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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8화
작성일 : 19-10-31 13:17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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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씨."

 연은 순간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자신에 앞에 놓인 계선을 그저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이주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지고, 그러나 연보다 이주의 입이 더 빨리 열렸다.

 "나예요. 장이주."

 

 연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이주가 보기에 그의 행동들은 모두 티가 날 정도로 어색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은 방금 전까지도 그저 자신의 어머니의 탈을 쓴 행인을 지나치고 있었고, 그게 이주일 줄 누가 알았으랴.

 "어디가세요?"

 

 이주는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비밀을 거의 확신했으나 묻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비밀인 것을 굳이 밝히려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주의 행동이었다.

 "..책 사러 가요."

 "책? 작업실에 널린 게 책인데, 뭐 특별히 사야 되는 거라도 있어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읽고 싶어서요."

 "그냥.."

 

 '책'이라는 것을 이제야 맛 본 연이 이주를 통해서 이제는 더욱이 글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이주의 마음 한 구석이 짠해져왔다.

 "작업실 가요. 가서 읽고 싶은 만큼 읽어도 되고, 몇 권 가져가서 읽어도 돼요."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요. 우린 그래도 되죠."

 '우리' 라는 단어가 그에겐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

 

 이주와 연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주는 곧장 굳게 닫혀있던 방문을 열어 뒤에 서 있던 연을 보자, 연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렇게 보니 꽤나 큰 원룸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방 하나의 면적이 넓었다. 방 안에는 가로 세로로 꽉 채우는 책장이 기억자로 붙어있었는데, 수많은 책들이 그 책장 안을 곽 채우고 있었다.

 "고르고 자리로 와요."

 

 이주는 의자에 앉아 연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소설로만 보자면, 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보는 그 순간에도 공포에 떨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맞고 있는 아이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반 죽도록 때린 일도, 그러다 자신을 둘러싼 이들에게 겁을 먹고 기절한 것도 모두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들은 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일까?

 

 그때 연이 여섯 권이나 되는 책을 안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니 그걸 다 읽으려구요?"

 "네. 작가님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못 읽은 책은 들고 갈게요."

 "그렇게 해요. 배 안 고파요?"

 "편의점 일하면서 먹을 게 많이 생겨서요."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앙 다물곤 시선을 책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한 장씩 넘기며 읽는데, 그런 연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주가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내일 보육원 안 갈래요?"

 연이 시선을 이주로 돌리자, 이주의 얼굴을 더 이상 계선이 아니었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계선은 절대로 보육원을 가자고 할 이가 못 된다는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그렇다면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곧 계선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친 결과일지도 모른다. 답은 없다. 그저 병에 불과하니.

 

 "..보육원이요?"

 "네."

 그리고 이주의 얼굴은, 또 다시 계선으로 돌아왔다. 연은 애써 아쉬운 표정을 숨겼다.

 "연이씨 소설 속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보육원을 가고 싶어 했잖아요."

 "그런데요?"

 "또 소설 중간마다 보육원에 대한 주인공의 이상을 서술한 흔적도 있고."

 "네."

 "연이씨 보육원 가봤어요?"

 "..."

 

 "묘사도, 직접 보고 느껴야 더 잘 써지는 거니까요."

 "그럼.."

 "내일, 갈까요?"

 "네."

 

 ***

 

 "너 미쳤지?"

 "뭐가?"

 편의점 안 카운터에는 이주와 연지가 마주서 있었고, 물론 연지는 직원 복을 입고 있었다.

 "하다하다 나한테 알바를 시켜?"

 "내가 뭐 압박 넣었어? 뭐든 소원 한 가지 들어준다니까?"

 "그래. 소원. 진짜 뭐든 들어라."

 "그럴게."

 

 이주는 작은 미소를 띠며 편의점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주의 차 옆에 서 있는 건 연이었다.

 "갈까요?"

 "근데, 너무 죄송해서요."

 "됐어요. 신경 쓰면 본인만 손해지, 뭐."

 

 ***

 

 도로 위, 이주와 연이 탄 차가 달리고 있으면, 연이 입을 열었다.

 연이 먼저 대화를 시도한 이 상황은, 아무래도 이주의 진짜 모습을 몇 번 봐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원래 알던 보육원인가요?"

 "네."

 "..."

 "제가 살았던 곳이에요."

 

 연은 꽤나 놀란 눈치였지만, 이주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 부모는 보육원 원장님이고, 내 친구이자 한 달 빠른 친언니는 연지인 셈 인거죠."

 "보육원이란 곳은,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곳인가요?"

 "뭐, 네."

 

 연은 역시, 그런 행복한 곳이었기에 계선과 불오가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난 다른 가족을 원했어요."

 "다른.. 가족?"

 "다른 가족. 진짜 가족."

 "그럼, 그곳은 가짜 가족이었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요. 내 문제였어요. 그들은 날 진짜 가족처럼 여겼는데, 내가 그러지 못한 거겠죠."

 "왜요?"

 "사랑이 없었으니까."

 "..."

 "친절함과 배려, 따뜻함. 그런 것들은 내 공허함을 채워주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난 내 가족을 버리고, 진짜 가족을 찾아 떠난 거예요."

 

 "진짜..가족?"

 "나 사실, 애 엄마예요."

 연은 예상치 못했던 말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십 대 끝자락에, 내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 많았고, 그럼에도 나보다 어렸는데, 돈은 많은, 그런 남자였어요. 그냥..나를 너무 사랑해 주니까, 내가 그 사랑에 눈이 멀어서 임신에, 결혼까지 한 거죠."

 "..."

 "나 정말 이기적이지 않아요? 결혼과 동시에 보육원 식구들을 버렸어요. 내가. 그래놓고 지금은 이렇게 뻔뻔하게 웃으며 만나러 간다는 게.."

 

 이주는 하던 말을 멈추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내용을 풀어나갔다.

 "결혼하고 나니까 애 아빠 태도는 점점 변해가지, 아이만큼은 지키고 싶은데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이혼까진 안 가도록 막아보려고 했는데요. 정신 차리고 나니까 내 옆엔 남은 게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아이를..지키고 싶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이를, 더 사랑해주고 싶었어요."

 

 이주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 한 방울 소리없이 떨어뜨렸다.

 "사랑.."

 연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낮게 되새기자, 이주가 얼른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혼자 힘든 것 다 짊어진 것 마냥 굴지 마요."

 "네?"

 "늘 어두운 표정만 지으니까, 내가 자꾸, 연이씨가 불쌍하게 보여."

 

 연은 그런 이주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연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이주가, 자신의 아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이주가 좋았다. 문득 짧게나마 보였던 이주의 얼굴이 예뻤고,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불행의 의미와도 같았고, 연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

 

 이주와 연이 보육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미리 주문해놓은 피자 열 댓 박스가 도착해 있었다. 원장님은 이주를 보자마자 말없이 꼭 안아주었는데, 그 모습이 이주가 얼마나 오래간만에 왔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연의 생각보다 보육원은 비교적 아담했고, 따뜻했다. 작은 아이들은 신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은 마당과 가로로 긴 개나리 색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아, 여기는 제가 봐주고 있는 작가 지망생이에요 보육원을 좀 보고 싶어 해서.."

 보육원 건물에 정신 팔려 있던 연은 화들짝 놀라며 원장님을 응시했다. 계선이 인자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아이들이 얼른 피자먹고 싶다고 난리인데, 일단 들어갈까요?"

 

 1층 거실로 들어서자 스무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 얌전히 앉아 높게 쌓인 피자 박스를 침 흘리며 보고 있었다. 연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살아있는 사람들'이어서 반가웠고, 순진한 얼굴을 한 아이들이 귀여웠다.

 "피자 먹자!"

 

 이주도 아이들이 꽤나 귀여웠는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아이들은 그제야 소리지르며 피자 박스를 자신 앞에다 가져다 놓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주는 이 상황이 재미있고, 신기하면서도 본인과 비슷한 기분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연에게 피자 한 조각을 건넸다.

 

 아이들은 점점 배가 불러오자 관심의 대상을 연으로 바꿔 연의 등에 매달려선 놀아달라고 떼를 쓰며 연의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거나 양말을 벗겨 도망가면, 연은 왠지 지금의 상황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고 느꼈다. 처음으로, 평범한 생활이 어떤 건지를 느끼는 듯 보였다.

 

 결국 마당으로 나가 선을 긋고 피구를 하기 위한 팀을 나눴는데, 한쪽은 이주 팀이었고, 당연히 남은 한쪽은 연 팀이었다. 그리고 심판은 보육원 내에 일하고 있는 도우미 선생님이 맡았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사정없이 공을 날리며 상대팀을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시작 전 이주는 연에게 아이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슬쩍 뒤로 빠져 주자고 귀띔했지만, 피구라는 놀이를 처음 해본 연은 자연스럽게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아이가 공을 받아 이주에게 건네주면, 이주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있는 힘껏 연에게 날렸지만 연은 자신도 모르게 공을 잡아내고 곧장 이주를 향해 공을 날리자 이주는 도망갈 틈도 없이 맞아 뒤로 나갔다. 그때 이주는 나가면서 연을 째려봤는데, 이는 진심이 아닌 연과 함께한 놀이가 재미있다는 의미이리라.

 

 피구는 공에 맞아 탈락을 할 경우엔 상대 팀 뒤로 가선 또 다시 공으로 사람을 맞출 수가 있는데, 어느덧 이주는 탈락자 위치에 서서도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연은 그런 계선의 웃음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부모가 저렇게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면, 그래서 우리 가족이 평범하고도 행복한 생활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순간, 연의 눈에 이주는 또 다시 이주 본연의 얼굴이 되었다.

 이주가, 아주 예쁘게 웃으며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그 때 만큼은 시간이 정말이지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텅-.

 

 분명 소리가 났는데, 이주와 아이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모두 연을 보았다.

 연은 얼른 정신을 자리고 주변을 보자, 아무래도 연이 공을 맞은 듯 보였다. 하지만 연에게 중요한 것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주는 아직까지도 계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이주 그 자체였다.

 

 눈물이 흘렀다. 감격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스스로 파악하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나왔다.

 "연이씨.."

 이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걱정되는 얼굴로 연을 바라보았다. 그래.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이주의 얼굴이 보이고, 그녀의 눈이 보였다.

 

 연은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 계선과 불오 이외에 누군가를 보고 있다는 벅참보다는, 연의 눈에 들어온 이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 얼굴로 연을 마주하고 있었다. 때문에 연은 그저, 몇 시간 전에 오랜만에 만난 이주를 따스하게 안아주던 보육원 원장님처럼, 연도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이주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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