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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나는 이러고 놀았다(1)
작성일 : 19-10-30 16:54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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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카가 타이머로 시선을 흘낏 아쉽다는 듯 말했다.

 

 "슬슬 돌아 갈 시간이네요."

 

 유카가 떠나야 할 시간까지, 채 20분이 남지 않은 타이머를 보며 나도 입맛을 다셨다.

 

 "후... 그렇구만. 젠장. 몇 번이나 겪은 일인데 이건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네."

 

 유카가 내 새하얗게 센 머리에 손을 얹어 토닥토닥 두드렸다.

 

 "냐하핫. 그래도 이번엔 1년만 기다리면 되잖아요."

 

 "으으... 100년이라. 한 세기인가... 강산이 열 번 바뀔 시간, 아니,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뀔 시간이구만. 하아..."

 

 "어라? 좀 더 기뻐하거나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아요? 무려 100년이란 고개를 넘긴 거라구요?"

 

 "나름 만족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번엔 X년이다. 엿 먹어라~'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텐데 뭘. 그보다 유카. 넌 지금 내 기분이 어쩌고 운운할 때가 아니지 않아? 그새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난 거야? 난 다음에 만날 때 내 친구가 비키니아머보다 보다 더 헐벗은 꼴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싶... 진 않은데."

 

 눈이야 좀 더 즐거워지겠지만, 솔직히 말해 내 정신력이 슬슬 한계다. 생각해 봐라. 국가급도아니고 세계 급도 아닌 무려 우주급의, 쭉쭉빵빵 터질 것 같은 몸매의 초초초미녀가 빨간 비키니아머를 입고 새하얀 피부를 넘치도록 드러낸 채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고? 지금이야 식욕(?)이 억제되어 있는 탓에 그림의 멜론, 아니 떡을 보면서도,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이지. 허허허.'

 

 하고 구경만 하고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 이상 헐벗으면 내가 언제 정신줄을 놓고 그림의 떡에다 뺨을 비벼댈지 모를 일이다.

 

 "젠장. 떡이 맛있으면 뭘 해! 먹지를 못하는데!"

 

 유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아니, 이게 아니라... 오늘 정말 이상하네. 좀 전에도 그랬지만 생각이 왜 자꾸 불끈불끈 쪽으로? 심지어 떡이 어쩌니저쩌니 같은 말을 해서 그런지 이번엔 공복감까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아니, 이게 대체 몇 년 만에 느끼는 공복감이지? 착각인가? 배고프다는 게 이런 감각이 맞던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러니까, 누님이 오시잖아. 괜찮냐 이거지."

 

 그래. 내가 하려했던 말은 이거다. 누님이다. 100년만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 뵌 듯한 바로 그 누님.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는 바로 그 치천사 누님 말이다.

 

 "뭐, 괜찮아요."

 

 유카는 의외로 덤덤하게 반응했다.

 

 "아깐 죽을상이더니. 그새 뭔가 누님 손아귀를 빠져나갈 좋은 수단을 발견한 거야?"

 

 "아직 1년 남았잖아요."

 

 "그건 나도 아는데..."

 

 "......"

 

 "설마 그 뿐?"

 

 내 한심스럽다는 눈을 보며 유카가 더듬더듬 변명을 한다.

 

 "그, 그런 안쓰러운 표정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이래 뵈도 전 댁 같은 보통의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영지를 소유한 고귀한 존재!"

 

 "그래서?"

 

 "훗. 위기일수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법. 달아날 공간이 없다면 시간으로 달아나면 되는 거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천사는 원래 고차원 존재에요. 지금은 비록 4차원축(3차원공간축+시간축)에 투영된 그림자에 꽁꽁 묶여있긴 하지만, 하려고만 하면 일단 상위차원에 손이 닿는단 말이죠. 즉..."

 

 "즉, 시간을 건드릴 수 있다?"

 

 "그~레이트! 맞아요. 과연 공대생이라 이해가 빠르군요."

 

 어라... 허당스럽게 끝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 뭐야? 과거나 미래로 도망간다는 거야? 그게 돼?"

 

 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유카의 말을 재촉했다.

 

 "어, 음... 뭐, 그것도 어려운 일은 아닌데, 대신 하게 되면 행동 하나하나에 조건이나 제약이 걸려서 말이죠... 여튼 그건 좀 부담스러워요. 대신 제가 하려는 건 자기시가속(proper time acceleration)이라는 건데, 문자 그대로 '나'라는 개체의 시간만을 가속하는 법술이에요."

 

 "응? 그거 혹시 누님이 저 하얀 세계에다 걸어놓은 거랑 비슷한 건가? 저기 10배속이잖아."

 

 "아, 비슷해요. 제가 저 세계와 같은 역할이죠. 가령 10배 가속을 1년간 유지하면, 다른 사람이 1년을 사는 동안 저만 10년을 살게 되는 거에요. 너무 길어지면 부작용이 좀 있지만 수년정도야, 뭐."

 

 "아... 그래서 "시간으로 달아난다"는 표현이 되는 건가. 말이 되긴 하네."

 

 유카가 흐흥~하며 기세를 올렸다.

 

 "게다가 이거 10배만 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50배하면 50년, 100배하면 100년! 이걸로 아직 한참 더 도망 다닐 수 있어요!"

 

 "으음.. 근데 말이야..."

 

 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조용히 태클을 넣었다.

 

 "그거, 내신 망치고 수능 한 달 남은 고3이 '효율적인 시간관리, 오늘부터 당신의 하루는 열흘이 된다.'라는 자기개발서 한권 읽고 수능까지 300일 남았다고 우기는 자위행위의 업그레이드 버전 아냐?"

 

 "윽..."

 

 무엇을 숨기랴. 저 자기개발서, 내가 실제로 읽은 거다. 말과 실천사이엔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외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불쏘시개였지. 역시 자기개발서는 인생에 있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이다. 종이 낭비지. 암.

 

 유카가 허둥지둥 손을 젓는다.

 

 "다, 다르죠. 그건 정신적인 합리화랄까, 자기위안이고, 전 실제로 열배의 시간을 살아가는 거니까..."

 

 "으음, 그것도 그런가.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렇다고 쳐도?"

 

 "무엇보다, 그렇게 몇 십 년 더 버틴다 해도 무지 재미없을 것 같은데."

 

 움찔.

 

 "적어도 우리가 있던 저 하얀 세계에선 엄청나게 심심하지 않을까? 100배속, 아니 10배속만 되어도 누구랑 말하고 노는 건 물 건너가는 거 아냐? 그럼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만 데굴데굴 굴려야 할 것 같은데... 아, 혹시 나 없을 때 같이 논다던 그 용족 친구들이면 가속 중이라도 같이 놀아줄 수 있는 거야?"

 

 유카는 뚱한 표정으로 '부우. 걔네들이 놀아주는 게 아니라 제가 놀아주는 거에요. 걔들이랑 저랑 짬 차이가 얼만데요.'라며 입술을 한번 비죽 내민 뒤, 이내 풀이 살짝 죽었다.

 

 "음. 걔들은 대부분 대천급(8위계)이라서... 자기시 법술이 시간계열치곤 쉽다곤 하지만... 후우. 대천급으론 무리겠죠. 객체시가속(object time acceleration)을 걸어주려 해도 이미 가속된 세계에 사는 애들에게 중첩가속을 거는 건 걔들에게 가혹한 일이 될 테고요."

 

 "그럼 말 그대로 얼마 더 버틴다는 것 말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저 세계, 발로 걸어 다니는 나는 몰라도 넌 이미 볼 거 다 보지 않았어? 혼자 심심하게 그러고 다닐 거면 차라리 일찌감치 누님한테 맞고 치우는 게 낫지 않아?"

 

 "시, 심심하지 않아요. 구경 말고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전투훈련이라든지 법술연구라든지, 명상이라든지... 혼자놀기 쯤이야..."

 

 "잠깐. 지금 뭐라고...?"

 

 "네?"

 

 "방금 혼자놀기 쯤이야...라고 한거야?"

 

 "그... 그런데요...?"

 

 네 이년!!! 넌 지금 내 역린을 건드렸어!!!

 

 "호온자아노올기이를 얕보지 마라!!!!!!!!"

 

 "히이이익!! 갑자기 빡쳤어!!!"

 

 갑작스런 내 일갈에 유카가 기겁하며 물러났다.

 

 "초심자가! 감히 이 늅삐 뼝아리가! 혼자놀기를 얕보다니!! 백수십년 프로 혼놀러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혼자 놀기는 뼈를 깎는 구도의 길이란 말이다!!!"

 

 "에... 에에???"

 

 "난 고독한 게 아냐! 고고한 거다! 난 아싸가 아냐! 세상 모두가 아싸이고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거다! 훈련이라고?! '노력 그 자체'가 어떻게 즐거움이 되지?! 노는 것보다 공부가 더 즐거웠어요?! 웃기지 말라고 해! 그놈들이 즐거웠던 건 칭찬받고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데 취직해서 거들먹거리는 자신의 모습이었겠지! 명상이라고?! 혼자놀기는 소소한것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집착에서 시작하는 거다!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는 욕망과 번뇌에서 시작하는 거다! 집착! 욕망! 번뇌! 따라 해 봐! 집착! 욕망! 번뇌!"

 

 유카가 학을 떼면서도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집착이랑, 요,욕망? 번뇌? 큰일났네. 이상한 스위치가... 저기, 여보세요?"

 

 "여보세요가 아니다! 프로페서라 불러라!!!"

 

 "프, 프로페서?"

 

 "그래! 그거다! 자~ 이제 보여주지. 집착과 욕망과 번뇌가 끓어오르는 이팔청춘을 물동이하나 들린 채 백년 넘게 홀로 방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잠깐..."

 

 이미지해라. 이미지해라! 보다 완벽하게! 네가 이 백수십년간 보고 되새겨온 것을 이미지해라!

 

 -찰랑거리는 은빛 머리칼.

 

 -상냥하면서도 심원하게 반짝이는 은빛 눈동자.

 

 -훤칠한 키와 건강하면서도 터질듯한 몸매.!

 

 -드러낼 곳은 드러내고 안 드러낼 곳도 드러낸 새빨간 비키니 아머! 눈부시도록 드러난 새하얀 피부!!

 

 -가슴! 가슴!

 

 -엉덩이! 엉덩이!

 

 눈을 감았을 때도 되새겼다. 눈을 떴을 때도 되새겼다. 걷고 있을 때도, 서 있을 때도 되새겼다.

 

 100년이 넘도록 키워 온 나의 상상력.

 

 누님과 유카. 그 둘의 모습은 이미 내 망막에 박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살(?)!! 뇌내소환! 나와라! 유카 ver.13! 검정 비키니아머 버젼! 이야압!!!"

 

 파칭!!!(뇌내 효과음)

 

 그리고...

 

 놀랍게도 내 눈앞에 또 하나의 유카가 나타났다. 무려 검은색의 비키니아머를 입은 채 말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오로지 내 눈에만 보이는 모습이란 것.

 

 그래. 무엇을 감추랴. 눈앞에 나타나 미소 짓고 있는 검정(비키니아머)유카는 내 공상이고 망상이며 환상이다. 내 상상력이 만들어낸 뇌내 이미지다! 물론, 당연히 내 눈에만 보인다!

 

 "오오... 오늘도 훌륭하구나..."

 

 그래봐야 망상이고 환상이라고? 천만의 말씀. 듣고 놀라지 마라. 저 짝퉁 깜장유카는 말이다, 비키니아머 색깔만 같다면 저쪽에 날 안쓰럽게 쳐다보는 빨강(다시 말하지만 유카의 비키니 아머 색은 빨강이다)유카랑 구분이 안갈 정도로 똑같단 말이다!

 

 내 눈에만 보이지만!

 

 찰랑이는 은발, 또렷한 이목구비, 건강한 몸매와 새하얀 피부부터 비키니 아머의 요철까지! 99퍼의 재현도를 자랑하는 회심의 역작이란 말이다!

 

 비록 내 눈에만 보이지만!!!

 

 말도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100년 넘게 혼자 놀아 봤냐!? 인생을 걸고 망상 해봤냐!? 안 해봤음 말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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