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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과분하게 사랑받는 엑스트라
작가 : 로셀린
작품등록일 : 2019.10.14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 아리는 졸지에 황제이자 남자주인공인 에르즈의 마음에 들어버렸다. 심지어 여자 주인공 루시아는 자신을 친동생 아리엘이라 여기며 품에서 놓아주려 하질 않는다. “내 여인에게서 손 떼어라.” vs “제 여동생이에요.” 남주와 여주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리의 이야기

 
12. 발칙하기 짝이 없구나.
작성일 : 19-10-31 15:07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6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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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개념이 있었다.

 

  오빠 동생과 생김새가 달라도 태교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있었다.

 

  부모님이 자신을 예뻐하지 않아도, 다른 자식들만 부둥켜안아도 이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너를 키우는 이유는 오직 ‘다자녀가구 주택특별공급제도’를 위해서라고 쏘아붙여도 고개만 끄덕이던 아이가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진실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루시아의 가족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누르며, 단지 루시아가 자신에게 타인을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루시아의 눈에 진득하게 남은 ‘아리엘’이라는 잔상이 ‘아리’라는 사람을 가리고 있다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아이 참, 정말이라니깐. 왜 다들 안 믿어주지.”

 

  루시아는 뚱하니 왼쪽 뺨을 부풀렸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우기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린 루시아는 마음이 여렸고, 동생을 잃은 슬픔을 모두 마법 연구에 쏟아 부었다.

 

  특히 차원간의 마법에 관심을 기울였기에, 루시아는 아리를 보자마자 다른 세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루시아의 기억은 이 아이가 아리엘이 맞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빨간 머리칼, 장밋빛 눈동자.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짓던 어색한 미소까지.

 

  모든 것이 닮아있었다. 아니, 똑같았다.

 

  슬픈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동생의 모습과.

 

 “무엇보다, 이 아이 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구요. 그치, 아리엘?”

 “그렇긴 하지만….”

 

  아리가 루시아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은 우연찮게 즐겨 읽던 소설의 주인공이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말해볼까? 다른 세계에서 온 건 맞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독서 애호가일 뿐이라고.’

 

  갈등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아리는 이 사람들의 가족으로 완전히 오해받게 될 것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아리는 자신이 여주인공 루시아와 그 가족에게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을 이야기했다가, 이 사람들이 나를 이용해먹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스러웠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인 루시아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었지만, 그 가족들까지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었다.

 

 ‘게다가 에르즈와 루시아를 살리기 위해선 난 황궁에 계속 머물러야해. 무엇이든 사람 목숨보다 소중할까.’

 

  마침내 마음을 굳힌 아리는 변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아리가 무어라 이야기를 했었더라도 루시아는 믿지 않고 계속 제 주장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리가 잠자코 있으니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아리엘…!”

 

  아리를 둘러싼 네 사람은 이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시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가와 아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리는 고개를 들었다. 네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으아, 어쩌면 좋아!’

 

  어쩐지 양심이 가슴을 뾰족하게 찌르는 것만 같았다.

 

 ‘폐하, 저 좀 구해주세요!’

 

  아리가 에르즈를 보고 입을 뻐끔거렸다. 아리의 신호를 즉각 알아챈 에르즈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대륙의 황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가 다가오면 모든 이들이 격식을 차리고 예를 올렸다.

 

  황제가 오면 웃던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고 울던 사람들은 눈물을 닦았다.

 

  감히 황제를 대하는 데 사적인 감정을 섞을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에르즈는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의 모든 감정선을 끊어내곤 했다.

 

  지금 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에르즈가 나서서 자신이 황제인 것을 밝히면, 이 집안은 발칵 뒤집어질 것이었다.

 

 “재회의 기쁨을 막는 것은 미안하다만, 거기까지 하는 게 좋을 거 같군.”

 

  그 말을 들은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에르즈를 바라보았다.

 

  아리는 고개를 빼고 두 사람의 대치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일말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질기네, 여기까지 따라오고.”

 “내 사람을 먼저 데려간 건 너다.”

 “그 말에 동의도 못할뿐더러, 아리엘은 네 사람이기 이전에 우리 가족이거든?”

 

  루시아가 아리를 아주 소중히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에르즈가 미간을 좁혔다. 폭삭 주저앉은 에르즈의 눈썹을 보며 아리는 어쩔 줄을 몰랐다.

 

  아무리 에르즈가 너그럽고 인품있는 황제라 해도 루시아의 언행은 지나치게 무례했다.

 

 ‘어쩌지, 에르즈가 황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나?’

 

  차후 루시아의 처분이 걱정된 아리는 마침내 에르즈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에르즈가 먼저 운을 떼었다.

 

 “내 무 대륙의 황제인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겠지.”

 “후우,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안다고?”

 “폐하께서 가진 검이 뿜어내는 마력이 워낙 강력해야 말이지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루시아에 에르즈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존댓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루시아를 보며 아리는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발칙하기 짝이 없구나.”

 “폐하께서도, 가족을 잃으신 경험이 있지 않으셨나요?”

 

  그 말에 에르즈의 시간이 멈추었다.

 

  돌아가신 선황부부의 이야기는 에르즈의 약점이었고, 역린이었다.

 

  그 자리에 굳어버린 에르즈를 보며, 루시아는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가족을 다시 찾았다고 생각해보시면, 지금 저희의 기분을 아실 겁니다.”

 “…세상을 가진 기분이겠구나.”

 

  눈앞에 황제가 있어도 신경이 미치지 않는다. 아니, 신이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기분을 상상해본 에르즈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어느새 눈물을 닦아낸 루시아의 부모님이 에르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랜만이로군.”

 

  에르즈의 말에 아리는 화들짝 놀랐다.

 

  에르즈와 루시아의 로맨스와 섀도를 물리치는 영웅담에 온 신경을 쏟았는지, 작가는 루시아의 부모님이 에르즈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적지 않았다.

 

  아리가 아무리 훌륭한 독자라지만, 작가가 생각한 비화까지 알 수는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책에는 두 사람이 초면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리가 루시아에게 향했다. 다가오는 아리를 안아주려는 듯, 루시아는 두 팔을 벌렸다.

 

 “저기, 루시아님.”

 “왜, 무슨 일이야.”

 

  루시아의 품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늑하고 익숙했다.

 

  정말 자신이 아리엘이기를 기도하고 싶을 정도로.

 

 “루시아님과 폐하는 초면이시지요?”

 “그렇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께서 이리로 이사하셨으니까.”

 

  루시아는 아리가 사랑스럽다는 듯 양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두 분께서 구면이신 이유가 궁금했구나?”

 “네에.”

 “오구오구 기특해라. 궁금한 거 있으면 또 물어봐. 다 이야기해줄게. 우선 피곤할 테니까, 방에 올라가자. 네 방, 하나도 안 치우고 그대로 놔뒀어.”

 

  아리가 도움을 구하는 눈짓을 보냈지만, 에르즈에게는 닿지 못했다.

 

  에르즈는 루시아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오….’

 

  결국 에르즈가 모르는 사이, 아리는 루시아 손에 잡혀 이층으로 잡혀갔다.

 

 “시국이 이러한데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그것이, 사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황성에 있으면 이유 없이 불안하옵니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만 같사옵니다.”

 “겨우 그런 기분 때문에 짐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건가.”

 “송구하옵니다.”

 “쯧.”

 

  에르즈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황부부가 섀도의 공격으로부터 대륙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이후, 대륙에는 섀도의 기운이 점차 퍼져나갔다.

 

  많은 충신들 역시 죽거나 실종되었다.

 

  그 중에 몇 남지 않은 가문이 바로 루시아의 아버지, 바이츠샤토 가문이었다.

 

  충성을 맹세하던 바이츠샤토는 평민과 혼인을 한 후,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사람들 사이 많은 억측이 오갔다.

 

  혹자는 그 역시 섀도의 그림자에 물들어 미쳐버렸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가 이미 죽어 백골조차 남지 않았다고 했다.

 

  여신의 부름을 받은 그가 하늘로 올라가 장군이 되었다 믿는 이들도 있었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부풀려졌고, 구전되었으며, 마침내 진실로 굳어졌다.

 

 ‘섀도를 무찌르는 데 앞장서지 않는 이유가 고작 ‘감’때문이라니.’

 

  그러나 에르즈는 알지 못했다.

 

  노익장의 감은 몇 겹의 보고서보다 믿을만하다는 것을.

 

 “헌데, 아리는 어디로 간 것인가.”

 

  그제야 아리의 부재를 알아차린 에르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리엘이라면 루시아를 따라 이층으로….”

 

  바이츠샤토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에르즈는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그 때 넌 너무 어렸으니까. 집도 찾아오지 못할까봐 걱정 많이 했어.”

 

  에르즈는 신경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 앞에 멈추어섰다.

 

 “알다시피 여기는 산속이잖니.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갈까 해도, 혹시나 네가 여기로 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계속 여기 눌러 살았단다.”

 

  쾅. 에르즈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눈물을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닦아내던 루시아는 에르즈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말씀을 다 나누셨나봅니다. 헌데 어찌 돌아가시지 않으셨는지요.”

 “내 아리를 두고 갈 것 같으냐?”

 “아리엘은 제 동생이자 저희 가족입니다. 그러니 이곳에 남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아리의 향후 거취 문제를 두고 에르즈와 루시아가 다투기 시작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두 사람의 신경전을 보며, 루시아 품에 안겨있던 아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은 잠시 멈췄다가, 곧이어 더욱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폐하께서 제 동생을 곤란하게 하고 계십니다.”

 “너야말로 아리를 괴롭히고 있지 않느냐.”

 “제 동생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게 진정 누구 때문이라 생각하느냐?”

 

  거친 침묵이 흘렀다. 루시아가 아리를 등 뒤로 숨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르즈의 손 역시 마법검을 향했다.

 

 “제게서 동생을 앗아가실 순 없으실 겁니다.”

 “과연 그럴지, 한 번 해보자꾸나.”

 

  만약 아래층에서 루시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정말 무력을 행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루시아, 어서 내려와서 저녁 준빌 거들어야지.”

 

  루시아는 에르즈를 노려보다가 방을 나갔다.

 

 ‘루시아가 효녀라 다행이야.’

 

  사실 루시아는 아리와 에르즈가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래층으로 내려간 것이었으나, 아리가 그것까지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냐?”

 “…모르겠사옵니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겠구나.”

 “하지만, 폐하.”

 “착각은 저 여자 혼자서 하고 있는 게 아니더냐. 너는 가만히 있으면 된다.”

 

  아리는 시무룩해져, 자신 옆에 놓인 곰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이 인형, 네가 가지고 놀던 건데, 기억나니?’

 

  루시아가 그렇게 물었을 때, 아리는 아니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기억이 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신은 루시아의 소중한 동생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리는 저녁 식사시간까지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루시아와 그녀의 가족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기 때문에,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아리엘, 어서 먹으렴. 네가 가장 좋아하던 당근 스프란다.”

 “예에….”

 

  아리는 스프를 미적미적 먹었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루시아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 게냐?”

 “그, 그게 아니오라…. 아, 그렇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 그랬사옵니다.”

 “그게 뭐니, 아리엘?”

 

  아리는 얼른 눈동자를 굴려 질문거리를 찾았다.

 

  집안을 샅샅이 훑던 아리의 눈이 루시아의 오빠에게 닿았다.

 

 “저, 루시아님은 친오빠가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기억하는구나!”

 

  온 가족이 아리의 말을 반가워했다.

 

  이 사실을 책에서 읽었다, 고 말할 수 없는 아리는 어색히 웃을 뿐이었다.

 

 “우리 사촌 오빠야. 우리 집에 얹혀살고 있어.”

 “허이구, 나도 한 때는 기사단의 유망주였거든?”

 “그런데 왜 그만뒀대?”

 “그러게, 기억이 잘….”

 

  루시아의 사촌 오빠가 고개를 갸웃했다.

 

 ‘충신에 이어 기사까지 잃은 내가 한심하구나.’

 

  에르즈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앞이라 이유를 얼버무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두 사람은 그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은 채였다.

 

  기억을 계속 뒤적였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뭐, 그래도 아리엘이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죠!”

 “그래, 아리엘만 있으면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거나 다름이 없어.”

 ‘으윽….’

 

  아리는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네 사람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자신을 향할 때마다 마음이 뜨끔거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폐하껜 죄송하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해야겠어.’

 

  마음을 굳게 먹은 아리가 고개를 들었다.

 

 “저기…!”

 “왜애, 아리엘?”

 “무슨 일이냐.”

 “사실, 저, 그게….”

 

  아리가 머뭇이자 에르즈가 아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야기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의 눈빛과 양심사이에서 갈등하던 아리는, 결국 애매한 말을 탈출구로 삼았다.

 

 “기, 기억이 없어요!”

 

  이 말은 자신이 ‘아리엘’이 맞으면서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도 되고, 자신이 아리엘이 아니라는 말도 되었기에, 그나마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었다.

 

 “그러니?”

 “하긴, 워낙 어렸을 때라, 잊었을 만도 해.”

 “아뇨, 잊었다기 보다는 기억이 아예 없다는 게….”

  아리의 말을 듣던 루시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 여신의 신전에 다녀올까?”

 “신전이요?”

 

  아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책에 묘사된 여신은 정의와 예술을 관장하였다. 그럼에도 삽화에서의 여신은, 한 손에는 시계를, 다른 손에는 별을 들고 있었다.

 

 ‘하긴, 여신이니까 시공도 관리하겠지?’

 

  그 때는 추측만 하고 넘겼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리는 이전에 했던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라는 것을 루시아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그래. 널 다른 차원으로 보낸 건, 바로 여신님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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