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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15화
작성일 : 19-10-31 12:16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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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강호의 차였다. 주차를 하고 잠시 앉아 있던 강호는 차에서 내려 자동차 키를 누르며 잠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가자 한 여자의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뒤로 돌아보는 강호.

 

 "오랜만."

 

 촬영을 하고 왔는지 짙은 화장에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은 채로 한 손을 위로 까딱 들며 인사하는 서린. 강호의 표정이 굳어갔다.

 

 "… 여긴 어쩐 일이야."

 "글쎄, 그냥 오다 보니 여기네?"

 "……"

 "못본 새 더 멋있어 졌네?"

 "장난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

 

 서린이 강호를 그윽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옆으로 다가가 팔짱을 살며시 꼈다. 강호는 불편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으며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가 내 쉬었다. 조금 더 단호한 음성을 내려고 하자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왔다. 강호가 눈치를 보자 서린은 더 가까이 강호에게 밀착했다. 강호는 서린의 팔을 뿌리치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바로 따라붙는 서린. 여기에서 서린과 실랑이를 해봤자 소용이 없을 거라는 것을 잘 아는 강호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서린은 그런 강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강호의 집으로 들어온 두 사람. 신발장으로 들어서자 서린이 강호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러자 강호가 서린의 손목을 잡았다.

 

 "들어가서 얘기해."

 

 냉장고를 열고 물을 꺼내 마시는 강호. 서린은 강호의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을 둘러봤다.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네?"

 

 강호는 대답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윗옷을 벗어두었다. 서린은 거실 책장에 있는 골프 관련 상장들과 골프를 치고 있는 그의 사진들을 죽 바라봤다. 셔츠의 윗 단추를 풀고 담담히 걸어 나오는 강호.

 

 "오빠, 내가 좋아하는 거로 한 잔 줘."

 "… 지금 없어."

 

 서린이 뒤돌아보자 강호는 얼음물을 들고 와서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마시고… 어서 집에 돌아가."

 

 서린은 물 잔을 내려다보고 다시 강호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기억하긴 하나 보네?"

 "네가 여기 와서 찾는 게 술밖에 더 있겠어?"

 "아니, 내가 찾는 건… 오직 오빠지."

 

 서린은 야릇한 얼굴로 강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되게 재밌는 걸 봤거든? 그걸… 오빠한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별 것도 아닌 거로 또 사람 조일 생각하지 말고, 할 말 있음 얼른 하고 가."

 "… 신아경 얘긴데?"

 

 서린이 등장할 때부터 서린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던 강호가 아경의 이름이 나오자 서린의 얼굴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서린은 그런 강호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걔 여전하더라… 여기저기 남자 꾀고 다니는 거. 웬 남자 하나 끼고 엄청 여우짓하고 있던데? 그런 거한테 넘어가는 남자들은 뭐 하는 애들일까?"

 

 강호는 두 눈을 감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 이강호한테 중요한 얘기지 않아?"

 "너… 당장 나가."

 

 서린은 강호가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올랐다.

 

 "… 병신같은 새끼."

 

 강호가 눈을 부릅뜨고 서린을 쳐다봤다.

 

 "네가 뭐가 못나서 그 딴 년 뒤나 쫓아다녀?"

 

 강호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서린도 차오르는 울분을 머금으며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내가… 뺏어버릴 거야. 내 거 뺏어간 그년이 가진 것들… 내가 다시 뺏어올 거야!"

 

 서린은 강호의 한쪽 어깨를 툭 치며 걸어 나갔다. 한 발짝 튕겨 나간 강호. 강호는 서린이 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점점 정적이 흐르자 현관문을 가만히 바라보는 강호. 그리고 크게 괴성을 질렀다.

 

 ⁕ ⁕ ⁕

 

 어둠이 내린 밤. 후드를 머리에 쓴 아경이 동네 근처 큰 거리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저 멀리서 시원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경은 시원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캔맥주와 과자가 올려져 있는 편의점 앞 파라솔. 아경과 시원이 마주 앉아 있었다.

 

 "그래서 강냉이랑 강원도를 갔다 온 거야?"

 "처음부터 내가 넙죽 따라가면 모양이 빠지니까, 당일치기로 가볍게 갔다 왔지."

 "오, 이시원~ 너답지 않게 무슨 내숭이야?"

 

 시원은 의자 뒤로 몸을 젖히며 맥주 캔을 따서 마셨다. 아경은 한쪽 눈을 살짝 야리며 두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 턱에 두 손을 받쳤다.

 

 "그래서… 둘이 뭐 했어?"

 

 시원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며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했냐고 이시원! 좀 털어내 봐!"

 "네가 이 남녀 간의 뜨거운 감정교류에 대해… "

 

 자신 있게 말을 꺼내다 아경의 얼굴을 보고 멈칫하는 시원.

 

 "잘… 알지. 신아경은 잘 알겠지."

 "… 뭔 소리래."

 "야, 너 그래서 이강호랑은 어디까지 갔어?"

 "…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경은 급히 맥주 캔을 들어 마셨다.

 

 "왜 너는 진도를 말 안 해줘? 응? 어떻게 되고 있냐고?"

 "이강호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

 "나쁜 년, 이강호가 나한테… 너 무슨 꽃 좋아하냐고 물어가기 까지 했어. 너… 고백 안 받았어?"

 

 아경은 놀란 눈으로 시원을 쳐다봤다. 그리고 지난 밤, 강호가 꽃다발을 들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숨을 내쉬는 아경.

 

 "정말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그런 킹카가 대놓고 대쉬를 하는데, 어떻게 안 받아 줄 수가 있어? 안되면… 나한테라도 오든가…"

 "야! 강냉이 두고 너 무슨 소리야!"

 "얘 좀 봐, 나 하긴 싫고 남 주긴 아깝다 이거야? 너 진짜 말해봐, 이강호는 왜 안 되는데?"

 

 아경이 두 눈을 끔뻑끔뻑거렸다.

 

 "… 강호 멋있지. 옛날부터 걔가 운동장만 나오면 여자애들이 난리였지. 나도 가끔씩 남자다운 모습 보면… 꽤 멋지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근데 난… 운동장에서 멋있는 거보다 교실에서 멋있는 사람이 더 좋은가 봐."

 

 아경은 학창 시절 교실 창문 밖으로 뛰고 있는 강호의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교실 앞에서 수학 문제를 척척 풀고있는 차원을 바라보던 장면을 떠올렸다.

 

 "너… 또 그 첫사랑 생각하는 거야? 어이구, 도대체 어떤 놈이야? 이강호에 대적할 만큼 그렇게 잘났어?"

 

 아경은 차원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음 지었다.

 

 "어쭈구리, 야! 사진 내놔 봐."

 "무슨 사진…"

 "그렇게 사모하셨으면 졸업사진이라도 있을 거 아냐. 빨리 내놔 봐."

 "졸업… 안 하고 갔는데."

 

 시원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았다.

 

 "어휴, 정말.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난 이강호 편이야. 직접 안 보고서는 도저히 너를 이해 할 수가 없어."

 

 그때, 시원이 뒤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경은 마시고 있던 맥주 캔을 든 채로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원은 혼자서 계속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아경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 아경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추는 시원.

 

 "뭐야, 왜 실실 쪼개. 너 내 말이 웃겨? 왜 이래?"

 

 아경의 시선이 시원의 뒷쪽을 향하고 있자 천천히 뒤돌아보는 시원.

 

 시커먼 밤에 큰 조명 하나가 비춰지고 있었다. 한 남자의 얼굴에 시선이 꽂힌 채 그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오는 시원. 남자는 어느새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그러자 아경이 싱글벙글 웃으며 시원을 쳐다봤다.

 

 "여기… 데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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