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35
작성일 : 19-10-31 11:25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2113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 나왔다. 그런데 한 두 방울 흘러나오는 물이 수돗물이 아니라 끈적끈적하고 불투명한 액체였다. 액체는 자줏빛을 띠었으며 순간 수도꼭지에서 물컹거리는 괄태충 한 마리가 떨어져 나왔다.

  “어? 팀장님, 이것 보세요. 이거 달팽이 아닌가요? 달팽이가 이렇게 생겼나?”

  그들은 모여들어서 괄태충을 관찰했다. 괄태충은 싱크대에 떨어지자 마자 기이한 누린내를 자아냈다. 괄태충 앞에 모여든 그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손은 코를 막고 괄태충을 바라봤다.

  “이거 무슨 냄새야?”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고약하네. 이거 완전히 예전 시골에서 개를 불에 태울 때 나는 그 냄새 같은데? 나 이런 민달팽이에 대해서 좀 아는데, 이 녀석 자웅동체야 그리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어.” 팀장 옆에 있던 사원이 말했다.

  수도꼭지에서 나와 싱크대로 떨어진 괄태충은 머리 부분은 달팽이를 닮았다. 눈처럼 보이는 더듬이가 두 개가 있었고 몸은 일자형으로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였다. 몸은 점막으로 미끄덩거렸으며 검은 점이 여러 개 박혀 있었는데 몸의 색이 자주색을 발하고 있었다. 싱크대에 떨어진 자줏빛 괄태충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들이 어어, 하는 소리를 내는 동안 괄태충의 몸집이 손가락 4개를 합쳐놓은 크기로 변했다. 크기가 커지면서 누린내가 더욱 심하게 났지만 그들은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굼뜬 동작으로 움직이는 괄태충이 지나간 자리에는 점막의 액이 묻은 싱크대의 스테인리스는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창밖에는 언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잿빛 구름 속에서 굵은 빗방울 쏟아져서 창에 부딪히고 있었다. 수도꼭지에서는 또 한 마리의 괄태충이 떨어져 나왔다. 이번에 떨어진 괄태충은 처음에 떨어진 괄태충과는 좀 달랐다. 더듬이는 두 개가 있었지만 몸이 끈끈한 점막 질이 아니라 거북이등처럼 딱딱하게 보이는 몸을 하고 있었다. 길쭉한 몸통은 처음 떨어진 괄태충보다 길었으며 괄태충의 꼬리부분은 그 속에 다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기이했다.

  두 마리의 생김새는 달랐지만 두 마리의 괄태충은 비슷한 자줏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나니 누린내가 더욱 심하게 났다. 사고조사팀원들은 손을 저어가며 큰 유리창에 붙어있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비가 바람에 날려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서랍에서 방향제를 꺼내 허공에 몇 번 뿌리고 괄태충에세도 뿌렸다. 방향제는 괄태충이 뿜어내는 누린내를 덮어쓰지 못했다. 누린내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린내는 허공에 뿌린 방향제의 냄새를 잡아먹고 그 자리에 누린내가 대신했다. 그들은 휴게실 밖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웅성거리며 휴게실에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코를 막고 손가락 네 개 정도 크기의 괄태충을 보며 서로 한마디씩 했다. 한 사람이 괄태충을 집어 들려고 하자 다른 사람이 말렸다. 그들은 수도꼭지에서 또 다른 괄태충이 나올까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더 이상 다른 괄태충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괄태충 두 마리를 잡아서 선반위에 빈 딸기잼 유리병에 각각 집어넣었다. 뚜껑을 꼭 닫으면 괄태충이 죽을 것 같아서 뚜껑에 숨구멍을 냈다. 더듬이로 보이는 괄태충의 눈에서 자줏빛이 더욱 강하게 발했다. 한 마리의 더듬이에서 자줏빛이 발광하니 또 다른 한 마리는 등에서 자줏빛이 또렷하게 색을 만들었다. 자줏빛이 강하게 발광 할수록 괄태충의 모습은 조금씩 부풀어 갔다.

 

  마동이 눈을 떴을 때 욕실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심하게 풍기던 누린내도 사라졌다. 마동은 일어나서 병원으로 먼저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한 의사에게 지금 마동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또, 달이 떠오르면 장군이를 찾아가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의 상태는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장군이는 내 속의 도트에 대해서 해답에 가까운 제시를 해 줄지도 모른다.

  마동은 일어나서 거울을 봤다. 주스를 마신 효과가 떨어졌는지 얼굴 피부는 탄력을 잃었고 눈두덩은 푹 꺼져있었다. 욕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안 피부의 생기는 누린내가 다 가져가버린 듯했다. 연기를 뿜어내며 누린내가 심하게 풍기던 욕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욕실의 천장만 그곳에 있었다. 비논리와 추상적인 개념이 없었고 무질서한 사념의 세계도 없었다. 숨어서 지켜보는 감시자의 시선도 없었고 시간의 뒤바뀜도 없었다. 천장은 침몰된 수용의 모습처럼 느껴졌지만 욕실의 한 부분 그대로 존재해 있었다. 며칠 동안 마동의 머릿속 사고시스템은 수리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욕실 안에는 누린내의 냄새도, 자줏빛 영혼의 무늬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고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물을 틀어서 세수를 했다. 얼굴이 따끔거렸다. 피부에 물이 닿는 순간 수돗물 화학약품의 냄새와 화학적 성분이 일제히 뾰족하게 일어나서 마동의 얼굴피부를 찔러댔다. 마치 우산도 펼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염분이 가득한 바닷바람을 얼굴에 그대로 맞는 기분이었다. 따가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려움까지 몰고 왔다. 세수를 할수록 그 느낌은 강했다. 벽돌에 얼굴을 갈아 댄 느낌에서 누군가 바늘을 들고 억지로 얼굴을 찌르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마동은 타월로 얼굴을 닦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진정을 하고 거실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되어간다. 마동은 바지를 입었다. 바지의 허리둘레가 커졌다. 오래된 리바이스 진을 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이내 비를 뿌릴 것처럼 거뭇거뭇하니 잿빛구름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마동은 이스터석상의 턱을 가진 주차요원을 지나 만두모녀가 만두를 먹던 만두가게를 지나 병원 앞으로 왔다. 나는 변이하는데 세상은 고요한 물처럼 변화가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위에서 형태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누르는 그 기분을 마동은 느끼고 있었다. 결국 삶이란 고도와 같은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렇게 기다리던 고도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투박하고 모질게 생긴 셔터 문이 굳게 내려와서 닫힌 사라마내과 병원은 오늘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간다고 프린트 되어있는 종이가 병원에 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이 기이한 병원을 찾는 이가 있을까하고 생각을 하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왔다가 발길을 돌렸고 할머니 한 분이 왔다가 역시 돌아갔다. 그들은 아무런 불만이나 한마디 불평의 소리도 없었다.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써놓은 프린트 밑에는 마동에게 따로 전하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병원 옆의 작은 구멍가게에서 주스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 줄로 간략하게 마동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병원에서 남겨놨다.

  어째서 휴대전화의 문자로 연락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일까.

  병원은 처음부터 기이하여 유종의 미마저 확실히 기이하게 남겼다. 이 병원에서 하는 일에 있어서 무엇인가 엉성한 부분이 있었지만 종이위의 활자로 전달사항을 받으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마동이 서 있는 그 짧은 시간에 의외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 같이 프린트되어 있는 글을 읽고 수긍하고 등을 되돌려갔다. 누구하나 투덜거리지 않았다.

  마동은 구멍가게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버려진 시간의 얼굴을 한 구멍가게의 주인에게서 주스를 건네받았다. 병원은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되어 있었다. 마동은 머릿속에 분홍간호사가 분홍간호사복을 벗은 모습이 보였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도 가운을 벗고 두 사람이 나란히 여름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병원에서는 일주일분의 주스를 마동에게 남기고 떠났다. 마동은 아마 이 주스를 다 마시지는 않게 될 것이다. 구멍가게의 주인에게 조금 더 있다가 찾으러 와도 되겠냐고 물었고 더위에 지친, 버려진 시간의 얼굴을 한 주인은 자신의 계획에 없던 일이라 재빨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동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를 두 장 꺼내서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구멍가게 주인은 만사가 귀찮은 듯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구멍가게 주인은 비어져 나온 코털을 뽑고 있었던 듯 다시 의자에 앉아서 땀을 흘려가며 코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마동은 하늘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어봤다. 잿빛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서 눈이 덜 아팠다. 잿빛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가냘픈 태양의 빛줄기가 보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 멀리 있어서 의식 이면에 있는 다른 세계의 삶처럼 보였다. 구름의 틈새는 태양이 내리쬐는 작은 빛도 인정하기 싫은 듯 그 틈새를 어느새 메워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마른번개가 한 번 내리쳤다. 마동은 태양이 사라지고 잿빛구름이 가득한 세계가 되니 몸이 한결 자유롭고 편해졌다. 정작 인간에게 필요한 태양이 없어져야 마동은 활동이 자유로웠다.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마동을 흘깃 쳐다보았다. 색이 엷었지만 선글라스를 쓰고 회색 긴팔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선물 받은 마크 제이콥스의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평소에 이렇게 입고 있었다면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의 한 가운데 있는 지금 마동은 땀을 흘리지 않았다. 한기가 들뿐이었다. 저 멀리서 노란택시가 와서 마동은 택시를 세웠다. 택시 뒷자리에 앉았다. 택시기사에게 동시상영을 하던 극장이 있는 지역을 말하고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기사는 웃으며 그곳은 택시들이 아주 꺼려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동은 나오는 요금에 이만 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말했다. 미터기를 켜고 택시기사는 출발했다. 택시기사는 에어컨을 틀었다. 혼자서 운행을 할 때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마동은 여름감기로 인한 몸살이라 덥지 않으니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에어컨을 틀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 그렇습니까. 손님들 대부분 더위에 허덕이다 택시를 타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달라고 합니다. 그것이 한 여름에 택시를 타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바로 택시를 타서 시원해서 좋겠지만 그 속에 늘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억지스럽게 만든 에어컨바람에 노출이 되어 손님처럼 긴팔을 입고 있어야 할 지경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냉방병이 무서운 거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더군요. 일반적인 감기보다 더 오래가는 듯 합니다. 손님도 냉방병이신가보군요.”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마동을 쳐다보았다. 마동의 시선은 유리창 너머의 밖으로 향해있었다. 마동은 택시기사의 말에 딱히 대답할 길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냉방병으로 몸살이 걸려 버렸는데 거머리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세력이 점점 확대되어간다고도 말했다.

  “거머리라는 단어를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떨어지지 않아서 거머리라고 하지만 거머리라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괄태충의 한 종류 아닙니까?” 괄태충이라는 단어에 마동은 시선을 택시기사에게로 옮겼다.

  “거머리는 습한 곳에서만 기생을 하니 인간들이 습한 곳으로 침투하지만 않으면 거머리는 인간에게 헤를 끼치지 않는데 말이죠. 이제 거머리는 전부 사라져버린 것 같아요.”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마동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인간은 바퀴벌레의 세계에도 침투하고 거머리의 세계까지 침투했다. 이제 어떤 존재의 세계에 까지 침투를 해서 그들의 삶을 흩뜨려 놓을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인간이 손을 대버리면 모든 것이 흩어지고 부서져버리고 만다. 이제 알바트로스는 멸종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보고가 있다. 대서양에 인간들이 버린 거대한 쓰레기더미를 먹이로 착각하고 날렵하게 낚아채어 먹다가 그대로 죽음으로 가는 것이다. 죽음은 멸종이라는 단계에 이르게 만들었다.

  “거머리의 발판은 참 신비스러워서 인간의 피를 빨아 들일 때 하루딘을 뿜어내기 때문에 피가 굳지 않고 계속 빨아 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거머리가 의학적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하루딘?” 하며 마동은 택시기사를 보며 말했다.

  “피의 응고를 막아주는 물질이죠. 거머리는 그 물질을 뿜어냅니다.” 택시기사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지식을 자랑하려는 웃음이 아니었다. 택시기사는 거머리에 대해서 꽤 열심히 공부한 사람 같았다.

  “전 거머리와 인연이 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논두렁에서 살다시피 한 그때 참 많이도 거머리에게 물렸죠.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보면 몸이 마치 분열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죠. 억지로 거머리를 떼어내면 보란 듯이 살점이 같이 뜯겨져 나갔고 저의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이제 넌 곧 죽는다고 말하며 놀렸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내 어머니가 노모가 되었을 때 거머리 요법으로 혈액순환을 도왔습니다. 그때 거머리에 대해서 알아야 했지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덕분에 거머리에게 꽤 친숙하게 다가 갈 수 있었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는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택시안의 스피커로 이사토 나타가와의 기타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기타연주는 따뜻하게 택시안의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동시상영을 하는 극장이 있는 지역으로 가려면 이 도시를 벗어나서 다른 해안가로 접어들어야 했다. 마동이 처음 갔을 때는 버스를 타고 지나간 구불구불한 산길을 통과해야 한다. 오르막길의 에스자형 길은 버스를 타고 올라갈 때는 느린 속력으로 올라가서 뒷자리에 앉아서 버스 밖의 풍경이나 버스안의 모습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지나쳤지만 택시를 탄 지금은 마치 스포츠카를 탄 기분이 들었다. 구부러진 오르막길을 기어 3단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니 몸이 창문 쪽으로 기울었다. 속도감이 굉장했다. 택시기사의 운전 실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좋았다. 마동은 창문위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오르막길의 코너는 총 5군데가 있었다. 구부러진 에스자형 도로를 쭉 펼치면 비교적 긴 도로가 될 것이다. 5번의 코너링을 거쳐야했고 버스처럼 큰 차는 코너를 통과할 때 천천히 가지 않고 속력을 낸다면 차체가 기울어질 것이다. 기울어져 버스가 구른다면 목숨이 대부분 없어지거나 간신히 붙어 있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오르막길의 산길은 도로를 벗어나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택시는 그 코너를 너무도 부드럽게 올라갔다. 마동의 몸이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왔다 갔다 했다. 메트로놈처럼 마동의 머리가 움직였다. 봄이 되면 에스자형 도로를 지나서 나타나는 도로의 양 옆으로는 벚꽃이 만개했다.

  벚나무가 도로를 따라서 5킬로미터에 걸쳐 죽 늘어서있었다. 이곳의 벚꽃이 더욱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내려서 구경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동차 안에서 지나치며 그 멋진 광경을 봐야했기에 짧지만 멋지게 보였다. 도로가 위험하고 차를 정차시킬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내려서 마음껏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풍경이 된다. 춘삼월에 타 도시에서 이 도시로 관광을 온 사람들은 에스자형으로 구부러진 도로를 지나 나타나는 벚꽃나무가 아름드리 핀 도로를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관광코스에 들어 있었다.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은 봄눈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시청은 도로를 따라 조깅코스를 만들고 자전거 도로를 닦아서 이동 할 수 있는 길을 만든다며 내년부터 공사에 돌입한다는 공문을 여기저기에 붙여놨다. 공사계획이 잡히고 공기를 공표하고 다면 이곳만의 매력이 없어져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고 외치는 사람들과 관광객과 도심지 안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지역 주민들과 영세업자들의 숨이 트이겠다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구청에 매일같이 모여서 논쟁을 벌였다. 택시는 에스자형 도로의 첫 코너를 돌아서 올라갔다. 하늘은 더욱 어두워졌다. 구름은 더 두터워졌으며 두터워진 구름은 저 먼 곳에서 마른번개를 한 번씩 토해냈다. 택시 안은 기타연주곡 트리써클이 계속 흘러나왔다. 여름에 듣는 따뜻한 기타연주는 기이한 분위기를 택시 안에 만들어 냈다.

  “그런데 손님, 그곳엔 왜 가시려고 하십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말이죠. 오래전에는 시에서도 그곳에 막대하게 투자할 것처럼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도심지와 너무 멀다는 이유로 개발대상에서 제외된 구역이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다 오는 버스에 불편해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다니는 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죠. 당시에 이곳에 입주해온 사람들은 불편에 대해서 시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시위도 벌였지만 어디 계란으로 벽을 깰 수 있을까요.”

  마동은 택시기사의 말을 들으며 창문위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도로는 구불거려 몸과 머리가 흔들거렸다.

  “계란으로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지 않을까요”라고 마동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 말에 택시기사는 웃었다. 마동은 고개를 약간 돌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도로가 앞으로 15미터 이어지다가 코너가 보였다. 택시는 그 코너를 빠르고 부드럽게 돌아서 올라갔다.

  “휴가기간이라 한적한 곳으로 가는 겁니다.” 마동은 매트로놈처럼 머리를 흔들거리며 말했다. 택시기사는 진짜요?라는 표정으로 백미러를 통해서 마동을 보았다. 하지만 마동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해있었다. 두 번째의 코너를 지나 세 번째 코너에 다다랐다. 그렇게 구부러지는 도로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마동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고 택시의 앞면유리창으로 코너의 도로에 그 무엇인가가 기분 나쁘게 웅크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마동의 눈이 커졌다.

  “지금 그곳에 가면 오래된 건물밖에 없죠. 게다가 바다가 인접해 있어서 염분을 가득 실은 바람이 건물에 오래도록 흡착되었습니다. 들어앉아서 생활을 하다보면 호흡도 힘들어지고 몸도 무척 가렵지요. 이제 그곳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지쳐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죠.” 택시기사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트리써클의 음에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마동의 시선이 정면으로 보이는 코너의 도로에 웅크리고 있는 무엇인가에 고정되었다. 택시기사는 계속 말을 했지만 마동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도로에 보이는 그 무엇인가에 시선을 그대로 박고 있었다. 코너를 돌기 직전 도로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무엇은 생물체 같았다. 생물체가 있는 곳까지 택시는 미끄러지듯 다가갔고 택시기사는 마동을 향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택시가 도로위의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마동의 눈에 그 모습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것은 너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택시가 다가갈수록 그것은 너구리라는 게 확실했다. 너구리는 도로에 웅크리고 있다가 두발로 일어서는 모습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마동과는 달리 택시운전기사는 너구리를 보지 못했는지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너구리는 몹시 크고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너구리를 밟고 지나 칠 것이 틀림없었다. 택시기사는 마동에게 도착지의 풍경과 그곳의 건물의 상태를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너구리는 마침내 두 발로 발딱 일어섰다. 일어선 그대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마동은 백미러로 택시기사의 얼굴을 보았다.

  택시기사는 너구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달리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어떤 운전자가 동물을 밟고 지나가기를 좋아하겠는가.

  택시기사는 분명 너구리를 보지 못한 것이다. 택시가 도로를 따라 너구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너구리의 모습은 정확하게 마동의 시야에 들어왔다. 너구리는 90센티미터 가까운 크기에 옅은 갈색을 띠고 배에 띠가 지나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너구리의 모습은 부조화스러운 모습이었다. 너구리는 오래전 철길위에서 만났던 그놈이었다. 누군가가 그려 놓은 듯한, 잊히지 않던 띠 모양이 앞다리에도 선명하게 있었다. 그놈이 맞다. 복제품도 아니었으며 덧입혀지거나 리모델링된 너구리가 아니었다. 마동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의 펌프질은 철근이 부딪히는 소리만큼 마동의 귀에 크게 들렸다. 악을 잔뜩 지닌 두 눈으로 너구리는 마동을 노려보았다. 불사의 너구리는 시간의 연속성을 거부한 채 공포의 생생함과 무게감을 그대로 지니고 나를 유미적으로 탐미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마동은 너구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마동의 심장은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크게 뛰었다. 너구리는 질척하고 고요하고 정적인 유동미를 지닌 채 시간의 무늬 속에서 변하지 않고 마동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런데 왜!

  마동은 마음이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너구리를 보는 순간 비릿한 피 내음이 진동을 했다. 심장을 터질 것 같았고 두통이 먹구름과 함께 몰려오고 일렁이던 마동의 마음속에 어느새 이드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드는 마동의 깊은 무의식 심층에 숨어 있다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는 동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동의 심층 속에서 이드는 잘 숨어 지내고 있었다. 이드의 욕구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통해서 깨어났으며 구조적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자신의 기능인 것처럼 고개를 들고 너구리를 만나려고 했다. 이드는 도덕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선악의 분간도 없었다. 논리적인 사고도 작용하지 않았고 시간의 관념도 없었고 오로지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그런 이드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통해서 너구리를 만나려 하고 있었다. 불어난 과거 속에서 너구리는 용케도 희박한 미래를 지나쳐 마동을 만나러, 마동 안의 이드를 불러내려고 왔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왜 이드를 불러내서 너구리를 만나게 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모습은 는개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동은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찌되었던 이. 드. 를. 눌. 러. 야. 한. 다.

  너구리는 택시가 돌진해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짧은 털을 지니고 짧은 다리에 힘을 주며 마동이 탄 택시가 그대로 처박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동은 쳐다보는 너구리의 두 눈에 광풍의 조류 속에 헤매고 있는 마동 속 작은 에고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비쳤다. 쾌락이 있었으며 동시에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너구리의 눈이었다. 그 모습이 마동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너구리가 냉소적인 환희를 가득품고 마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 그 핏빛 찬란한 환희를 다시 누려보고 싶다는 듯 너구리가 마동 속의 이드를 불러낼 것이다. 택시가 너구리 가까이 갔을 때 마동은 뒷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당겨 택시기사가 잡고 있던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익 하는 소리가 요란하고 풍성하게 들렸다. 차가 옆으로 꺾이는 느낌과 충격이 몸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너무 놀랐지만 본능적으로 마동에 의해서 꺾였던 핸들을 다시 제자리로 재빨리 돌린 다음 급브레이크와 함께 제동브레이크를 조절하며 잡아당겼다. 매캐한 타이어 타는 냄새가 도로에 진동했고 급브레이크를 밟은 반동으로 택시의 차체는 균형을 잃고 옆으로 한 바퀴 돌았다. 마동은 이대로 죽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핸들이 꺾이고 도로위에서 피겨선수처럼 빙글 돌아버린 현상이 마동의 기억회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고 빙글 하는 순간에는 마동은 이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생각만 들었다. 도로위에서 몸이 붕하며 뜨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차가 뒤집히면서 끝이다.라는 생각이 깊어질 때 택시기사는 운전대를 조절해서 돌리며 상황에 대응하여 차체가 뒤집어 지는 것을 방지했다. 다행히 택시는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구부러진 도로의 코너에 비스듬히 정차를 하고 택시기사는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마동은 용수철처럼 택시 안에서 튕겨져 나와 너구리를 찾았다. 불사의 너구리, 사념을 잔뜩 지닌 너구리, 친구들을 죽게 만든 너구리를, 그 너구리를 찾아야했다. 그놈은 환희에 차있었다. 오래전 그놈은 파업을 했던 철도청의 기차를 불러냈다. 하지만 택시가 멈춰있는 구부러진 도로의 가장자리에 너구리는 없었다. 너구리가 웅크리고 있던 흔적인 어디에도 없었다. 택시기사는 운전석의 창문을 열고 마동에게 무슨 일이냐고 숨을 참아가며 물었고 마동은 여기에서 너구리가 웅크리고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도 힘이 빠져서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동에게 다가왔다. 예상 밖으로 키가 컸다. 흐린 여름날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택시기사의 얼굴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택시기사의 얼굴은 찌푸려지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심장이 강하고 상황대처능력이 좋았고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마동이 도로가에 앉아서 터질 것처럼 요동치던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택시기사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기사는 마동의 옆에 와서 앉았다. 택시기사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아마도 손님께서 잘못 보신 게 아닐까 합니다. 이 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하는 산짐승들이 많거든요. 대부분 해가 떨어지고 난 후 밤에 동물들이 많이 차이 치어 죽습니다. 자동차의 불빛에 현혹되어 뛰어 들거나 그 불빛보다 빠르게 도로를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주로 트럭에 치어 죽음을 당하거든요. 그래도 너구리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산속에 너구리는 있겠지만 아직 너구리가 로드 킬을 당한 모습은 본적은 없습니다.” 택시기사는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땀이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연륜은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택시기사는 내용물이 가득 들어있는 빵 봉지처럼 지식도 풍부했다. 마동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기사는 마동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자칫 죽을 수도 있었지만 택시기사는 마동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마동은 택시의 수리비와 지체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5분 정도 앉아 있었다. 택시기사는 마동을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마동이 택시에서 힘겹게 내렸다. 택시는 마동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고 도로를 빙글 돌아서 표현 할 수 없는 타이어의 마모가 생겼지만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마동이 인사를 하고 택시 문을 닫았다.

  “손님, 원하시는 바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미소를 짓고 택시기사는 마동에게 인사를 하고 왔던 길로 사라졌다. 배려가 담긴 미소였다. 마동이 택시 안에서 본 너구리는 마동자신의 부정적 투영의 혐오일지도 몰랐다. 내 속의 호러블한 또 다른 모습이 너구리일지도 모른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마동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걸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봤던 동시상영관을 찾아서 발길을 옮겼다.

  흐리고 어둠이 늘어진 하늘 속에 마른번개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한 번씩 내리쳤다. 저 먼 곳의 하늘에서 유난히 검은 구름이 몰려있는 곳이 보였다. 검은 구름은 자줏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것에는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보험회사들이 밀집된 곳으로 검은 구름은 그 지역위에서 곧 거센 비라도 뿌릴 것처럼 거뭇거뭇하게 하늘에 떠 있었다. 염분을 실은 더운 바닷바람이 마동의 볼에 닿았다. 간간하고 짭조름한 내음이 작은 마을의 거리에 불었다. 거리에 붙어있는 가로등의 몸체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벗겨진 틈 속으로 염분이 지속적으로 날아와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마을에는 개들의 모습조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도로위로 트럭이 지나가며 굉음을 냈다. 버스를 타고 이 마을에 왔을 때에는 느껴보지 못한 풍경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마치 먼 과거로의 여행에서 찾은 마을을 거닐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나치는 건물의 벽에 마동은 손을 대어 보았다. 건물은 세월을 지내 온 힘겨운 담벼락의 촉감을 마동의 손에 전해 주었다. 마을에는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마을사람들도 없었다. 가끔씩 부둣가나 마당이 다 보이는 집에 앉아서 그물을 손질하는 나이든 노인들만 보였다. 마동은 어촌마을의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깊게 패인 주름은 물고랑 같아서 빗물이 닿으면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그 물고랑을 타고 얼굴을 돌아다닐 만큼 주름이 깊었다. 노인은 인상을 구기고 있었지만 그것은 주름이 만들어낸 하나의 순수한 완성품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인상을 쓰고 있는지 웃음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동은 노인이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어둑한 하늘은 잿빛의 구름덩어리를 한층 더 긁어모았다.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비가 거세게 쏟아질 것 같았다. 주름 깊은 얼굴의 노인은 주름진 손을 움직여 일정한 패턴으로 끊임없이 그물을 손질했다. 저 그물은 바다로 나아가서 던져지고 물고기를 잡아 올려야만 한다. 그래야 지금 손질을 하는 노인들의 깊은 주름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기를 못 건져 올리더라도 구물은 똑같이 손질해야 한다. 그것이 어부에게 주어진 과제다. 인간은 누구나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운명이다. 그 과제가 그물손질이든 무엇이든 간에.

  마동은 오래된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건물 앞으로 왔다. 건물은 낡을 대로 낡아서 발로 차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건물의 외형에는 여전히 극장의 간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다시 따분한 조정경기를 하는 영화를 보러 올라갔다. 오직 마지막 5분을 보기위해, 5분 등장하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건물의 계단은 여전히 더러웠고 여전한 냄새가 있었다. 냄새가 난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마동은 누린내를 맡은 이후로 다른 냄새를 맡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더러운 계단의 냄새는 반가웠다. 계단은 여전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어딘가 모난 구석이 많이 느껴졌고 일탈된 계단의 모습으로 마동에게 와 닿았다. 그리고 그런 슬픈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았다. 계단을 타고 극장이 있는 곳으로 올라왔을 때 극장은 흔적이 없었다. 극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공허하고 텅 빈 실내의 공간만이 극장이 있었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극장의 바닥에 고대 화석의 늑골처럼 변해버린 오래된 영화포스터가 굴러다닐 뿐이었다. 벽에 붙은 너덜하고 퇴색된 포스터만이 이곳이 극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뻥 뚫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세월의 염분을 잔뜩 머금고 건물 안으로 날아 들어와 차곡차곡 쌓였다. 마동은 이미 오래되어서 무슨 영화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 바닥에 널브러진 포스터를 손으로 건드렸다. 종이는 건드리자마자 모래알갱이가 되어 흩어졌다. 류 형사가 사진으로 보여준 그 시체가 떠올랐다.

  낯선 매점의 더위에 지친 아주머니가 앉아있던 자리도 공허한 빈 공간이 대신하고 있었다.

  태초에 그러했던 것처럼.

  푹신하지만 불편하던 소파도, 낡은 테이블도, 테이블위의 오래된 바둑판도 사라지고 없었다.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푹신하지만 불편한 소파는 마동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마동은 그 불편하고 낡은 소파가 마음에 들었다. 소파는 마동 저 깊은 마음의 연약하고 오래된 부분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소파에 앉아 볼 기회는 없다. 앞으로 그런 소파를 생산하는 공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푹신하지만 불편한 소파는 지구상의 그 어떤 공장에서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마동은 오래된 건물의 극장이 있던 공간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다의 염분은 바람을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와서 마동의 볼에 닿았다. 저 멀리 먹구름사이의 자줏빛 검은 구름은 그 형체가 더 커졌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바람은 비를 몰고 왔다.

 

  [5일째 저녁]

  보험회사 사고 조사팀이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들은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 팀장님, 여기 달팽이, 유리병에 들어있던 달팽이? 팀장님이 버렸어요?” 조사팀중의 한 명이 말했다. 아니라는 대답과 함께 유리병을 다시 콸콸 나오는 수도꼭지의 물에 씻어서 싱크대위에 올렸다. 그들은 탕비실 겸 휴식공간인 그곳을 정리하고 사무실로 돌아가서 마무리를 하고 퇴근을 했다. 창밖의 하늘은 어두워졌다. 비는 바람에 날려 드세게 창문에 후드득 부딪혔다가 실처럼 가늘어져서 흩뿌리기도 했다. 또는 세차게 퍼부었다가 치맛자락 날리듯 사뿐히 창문에 떨어졌다.

  어두워진 하늘은 한차례 마른번개를 빠직거리며 땅으로 내려 보냈다. 싱크대 수납공간의 서랍 밑에 붙어있던 괄태충은 어두워진 공기를 감지해내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괄태충이 움직인 자리는 점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며 그 흔적이 묻은 곳은 이내 녹슬어가기 시작했다. 녹슨 곳을 또 다른 괄태충 한 마리가 지나가면서 녹을 갉아 먹었다. 괄태충의 몸에 빛나는 자줏빛은 점점 어둡고 퇴색된 자줏빛을 자아냈고 그럴수록 괄태충의 몸은 조금씩 부풀어 갔다. 뒤를 이어 등이 딱딱한 괄태충이 천천히 움직이며 앞에서 녹을 만들고 지나간 괄태충의 흔적을 갉아먹고 어른 손바닥만 한 한 크기의 형태로 커졌다. 조금 덩치가 커진 괄태충은 움직일 때마다 기이한 소리를 냈다.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리지만 스산하고 음산한 소리였다. 뒤따르는 괄태충이 녹을 갉아먹은 곳은 부식이 되었다. 부식되는 부분은 미미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된 부분이 물감이 번지듯 커져 갔다. 괄태충 두 마리는 공생하는 듯 점액질을 뿜어내고 그 점액질을 먹으며 서로의 덩치도 부식된 부분처럼 커져갔다. 앞서 가던 괄태충이 싱크대를 느릿하게 기어오르다 움직이는 동작을 멈추었다. 더듬이로 이리저리 레이더를 움직이듯 지정되지 않게 꿈틀거리더니 그마저 멈췄다. 뒤따르던 괄태충은 앞서나간 괄태충이 남긴 점액질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싱크대에 붙어서 멈춰버린 괄태충은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번데기처럼 몸을 말았다. 번데기는 음산한 자줏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괄태충이 발산하는 자줏빛은 너무나 음울하고 으스스해서 가까이 있다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그 빛에 닿으면 살아있는 생명체는 무엇이든지 녹아내릴 것처럼 암울했다. 비는 또 다시 세차게 떨어져서 창문에 부딪혔다. 후두둑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싱크대에 붙어있던 주먹만 한 괄태충의 번데기는 어른의 팔뚝크기로 변태했다.

  후두둑 두둑.

  빗소리가 걸차게 들렸다. 번데기가 자아내는 암울한 자줏빛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 크리스마스의 전구처럼 밝기가 반복적으로 깜빡였다. 그 반복은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진행됐다. 팔뚝만큼 커진 번데기 껍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 속에서 더욱 암울하고 질퍽한 자줏빛이 강하게 발하기 시작했다. 누린내는 실내를 잠식했고 다른 생물체가 있다면 누린내에 그대로 질식하여 죽어 버렸을 것이다. 움직이던 괄태충의 번데기 몸에서 작은 돌기가 생겼다.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돌기는 하나가 생겨나는 듯 보이더니 두 개로, 다시 세 개로 번졌다. 괄태충의 번데기는 순식간에 수백 개의 돌기를 만들었다. 돌기는 공처럼 변하더니 수많은 돌기가 번데기의 몸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수백 개나 되는 돌기가 번데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벽과 바닥에 붙었다. 흙녹색의 돌기는 벽에 부딪히자 툭 터져 묽은 찰흙반죽처럼 벽면을 타고 그대로 흘러내렸고 누린내는 악취로 변했다. 떨어져 나온 그것들에게서는 모두 음산한 자줏빛과 누린내가 진동을 했다. 밑에서 점액질을 갉아먹던 또 한 마리의 괄태충의 몸에도 앞서 괄태충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돌기가 붙었다. 점액질을 갉아먹던 괄태충의 몸에 붙은 돌기는 괄태충의 몸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 괄태충도 수백 개의 자줏빛을 발하며 돌기를 뿜어냈다. 두 마리의 괄태충은 자가 생산하여 수십 마리의 또 다른 괄태충을 라베파젯(broad breeding)시켰다. 수백 마리의 괄태충은 서로 점액질을 분비하고 그 점액질을 먹어가며 싱크대를 지나갔고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녹슬었고 부식되었다.

 

  인슈타워의 경비는 엘리베이터를 점검하고 있었다. 점검 할 필요도 없었지만 경비는 점검을 꼼꼼하게 했다. 자신이 엘리베이터 앞의 무인 로봇 3번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이 보였다. 경비는 51살로 인슈타워의 경비제목을 입은 모습은 위엄 있어 보였다. 경비모의 챙을 한 번 매만지고 허리에 찬 경비봉과 가스총을 점검했다. 턱살이 많았고 얼굴이 비교적 검은 편에 속한 경비는 간 기능이 좋지 않은지 윗배가 많이 나와 있었다. 본인은 정작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경비는 인슈타워에 있는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 안을 살폈다. 배가 많이 나와서 허리를 숙이는 행동이 힘들어 보였다. 매일 밤 하는 일이지만 그는 일에 충실했다. 소홀하지 않았다. 일에 충실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나가야했다. 순찰을 하면 카메라가 순찰시간과 거리를 체크하기 때문에 순찰하는 동안 그는 최선을 다해야했고 무엇보다 인슈타워를 순찰하는 것을 경비자신이 좋아했다. 경비가 실제로 점검하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 빌딩안의 구석구석은 무인순찰로봇이 순찰을 하기 때문에 경비가 인슈타워의 모든 곳을 순찰할 필요는 없었다. 무인순찰을 하며 입력된 영상은 중앙 컴퓨터메모리에 낱낱이 저장이 되었다. 경비 혼자서 이 큰 빌딩을 밤새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그는 편했다. 만에 하나, 사태가 일어난다면 인슈타워와 공조하는 업무업체에 자동적으로 비상연락망이 발동하여 전달된다. 그리고 3분 미만에 사설경비업체가 빌딩에 도착하는 시스템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비는 비교적 마음이 가벼웠다. 인슈타워의 모든 부분은 순찰로봇이 순찰을 돌면서 카메라로 경비실의 모니터에 전송을 했고 경비는 앉아서 체크를 하면 그만이었다. 불 꺼진 사무실과 복도는 경비실에서 관찰이 되었고 관리가 가능했다. 경비실에서 모니터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무인순찰로봇을 보내면 된다.

  경비는 일 한지 4년째였다. 이전에 경비를 맡았던 전임자는 야간순찰을 돌다가 문이 열린 사무실에서 금고를 털다가 쫓겨났다. 그 후에 그는 어렵게 경쟁을 통해서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사람들과 친숙했고 나온 배에 비해 유도와 무술 유단자라서 날렵했고 무엇보다 기계를 잘 만졌다. 경비는 심심찮게 건물 내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줘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경비는 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인슈타워의 경비로 발탁이 되었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경비모집에 지원을 하는 것에 놀랐다.

  경비는 모든 엘리베이터를 눌러서 일층으로 내려놓았다. 5호기로 가서 1층의 버튼을 눌렀다. 건물의 상층부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가 소리고 없이 내려온다. 경비는 이 좋은 건물에서 근무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경비실의 침실은 집보다 좋은 공간이었다. 순찰만 끝이 나면 아침까지 마음껏 테이블채널을 보면서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무더운 자신의 연립주택은 갑갑해서 여름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동네는 시끄럽고 마음껏 케이블의 성인채널을 볼 수도 없었다. 가족이 없는 경비에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풍성하게 나오는 자신의 직장인 이곳이 집보다 훨씬 행복한 곳이다. 일주일에 3일을 밤을 지새우는데 일주일 내내 했으면 하고 바랐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족에게 내어주고 혼자 쫓겨나듯 집을 나와야 했다. 그는 자주 가는 술집에서 술이 되면 습관적으로 나이 든 여자들이 엉덩이를 만지는 술버릇이 있었다. 나이가 있는 여자들은 경미한 행위라며 중년 남자의 행동을 혀를 차면서도 넘겼다. 하지만 그의 습관은 그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엉덩이를 만진 여자가 놀라서 넘어지는 바람에 고기집의 불판을 뒤집어쓰면서 얼굴을 못 알아보게 될 정도로 화상을 입고 망가져버렸다. 그 여자의 가족은 그를 고소하였고 합의를 봐 줄 수 없음을 법원에 확실하게 못 받았고 그의 행태가 여러 군데에서 발견 되었으며 결국 그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구치소에서 몇 번의 심리를 거쳐 형을 받고 교도소로 이송되어 수감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생의 많은 부분을 보냈다.

  죄질이 아주 나쁜 것이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죄질이 소문이 나면서 그곳에서마저 생활이 힘들었다. 그는 부인에게서 외면당했고 하나뿐인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행위를 용서 할 수 없었다. 가족은 교도소의 면회를 오지 않았고 직장도 잃고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점점 늙어갔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한 덕분에 몸은 탄탄했다. 착실하게 교도소 내 생활을 한 결과 그는 모범수로 가석방의 빛을 보게 되었다. 모든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하여 그는 이를 악물고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빈털터리로 시작해서 인슈타워의 경비로 오게 된 것이다. 과오를 알고도 발탁해준 이 빌딩에 충성을 다해야 했다.

  새벽 2시에는 들고 온 튀긴 닭과 맥주를 마시고 시원하게 잠이 들면 그만이었다. 그 시간 이후 빌딩은 알아서 아침까지 고요하게 숨을 쉴 뿐이었다. 경비가 근무한 4년 동안 인슈타워는 평온한 물처럼 잘 지내왔다. 대형 사고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고 건물에 균열이 발생한 곳도 없었다. 경비는 엘리베이터 5호기 앞에 있었고 그의 뒤에 무인순찰로봇이 소리 없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경비가 자리를 비운 경비실의 수십 대 모니터, 그 중 한 대에는 자줏빛을 발하는 괄태충 한 마리가 저쪽 감시카메라에 붙어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순간 모니터가 꺼졌다. 1층까지 내려와야 하는 엘리베이터 5호기가 31층과 30층 사이에서 멈췄다. 엘리베이터는 아프다는 듯 경보음을 고요한 빌딩 속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인슈타워 안에 남아서 잔업을 하던 사무실 속의 사람들이 놀라서 복도로 나왔고 비상연락망으로 경비실에 전화를 하는 모습들이 모니터에 잡혔다. 경비실의 모니터는 차례로 하나씩 탁탁 소리를 내며 꺼져갔다. 경비는 목적의식이 생겨났는지 경비실로 날렵하게 뛰어 들어와 모니터를 체크했다. 모니터 몇 개가 꺼져있었다. 화면이 꺼져있지 않는 모니터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는 곳을 보여주는 모니터도 있었다. 경비는 무인로봇을 작동하는 조이스틱이 있는 조종석으로 가서 앉았다. 무선으로 무인순찰로봇을 작동시켰다. 조이스틱에 녹색불이 들어오며 모니터로 로봇이 움직였다. 로봇의 눈으로 보이는 곳이 모니터로 나타나야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경비실의 인터폰이 계속 울렸다. 인슈타워는 두 달에 한 번씩 소방훈련을 꾸준하게 했지만 사람들은 훈련에 대부분 건성이었고 소방서에서도 형식적으로 하는 분위기였다. 완벽한 인슈타워에서는 소방훈련이 겉치레로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아직 사무실에 남아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빌딩에서 요란한 사이렌소리가 들리니 훈련의 일환인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사무실 밖으로 잠깐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잘못 경보가 울리는지 궁금했다. 훈련에 대해서 사전에 보고받지도 못했다. 인터폰으로 사무실 직원들에게 경비는 훈련이 아니라고 했고 일단은 자신이 알아봐야 하니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는 곳으로 직접 올라가 보기로 했다. 경비는 4호기의 엘리베이터에 타고 3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잘빠진 스포츠카처럼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일반 아파트 속의 엘리베이터보다 속도가 빠르고 부드러웠다. 그래야만 한다. 속도는 일반 아파트보다 빨랐지만 편안하고 안전했다. 속도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경비가 올라탄 4호기가 위로 올라 갈수록 묘한 냄새가 풍겨왔다. 허리에 찬 경비봉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에 땀이 배였다. 경비봉을 빼 들었고 가스총집의 단추를 풀었다. 단추를 풀자 마자 경비는 손으로 코를 막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누린내가 심하게 풍겨왔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 갈수록 이 걷잡을 수 없는 기분 나쁜 누린내는 점점 더 퍼졌다. 경비는 그동안 한 번도 만들지 않았던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계속]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2 변이하는42 2019 / 11 / 7 243 0 11825   
41 변이하는41 2019 / 11 / 6 253 0 19911   
40 변이하는40 2019 / 11 / 5 252 0 22111   
39 변이하는39 2019 / 11 / 4 243 0 20116   
38 변이하는38 2019 / 11 / 3 254 0 19270   
37 변이하는37 2019 / 11 / 2 258 0 20757   
36 변이하는36 2019 / 11 / 1 250 0 22017   
35 변이하는35 2019 / 10 / 31 249 0 21131   
34 변이하는34 2019 / 10 / 30 244 0 20830   
33 변이하는33 2019 / 10 / 29 263 0 20345   
32 변이하는32 2019 / 10 / 28 256 0 21719   
31 변이하는31 2019 / 10 / 27 240 0 23248   
30 변이하는30 2019 / 10 / 26 244 0 22422   
29 변이하는29 2019 / 10 / 25 252 0 20780   
28 변이하는28 2019 / 10 / 24 253 0 19950   
27 변이하는27 2019 / 10 / 23 247 0 20318   
26 변이하는26 2019 / 10 / 22 251 0 22119   
25 변이하는25 2019 / 10 / 21 259 0 20884   
24 변이하는24 2019 / 10 / 20 239 0 22599   
23 변이하는23 2019 / 10 / 19 237 0 17720   
22 변이하는22 2019 / 10 / 18 253 0 18984   
21 변이하는21 2019 / 10 / 17 232 0 19505   
20 변이하는20 2019 / 10 / 16 239 0 20825   
19 변이하는19 2019 / 10 / 15 243 0 17754   
18 변이하는18 2019 / 10 / 14 248 0 21666   
17 변이하는17 2019 / 10 / 13 261 0 21134   
16 변이하는16 2019 / 10 / 12 243 0 19978   
15 변이하는15 2019 / 10 / 11 258 0 19708   
14 변이하는14 2019 / 10 / 10 253 0 22578   
13 변이하는13 2019 / 10 / 9 238 0 2118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젖은 어둠은 마
교관
그녀를 사랑한
교관
번개 맞는 인간
교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