말았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리엘을 보고 루시아는 말문이 막혔다.

 

  어린이로서 다 큰 루시아와는 다르게 아리엘은 낮잠도 밤잠도 필요한 나이였고, 루시아는 그 사실이 못 견디게 슬펐다.

 

 “네 방으로 돌아가렴. 나는 아리엘을 재우고 갈 테니.”

 “네에….”

 

  하는 수 없이 루시아는 방으로 돌아갔다.

 

  루시아가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은, 경마로 모든 돈을 탕진한 사람과도 같아보였다.

 

  아리엘이 낮잠을 잘 때면 루시아는 늘 혼자 놀아야 했다.

 

  황성에서 루시아와 아리엘의 또래인 여아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어린 영애가 열여섯을 넘겼다. 결혼 적령기의 영애들은 남자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그들에게 루시아와 아리엘은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

 

  루시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만나봐야 쓸모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영애들보다 동생인 아리엘과 노는 편이 훨씬 좋았다.

 

  특히나 영애들은 루시아를 보기만 하면 입을 모아 황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하와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한 쌍의 기린과도 같으십니다.”

 

  루시아네 가족이 살던 으리으리한 저택 바로 옆에는 황궁이 있었다.

 

  이는 황제폐하의 신뢰를 나타내었으며, 신분이 차이나는 결혼을 하고서도 바이츠샤토 가문이 굳건하다는 것을 나타내주었다.

 

  대부분의 영애와 영식이 결혼 적령기였던 그 때, 황자와 비슷한 나이 또래는 루시아밖에 없었다.

 

  있다고 해도 신분의 차이가 너무 크거나, 황제파가 아니기 때문에 황제는 그들을 황궁에 들이기를 꺼렸다.

 

  덕분에 루시아는 황자와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아리엘이 태어나기 전, 루시아는 황궁에 자주 놀러갔다.

 

  그러나 아리엘이 태어난 후에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상하게 여긴 황자가 루시아를 불러들였더니, 뚱한 표정으로 루시아가 찾아오긴 했다.

 

  그리고 딱 한 마디를 남겼다.

 

 “다시는 전하와 놀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은 이랬다.

 

  황자전하와 놀 때면, 루시아는 늘 황자가 하자는 대로만 해야 했다.

 

  충신인 아버지께서 그리 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감히 황녀 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는 반역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또, 전하가 기분이 나쁠 때면 루시아는 웃으며 기분을 맞춰줘야 했다.

 

  하지만 아리엘과 놀 때는 달랐다.

 

  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고,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었다.

 

 “왜 나와 놀고싶지 않아진 게냐?”

 “동생과 노는 게 훨씬 재미있습니다!”

 

  루시아가 눈을 반짝이며 아리엘 자랑을 늘어놓았다.

 

 “저희 아리엘은 예쁘고 귀엽고 말도 잘 하고 제 뒤를 졸졸 쫓아오고 이빨도 빠졌습니다. 또 채소도 잘 먹고 양치질도 열심히 합니다. 또 책도 읽는데 가끔 많이 틀리지만 요즘엔 받침 없는 낱말은 한 번에 맞춥니다. 그리고 또….”

 

  루시아가 말도 안 되는 것까지 자랑거리로 가져다 붙일 즈음, 황자는 지루해졌다.

 

 “그만, 그만하라. 지루하구나.”

 

  아리엘 자랑을 늘어놓던 루시아는 갑자기 황자를 째려보았다.

 

 “그러니까 제가 전하보다 아리엘과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 것입니다!”

 “아니 내가 뭘 어찌했다고….”

 

  에르즈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던 말던 루시아는 헤어질 때 갖추는 예법으로 인사를 올렸다.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리엘 맘마 먹을 시간입니다!”

 

  휙 돌아서는 루시아를 보며 에르즈는 시샘이 났다.

 

 “흥! 어디 얼마나 잘 났기에 나보다 재미있게 놀아준다는 것인지, 얼굴이나 보자꾸나!”

 

  결국 아리엘과 루시아는 에르즈의 초대 아닌 초대를 받고 황성에 불려갔다.

 

  아리엘은 처음 입어보는 격식 있는 옷차림이 너무 불편했고,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불펴내!”

 “그렇다고 승마복만 입을 수는 없잖니.”

 “바라파!”

 “발 많이 아파?”

 

  루시아가 아리엘의 발을 확인했다.

 

  처음 신어보는 구두에 피부가 쓸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루시아가 오히려 울상이 되었다.

 

 “조금만 참아. 알현실에서 인사만 드리고 신발 벗자.”

 

  앞서가던 어머니가 조용히 아리엘을 달랬다.

 

  황자전하의 개인적인 초대는 흔치 않은 일인지라, 온 가족이 총 출동한 것이었다.

  역시나 ‘초대’답게 알현실에는 황제, 황후, 황자가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알현실에 들어간 부모님께서 우아하게 예를 갖췄다.

 

  루시아는 뒤따라오는 아리엘을 불안불안하게 흘끗이며 대충 예를 갖췄다.

 

  그리고 아리엘은, 높은 굽을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황가의 일원이 모두 하하호호 웃음을 터트렸다.

 

  오직 루시아만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서 몸을 돌렸다. 동생에게 뛰어가려는 루시아를 부모님이 말렸다.

 

 “루시아, 황가에 등을 보이는 것은 예가 아니라 말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아버지!”

 

  루시아가 원망스런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 볼 때였다.

 

 “에구….”

 

  아리엘이 작은 손을 쪼물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열심이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발이 움직이지 않자, 결국 아리엘은 손발을 땅에 짚고 기어서 알현실에 들어왔다.

 

  열심히 기어가던 아리엘이 자신의 앞에 있는 황자를 바라보았다.

 

  에르즈를 빤히 보던 아리엘이 배시시 웃었다.

 

 “잘생겨써!”

 

  그 말에 두 번째 웃음이 터졌다. 주변이 아주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리엘은 열심히 기어가서 황자 앞에서 신발을 벗고 일어났다.

 

  에르즈는 아리엘의 붉은 눈을 마치 빨려 들어갈 것처럼 열성적으로 바라보았다.

 

  아리엘도 에르즈를 바라보며 눈을 예쁘게 휘었다.

 

  에르즈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히….”

 

  고양이가 가르릉 거리듯, 아리엘이 기분 좋은 웃음소릴 내었다.

 

  그날 이후 황자는 루시아와 더불어 아리엘까지 황성에 부르곤 했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셋은 홀수라 싸움이 난다.

 

  같이 놀자고 불러놓고서는, 황자는 루시아와 티격태격 다투었다.

 

  누가 아리엘을 차지하느냐의 문제였다.

 

 “내 것이다!”

 “제 동생이에요!”

 “나와 같이 놀 거란 말이다!”

 “안 드릴 거예요!”

 

  눈 사이로 보이지 않는 자기력이 작용하는 듯 둘은 서로를 밀어내지 못해 안달이었다.

 

 “아리엘은 나중에 나와 결혼할 것이다!”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아리엘은 혼자 남겨져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한참이나 혼자서 놀던 아리엘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으허헝, 허엉….”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은 얼른 화해하는 척 어깨동무를 했다.

 

  감히 누가 황자의 어깨에 손을 얹을까 싶었지만, 유모도 근위병도 그 모습을 그저 귀엽게 웃어넘겨주었다.

 

  자매는 몇 년이 지나도 사이가 변치 않았다.

 

  아리엘이 태어나기 전에 매일 떼를 쓰던 루시아는 동생이 생긴 이후 어른스러워졌다.

 

  루시아에겐 사춘기가 아예 찾아오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아리엘이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을 떠나갈까, 루시아는 늘 안절부절 못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고, 아리엘은 언니만큼이나 올바르게 자라났다.

 

  아리엘은 늘 먼저 나서서 백성들을 돌보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었다.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아리엘을 사람들은 ‘무 대륙에 핀 장미’라 불렀다.

 

  황제는 아리엘을 황자의 비로 점찍어두어, 두 사람은 약혼식을 앞두게 되었다.

 

  루시아는 아리엘이 자랑스러웠다. 질투 따위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저 아리엘과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날, 무 대륙을 침략한 섀도가 마수를 뻗기 전까지는.

 

  섀도는 대륙의 한 부분을 점령했고, 그 영토를 점점 늘려갔다.

 

  땅을 수복하려던 황제는 목숨을 잃었다. 그 소식을 들은 황후역시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에르즈는 분노했다. 자신에게서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간 섀도가 증오스러웠다.

 

  에르즈는 선황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섀도의 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섀도와 마주치고 만다.

 

  섀도의 공격에 근위병들은 차례차례 쓰러졌다.

 

 “도대체 네 원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에르즈가 섀도에게 소리쳤다.

 

 “나한테서 무얼 더 앗아가야 속이 시원한 게야!”

 

  그 말을 들은 섀도는 에르즈를 공격하길 멈추었다.

 

  그리고 에르즈에게, 어떻게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무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한 송이 바치겠다 약속하면, 빼앗은 땅을 돌려주겠다고.

 

  그 뿐 아니라, 돌아가는 길도 방해하지 않겠다고.

 

 “헛소리 마라. 내 더 이상 아무것도 네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에르즈는 용맹히 섀도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근위병들은 지쳐있었고, 선황의 시신을 수습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버거웠다.

 

  에르즈가 후퇴하면, 뒤따라 섀도가 바짝 쫓아왔다.

 

  기나긴 싸움이 이어지면서, 점차 백성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깟 꽃 한 송이 바치면 될 것을, 도대체 왜 황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냐고.

 

  도대체 무얼 그리도 지키려고 하는 것이냐고.

 

  그 소문은 돌고 돌아 결국 아리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루시아 언니, 말해주세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식물을 말하는 게 아니지요. 황제폐하께서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꽃 한 송이가 아니지요.”

 

  소문을 꼭꼭 감추려던 루시아는 아리엘이 소문에 대해 묻자 절망했다.

 

  루시아는 대답 대신 시선을 돌렸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언니를 보며, 아리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군요….”

 

  에르즈가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사람.

 

  대륙을 포기하고서라도 내어주려 하지 않는 사람.

 

  그것은 바로, 약혼녀인 아리엘이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아리엘은 그날 부모님을 찾아갔다. 이미 유모를 시켜 간소하게 짐도 꾸려놓은 상태였다.

 

 “제발, 제가 폐하를 구해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절대 안 되는 소리!”

 

  아버지가 호통을 쳤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눈물로 적셨다. 루시아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했다.

 

 “내 결코 너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대륙 전체가 섀도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너만은 숨길 것이야!”

 “아버지!”

 “게 있느냐, 당장 기사단에 연락을 넣거라!”

 

  아버지는 기사단에 있는 조카에게 사정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내어줄 터이니, 아리엘이 도망치지 못하게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소식을 들은 아리엘의 사촌 오빠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아리엘이 섀도가 원하는 꽃임을 알게 된 백성들은 아리엘의 부모님을 원망했다.

 

  백성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감돌았다.

 

 ‘아리엘 영애가 죽으면 섀도가 우릴 살려준다더라.’

 

  그 소문을 들은 아버지는 부인과 딸 둘, 그리고 조카를 데리고 야반도주했다.

 

  숲속, 아주 깊은 곳에 있는 낡은 집 한 채에, 숨어들 듯 자리를 잡았다.

 

  아리엘은 방에 갇혀 매일매일을 눈물로 지새웠다.

 

  자신 하나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받는 에르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아리엘, 밥 먹어야지.”

 

  루시아가 아리엘의 방 안에 식사를 들고 들어가도, 아리엘은 고개만 저었다.

 

 “아리엘, 이러다 네가 먼저 쓰러지겠어!”

 

  루시아가 결국 폭발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소문이 두렵니? 사람들의 소문 따위 무시하면 돼. 안에 갇혀 갑갑하니? 그래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니. 그냥 없었던 사람처럼,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살다가 가면 안 되겠니?”

 “폐하께서….”

 

  아리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저를 내어주지 않으려 하신다 들었습니다. 저 때문에 목숨을 걸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약혼녀의 몸으로 어찌 이를 모른 체 할 수 있겠습니까.”

 “아리엘….”

 “저를 보내주시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굶어 죽겠습니다.”

 “아리엘!”

 “루시아 언니!”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절하되 의지가 굳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루시아는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엘.”

 “언니, 그를 살려줘. 그한테 보내줘. 안 그러면 그 사람이 죽는다잖아.”

 

  아리엘이 루시아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내었다.

 

 “내가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결과는 달라지잖아. 그럴 거면 그냥 나 혼자 희생하면 안 돼?”

 “아리엘, 제발….”

 “부탁이야, 언니. 나를 내보내줘.”

 

  아리엘이 애절하게 부탁했지만, 루시아는 완강했다.

 

  결국 아리엘이 며칠 째 굶다 쓰러지고서야, 루시아는 약속한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제발 스프라도 먹어.”

 “약속…한 거다?”

 

  아리엘은, 그제야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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