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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9화
작성일 : 19-10-31 07:13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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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그 말은 큰길에서 다른 대로로 통하는 가지 역할의 좁은 길목을 거닐고 있던 우리에게 느닷없는 화살처럼 쏘아졌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 조용했던 탓일까, 혹은 우리를 겨냥해 쏘았기 때문일까, 못 들은 채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또 유리의 상태. 지금 이 골목을 거닐고 있는 무리는 저쪽과 이쪽을 제외하면 없었다. 아마 유리는 저들에게 반응한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모욕적인 말에 욱한 일순간 내가 판단한 것들이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와 목에 문신이 있고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여자. 그리고,

 

  “저기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후드를 쓴 자의 어깨를 붙잡아 눈에 가시를 세우고 말했다.

 

  “응? 뭐야, 안 놔?”

 

  어깨를 붙잡힌 사람이 내치듯 내 손을 치우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약간의 허세가 첨가된 것 마냥 여유가 있었고, 말투는 불량했으며, 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저질스럽게 웃고 있었다.

 

  다른 한쪽도 말없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후드를 쓴 자는 체격이 좋았으며, 둘 다 이류 양아치 정도의 인상을 주었다.

 

  풍기는 지독한 담배 냄새에서 그들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조금 예상이 됐다.

 

  솔직히 그들과 눈을 마주하니 조금 위축돼버렸다. 육식동물 같은 눈을 한 그들과 초식동물인 나의 지위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한 수 물러난 느낌이었다.

 

  당연하고 한심스럽게도 뇌는 이미 싸움이 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야 난 학창 시절에도 주먹다짐 한번 없었으며, 이렇게 공격적으로 누군가에게 나서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망칠 수 없다. 물러날 수도 없으며, 물러날 이유도 없었다.

 

  우리에게 말한 게 아니었으면 눈빛으로 이런 신경전을 할 게 아니라, 진즉에 오해를 풀고 갈 길을 가거나 했을 것이다.

 

  윤리적으로 봐도, 도덕적으로 봐도, 그 어떤 철학적 이치에 빗대어 보아도 우리가 물러날 이유는 없었다.

 

  또한 내 옆엔 유리가 있다. 그들은 분명 유리에게 있어 과거의 망령들일 것이다. 어쩌면 유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녀석들일 확률이 높다.

 

  그 예상은 유리의 표정과 손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에 의해 더욱더 진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왜인지 더욱 격앙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방금 그 말, 저희보고 하신 건가요?”

 

  존중해줄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일 테지만, 나는 그들처럼 초면인 사람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을 만큼 몰상식하지 않았다.

 

  “아니? 너한테 한 건 아닌데?”

 

  “그럼…….”

 

  “야, 오랜만이다?”

 

  거기서 내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후드 녀석이 유리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나한테 한 게 아니라는 의미. 그 말은 유리에게 했다는 뜻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유리는 갑작스러운 천둥에 놀라듯 몸을 부르르 떨며 내 뒤쪽으로 붙었다. 나는 그녀를 가리듯 앞에 서서 무뢰한 녀석을 노려봤다.

 

  “허……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인사 좀 하겠다는데, 뭐냐?”

 

  “니들은 친구한테 눈을 그따위로 뜨고 인사하냐?”

 

  더는 그들은 상식을 적용해 대우해줄 필요가 없다고 무의식중에 판단한 걸까, 도저히 존댓말로 대할 수 없었다.

 

  내 말을 들은 후드 녀석은 금방이라도 덮쳐올 기세로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신경이 곤두서고 호흡이 빨라졌다. 긴장한 탓일까, 혹은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인식한 탓에 혈류가 빨라져서일까,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었다.

 

  하지만 여기서 졸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꼬리를 말아버리면 저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되는가.

 

  싸움이 난다면 이길 수 없겠지. 체격으로 봐도, 아마 경험으로 봐도 나는 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유리도 다치게 하는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최악의 결과 중 하나의 형태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최면에 걸린 느낌이었다. 혈액이 고속으로 팽창하고, 짧은 시간에 수많은 생각을 하여서인지 조금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고집일지 몰라도, 나는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원아, 난 괜찮으니까…… 그냥 가자. 응?”

 

  유리가 우그러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분명 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기에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나는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자면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그녀의 마음 또한 괜찮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방금 유리한테 한 말 사과해.”

 

  나보다 작은 후드 녀석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상대방도 그것을 인식한 것인지 짜증이 폭발하듯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야, 너 뭐냐? 쟤 남자친구냐?”

 

  그렇게 말하더니 물총을 쏘듯 찍 하고 침을 뱉었다.

 

  여기선 뭐라고 대답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을까. 남자친구고 자시고 이 상황에서 그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는 이미 대답을 내뱉은 뒤였다.

 

  “응. 남자친군데?”

 

  부끄럽다는 감정은 상기된 분노와 긴장에 먹혀들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당당하게 그렇게 대답하자, 옆에서 멀뚱멀뚱 상황만 지켜보던 문신 녀석이 실소하더니, 끝에 폭소하기 시작했다. 낄낄거리며 기분 나쁜 비웃음이었다.

 

  “아, 미안, 푸흡! 아~ 너무 웃겨서. 너 진짜 저런 애 남자친구야?”

 

  저런 애?

 

  기분이 몹시 나빠져 순간 이를 갈았지만, 문신 녀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설마 쟤가 어떤 앤지 모르고 만나는 거야?”

 

  어떤 애. 아까부터 저런 애라느니, 어떤 애라느니, 대체 저들은 유리에 대해 뭘 알고 그렇게 칭하는 걸까?

 

  여기서 한 가지 짐작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 저들은 유리의 ‘병’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것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화만 불러일으키는 생각이었다. 유리가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그것을 놀리려 드는 것인가? 그거 하나 때문에 유리를 욕보이는 것인가?

 

  너무나도 괘씸하고 악한 모습에, 그들에게는 어떤 욕을 갖다 붙여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한 번 정확하게 확인해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어도 저들에 대한 평가는 변하지 않겠지만, 아니길 바라면서.

 

  “네 녀석들이 유리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데?”

 

  그때 유리가 내 코트를 주름지도록 꽉 잡는 것이 느껴졌다.

 

  “뭘 알고 있냐고? 야, 보여줘 봐.”

 

  문신 녀석은 후드 녀석을 보며 갑자기 무언가를 보이라고 말했다.

 

  녀석은 후드를 내리면서 고개를 돌려 목의 측면을 보여 왔다. 그리고 그곳엔…….

 

  “이제 이해가 됐냐?”

 

  두 개의 구멍이 흉터 진 채로 있었다.

 

  나와 같은 모양의 상처…….

 

  그것을 보고 상황은 완전히 이해가 됐다. 그리고 그는 상상하기도 두려운 그 상황을 입으로 뱉어냈다.

 

  “저 괴물 같은 게 물어서 이렇게 됐다고. 왜? 진짜 몰랐냐?”

 

  아니, 알고 있다. 너희 같은 녀석보다는 훨씬 자세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유리와 이렇게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씨를 이해했기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의 행위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게 느껴졌다. 분명 유리는 저 상처에 대해 사과를 했을 것이다.

 

  저들 또한 유리가 어쩔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그랬을 것을 깨달았을 건데, 어찌 유리를 욕할 수 있는 것인가.

 

  아…… 그런가. 머릿속에서 모든 게 정리가 됐다.

 

  아마 유리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사건’은 저 녀석들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저들은 유리가 학원이나 모임 등에 참가하면서 만나게 됐겠지.

 

  그리고 아까부터 제일 거슬리는 말. 계속해서 저들은 유리를 ‘괴물’이라고 칭하고 있다.

 

  유리가 나를 처음 만나, 자신을 소개한 말. 괴물.

 

  그녀의 가슴에 박혀 있던 대못. 그리고 저들이 그 못을 박은 장본인들이다.

 

  그녀를 그렇게까지 상처 입히고 고립시킨 것도 모자라, 밖에서도 대놓고 그녀를 멸시하는 저들을,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원인제공을 따져보자면 먼저 상처를 낸 유리에게 있을 것이지만, 저들이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대할 권리는 없었다.

 

  “……사과해.”

 

  “응? 아직도 그런 소리 하냐? 이거 안 보여? 저 괴…….”

 

  “닥쳐. 사과하라고.”

 

  더는 못 들어주겠을 그 역겨운 단어를 끊으며 억세게 말했다.

 

  그녀에 대한 사과를 들어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 미쳤냐?”

 

  후드 녀석은 눈에 더욱 힘을 주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주머니에 꽂고 있던 손도 밖으로 나와 주먹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위협은 지금의 내게 어떤 자극도 줄 수 없었다. 나는 흐트러지지 않고 꼿꼿이 서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미친 건 네놈들이겠지. 유리는 너희 같은 녀석들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착한 사람인데, 감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욕을 해?”

 

  “쓰레기? 이 새끼가 진짜…….”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제는 할 말이 없다는 것처럼 이를 악물어 턱에도 핏대를 세웠다.

 

  역시 남을 서슴없이 욕하는 것들은 자신을 향한 욕에는 되게 예민한 모양이다. 평생 자신을 강자라 생각하고 욕만 해왔으니, 욕을 듣는 것에는 내성이 없겠지.

 

  그리고 자신을 강자라 생각하고 남을 무시하는 무뢰한이니깐, 아마 이제 주먹을 휘두를 차례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돼 혈관이 수축하여 혈압이 올라간 것을 느꼈다. 집중력이 극에 달해 시간 감각이 무뎌지고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등 뒤에 서 있는 그녀의 떨림이 더욱 선명하게 전해지고 신경은 온통 눈으로 집중됐다.

 

  그리고, 인식했을 땐 이미 눈앞에서 내게 날아들고 있는 주먹. 그것이 한순간의 사진처럼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쉽지만 내겐 이 주먹에 반응할만한 감각이 길러져있지 않다. 곧 퍼질 아픔이라는 감각에 대비하듯 얼굴 근육이 긴장됐다. 그 순간엔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주먹이 날아들며 내 얼굴…… 에서…… 멀어진다……?

 

  아니, 주먹이 멀어진 게 아니다. 주먹은 정확히 내 얼굴이 있어야 할 위치를 강하게 휩쓸었다.

 

  보이는 것은 당황한 상대방의 표정. 그리고 느껴진 것은 목 주위가 조여졌다는 것이었다.

 

  “컥!”

 

  누군가에 의해 뒤로 당겨졌다.

 

  그것도 아주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옆으로,

 

  “나와 봐.”

 

  강지석이 걸어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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