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차우의 마을 이야기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9

꿈능력자 차우에게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이상한 사건들.
믿을 수 있는 것은 친한 친구와 시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꿈들 뿐.
과연 그는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10화
작성일 : 19-10-30 22:02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2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우, 난 아직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태양은 서산 뒤로 반쯤 몸을 숨기고, 차디찬 바람이 세상을 향해 내달렸다. 주홍빛으로 환하게 물든 세상과 함께 시간도 이제는 밤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메린의 집에서 나온 차우와 사틴은 숲을 나와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두 사람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먼저 말하는 이 없이, 그저 생각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침묵으로 가득한 그 순간, 그 늘어진 시간 속에서 소리라고는 아득하게 퍼지는 새 울음소리와 거친 바람의 가벼운 숨뿐이었다. 사틴이 말을 꺼낸 건, 더는 차우가 그런 시끄러운 침묵을 견딜 수가 없어 말을 꺼내려고 할 때였다.

 

  “뭔데?”

 

  차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아까 전보다 훨씬 더 깊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냥······여러 가지가.”

 

  사틴은 신 과일이라도 먹은 듯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범인이 뭔 생각으로 납치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그 방식이 주술이라는 건 진짜 못 믿겠어.”

 

  차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이상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잖아.”

  “그렇긴 해. 하지만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누나의 태도야. 누나는 왜 그런 추리를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누나도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을 거 아니야. 말해줬으면 우리가 더 쉽게 추리할 수 있는데 말이야.”

 

  차우는 가만히 사틴을 쳐다봤다. 그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네로가 정말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그들에게 알려줬을 것이 분명했다.

 

  “생각을 못했다-라고 하기에는 네로 누나가 그걸 모를 리가 없지. 어쩌면······.”

  “어쩌면?”

 

  차우는 얼른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문득 떠오른 조그마한 가능성이 혀를 꽉 붙들어 맸고, 연기처럼 피어오른 불안감이 마음을 고문했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추측이었지만, 동시에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미묘한 설득력을 갖춘 모순적인 확신이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던 차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쩌면, 누나가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말에 사틴은 깜짝 놀랐다.

 

  “뭐?”

 

  차우는 당황해서 즉시 진정하라는 듯 손짓을 했다.

 

  “아니,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그럼에도 사틴은 쉽사리 진정을 못했다. 괜히 말을 꺼냈군. 옆에서 열심히 사틴을 진정시키는 동안 차우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만약에-라는 경우를 가정해본거야. 설령 진짜로 누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누나라면 그게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

 

  당연한 소리였다. 네로는 자신들보다 훨씬 더 오래 조사를 해왔고, 자신들이 내렸던 답을 이미 한참 전에 내렸을 것이다. 자신도 생각했는데 네로라고 생각 못할까.

  다만 그럼에도 차우는 의심이 가기는 했다. 왜 누나는 이런 정보를 숨겼을까? 바빠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일까? 어쩌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든가. 후자가 좀 더 가능성이 있었다. 차우는 사틴이 함부로 정보를 가져가서 이용한 것을 크게 혼낸 네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을 보자면, 위험한 일에 깊숙이 끌어 들이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정대로 누나가 자신들을 의심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척 일부러 우리를 곁에 두고 감시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모든 가능성은 늘 그렇듯 열려 있었다.

  아무튼 차우 스스로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앞으로 걸어가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누나의 뜻을 우리는 알 수 없어. 그러니 우리도 무작정 누나를 의심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누나가 시키는 대로 해보자.”

  “그래 좋아.”

 

  사틴은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 마리 할머니한테도 가봐야 하잖아.”

 

  차우는 잠시 생각을 거듭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메린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거, 기억해?”

 

  사틴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조금 전의 일이었으니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집을 나오기 전, 메린이 자신들에게 신신당부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차우 말대로 나도 너네 마을 사람 중 한명이 범인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근처 마을에서만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와중에도 지난 1년 동안 너희 마을 내에서는 단 한 번도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 정도 수준의 주술을 연마할 수 있는 여유와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희 마을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 이 세 가지만으로도 어느 정도 조사의 폭을 좁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머지는 너희한테 맡기마.’

  “하지만 그것도 그냥 수많은 추리 중 하나일 뿐이잖아.”

 

  사틴은 어깨를 으쓱했다.

 

  “차우, 나도 범인이 마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어떤 추리를 내놓아도 좋은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그 말에 사틴은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차우는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설령 이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일단 조사는 해보고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좋아. 그럼 다시 물어볼게. 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

 

  사틴은 잠시 제자리에 멈추더니 차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차우는 그가 무척 진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쨌든 그가 답을 원하고, 자신도 세세하게 답을 주어야 했다. 차우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우선 네로 누나 문제는 접어두자. 일단 우리 마을에서 재력이 많은 순으로 조사를 해보자.”

  “네로 누나한테는 말하지 말고?”

 

  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여기서 상황을 정리해보자.”

 

  그 뒤, 차우와 사틴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마을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구별하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숲과 마을을 잇는 휑한 길이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오히려 주변에 자신들 이외에 다른 사람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짧게나마 멀리 흘러갔다. 태양이 아직 서산 뒤편에 걸려 있었고, 주홍빛 물결이 다소 어두워졌다. 긴 밤을 향해 노를 젓는 뱃사공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갔다. 누구도 뱃사공의 행동을 어길 수 없었고, 아무도 배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안에 잠든 생명이, 물결치는 시간과 함께 잔잔히 울려 퍼지는 고요함이 있었다. 얼음장 같은 찬바람과 마법 같은 순간들, 메마른 나무,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과거 역시 뱃사공 발밑에 찐득하게 고여 있었다.

  그 시간의 흐름 속, 틈새와 균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 속에서 두 사람은 마침내 인물을 모두 가려낼 수 있었다. 사틴은 그 즉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보기 싫은 사람들만 엄청 많네.”

  “그러게 평소에 관리 좀 하지.”

 

  차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오늘은 가볍게 두 사람만 조사해보자. 난 마리 할머니를 만나볼게. 넌 제리 할아버지를 보러 가봐.”

  “뭐? 다른 사람은 안 돼? 왜 굳이 제리 할아버지를······.”

 

  사틴은 질색하는 듯 손사래를 쳤다.

 

  “다른 사람은 안 돼?”

 

  차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잔말 말고 다녀와.”

  “으······. 진짜 싫다.”

 

  사틴은 그렇게 말하더니 신경질적으로 발을 두어 번 굴렀다.

 

 

 

 ****

 

 

 

  두 사람은 이윽고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날이 점점 지고 있었지만 상점가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우와 사틴은 상점가 사거리에서 다시 만나는 걸 기약하고 서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찬바람이 사정없이 불어오는 가운데, 차우는 입고 있던 옷을 더욱 여미었다. 날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날씨는 더욱 추위로 만연해졌다. 차우는 원망스럽게 지나가는 시간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며 묵묵히 발을 놀렸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은 점점 커졌다.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그는 상점가를 빠져나와 주택가로 들어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상점가와 달리 주택가는 조용함 그 자체였다. 이따금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유려한 공기만이 나지막하게 구르는 그 길가 위에서, 사람이라고는 차우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그 침묵과 함께 입을 닫은 채 그저 앞으로만 걸어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리 할머니네 집이었다.

 

  ‘지금쯤이면 파티가 끝났겠지.’

 

  차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홍차 파티는 이미 끝나고 뒷마무리까지 모두 하셨으리라. 그러면 자신이 찾아가 자연스럽게 영주의 조사 자료를 요구하면서 할머니를 살펴보면 될 터였다. 계획은 완벽했다.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모두 계획대로만 되겠는가.

  마리 할머니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차우는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대문 앞에 도착한 그가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음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즉시 의아함을 느낀 차우는 몇 번 대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나?’

 

  그럴 리 없었다. 샐리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마리 할머니는 웬만하면 집에 계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몇 번이나 대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나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도 없을 리는 없을텐데.....’

  “차우니?”

 

  차우가 그 자리에 서서 잠시 기다리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말했다.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샐리 아주머니?”

  “여기는 무슨 일이니, 차우?”

 

  순간 차우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사실대로 고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는 ‘비밀 조사’였다. 그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마리 할머니한테 볼 일이 있어서요. 네로 누나의 심부름이 있었거든요.”

 

  그러자 샐리 아주머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 어쩌니. 지금 부인은 안 계실 텐데.”

  “네? 무슨 말씀이세요?”

 

  차우의 물음에 샐리는 살짝 목소리를 낮추더니 말했다.

 

  “그게 말이다, 실은 부인이 오늘 홍차 파티도 갑자기 취소를 하셨어. 파티준비 하는 걸 도우려고 아침 일찍 집에 찾아갔는데, 부인이 갑자기 나오셔서는 오늘 파티는 안 하신다고 하시더라고. 놀라서 물어보니까 급하게 갈 곳이 생겨서 그렇다고 하시더라. 그 뒤로 부인이 너무 급하게 어디로 가셔서 붙잡지도 못했지. 아무튼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다 알렸단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2화 2019 / 10 / 30 219 0 6101   
12 11화 2019 / 10 / 30 243 0 5549   
11 10화 2019 / 10 / 30 226 0 5234   
10 9화 2019 / 10 / 30 239 0 5397   
9 8화 2019 / 10 / 30 253 0 6271   
8 7화 2019 / 10 / 29 239 0 5536   
7 6화 2019 / 10 / 29 235 0 8740   
6 5화 2019 / 10 / 29 234 0 8386   
5 4화 2019 / 10 / 26 228 0 12154   
4 3화 2019 / 10 / 26 254 0 8153   
3 2화 2019 / 10 / 9 244 0 16607   
2 1화 2019 / 10 / 9 243 0 11973   
1 Prologue 2019 / 10 / 9 396 0 506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살루스 : 여정의
치르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