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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차우의 마을 이야기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9

꿈능력자 차우에게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이상한 사건들.
믿을 수 있는 것은 친한 친구와 시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꿈들 뿐.
과연 그는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11화
작성일 : 19-10-30 22:0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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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후, 해가 거의 다 떨어졌을 무렵, 두 사람은 다시 상점가 사거리에 모였다. 바람을 따라 사람들이 철새처럼 밀려간 자리에는 고요한 발자국 소리들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찬찬히 흘러 드디어 낮의 끝자락에 닿았다. 그것은 곧 깊은 밤의 시작을 알리는 첫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둠으로 잠잠히 가라앉을 태양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기도 했다. 이제 산은 제 몸으로 첫 번째 하늘의 태양을 집어먹을 것이고, 그 찬란한 영광을 양분삼아, 지평선 너머 불룩하게 잉태한 야트막한 작은 태양을 기를 것이다. 이 순간이 무한이 반복된 만큼, 자연의 섭리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유지되어왔다.

 

  “그래서 그냥 왔단 말이야?”

 

  이제 어둠이 주홍빛 맑은 유리조각 속으로 잠잠히 가라앉을 무렵, 차우에게서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사틴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 거기서 계속 기다리기는 했는데 할머니는 결국 안 오셨으니까.”

 

  그러자 사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건 언제나 피곤한 일이었다.

  “그럼 어떡하냐······. 네로 누나가 빨리 자료들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럼 사틴, 너는 어땠어?”

 

  차우의 물음에 사틴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만나고는 왔어.”

  “그리고?” “그때 내가 할아버지를 막 칭찬하면서 장사 비결을 조금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거든? 그러니까 할아버지 눈이 반짝거리더라? 그게 좀 무서웠던 것만 빼면 별 다른 문제는 없었어.”

 

  그러면서 사틴은 이야기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고, 주로 어떤 장사를 해왔었고 그 비법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조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우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그 외에 나머지는? 이상한 거 없었어?”

  “글쎄······. 실은 그 즈음에 할아버지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시길래 집 안을 조금 둘러봤어.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지. 집안에 유난히 허브가 많다는 점만 빼면.”

 

  허브? 순간 차우는 놀랐다.

 

  “허브라고?”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이야기 남았어.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보니까 이유가 있더라고. 할아버지한테 그걸 물어봤는데, 지로 형이 가져온 거라고 하시더라. 제리 할아버지가 최근에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으셔서 허브를 달여 마시는데, 그걸 지로 형이 알고서는 어디서 허브를 구해온다고 하시더라고.”

  “그럼 허브의 출처는 모두 지로 형이다?”

 

  사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중에는 할아버지께서 길러서 쓰는 것들도 있대. 뒷마당에 허브를 기르는 텃밭이 있다나 뭐라나. 실제로도 있었고.”

 

  차우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듯 턱을 매만졌다.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마치 연기처럼 당장 손으로 붙잡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짜증 섞인 손짓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아무튼 그래서 어떡할 거야? 누나가 또 달달 볶을 텐데.”

  “사실, 아주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었어. 물론 누나한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 말에 사틴은 눈을 번쩍 떴다. 차우는 진정하라는 듯 손을 흔들더니 곧 말을 이었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 집 주변을 조금 둘러봤어. 그러다가 이걸 발견했지.”

 

  차우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는 불길에 다 타버린 것인지, 곳곳에 모두 그을린 자국으로 지저분했고,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부분도 흙이 묻어 까끌까끌했다. 차우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치자, 반듯한 글씨체로 적힌 짧은 문장 하나가 그들을 반겼다. M에게.

 

  “‘M에게?’”

  “정황상 마리 할머니를 뜻하는 거겠지. 타버리기는 했지만, 문장은 이게 다였어.”

 

  차우는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간신히 남아있는 부분은 중요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럼과 동시에 큰 의문을 주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걸 남긴 사람은 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까?-였다. 이것은 마리 할머니와 아는 사람이라는 가정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차우는 왜 굳이 할머니가 없을 때 이런 것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발견했는데?”

  “대문 앞에 있었어.”

 

  그 순간 사틴의 눈이 진지해졌다.

 

  “혹시 샐리 아주머니는······.”

  “못 보셨지. 역시 가려져 있었어.”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샐리 아주머니의 반응으로 미루어보면, 차우 자신의 가정은 몇 가지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리 할머니가 범인의 표적이 됐다는 뜻일까?”

 

  사틴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차우는 잠시 골똘히 생각더니 곧 입을 열었다.

 

  “어쩌면 마리 할머니가 범인일 수도 있어.”

 

  그 말에 사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는 쉽사리 믿을 수 없다는 듯 차우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

 

  “그건 말이 안 돼.”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야. 왜냐하면 대문 앞에는 이거 말고, 허브가 심어진 화분도 놓여있었거든.”

  “허브? 허브라고?”

 

  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건 왜 안 들고 왔어?”

  “사실 들고 오려고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허브는 물론 화분까지 통째로 불이 붙었거든. 이 쪽지도 거기서 간신히 구한거야. 이거, 화분에 꽂혀있었거든.”

  “그래서 종이가 그을려 있었구나.”

 

  사틴은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며 차우의 손도 유심히 살펴봤다. 이제 보니 살짝 붉게 달아오른 부분이 보였다.

 

  “약 안 발라도 돼?”

 

  사틴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연고 하나를 꺼냈다. 얼마 전에 그가 어떤 가게에서 슬쩍 가져온 연고였다. 차우는 잠시 그를 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응급처치는 했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차우는 손을 향해 입김을 훅 불었다. 여전히 따끔거리기는 했지만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사틴은 막무가내였다. 그는 기어코 연고를 짜내 그의 손가락에 살짝 발랐다. 차우는 순간 움찔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그만······.”

 

  바로 그때였다.

  연고를 다 바른 뒤, 차우가 거기서 자리를 뜨려는 그 순간, 갑자기 암흑이 그를 덮쳤다. 별 다른 변고도 없이,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듯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차우는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그 무지막지한 힘을 이길 재간조차 없었다. 목구멍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듯 숨이 무섭게 빠져나왔지만, 그가 원하는 소리는 내지 못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차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저 어둠 속 깊고 깊은 영역으로 떨어지는 일 뿐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가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이 손목을 꽉 움켜쥐고는 그를 끌고 가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리고 어디가 위이고 아래인지 구분조차 안 되는 그 순간 속에서, 차우는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뚝 멈췄다. 바닥에 착지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픔은 없었다. 차우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 풍경에 전부였다. 이따금씩 꾸던 자신의 꿈속 풍경과 아주 유사했다. 아니, 그냥 꿈속 그자체인가?

  인기척을 느낀 건 그 즈음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차우는 자신 앞에 어떤 사람이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갈색 빛깔의 옷은 낡은데다가 흙이 묻어 아주 더러웠다. 차우가 흙냄새와 함께 허브 냄새를 맡은 건 그 즈음이었다.

 

  ‘누구지?’

 

  지독한 허브 냄새에 코를 막은 차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에는 지금 그가 단 한 번도 꿈에서 본 적 없는 사람이 서있었다. 얼마 못가 남자도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천천히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게 되었다. 차우는 그를 유심히 살펴봤다. 짧은 검은색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볼이 움푹 들어가 상당히 홀쭉한 얼굴은 인상을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롭게 만들었다. 왜소한 체격이 이를 더 강렬하게 만들어주었다.

  남자는 상당히 다급해보였다. 이상할 정도로 불안하게 손을 떨었고, 눈은 수시로 껌벅였으며, 흙이 묻은 입술은 바짝 말라 몇 번이나 혀와 접촉해야 했다. 차우가 그를 걱정하기 시작했을 때, 남자는 갑자기 차우 앞으로 달려가더니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저······저기······!”

 

  당황스러움에 차우가 입을 열었지만, 남자가 그보다 더 빨랐다.

 

  “찾아줘.”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누굴요?”

  “나를. 나를 찾아줘.”

 

  그 말에 차우는 문득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범벅이 된 정신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노력했다. 너무 놀라 아무것도 못하던 그 때, 멍해진 정신 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어떤 생각 때문이었다. 눈을 번쩍 뜬 그는 현 상황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이 남자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리고 갑자기 이 상황이 벌어진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건, 이 남자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남자의 표정에서 그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진실이라는 사실도.

  놀란 가슴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차우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어디 계신대요?”

  “내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나를 찾아줘.”

 

  그러더니 남자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차우는 그의 얼굴에서 두려움과 긴급함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남자는 이윽고 차우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바에부스트로 숲.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바위 아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둠이 녹아내렸다.

 

  “차우?”

 

  차우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눈이 도저히 적응을 못했다.

 

  “차우! 정신이 든 거야?”

 

  어느 정도 시야가 돌아오자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쓸쓸한 바람과 구수한 냄새가 머물던 텅 빈 상점가 사거리는 어느새 간간히 벌레들이 날아오르는 풀숲 길가로 변해 있었다. 상점가와 주택가를 잇는 길목 중 하나였다. 해가 거의 단 진 상황에서 길가가 너무 어두워 앞을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늘 알던 곳이므로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벤치에 앉아있었다.

 

  “괜찮아?”

 

  차우는 그를 쳐다봤다. 사틴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우는 곧 괜찮다고 답했다.

 

  “갑자기 어둠 속으로 떨어져서 그래. 나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뭔 이야기를 하려다가 말고 갑자기 멍하니 나만 보길래 이상해서 계속 불러봤는데 답이 없었어. 그러다가 지금 깬 거야.”

  “얼마나?”

  “한 30분 정도?”

 

  그럼 그건 꿈이었구나. 사틴의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그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꿈을 꾼 것 같아.”

 

  그러자 사틴은 놀란 표정으로 차우를 쳐다봤다.

 

  “무슨 꿈이었는데?”

  “나중에 말해줄게. 일단 지금은 바에부스트로 숲에 가야 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것보다, 이 시간에 거길 간다고? 그거 지금 죽으러 가겠다는 말하고 똑같아!”

 

  사틴은 호들갑을 떨며 바에부스트로 숲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차우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그 소리를 얌전히 들었다. 사실, 두통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동시에 사틴의 걱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에부스트로 숲에 가야했다.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야 했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정 가겠다면 갈려면 내일 아침 일찍 가자. 응?”

 

  차우는 잠시 사틴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곧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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