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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9화
작성일 : 19-10-31 13:30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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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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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그녀가 연의 비밀을 짐작한 이후로는 더 이상 선을 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자신을 끔찍하게 학대하던 부모가 수십, 수백 명이 되어 눈앞에 서 있는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그리고 이주도 그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연에게 대하는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은 금방이라도 소리내어 울 것 같은 얼굴로 눈물 몇 방울 흘리며 이주에게 안겼다. 아니, 더 정확이 말하면 계선에게 안긴 것이나 다름없겠지. 도대체 왜?

 "저기, 연이씨."

 "작가님."

 "네?"

 "저, 잠깐 울어도 돼요?"

 

 이주는 그저, 훌쩍대는 연의 등을 어루만지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보육원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연은 아직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이주는 그런 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

 "뭘 알아야, 해결을 해주든, 위로를 해주든 하죠."

 "그냥."

 "그냥?"

 "네. 작가님 보니까, 그냥."

 "..나를, 볼 수 있어요?"

 

 그 순간 연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지며 이주를 보면, 이주 역시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아니 그게."

 "작가님."

 이주는 결심한 듯 한숨을 깊게 쉬며 애석한 눈빛으로 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실은, 어느 정도 짐작만 하고 있었어요."

 "뭐를요?"

 "연이씨가, 어릴 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왜요?"

 

 "그리고, 그 학대를 바탕으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병에 걸리진 않았는가."

 "..."

 연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보였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그 소설 속 주인공, 당신이죠?"

 "..."

 "아이를 때리는 이를 보자마자 앞뒤 안 가리면서 반 죽여 놓는 당신을 보면서, 신분증도 없는 당신을 보면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당신을 보면서 느꼈어요. 어쩌면, 효연이 곧 당신이 아닐까."

 "너무, 소설 쓰시는 거 아닌 가요?"

 "그래요. 그거. 소설."

 

 이주는 다시 한 번 연을 지긋이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상 문학이라곤 책 한 권 읽어본 게 전부였던 당신이 소설을 쓰고 싶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게 이상했거든."

 "..."

 "그 학대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거죠?"

 학대만을 드러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학대를 당하고, 부모를 죽이고, 장애를 얻어서 지금의 살인자가 되기까지의 내 인생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 흔한 주민등록번호 하나 없는 나의 인생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무도 몰랐던 나의 비극을 말해주고 싶었다. 연은 스스로를 피해자이자 곧 가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맞아요."

 연은 시선을 아래로 깔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그러니까 책을 내야합니다. 꼭이요."

 "나를..볼 수 있어요?"

 "..."

 

 이주는 입을 앙 다물고 떨리는 눈으로 연의 입 주변을 응시했다. 제발, 그렇다고 말해주길.

 "네."

 힘이 탁 풀린 듯 그대로 어깨가 축 늘어져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까, 제 어머니의 얼굴에서, 작가님 얼굴로 바뀌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한 편으로는 외로움이 가득해 보여서, 그리고, 누군가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이 상황이 너무 좋아서 안았습니다. 그게 다예요."

 "이 상황에 내가 연이씨 안아주는 건 너무 웃긴가요?"

 "..네?"

 "안 되나? 연이씨는 아까 동의 없이 막 안던데."

 "..."

 

 연이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이주를 바라보자, 이주는 작은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는 연을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나 봐줘서."

 그 말을 들은 연 역시, 말없이 이주를 안았다. 살면서, 누구라도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책, 꼭 내게 해줄게요. 내가."

 

 ***

 

 이주는 출근을 하다가도 피식, 글을 쓰다가도 피식, 연지와 밥을 먹으러 나가다가도 자꾸만 작게 웃음이 번졌다. 연지는 이주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지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너 뭐해?"

 "어?"

 "아니. 조용히 밥이나 먹지 자꾸 왜 웃음이 터지냐고."

 "아냐. 아무것도."

 

 "아니긴. 어제 해달가서 꽤나 좋았나보다?"

 "응. 오랜만에 가서 그런가?"

 "이제 우리 자주 좀 만나자. 애들 다 너 궁금해 해."

 "..그래볼까?"

 "미친."

 

 이주는 곤란한 질문이 나올까 애써 화제를 돌려 질문했다.

 "하윤씨는 더 만나봤어?"

 "뭘 물어. 지금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차인거지."

 "너무 실망하지는 마. 그게 하윤씨의 진심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너무 당황스러울거야. 지금 이 상황이"

 "사람 감정이란 게 참 무서워."

 "무섭지."

 

 "나 정말 하윤이한테 큰 감정 없었거든? 근데, 어떻게 하면 그저 심심해서 찾아보려고 했던 하윤이를 하루아침에 사랑하게 되지?"

 이주는 입으로 넣으려던 숟가락을 그대로 그릇 안으로 집어넣고 연지를 빤히 보았다.

 "나 미쳤나봐."

 "..."

 "그렇지?"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곧장 미쳤냐는 반응을 내보였겠지만, 사랑하고 있는 지금의 이주는 어딘가 이해가 간다는 듯 숟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미칠 것 까지야."

 "..정말?"

 "사람 마음이 맘대로 되면 얼마나 좋게?"

 "맞아."

 "응."

 

 "너 정말 이상한 거 알지?"

 "알아. 나도."

 

 ***

 

 어둔 밤까지 이주 옆에서 집중하며 소설을 읽던 연이 문득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놀이공원이 그렇게 반짝거려요?"

 "네?"

 이주는 연의 행동과 표정, 말투 등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짝 거리기도 하고, 놀이기구도 되게 많아요. 먹을 것도 많고."

 "와. 그렇구나."

 "..."

 "여긴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런 데라면 어른들도 좋아하겠어요."

 "..갈래요?"

 "놀이공원이요?"

 

 대답을 듣기도 전이지만 이미 연의 눈은 반짝 거렸다. 이주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이렇게도 귀엽고, 순수한 것에 다시 한 번 몽글거렸다.

 "내일 어때요? 알바 쉬잖아요."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 아홉시까지 주차장으로 내려와요."

 

 ***

 

 연은 처음으로 나가기 직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연의 부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의 겉모습을 살핀다고 생각하니 괜히 신경이 쓰이는 듯 보였다.

 

 이주의 차에 올라타며 연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표는 제가 예매했어요."

 "어떻게요?"

 "어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밤새 알아봤거든요."

 "대단하네."

 

 두 시간에 걸쳐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연의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입구에서만 올려다봐도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성처럼 보이는 베이지색 건물을 중심에 두고 각종 화려한 놀이기구와 형형색색의 커다란 풍선들이 연을 반겼다.

 "말도 안 돼.."

 이주가 본 연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이 반짝였다.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처음으로 탄 놀이기구는 회전목마였다. 아무래도 처음 접해보는 연이 놀랄까봐 결정한 이주의 배려였으리라.

 

 때문에 회전목마를 타려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이 비교적 많았는데, 연은 그 속에서도 어찌나 즐겁게 타던지 한 단어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고, 이후로는 점점 수준을 높여 이곳에서 가장 무섭다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까지도 연은 그저 환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주는 연 앞에서 이런 경험이 많은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은 그녀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노는 것을 즐기고, 관심사를 얘기하며 밥을 먹는 상황이 낯설었고 또 새로웠으며 그저 즐거웠다.

 "그래서 오늘부터 약을 끊었다는 거죠."

 "이제 우울하지 않아요?"

 "가끔 혼자 있을 때면 우울한 기분이 들긴 하는데, 그렇다고 머리가 아프거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진 않아요."

 "최악의 상황?"

 "..뭐겠어요. 죽는 거지."

 "..."

 

 "그렇게 보지 말아요. 이런 사람 많으니까."

 "많은 게 위로가 돼요?"

 "네."

 "그렇구나."

 "그러니까 연이씨도, 스스로의 아픔에서 벗어나요. 그런 사람 많으니까."

 "그게 무슨.."

 

 이주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는 진지한 얼굴로 연을 보았다.

 "연이씨가 소설의 효연에게서 출현된 병이 안면인식장애인 것처럼 적어놨더라고요."

 "그런데요?"

 "그건 장애가 아니라, 마음의 병이에요. 물론 연이씨도 마찬가지고."

 "..마음의 병?"

 "정신병이라는 얘길 하는거예요."

 

 연은 상당히 충격을 받는 눈치였다. 장애가 아니었다니.

 "정신병을 죄라도 되는 것처럼 보지 말아요. 말 그대로 마음의 병이고, 앞에 놓인 상황이 연이씨를 그렇게 만든 것뿐이니까."

 "..."

 "병원만 다니면 언제든지 치료받을 수 있는 문제예요. 모든 이들이 부모로 보이는 거, 힘들고 무섭잖아요."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병을 고쳐서 부모가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의 살인도 없을 것이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연의 인생에 '평범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제 일이니까..제가 알아서 할게요."

 "..."

 "작가님이야 말로, 그렇게 보지 말아요. 괜찮으니까."

 "그게 아니라, 좀 있음 불꽃놀이 하는데."

 "불꽃놀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지만 전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낮보다 더욱이 반짝였다.

 퍼레이드가 끝나면 곧장 불꽃놀이가 시작될 예정이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화려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었고, 이주와 연도 그곳을 찾았다.

 

 동화 속 인물들로 분장한 배우들이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곧이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불꽃들이 하늘로 뛰며 터지기 시작했다. 연과 이주는 그 엄청난 광경에 눈 동그랗게 뜨며 황홀함을 느끼듯 감상했다.

 

 연은 특히나 더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불꽃놀이를 구경했는데,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이주가 좋은 생각이 난 듯 연 몰래 많은 인파를 빠져나와 오늘 낮 연이 한참을 응시했던 커다란 헬륨풍선을 구매했다.

 분명 연은 풍선을 보면 세상 행복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리라.

 "작가님! 작가님!!"

 그때, 저 멀리서 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주는 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지만 연은 보이지 않았다. 연의 공포에 떠는 목소리가 이주를 찾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주가 연을 향해 달려갔을 땐, 이미 연은 하염없이 울면서 주변 인파들에게 둘러싸여있었고,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제발 내가 보이면, 나한테 와줘요..작가님.."

 "연이씨."

 이주는 놀란 얼굴로 연에게 다가갔다. 연이 순간 이주의 얼굴을 보자, 안심되고, 한편으론 감당이 안 된 듯 그대로 이주에게 안겼지만 곧장 정신을 잃고 이주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연이씨! 정신 차려요!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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