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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몽키 가나슈 : 사라진 아이들
작가 : 알론조
작품등록일 : 2019.9.29

그곳이 수상하다!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얼룩져있는 보육원,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곳을 탈출한 아이들도 초콜릿 상점 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두 곳은 어떤 비밀들을 품고 있을까?

 
몽키 가나슈 : 사라진 아이들 - 3
작성일 : 19-10-30 20:43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1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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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81 시골길 / 새벽

 

 양 옆에 논들이 있고 좁다란 시골길은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길에는 작은 웅덩이가 몇 개씩 있다.

 낡은 신발은 웅덩이의 물들을 튀겨내며 지나고 있다.

 며칠 전 변 실장에게 맞은 후유증 탓인지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걸어가는 김 노인.

 가슴팍 서류를 품듯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김 노인의 표정은 매우 비장하다.

 웅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김 노인의 옷은 이미 흙투성이다.

 힘겹게 일어나는 김 노인은 잠시도 쉬지 않고 걸음을 이어간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김 노인

 

 S# 82 시가지 / 이른 아침

 

 만신창이가 된 김 노인은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다리를 절다 못해 질질 끌며 걸어간다.

 김 노인에게서 멀찌감치 천천히 따라오는 승용차 한 대.

 김 노인은 앞만 보고 걸어간다.

 

 S# 83 몽키 가나슈 밖/ 이른 아침

 

 가게 앞에 다다른 김 노인은 안쪽에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 문을 두드린다.

 이때 맞은편에 있던 차에서 변 실장이 내려서 김 노인 쪽으로 다가간다.

 김 노인의 어깨를 세차게 내리치듯 잡는 변 실장

 

 변 실장

 너! 여기 왜 왔어!

 

 놀란 김 노인은 뒤를 돌아보고는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을 친다.

 

 김 노인

 그- 그게-

 

 가게의 문에 막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김 노인

 변 실장은 김 노인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변 실장

 니가 아침부터 쪼꼬렛 사 쳐먹을려고 온건 아닐 테고

 방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할 니가 여기 왜왔냐고!

 

 김 노인은 더 이상 대꾸나 반항을 하지 않은 채 품속에 있는 서류를 꼭 품는다.

 그런 행동에 김 노인의 가슴팍에 손을 뻗는 변 실장

 

 변 실장

 돈이라도 훔친 거야!

 이리 내놔!, 감추고 있는 게 뭐냐고!

 이때 가게의 문이 열리고 바나나 아저씨가 나온다.

 변 실장의 팔을 부여잡고 비틀 듯 김 노인에게서 떼어 놓는다.

 

 변 실장

 아-! 이거 안 놔!

 

 바나나 아저씨

 (밀듯이 팔을 놓으며) 어이 시소!

 넌 어제도 오고 오늘도 오고 정들겠다, 아주-

 

 변 실장

 (비웃으며) 어제도 오게 하고 오늘도 오게 하는

 니 정체는 뭐냐?

 

 바나나 아저씨

 정체?

 몰라서 묻냐?

 너같이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새끼

 잘게 썰어서 초콜릿에 토핑 하는 사람인거,

 마침 잘 됐네.

 안 그래도 재료가 딱 떨어졌는데.

 (손짓하며) 이리와!

 

 변 실장

 (두 어 발짝 물러서며) 내가 니 정체 꼭 밝혀낸다.

 (김 노인을 보며) 미주시는 변 원장이 꽉 잡고 있어.

 시장이고, 경찰청장이고 다 대가리 숙이고 살아.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너는 변 원장 손바닥 안이야!

 

 바나나 아저씨

 이 새끼가 아버지뻘 되는 분한테 너라니!

 혓바닥을 뽑아서 믹서기에 갈아버릴라.

 

 변 실장

 (웃으며) 아버지뻘?

 시발! 저런 인간이 애비가 됐었던 적이 있었을 거 같아?

 니들 무슨 꿍꿍이 인줄 모르겠지만 뭘 하던 하지마라

 그게 신상에 좋으니깐.

 

 

 

 바나나 아저씨

 어이 시소, 너는 주둥이도 삐뚤고, 귓구녕도 삐뚤고

 대가리도 삐뚤어?

 여기 어르신이 왜 오시겠어?

 초콜릿 가게에 초콜릿 사러오는 게 지극히 정상 아냐?

 초콜릿 가게에 애 찾으러 오는 니가 비정상이지 안 그래?

 

 변 실장

 저 노인네가 쪼꼬렛?

 참, 가지가지 한다.

 웃으라고 하는 얘기냐, 믿으라고 하는 얘기냐?

 

 바나나 아저씨

 니 땅콩만한 뇌로 뭘 생각하겠니.

 여기 어르신은 부인 기일이 되면 초콜릿을 사러 오셔.

 그걸 들고 성묘를 가시는 거고,

 근데 왜 내가 너 같은 새끼한테 설명해야하니?

 

 변 실장

 지랄도 세트로 하고 자빠졌네.

 그런다고 죽은 마누라가 살아 돌아와?

 동네 개새끼 버리듯 버린 자식이 돌아와?

 시발 눈물겹다.

 

 바나나 아저씨

 한마디만 더해봐.

 허리를 반으로 접어 버릴 라니깐.

 

 바나나 아저씨는 김 노인을 자신의 몸에 붙여 부축하고 변 실장을 노려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변 실장은 자신의 차로 돌아가서 그들의 모습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

 

 S# 84 몽키 가나슈 안 / 아침

 

 김 노인을 자리에 앉히는 바나나 아저씨

 

 바나나 아저씨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바나나 아저씨는 길 건너 변 실장이 주시하는 것을 의식한 듯 쇼 윈도우에 블라인드를 내린다.

 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음료와 초콜릿을 내어 온다.

 음료와 초콜릿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김 노인의 맞은편에 앉으며 쟁반을 옆자리에 둔다.

 

 바나나 아저씨

  이거 좀 드세요.

 

 김 노인

 (서류를 꺼내며) 선생 이거부터 받으세요.

 

 바나나 아저씨

 (받으며) 어르신 이게 뭐에요?

 

 김 노인

 네- 작년에 아이들 넘긴 판매 장부에요.

 거기 관련된 사람들 돈이 오고 간 명단이구요.

 

 바나나 아저씨

 이걸 어떻게-------

 

 김 노인

 이제 때가 된 거 같아요, 선생

 매번 팔려 가는 아이들 주소지를 주면

 그때마다 구출해 오는 선생도 녹록치 않을 거요.

 미주시는 변 실장 말대로 원장 편이요.

 서해시 남부 경찰서에 이상배 라는 사람 실력 있고 유능한 경찰이라고 봤어요.

 그분께 부탁해서 저 보육원의 악행을 막아야 해요.

 

 바나나 아저씨

 (잠시 고민하고는) 네- 어르신,

 그동안 주신 자료들 하고 같이 정리해서

 신속하게 진행 할게요.

 너무 염려 마시고 우선 이것부터 드세요.

 

 김 노인은 그의 말에 조심스레 몽키 가나슈를 하나 집어 든다.

 한 입 베어 물고 달콤함에 놀라 눈이 커지더니 이내 회상하듯 눈을 감는다.

 

 S# 85 상가 집 / 밤(INS)

 

 마당에는 조문객들이 술 상 앞에 앉아 있고 동네 아낙들은 음식들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다.

 상복을 입은 어린 두 남매는 어미의 죽음을 잘 모르는 듯 마당을 뛰어 다니고 있다.

 문이 활짝 열린 방안에는 영정사진이 놓인 상 앞에 상복을 입은 젊은 시절의 김 노인이 널브러져 앉은 채 소주를 병체 마시고 있다.

 

 조문객 남1

 (아이들을 보며) 어디 하나 딱하지 않은 사람이 없네.

 조문객 남2

 그게 무슨 소리요?

 

 조문객 남1

 자네는 이사 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구만

 저기 애들 아빠는 고아출신 아닌 가,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험하디 험한 일은 다하고 다니다

 애들 엄마 만나서 애들 놓고 먹고 살만 하니까

 폐암이 턱하고 걸려 그 병원비 충당하느라

 있던 전답도 다 팔고 그것도 모자라서 빚을 내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저렇게 정신 줄 놓아버리고 맨 날 술에 찌들어 사니

 애들을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는가?

 그러니 죽은 애들 애미도, 저 양반도, 애들도 다 불쌍하지.

 

 조문객 남2

 그럼 애들은 누가 돌봐요?

 

 조문객 남1

 누가 돌보긴 지금까지야 동네사람들이 돌아가며 챙기긴 하는데

 언제까지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 애비가 정신 차리고 애들하고 살길 찾아야지.

 

 조문객 남2

 형님 근데 듣자하니

 글을 전혀 못 읽는다면서요?

 

 조문객 남1

 어허 이 사람 큰일 날 소리 하는구만.

 글 못 읽는다고 일터에서 맨 날 구박 받고 그러니

 마누라가 밤마다 애들 몰래 글공부를 시켰지 않은가.

 저 양반도 맹꽁이가 아닌 터라 금방 배웠지.

 

 조문객 남2

 아- 그렇구나.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애들 봐서라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텐 데요.

 

 조문객 남1

 이 사람아 자네 걱정이나 하게.

 맨 날 화투판이나 다방에 어슬렁거리지 말고 정신 좀 차리게-

 그 소리에 창피한 듯 헛기침을 하며 소주를 들이키는 조문객 남2

 

 S# 86 몽키 가나슈 안 / 아침

 

 김 노인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바나나 아저씨가 들고 있는 장부를 쳐다본다.

 

 김 노인

 그게 다 내 탓이요.

 그 애들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애들한테 몹쓸 짓을 한 거 에요.

 

 바나나 아저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르신

 

 김 노인

 그때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해요.

 (눈물 고이며) 그때 그랬어야 했어요.

 

 S# 87 보육원 입구 / 이른 아침(INS)

 

 보육원 입구 앞에는 두 남매와 젊은 시절 김 노인이 있다.

 행색이 초라한 아이들 아빠는 쪼그려 앉는다.

 아이들에게 커다란 허쉬 초콜릿을 하나 씩 손에 쥐어준다.

 

 젊은 김 노인

 찬석아, 찬미야.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

 저기 입구로 걸어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나와서 아빠가 다시 올 동안

 먹을 거나 잠자는 거나 공부하는 거 까지 다 챙겨 줄 거야.

 그러니까 여기 선생님들 말 잘 듣고 기다려.

 아빠가 너희들이랑 살 집 마련해서 좋은 차 끌고 데리러 올게

 

 찬미

 (울먹이며) 아빠-

 

 젊은 김 노인

 찬미야, 울면 안 돼,

 니가 울면 동생을 못 지켜

 찬석이 지킬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아빤 찬미 믿어.

 (주머니에 종이를 넣으며) 이건 저기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나오는 선생님께 드려.

 찬미

 아빠-

 

 찬석

 아빠 언제 올 거야?

 

 젊은 김 노인

 응, 찬석아 얼마 안 걸릴 거야.

 그러니깐 너도 누나 말 잘 듣고

 대들지 말고 지내고 있어.

 누나가 하는 말은 아빠가 하는 말이랑 같으니깐

 알았지?

 얼른 들어가, 아빠 가야해.

 

 아이들이 안으려 하자 젊은 김 노인은 마음이 약해지는 게 싫은 듯 양 손으로 아이들을

 막으며 세우고 보육원 건물 쪽으로 아이들의 몸을 돌린다.

 등을 떠미는 젊은 김 노인

 아이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다가 뒤를 돌아본다.

 가라는 손짓을 하는 젊은 김 노인.

 두 남매는 앞을 보고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지만 젊은 김 노인은 온데간데없다.

 두 남매가 가로 지르는 운동장에는 쓸쓸한 낙옆만 동행해 준다.

 

 S# 86 몽키 가나슈 안 / 아침

 

 바나나 아저씨

 아-----------

 

 김 노인

 그리고는 뭐든 열심히 했어요.

 애들 데려가려고 지독하게 살았지요.

 근데 세상이 그리 쉽나요.

 돈 떼이고, 장사하는 족족 망하고,

 그길로 또 오랜 세월 술독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들더라고요.

 부랴부랴 찾아갔는데 이미 애들은 어른이 되어 있었고.

 아는지 모르는지 고맙게도 지켜볼 수 있게 일자리를 주더라고요.

 평생 속죄 하며 살아야죠.

 그 죄 제가 대신 다 갚아야죠.

 

 바나나 아저씨

 어르신, 너무 자책 마세요.

 어르신도 충분히 힘드셨어요.

 김 노인

 애들이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숨 쉬고 살아 있는 게 미안해요.

 

 바나나 아저씨

 (손을 잡으며) 어르신, 진정하시고

 오늘은 저와 함께 계시죠.

 저쪽도 눈치 챈 거 같으니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김 노인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일어나며) 아니에요, 이건 선생께서 처리해 주시고

 저는 가봐야 해요, 제가 가지 않으면 선생만 더 곤란해져요.

 부탁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 노인은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뒤돌아서서 바나나 아저씨를 쳐다본다.

 만류가 소용없음을 안 바나나 아저씨도 그저 김 노인만 쳐다 볼 뿐이다.

 

 김 노인

 저 쪼꼬렛 이름이 뭐라고 했죠?

 

 바나나 아저씨

 아- 네, 몽키 가나슈라고 합니다.

 좀 싸드릴게요, 계셔 보세요.

 

 김 노인

 (손을 내저으며) 저한테는 그 정도 달콤한 시간이면 되었어요.

 

 김 노인은 허리를 굽혀 바나나 아저씨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간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을 한 바나나 아저씨는 김 노인의 뒷모습만 말없이 바라본다.

 

 S# 87 보육원 원장실 안 / 저녁

 

 소파 상석에는 변 원장, 우측에는 변 실장이 앉아있다.

 

 변 실장

 일단 민 사장한테는

 조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겁까지 줘 놨으니 당분간 전화 올 일은 없을 거예요.

 

 변 원장

 그 놈이 거짓말 할 가능성은?

 변 실장

 아뇨,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세해요.

 아! 그리고 윤우가 쪼꼬렛 어쩌고저쩌고 했다는데,

 

 변 원장

 초콜렛?

 오늘 그 영감탱이가 거기 갔었다고 했지?

 오늘부터 그 가게에 있는 그놈,

 어딜 가는지, 누구랑 만나는지, 집은 어딘지

 숨소리까지 놓치지 말고 캐내봐!

 

 변 실장

 네, 말 하는 걸로 봐서는 한 두 번 본 사이가

 아니던데요,

 엄마 기일 때-마다

 

 변 원장

 (웃으며) 엄마?

 찬석아!

 

 변 실장

 (놀라며) 네- 죄송합니다.

 

 변 원장

 우리는 엄마라고 하는 사람이 죽는 순간

 부모라는 건 존재 하지 않았어.

 오로지 내 힘으로 버티고 살아왔지.

 대비도 없이 죽는 인간, 찰나에 버리는 인간, 나 몰라라 하는 인간들한테

 고마워해야지, 더 독하고 질기게 살 수 있었으니깐.

 

 변 실장

 네-

 

 변 원장

 (차를 마시며 내려놓으며) 어젯밤에 말이야.

 그 영감탱이가 내방에 왔더라,

 그러면서 뭐라더라?

 찬미야- 그러지 말래

 기가차서!

 

 변 실장

 (놀라며) 그래서?

 그 사람이 뭐래?

 

 변 원장

 그 사람?

 너! 영감탱이가 애비인거 언제 알았어?

 

 변 실장

 몰라- 언젠지 기억이 안나.

 

 변 원장

 알았으면 보고를 했어야지.

 왜 입 다물고 있었어?

 연민이라도 남아 있었던 거야?

 

  변 실장

 (머뭇거리다) 고통스럽게 해 줄라고,

 우리 사는 거 보면서 죄책감 느끼면서

 고통스러워하라고-

 

 변 원장

 (피식대며) 찬석아,

 진짜 고통은 그런 게 아니지.

 진짜 고통은 말이지

 애비랍시고 찾아온 그 인간한테

 더 이상 우릴 멀리서도 못 보게 해주는 거야.

 

 변 실장

 내 쫓으라고?

 

 변 원장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변 실장의 옆자리에 앉는다.

 변 실장의 머리를 쓰다듬는 변 원장

 변 원장의 행동에 어깨를 움츠리는 변 실장.

 

 변 원장

 내가 왜 너한테 누나라는 소리 못하게 하는 줄 알아?

 넌 변 실장 일 때는 머리도 빠르게 돌아가고 냉정해지는데

 찬석이 일 때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란 말이야,

 찬석아!

 

 

 변 실장

 어-

 

 변 원장

 내 쫓는 것만 우릴 못 보는 걸까?

 

 변 실장

 (눈이 점점 커지며) 그럼, 아빠를 죽이라고?

 

 변 원장

 (태연하게) 요즘 사고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변 실장

 사고로 위장하라고? 왜?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

 누난 처음부터 다 알고선 일하게 했구나,

 보험도 들어주고,

 결국 이 계획 이였어?

 아무리 그래도 난 사람 죽이는 건 못해!

 

 변 원장

 (세차게 따귀를 때리며) 정신 차려 새끼야!

 그날 우리가 버려진 그날!

 니가 애비라고 부르는 그 양반이 우릴 죽인 거나 다름없어.

 

 변 실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이 고인 채로 변 원장을 보고 있다.

 

 변 원장

 아직 눈물 흘리기는 일러!

 저 영감탱이가 뒤졌을 때 그때 제대로 쏟아 내란 말이야.

 알겠어?

 그동안 보살펴 줬으니 이제는 이 누나한테 보탬이 되려면

 니 특기를 발휘해야 하지 않겠어?

 

 변 실장은 말없이 변 원장만 바라본다.

 

 S# 88 시가지 / 낮

 

 우체국 앞에 노란색 뉴 비틀이 정차한다.

 차에서는 바나나 아저씨가 내린다.

 멀리 슈퍼마켓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변 실장

 우체국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슈퍼마켓 쪽으로 몸을 돌리는 바나나 아저씨.

 변 실장은 슈퍼마켓 안쪽으로 몸을 숨긴다.

 S# 89 시가지 슈퍼마켓 안 / 낮

 

 바나나 아저씨는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온다.

 매장 끝 쪽에 있는 변 실장을 발견한다.

 변 실장에게 다가가는 바나나 아저씨

 

 바나나 아저씨

 껌 사러 왔니?

 

 변 실장

 내가 뭘 사먹던 니가 뭔 상관인데!

 

 바나나 아저씨

 어, 내가 껌 사줄려고 그러지

 몇 개나 사줄까?

 한 백 개 사줘?

 그래야 니 주둥아리 붙일 수 있겠다, 그치?

 쥐새끼처럼 숨어서 쫓아다니는 거 한 번만 더 걸려봐.

 아주 가루로 만들어 줄 테니깐

 

 변 실장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바나나 아저씨

 그래도 이 새끼가!

 

 변 실장의 턱을 한 손으로 움켜잡는다.

 으스러질 정도로 쥐자 버둥대며 빠져나가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바닥으로 변 실장을 내 팽겨 친다.

 

 바나나 아저씨

 아가리 똥내 안 나게 다물고 다녀!

 

 바나나 아저씨는 뒤돌아서서 슈퍼마켓을 나가며 카운터의 주인에게 목례를 하며 나간다.

 겁에 질린 슈퍼마켓 주인이다.

 변 실장은 분한 듯 턱을 어루만지며 그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 90 시가지/ 낮

 

 바나나 아저씨는 차량으로 돌아와 조수석 문을 열고 서류봉투를 꺼내 든다.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우체국을 향해 걸어간다.

 서류봉투에는 ‘서해시 남부 경찰서 강력1팀 이상배 경사 귀중’ 이라고 적혀 있다.

 

 

 S# 91 보육원 사무실 안 / 낮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과 가희 엄마가 같이 있다.

 가희 엄마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다.

 

 가희 엄마

 이제 다 된 건가요?

 

 박 계장

 네, 사모님 다 됐습니다.

 서류나 실사 제대로 다 진행되어서

 심사결과가 적격으로 나왔으니

 오늘이라도 데리고 가셔도 됩니다.

 다윤이 불러 올까요?

 

 가희 엄마

 아뇨, 오늘은 그냥 돌아갈게요.

 다윤이도 친구들이랑 작별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박 계장

 아-

 그럼 내일 오셔서 데리고 가시는 거죠?

 

 가희 엄마

 네,

 바깥양반이 오늘 귀국해서요.

 내일 같이 오려구요.

 

 박 계장

 네-

 그럼 한국에 조금 계시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는 건가요?

 

 가희 엄마

 네,

 그것 때문에 그이가 들어오는 거니까요.

 

 박 계장

 아- 네 잘 알겠습니다.

 

 

 가희 엄마

 네, 그럼

 

 가희 엄마는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간다.

 

 권 선생

 너무 FM이라 요구도 못하겠어요.

 

 최 선생

 목소리 낮춰요.

 들으면 어쩔려고,

 잘못했다가는 우리 다 모가지에요.

 

 박 계장

 모가지면 다행이죠.

 철창행이에요.

 평생을 콩밥 먹는다고요, 아시겠어요?

 입 조심들 좀 해요.

 

 S# 92 보육원 여아 방 안 / 밤

 

 모두가 잠들어 시간

 다윤과 가희만이 옆에 바싹 누워 눈을 뜨고 있다.

 

 다윤

 가희야, 자?

 

 가희

 아니, 넌? 잠이 안와?

 

 다윤

 응, 내일 간다고 하니깐 잠이 안와.

 

 가희

 다윤아,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아야해.

 

 다윤

 왜? 넌 안가?

 너네 엄마잖아.

 

 가희

 다윤아, 난 안가 아니 못가.

 

 다윤

 그게 무슨 말이야!

 같이 가야하잖아.

 우린 절친 이잖아.

 

 가희

 그래, 맞어 절친.

 근데 다윤아,

 난 니가 힘들고 슬플 때 옆에 있는 친구야.

 행복해지면 내가 없어도 돼.

 

 다윤

 (울먹이며) 안 돼! 옆에 있어야 돼

 같이 가야돼!

 

 가희

 다시는 나 만나면 안 돼,

 알았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눈을 감으며) 졸립다.- 나 잘래. 안녕- 다윤아- 안녕-

 

 다윤

 (울음을 터트리며) 가희야- 가희야-

 

 오열하는 다윤 옆의 가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는 하얀색 곰 꼬미가 사람처럼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깊은 밤, 적막한 밤, 다윤의 울음소리만 복도를 통해 울려 퍼진다.

 

 S# 93 보육원 운동장 / 아침

 

 보육원 현관 문 앞에는 꼬미 인형을 꼭 끌어안은 다윤과 가희 엄마,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서 있다.

 그 옆으로는 변 원장과 변 실장, 직원들, 시청의 강 계장이 서 있다.

 

 강 계장

 다은이는 좋겠네?

 이렇게 좋은 부모님을 만나고,

 

 가희 엄마

 다윤이에요, 이 아이 이름은-

 변 원장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강 계장

 아-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 명을 처리하다 보니까

 이름이 헤깔려서요.

 

 가희 엄마

 입양을 처리라고 하시는가 보죠?

 

 강 계장

 (당황하며) 아- 서류처리를 말씀 드리는 겁니다.

 오해 마세요.

 

 가희 엄마

 (무시하고) 원장님, 실장님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게 되어서-

 

 변 원장

 별말씀을요- 다- 다윤이가 가진 복이죠.

 

 다윤 앞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쓰다듬는 변 원장

 다윤은 놀란 듯 움찔거린다.

 

 변 원장

 그래, 가서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행복하게 살아-

 (가희 엄마를 보며) 이 아이와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눈물을 보이며) 제 친딸 보내는 것 같네요.

 

 가희 엄마

 네ㅡ 잘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 드려요.

 미국에 가서라도 저와 바깥양반과 보육원에 보탬이 되도록

 늘 후원하고 신경 쓰겠습니다.

 (인사를 하며) 감사합니다.

 

 변 원장은 일어서서 같이 인사를 하고 다윤에게 손을 흔들지만 다윤은 반응 하지 않는다.

 그 옆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인사하고 다윤에게 손을 흔든다.

 중년남성은 가벼운 목례를 하고 짐을 들고 차에 오르고. 뒷좌석에 앉은 다윤과 가희 엄마

 다윤은 보육원을 빠져나가는 자동차의 유리창으로 건물의 2층 쪽으로 올려다본다.

 차량이 완전히 바쪄 나갈 때 쯤 2층에서 가희가 웃으며 다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자동차의 뒷유리 쪽으로 건물을 보며 울면서 힘차게 손 흔드는 다윤.

 그런 다윤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가희 엄마.

 S# 94 보육원 원장실 안 / 낮

 

 소파의 상석에는 변 원장이 앉아 있고 좌측에는 강 계장, 우측에는 변 실장이 앉아 있다.

 세 사람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변 원장

 미주시 말고 타 지역에도 접수된 게 없다는 말씀이죠?

 

 강 계장

 네, 원장님

 그 어느 곳에서든 흔적이란 게 발견되기 마련인데

 이상 하리 만큼 깨끗해요.

 

 변 원장

 (변 실장을 보며) 경찰 쪽은?

 

 변 실장

 (고개를 저으며) 아무런 답이 없어요.

 

 변 원장

  (강 계장을 보며) 계장님은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조금 더 알아봐 주세요.

 이거 잘못되면 다 죽는 거예요.

 

 강 계장

 그럼요, 너무나도 잘 알죠.

 저도 인맥 동원해서 여기 저기 알아볼게요.

 

 변 원장

 강 계장님!

 

 강 계장

 네? 원장님-

 

 변 원장

 아직 사태 파악 안 되시는가 본데요.

 이번 일은 은밀하게 진행 되어야 되요.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일이 아니란 말씀이에요.

 

 

 

 강 계장

 네, 잘 알겠습니다.

 신중하게 진행하겠습니다.

 

 변 원장

 알겠어요.

 다시 연락드릴게요.

 전 변 실장이랑 할 얘기가 남아서-

 

 강 계장

 아- 네

 그럼 전 이만-

 특이사항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강 계장이다.

 

 변 원장

 그래 그 초콜렛 가게는 좀 알아봤어?

 

 변 실장

 그게, 냄새는 나는데

 워낙 비밀스런 놈이라

 가게에 나오는 거 말고는 다른 건

 죄다 퀘스천 마크에요.

 

 변 원장

 분명 그런 놈도 허점은 있어.

 안되면 영감탱이라도 털어봐!

 먼지라도 하나 나오지 않겠어?

 

 변 실장

 (고개를 숙이며) 네

 

 S# 95 서해시 남부 경찰서 강력1팀 / 오전

 

 사무실안의 책상은 다 비워져있고 구석의 파티션 너머 회의 탁자에 둘러 앉아있다.

 

 정 팀장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우리 이 형사가 표창을 받으면서

 전국의 경찰관계자나 언론들이 집중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사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되고

 아울러, 이번 주부 도박단 수사는 잡음 없이 해야 된다.

 전 형사

 잡음이라면? 어떤?

 

 정 팀장

 모두가 이 형사한테 포커스를 맞출 거 아니겠냐고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검거를 실패 했을 때

 그 비난을 이 형사가 다 받아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주부 도박단 검거 작전에는 이 형사는 사무실에서 내부 지원을 맡으라는 거야.

 

 이 형사

 팀장님, 저도 현장에서 뛰고 싶은데-

 그거 무섭다고 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 팀장

 이 형사, 니 마음 알겠는데.

 그렇다고 내부지원을 막내를 맡길까 아님 내가 할까?

 그리고 너 신문이나 TV에 얼굴 노출 많이 돼서 당분간은 내근 하는 게 좋겠어.

 너 정보력 좋으니까 계속해서 옮겨 다니는 도박단 아지트 경로를 추적해서

 실시간으로 알려 달라는 거야.

 이참에 플래시 세례 받느라 지친 몸 쉬게 해줄 겸-

 

 이 형사

 네, 알겠습니다.

 

 정 팀장

 그래, 휴가라고 생각해.

 

 전 형사

 와- 우리 팀장님 독하다.

 휴가도 사무실에서-

 어우 징글징글 해!

 

 정 팀장

 왜? 너도 휴가 가고 싶어?

 원하면 얘기해

 평생 휴가 줄 준비는 돼있으니깐.

 

 전 형사

 (딴청 피며) 팀장님, 커피 드실래요?

 

 

 정 팀장

 됐다, 니가 침 뱉을까봐 안 먹을란다.

 

 정 팀장의 말에 다들 웃고 만다.

 그때 경찰서 여경 한명이 노크를 하며 들어온다.

 

 

 여경

 아, 회의 중이시네요.

 여기 우편물 놓고 가겠습니다.

 

 전 형사

 (보며) 우편물이 왜 이렇게 많아?

 

 여경

 아- 대부분이 이 형사님한테 온 팬레터예요.

 

 전 형사

 그래? 우리 이 형사 이젠 스타네 스타!

 

 여경

 그러게요, 이 형사님 나중에 한 턱 내야겠어요.

 

 이 형사

 아- 네, 고맙습니다.

 나중에 밥 살게요.

 

 전 형사

 뭐야, 둘만 밥 먹는 거야?

 

 정 팀장

 넌 좀 빠져라,

 그렇게 눈치가 없니?

 

 그 말에 여경은 얼굴이 붉어지며 사무실을 나간다.

 

 정 팀장

 회의 끝!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형사들

 이 형사는 자신의 앞으로 온 우편물을 확인하고 많은 양을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자리에 앉아 하나씩 하나씩 넘겨보다가 화려한 편지봉투와 달리 황색 대봉투를 유심히 본다.

 대 봉투에는 서해시 남부경찰서 이상배 경사님 앞이라고 적혀 있고 보낸 사람에는

 미주시 미주우체국 ‘B' 라고만 적혀 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봉투를 열어보는 이 형사.

 여러 이름과 금액들이 적혀있는 서류 뭉치들 앞에 한 장의 메모가 있다.

 그걸 유심히 읽어보는 이 형사

 

 바나나 아저씨(V.O)

 안녕하십니까?

 우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이 서류들은 미주시 새희망 보육원에서 입양을 가장한

 아이들 불법매매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원칙적으로 입양이 불가한 사람들에게 공무원들과 공모하여

 아이들을 매매하고 그 부분에서 생긴 이득을 나눠 가진 증거 문서입니다.

 입양 희망자들은 대부분 아동학대를 비롯한 중 범죄자들입니다.

 이렇게 관할서가 아닌 서해시 이상배 경사님께 보내는 이유는

 미주시는 이미 보육원의 원장의 영향력으로 공무원, 경찰등이 이번일에 연류가

 되어있어서 이곳에서 진실을 알리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판단되어서입니다.

 부디 면밀히 조사하시어 위험에 처해진 아이들을 구해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이 형사의 얼굴은 점점 심각해진다.

 서류더미를 뒤져보고는 봉투에 다시 넣고 생각에 잠기는 이 형사.

 

 S# 96 보육원 소각장 / 밤

 

 김 노인은 종이들을 소각하고 있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김 노인

 어릴 적 남매의 웃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그 웃음소리가 성인 남녀의 웃음소리로 바뀌자 화들짝 놀라는 김 노인.

 그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를 따라 두 사람의 검은 실루엣을 확인하는 김 노인.

 

 김 노인

 아- 워-원장님이 여기 어쩐 일로?

 

 변 원장

 왜? 내가 못 올 곳을 왔나?

 

 김 노인

 그게 아니라, 누추한 곳까지 어떻게-

 

 변 원장

 영감, 초콜렛 가게랑 무슨 작당들 하고 있어?

 

 

 김 노인

  작당이라뇨, 그런 거 없어요.

 마누라 기일이라서 쪼꼬렛 사러간 거 이외에는-

 

 변 원장

 마누라? 웃기지도 않네.

 자식새끼도 버리는 파렴치한이 마누라?

 넌 양심 이라는 게 없는 인간이니?

 

 김 노인

 찬미야, 그땐 사정이-

 

 변 원장

 (큰 소리로) 내가 왜 찬미야!!!!

 니가 버린 날 찬미는 죽었어,

 넌 버린 게 아니라 찬석이 찬미를 죽인 거라고!!!!!

 

 김 노인

 (울부짖으며) 내가 다 잘못했으니깐

 이제 그 일 그만 멈춰

 내가 뭐든 할게- 제발

 

 변 원장

 (비웃으며) 내가 말이야,

 이 몸뚱아리 하나로 보육원 원장이 됐어.

 니가 버린 그날부터 여기 원래 원장 변기태의

 온갖 더러운 짓을 참아가며 말이지.

 

 S# 97 보육원 원장실 안 / 낮 (INS)

 

 중년의 남성과 10살가량 찬미가 소파에 같이 앉아있다.

 음흉한 미소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변기태.

 

 변 원장(V.O)

 그런 지옥 같은 날들을 증오하면서

 매일 밤 울음은 삼키고 눈물로 지샜어.

 

 찬미는 이불 속에서 눈물만 흘린다.

 

 변 원장(V.O)

 그러길 10년-

 어느새 그 변기새끼의 애첩이 되어 있더라구.

 S# 98 보육원 원장실 복도 / 밤 (INS)

 

 찻잔을 쟁반에 받치고 복도를 걸어오는 중년 여성

 20대의 찬미가 원장실로 들어가는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다.

 

 변 원장(V.O)

 변기새끼 마누라 보는 앞에서도 당당히 원장실을

 드나들었지, 그런데 그 여편네 한마디도 못했지.

 웬 줄 알아?

 불임 이었거든, 그러니 알면서도 입 다물어야지 어쩌겠어?

 

 S# 99 보육원 화장실 / 밤 (INS)

 

 화장실 구석에서 다량의 약을 먹는 20대 찬미

 

 변 원장(V.O)

 변기새끼도 원치 않았고

 나도 어떤 인간처럼 무책임하게 싸지르는 것도 싫었어.

 

 S# 100 보육원 원장실 안 / 밤 (INS)

 

 20대 찬미와 변기태가 앉아 있고 차를 들고 오는 변기태의 아내

 

 변 원장(V.O)

 그 여편네도 여자인지라

 질투가 있었지.

 그날 밤 평소에 한잔만 가지고 오던 대추가가 내거까지 두 잔인거야.

 그날따라 그년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더라구.

 내 촉이 이거 먹으면 안 되겠다, 딱 탈나겠다, 오더라고.

 그래서 변기새끼는 먹이고 난 먹는 척 안 먹었지.

 

 변기태의 아내가 원장실을 나간다.

 변기태가 대추차를 마시고 20대 찬미 곁으로 오다가 고통스러운 듯 자신의 목을 손으로

 감싸며 쓰러진다.

 그 장면을 웃으며 보는 20대 찬미는 곧장 책상위의 전화기를 든다.

 

 변 원장(V.O)

 변기태는 죽고, 마누라는 살인혐의로 구속되고

 보육원은 변기새끼한테 입안의 혀처럼 굴어서 바로 받아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놨지.

 그렇게 힘들게 온 자리야.

 

 

 S# 101 보육원 소각장 / 밤

 

 김 노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변 원장

 그렇게 매일을 견뎌가며

 내 청춘을 갖다 바치며 힘들게 온 자리를

 니깐게 뭐라고 하라 마라야!

 니가 그럴 자격이 있어?

 

 김 노인

 (울며) ----------

 

 변 원장

 (불꽃을 보며)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안 그래?

 니가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말이지

 단 한번이라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되란 말이야 영감!

 

 김 노인은 변 원장을 올려다본다.

 

 변 원장

 찬석아!

 

 변 실장

 어-어!

 

 변 원장

 시작해-

 

 변 실장은 주저한다.

 

 변 원장

 안하고 뭐해!

 넌 저 인간한테 연민이라도 남은 거야?

 

 변 실장

 아냐- 연민은 무슨-

 누나 나가 있어

 내가 처리할게

 

 변 원장은 표정의 변화 없이 소각장을 나간다.

 변 실장은 불붙은 작대기를 꺼내서 주변에 불붙을 만한 곳에 모조리 불을 붙인다.

 변 실장

 (보며) 내 얼굴 보지 마!

 (눈물을 글썽이며) 원망은 자기 자신한테나 해!

 

 불은 삽시간에 그들을 에워싸고 변 실장은 황급히 그 곳을 빠져 나간다.

 밖에서 소각장의 문을 걸어 잠그는 변 실장.

 문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고 마는 변 실장.

 불길 속에서 문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주머니 속에서 두 남매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드는 김 노인.

 불길은 김 노인을 에워싸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불속의 김 노인은 숭고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S# 102 보육원 원장실 안/ 낮

 

 변 원장은 상석에 앉아 있고 변 실장과 경찰 제복을 입은 남성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경찰청장

 원장님 상심이 크시겠어요.

 그래도 낳아준 아버지라고 이렇게 곁에서 돌봐주시다가

 이런 일을 겪으셨으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변 원장

 그래도 청장님께서 이렇게 신경써주시니

 위안이 됩니다.

 

 경찰청장

 별말씀을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그저 혹시라도 원장님 뜻과 다르게 오해할만한

 것들을 처리했을 뿐인데요.

 신경 쓰지 마시고 아버님 장례나 잘 치르시면 됩니다.

 

 이때 박 계장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박 계장

 원장님!

 

 변 원장

 (놀라며) 예의 없이 무슨 짓이에요.

 손님도 와 계신데.

 

 변 실장

 뭐야!

 박 계장

 바- 밖을 보세요!

 

 변 원장은 짜증 섞인 얼굴로 일어나 창밖을 본다.

 창밖에는 경찰차와 승합차들이 운동장을 가득 매우고 형사들과 기자들로 엉켜있다.

 그중 이 형사와 전 형사, 정 팀장도 있다.

 

 변 원장

 (청장을 보며) 청장님 무슨 일이에요?

 

 경찰청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나 창밖을 본다.

 

 경찰청장

 어? 우리 직원들이 아닌데?

 부른 적도 없고요.

 

 S# 103 보육원 운동장 / 낮

 

 정 팀장

 이 형사랑, 전 형사는 원장실로 가서 체포하고

 나머지는 사무실부터 보육원 전체 뒤지고

 여경들은 아이들 안심시키면서 데리고 나와.

 저항이나 반항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수갑 채워!

 

 형사들과 경찰들은 보육원 건물로 향해 뛰어가고 그 뒤로 기자들이 따라간다.

 

 S# 104 보육원 원장실 안/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형사와 전 형사

 경찰청장은 눈을 부릅뜨고 나선다.

 

 경찰청장

 야! 니들 뭐야!

 누가 지시했어?

 건방진 새끼들 내가 누군 줄 알아?

 

 이 형사

 네, 잘 압니다.

 (수갑을 채우며) 당신을 뇌물수수와 아동학대 방임의 혐의로 체포 합니다.

 당신은 묵비권-

 

 

 경찰청장

 뭐가 어째?

 니네 윗선이 누구야?

 

 이 형사

 아- 우리 윗선은 서에 가면 만나 볼 수 있으니깐

 닥치고 따라가세요.

 어이- 경찰청장이시다.

 정중하게 봉고차 맨 뒷자리 상석으로 모셔!

 

 경찰들이 청장을 붙잡고 나간다.

 다른 경찰에게 체포되어 수갑을 찬 변 실장은 격렬하게 저항 한다.

 

 변 실장

 놔! 이거 안 놔!

 누나! 어떻게 된 거야!

 이것도 누나 계획이지 그치?

 

 변 실장의 말에 아무 대꾸도 못하는 변 원장

 변 실장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끌려 나간다.

 

 이 형사

 변귀희씨-

 다 끝났어요-

 조용히 갑시다.

 

 변 원장

 (미친 듯 웃으며) 인생 참 더럽네.

 애새끼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좋은데 보내준 게 죄야?

 

 이 형사

 본인도 피해자이면서 왜 되 물림을 하세요?

 더 안타까워하고 당신이 겪은 일 겪지 않게 해줘야 정상 아닌가요?

 

 변 원장

 뭐가 정상인데?

 버리는 인간들이 정상이야?

 뭐가 됐던 거둬주는 사람들이 정상이지 안 그래?

 

 이 형사

 당신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거야!

 당해봤으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면서!

 변 원장

 (비웃으며) 위해주는 척 아는 척 나불대지마.

 니깐 게 뭘 안다고 지껄여!

  내가 이 자리로 다시 오는데 며칠 걸릴 것 같아?

 

 이 형사

 며칠이요?

 당신은 영원히 이 자리로 못 와요.

 아니 절대 오면 안 돼요.

 

 수갑을 채우는 이 형사

 그저 깔깔대며 웃는 변 원장

 

 S# 105 보육원 2층 복도/ 낮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면서 나온다.

 여경들은 아이들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아이를 안고 내려가는 여경도 보인다.

 

 S# 106 보육원 1층 복도/ 낮

 

 여러 경찰들에게 에워싸인 보육원 직원들도 수갑을 차고 이끌려 나온다.

 변 원장과 직원들은 현관에서 마주한다.

 

 최 선생

 우린 죄 없어요.

 우리 약점 잡고

 다 저 여자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라구요.

 

 변 원장

 (비웃으며) 줄때는 똥개처럼 받아 쳐 먹을 때는 좋아라하고.

 불리하면 남 탓 하고-

 니들 인생도 다를 것 없어, 3류 인생들-

 

 최 선생

 뭐야!

 마녀 같은 년!

 

 변 원장

 내가 마녀면?

 넌 마녀 팔에 앉아있는 피 빨아 먹는 모기새끼야 알겠어?

 

 둘의 대화가 격해지자 경찰들은 서둘러 데리고 나간다.

 

 S# 107 보육원 운동장/ 낮

 

 경찰들에게 이끌려 차에 오르는 사람들

 그 뒤로 기자들의 플래시와 질문 세례를 받지만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들을 태운 큰 버스가 먼저 보육원을 빠져 나가고 그 뒤로 경찰차들이 따라 나간다.

 변 원장과 변 실장을 태운 차량이 보육원 정문으로 빠져 나갈 때 쯤 변 원장은 건물을 본다.

 차창 밖으로 건물의 옥상을 보는 변 원장.

 그곳에는 찬미 찬석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서 있다.

 그렇게 네 명은 변 원장을 슬픈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그리고 2층 창문에는 가희가 변 원장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모습에 부정하는 듯 변 원장은 고개를 돌린다.

 

 S# 108 서해시 남부 경찰서 강력1팀/ 아침

 

 신문을 보는 이 형사

 신문에는 보육원의 비리에 관한 내용이 대서특필이 되어있다.

 

 정 팀장

 그 제보자는 찾았어?

 

 이 형사

 아뇨, 알려준 주소로 찾아 갔는데

 아이들만 있었어요.

 아이들 말로는 바나나 아저씨라고 하던데.

 전날 밤까진 같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신분을 알아낼 정보가 전혀 없어요.

 

 전 형사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어떻게 아무것도 안남기고 사라졌지?

 사람이 아닌 거 아냐?

 그렇지 않고서야 이름, 나이, 출생, 가족

 심지어 지문도 안 나오니 말 이예요

 

 정 팀장

 그러게- 더 조사해봐야지

 그건 그렇고 아이들은?

 

 이 형사

 네- 아이들이 보호되고 있었어도 합법이 아니니깐

 일단 각 시설에 분산해서 보냈구요.

 거기랑 새희망 보육원은 폐쇄하기로 했다네요.

 정 팀장

 아이들끼리 정도 들고 가족 같았을 텐데

 또 서로 헤어지니 상처를 두 번 받는 게 아닌가 싶어.

 

 이 형사

 그렇긴 하지만 지옥에서는 아이들이 구출 되었고

 분산되어 간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나 가족을 만들게 되었으니

 그걸로 위안 삼아야죠.

 

 사무실안의 분위기는 숙연해진다. (F.O)

 

 TITEL BACK '10년후‘

 

 S# 109 시가지 / 아침 (F.I)

 

 10년 전의 시가지와 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가게들의 간판들이 신식으로 바뀌어 있다.

 몽키 가나슈의 간판도 새롭게 단장되어있다.

 가게 안에는 불이 켜져있고 두 젊은 남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때 멀리서 고급 승용차가 가게 앞에 선다.

 뒷좌석에서 내리는 20대의 숙녀 다윤

 말없이 몽키 가나슈 앞을 걸어간다.

 쇼 윈도우 앞에 서서 가게 안을 본다.

 가게 안에서는 앳되어 보이는 소녀 민지가 청소를 하고 있고 그 뒤 진열장에는 낡은 핑크색 밥봉이와 양양이가 앉아 있다.

 주방에는 이마에 상처가 있는 청년 윤우가 초콜릿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다윤과 윤우는 눈이 마주친다.

 환하게 웃는 윤우, 눈물을 글썽이는 다윤

 다윤은 무언가 말 하려 하자 윤우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에 대고는 검지를 쇼 윈도우

 유리에 댄다.

 그 모습에 다윤도 눈물을 흘리며 손가락을 입에 댄후 유리에 검지를 마주 댄다.

 둘의 모습에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는 민지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THE END”

 

 epilogue

 S# 110 시가지, 승합차 안 / 아침

 

 둘을 도로 끝 편에서 차에 앉아 한쪽 팔을 창에 걸치고 흐뭇하게 보는 덩치가 큰 청년 금수.

 승합차에는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 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승합차 조수석에서 누군가가 금수의 어깨를 툭 친다.

 

 

 청년기석

 뭐해 빨리 안가고!

 아이들 구하러 가야지-

 

 화들짝 놀라며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금수

 그때 뒷좌석에서 누군가 누워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청년혁수

 (술 취한 목소리로) 기사님 미정동 따블

 

 그러는 혁수를 쳐다보는 기석

 

 청년기석

 쟨 언제 사람 될련지 몰라.

 그냥 길바닥에 자는 거, 두고 올 걸

 

 쳥년금수

 (웃으며) 냅둬요, 인생이 고달파서 그러는 건데.

 자! 출발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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