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3화
작성일 : 19-10-30 20:18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00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몇 개의 탁자를 이어 붙여 만든 커다란 상 가운데 랍스터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초밥과 연어, 메로구이, 전복찜, 그리고 달팽이 그라탕 등 해산물이 차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스테이크, 갈비찜, 도가니탕 등의 육류가, 왼쪽에는 달래, 냉이, 두릅무침 등 각종 나물이 차려져 있다. 뒤쪽은 요거트와 초코무스등의 디저트가, 앞에는 프랑스 5대 샤토라 불리는 샤토마고 와인이 놓여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세 시간 뒤에 오겠습니다. 그릇과 남은 음식은 저희가 수거하니, 그대로 놔두시면 됩니다.”

 

 깔끔한 정장에 리본타이를 맨 남자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철수는 입맛을 다시며 앞에 놓인 오프너를 집어 들었다.

 

 “그럼 와인부터…”

 

 라벨을 쓱 훑어보고 빡빡한 코르크 마개를 돌렸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알싸한 포도향이 코끝을 타고 오른다.

 백만 원이 넘는 와인이지만 거리낌 없이 잔에 부었다. 선명한 진홍색의 물결이 잔 안에서 넘실댄다. 3분의 1정도 채워지자, 철수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한 번에 잔을 비웠다.

 

 “후…”

 

 숙성된 포도향이 목젖을 따라 코와 입천장으로 흐른다. 첫맛은 감미롭고 뒷맛은 달았다. 철수는 입술을 혀로 닦고 다시 와인을 들었다.

 그러다 앞의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룸치고는 베란다까지 딸린 제법 큰 방이다. 그 큰 방에 지금 앉아 있는 상머리 쪽만 빼놓고 전부 음식들로 가득하다.

 출장 뷔페 직원들이 음식을 가지고 왔을 때 당황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른 아침부터 VVIP조식 코스를 시키는 경우는 드물뿐더러, 원룸에서 혼자 사는 남자가 시키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철수 스스로 생각해 봐도 의문이었다. 왜 시켰을까. 단순히 손에 잡힌 것이 음식점 잡지라서? 딱 펼쳐든 곳이 고급 출장 뷔페라서?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입이 즐거울 때니까.

 일부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목의 검은 줄, 바코드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바코드는 10cm정도 된다. 그게 조금 깎여 있었다.

 처음 화장실 문 앞에서 이걸 보고 그대로 심장이 굳는 느낌을 받았다. 아닐 거라 생각하며 비누로 박박 씻고 문질러 닦아내려 했다.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였지만, 검은 줄은 그대로였다.

 이건 바코드가 맞았다.

 그리고 자신은 바코더가 되었다.

 한참을 소파에 앉아있었다. 새벽 여명이 걷히고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음식점 잡지를 보고 주문한 데가 이 출장뷔페다.

 

 ‘쩝쩝.’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었다. 사실 먹으면서도 지금 뭘 먹고 있는지 몰랐다.

 

 ‘아버지… 어머니…’

 

 문득 세상에 없는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러자 눈앞이 흐려진다.

 

 “아니야.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 남은 삶도 정해졌어. 즐기는데 집중하자.”

 

 철수는 잔에 반쯤 따른 와인을 단숨에 마시고 상 가운데에 있는 랍스타로 손을 뻗었다.

 평소 자신에게 절대 일어날 일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그 절대가 틀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먹먹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괜찮아.”

 

 몸이 아픈 것도, 위기의 상황도 아니다. 그저 죽음이 예정 되어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손과 입을 놀리며,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 원룸에서 벗어나려 모아둔 돈으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즐기고 싶은걸 즐기자.

 어떻게 죽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 먹고 옷을 사러 가자. 아니, 차를 살까? 모아둔 돈과 카드 대출까지 다 받으면 포르쉐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포크로 랍스터 살을 푹 찍었다. 얹혀 있던 치즈가 쭉 달려온다. 그걸 한 입 가득 넣었다.

 치즈의 쫄깃한 식감과 랍스터의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굴러다닌다. 하지만 철수는 몇 번 우물거리다 멈췄다. 식감은 느껴지나,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음식이 싱겁나?”

 

 입 안의 음식을 넘기고 칠면조 다리를 한쪽 먹어봤다. 달팽이 그라탕도 먹어보고 나물종류도 전부 조금씩 먹어봤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맛이 왜 이래?”

 

 순간 속에서 울컥거리는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만찬이다. 그것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만찬.

 한번 화가 나니 순식간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는다. 바로 휴대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렇게 통화를 누르기 직전, 철수의 손이 멈췄다.

 

 “마지막 시간을 분노에 휩싸여 보낼 수야 없지.”

 

 스스로 참았고,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다. 들었던 휴대폰을 아무렇게 던져 놨다.

 그리곤 음식을 입안에서 천천히 굴렸다.

 그제야 타액과 뒤섞인 음식의 맛이 미뢰를 타고 뇌로 전달된다. 기름지고도 고소한 맛, 맵고 신 맛, 짭짜름하면서도 단 맛.

 고개가 천천히 숙여진다. 철수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사…”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입술을 깨물며 넘어가지 않는 입안의 음식을 억지로 넘긴다.

 발등으로 눈물 한 방울이 똑 하고 떨어졌다. 댐에 금이 가서 무너지듯, 어느 순간부터 눈물은 끊임없이 떨어졌다.

 

 “사…살고…싶어.”

 

 다시 한 번 속에서 감정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사…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왜 나에게 바코드가 생기는 건데? 어?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뭘 어쨌다고 죽어야 하는데?! 왜?!”

 

 터진 감정은 길을 찾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러다 곧 대상을 찾았다.

 

 “지금 이따위 음식으로 지난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거야!? 이까짓 걸로 보상이 돼!?”

 

 남들보다 아주는 아니지만, 더 힘들게 살았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졸업 뒤에는 먹고 살려 회사를 다녔다. 대인관계나 사교성이 부족해 누군가와 친해지기도 어려웠다. 그저 로봇처럼 일하고 돈을 모으며 살았다.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다보니 삶이란 당연히 그런 건 줄 알았다. 대신 부지런히 살다보면 경험과 돈이 모여 달콤한 과실이 맺힐 줄 알았다.

 그런데 과실은커녕 바코드라는 결과가 나왔다.

 꾸역꾸역 꾸려온 삶이, 그 노력과 시간들이, 결국 죽음으로 대가를 치른다.

 

 ‘와장창!’

 

 온몸을 가득 채운 감정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대상은 눈앞의 음식이 되었다.

 철수는 탁자를 잡고 그대로 엎어버렸다.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물은 벽에 튀었다.

 순간 마음 한 구석에 ‘아차’하는 느낌이 든다. 아깝다는 생각. 하지만 그게 평소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안 철수는 악을 쓰며 외쳤다.

 

 “죽는 순간에 그런 것 까지 생각해야 돼?”

 

 없이 살다보니 수입과 지출을 늘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닥치는 대로 잡고 던졌다. 그릇이 깨져나가고, 소파, 침대, TV할 것 없이 음식은 오물이 되어 집안 곳곳에 뿌려졌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난동을 피웠다.

 

 “씨팔!! 빌어먹을!! 와아악!!”

 

 욕을 하고 소리 질러도 응어리는 풀리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주먹을 쥐고 씩씩거리는데, 방구석에 있는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잡고 확 들어 올렸다. 이대로 내리찍어 얼마나 잘 산산조각이 나는지 볼 참이었다. 아니, 맨 바닥보다 물건끼리 부딪히는 게 더 화려하리라.

 철수는 TV화면에 노트북을 던져버리려 했다.

 

 ‘지직…직!’

 

 그때, 음식 국물이 튄 TV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멋대로 화면이 켜진다.

 

 ‘…직…이번에는… 직… 바코드…직… 생기는… 현상과 원인해 대해서… 직… 심도 깊게… 지지직!’

 

 TV의 화면은 빠르게 깜빡였고, 스피커에서는 노이즈 때문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씩! 씩! 후욱! 훅!”

 

 철수는 노트북을 머리 위로 든 채, 가슴이 들썩거릴 정도로 씩씩대며 TV를 바라보았다. TV는 계속 노이즈를 내더니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철수는 꺼진 TV화면을 바라보다,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씨발…개씨발 새끼들… 그래서…치료법이 나왔나? 하루 종을 하릴없이 떠들어 대기만 하는 멍청한 놈들이!!”

 

 평소 관심은커녕 귀찮아했던 바코더 관련 방송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게 됐다.

 철수는 노트북을 원래 있던 자리에 천천히 놓았다. 그리고 전원을 켰다. 평소 잘 쓰지 않는 노트북이지만 인터넷 정도는 무리 없이 된다.

 이 바코드 현상에 대해 알아보기나 하자. 정말 질병 같은 것이라면 사망률이 100%는 아닐 것이다. 아주 조금. 0.1%라도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는 보자.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알아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화 (완결) 2019 / 11 / 10 225 0 10747   
26 26화 2019 / 11 / 10 186 0 7192   
25 25화 2019 / 11 / 9 200 0 3556   
24 24화 2019 / 11 / 9 208 0 5748   
23 23화 2019 / 11 / 8 202 0 3598   
22 22화 2019 / 11 / 8 200 0 3340   
21 21화 2019 / 11 / 8 198 0 3992   
20 20화 2019 / 11 / 7 198 0 5235   
19 19화 2019 / 11 / 6 235 0 5597   
18 18화 2019 / 11 / 6 204 0 4466   
17 17화 2019 / 11 / 5 203 0 4727   
16 16화 2019 / 11 / 5 212 0 6215   
15 15화 2019 / 11 / 4 218 0 3041   
14 14화 2019 / 11 / 4 232 0 5215   
13 13화 2019 / 11 / 3 211 0 4251   
12 12화 2019 / 11 / 3 196 0 2991   
11 11화 2019 / 11 / 2 230 0 4018   
10 10화 2019 / 11 / 2 205 0 4704   
9 9화 2019 / 11 / 1 192 0 5563   
8 8화 2019 / 11 / 1 194 0 4323   
7 7화 2019 / 10 / 31 195 0 4992   
6 6화 2019 / 10 / 31 209 0 3742   
5 5화 2019 / 10 / 30 211 0 3986   
4 4화 2019 / 10 / 30 196 0 3906   
3 3화 2019 / 10 / 30 204 0 4007   
2 2화 2019 / 10 / 30 222 0 4395   
1 1화 2019 / 10 / 30 391 1 50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