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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여기는 우주(4)
작성일 : 19-10-30 16:52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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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관측된 적이 없기에 지구의 인류가 이곳을 따로 부르는 명칭은 아직 없어요. 다만 천사들 사이에선 이 은하는 이렇게 불리죠.

 

 -보물창고 12번.

 

 "말 그대로 그분의 열두 번째 보물창고죠."

 

 흠. 그분의 보물창고.'라. 어딘가 익숙한 이름인데. 으음... 아, 맞다. 치천의 세계창조에 필요한 '태초의 말'인가 뭔가가 보관되어 있다던 곳이던가. 근데 12번? 그럼 이런 보물창고라 불리는 은하가 최소한 열 몇 개는 있단 말인데.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스케일 좀 보소...

 

 "그럼 저 발로 그린 것 같은 데포르메 거북이 행렬은 뭐야?"

 

 "12번 보물창고에 보관된 것들 중 하나인 '세계의 가능성'이라는 보물이랍니다."

 

 "세계의 가능성?"

 

 "네. 당신은 지금 ‘세계관리’는 가능해도 ‘세계창조’는 불가능한 지천급 주신들을 위해 준비된 양산형 세계, 통칭 '지천계'가 비활성화 된 채 보관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거에요."

 

 "좀 더 쉽게 부탁해."

 

 유카는 턱에 검지를 댄 채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하는 듯 흐음...하는 침음을 흘리다 손가락을 딱 하고 튀겼다.

 

 "흐음... 일단 거북이 자체는 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그냥 데코레이션, 창고의 선반 같은 거에요. 중요한 건 그 등에 얹혀있는 것들이죠."

 

 "응? 저 등딱지 대신 얹혀있는 반구들?"

 

 난 의장대 뺨치게 착착 걸음을 맞춰 옮기는 거북이들에게 다시금 눈을 돌렸다. 이번엔 놀라움과 황당함을 잠시 저편에 던져두고 녀석들을 지긋이 관찰해 본다.

 

 "음? 그러고 보니 색이 조금씩들 다르네?"

 

 그랬다. 내가 방금 떠나 온 곳은 땅과 하늘이 있는 반구형의 실제 대지였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거북이가 등에 짊어진 것은 중심을 기준으로 시계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흐르며 미려한 줄무늬를 남기는 은색 안개의 반구형 집합체였다. 그중 나머지, 대충 삼, 사십의 하나정도는 은빛이 아닌 푸른빛이나 녹색 빛을 띠고 있었지만 말이다.

 

 유카가 설명을 이어간다.

 

 "'세계의 가능성', 이름 그대로 저 꼬부기 등에 얹혀있는 하나하나가 전부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그중 은색은 아직 가능성으로 남아있는 것들, 쉽게 말해 비활성화 상태이고, 그 외의 색을 가진 것들은 활성화되어 하나의 세계로서 이미 개화한 것들이죠."

 

 난 조금 전 유카의 설명을 떠올렸다.

 

 -창조가 불가능한 지천을 위해 준비된 양산형 세계.

 

 "아, 그러니까 지천사가 관리신이 될 때마다 이것들 중 하나를 활성화시켜서 준단 말이지?"

 

 "맞아요. 쉽게 말하면 저 은색 반구 하나하나는 방향성을 가진 고밀도 라이프스트림의 집합체에요. 그리고 저렇게 비활성화 되어 있다가 창고지기의 명령이 있으면 그 순간 활성화 되어 세계로서의 모습을 갖추죠. 그 뒤에 그 세계의 관리신이 될 지천의 요망을 따라 약간의 커스텀을 하고 우리가 흔히 아는 구형의 형태로 행성화(planetize)시킨 뒤, 원하는 위치에 행성계를 조성해 딱 배달해 주면..."

 

 "그게 바로 지천사가 관리하는 세계, 지천계라고?"

 

 유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근데 지천계라곤 해도 치천계와 그렇게까지 차이가 크진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시작규모가 조금 작다는 점, 그리고 개성이 살짝 부족한 점 정도? 이건 뭐, 개성이란 게 꼭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단점이랄 수도 없죠."

 

 "그렇군. 그래서 양산형 운운이 나온 건가. 음. 음. 음...?"

 

 난 별 꼬부기들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근데 유카. 이 꼬부기들... 그러니까 여긴 일종의 창고 개념인 거지?"

 

 "네."

 

 "근데 그럼 유카랑 내가 방금 떠나 온 흰색의 세계는 뭐야? 저 세계, 누님 거 아니었어? 꼬부기 등에 실려 있다는 건 저것도 '세계의 가능성'이란 소리고, 아직 창고 안에 있다는 건 지천사에게 아직 할당되지 않은 신품이란 거잖아. 그걸 왜 치천인 누님이 활성화해서 맘대로 쓰고 있는 거야?"

 

 "그거야 뭐. 12번 창고의 관리자가 언니이니까요."

 

 "엥? 12번 창고라는 이름은 이 은하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 아냐? 그럼 이 은하의, 그러니까 우리은하의 1.8배랬으니 무려 18만 광년의 지름을 가진 이 은하전체의 주인이 누님이라는 거야?"

 

 "주인이 아니라 관리자, 정확히는 12번 보물창고의 관리자겸 창고지기에요. 여기 있는 모든 보물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언니의 허가가 있어야 한단 의미죠. 원래는 구원신 공동관리였지만, 구원신이 언니밖에 남지 않았으니 뭐, 이제와선 사실상 언니 맘대로랄까."

 

 "허... 그렇다는 말은?"

 

 "여기 하양이도, 저기 파랑이도, 저~기 노랑이도. 저기, 저기, 저기 알록달록 활성화된 세계들 전부가~"

 

 "...혹시 취미생활 같은 거?"

 

 "냐하하하핫! Exactly! 정확해요~!"

 

 "헐. 관리자라며. 비품 아냐?"

 

 "무슨 순진한 말씀을. 공무원이란 게 원래 그런 법이잖아요?"

 

 공무원... 아. 그러십니까...

 

 "활성화라곤 해도 제대로 된 지성체 집단은 배제된 세계니까요. 환경조성 하는 김에 세계로서 성립시키기 위해 머리 잘 굴러가는 용이나 일각수 몇 마리정도는 던져두기도 하는데... 뭐 그 정돈 애교의 범위죠. 평소 언니 혼자 고생하는 거 생각하면 소소한 취미생활 정도야. 어차피 지금 시점에선 남아도는 자원이기도 하구요."

 

 "무슨 프라모델이냐, 무슨 디오라마냐고. 젠장. 규모가 이상해서 정신줄을 놔 버릴 것 같아."

 

 "실제로 어느 누구도 언니가 12번 창고를 갖고 노는데 대해선 아무 말도 못해요. 실제 예전에 '엑스시아'라는 치천이 언니랑 다투면서 한 번 걸고넘어진 적이 있었는데..."

 

 -지랄. 부럽냐? 그럼 니가 구원신 해. 나 때려치울 테니까.

 

 "...라고 언니가 거하게 깽판을 놓는 바람에 우주 전체가 뒤집어 진적이 있었거든요."

 

 과연 누님.

 

 "그래서?"

 

 "히히힛. 다른 치천들이 걔 멍석말이(?) 한 뒤에 언니한테 직접 사과를 시켰어요."

 

 "....."

 

 갑자기 천사란 집단에 대해 확 친근감이 들기 시작하는데. 능력 있음 깽판 좀 놔도 되는 거 보니 역시 사람(?)사는 덴 어디나 비슷한 법인가 보다. 나중에 엑스시아인가 뭔가 하는 치천이랑 술이나 한 잔 할 수 있음 좋겠다. 누님한테 갈굼 당한 동지로서 말이다. 정말 좋은 술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치천들도 알았던 거죠. 우주에 단 하나뿐인 구원신이란 직책이 얼마나 가시밭길인가를. 언니가 얼마나 훌륭한 구원신인지를. 그리고 언니의 창고사용이 소소한 취미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는 것도."

 

 뭐, 그건 알겠는데... 내가 있던 그 아름답고 신비하던 세계가 회사(?)비품 사유화라는 범죄의 현장이라는 게 조금 깨긴 한다.

 

 ------------------

 "유카, 잠깐. 나 또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데. 나 예전에 누님께..."

 

 -여긴 너를 괴롭히기 위해서 내가 커스텀 한 세계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

 

 "그게 왜요? 실제로 언니가 이리저리 굴렸잖아요? 지금도 즐겁게 구르는 중이구."

 

 "그래. 즐겁게...는 개뿔! 즐거울 리가 있냐! 아, 아니. 젠장. 그쪽 말고. 내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목적이야 뭐든 일단 저 하얀 세계가 정말 나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거지? 누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그런 의미가 맞잖아?"

 

 "그 '괴롭히기 위한'이란 목적을 제쳐두면 안 될 텐데요."

 

 "그렇다곤 해도 저 세계가 '나로 인한' 세계란 건 변함이 없잖아. 랜드마크 하나하나 마다 붙어있는 테바나 케세프, 브디도트같은, 누님이 붙인 이름도 결과적으로 '나로 인한' 이름이고. 우와... 이제껏 이걸 몰랐다니. 나를 위해 만들어진 세계라고?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유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음, 한참 감동 중에 미안한데, 그건 좀 달라요."

 

 "응? 달라?"

 

 "미활성 세계를 이리저리 커스텀하는 건 말 그대로 언니의 취미. 취미가 조각인 사람이 토끼를 보고 '아. 저 토끼를 조각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을 때, 만들어진 토끼 장식품이 그 토끼를 위한 거냐고 묻는다면?"

 

 "어...? 음..."

 

 "언니가 여기저기에 이름을 지어둔 것도 마찬가지에요. 조각가가 토끼를 보고 '이 녀석, 어딘지 모르게 빠른 주제에 금방 지칠 것 같다'라는 감상을 가지고 토끼조각에게 조ㄹ... '빠른 토끼'라 이름을 붙였다고 쳐요. 그 이름 역시 토끼를 위해 지어진 게 아니라 그냥 조각가의 감상을..."

 

 잠깐. 유카. 그 '토끼'라는 단어선택에 뭔가의 의도를 느끼는 건 내 기분 탓이지? 그 '빠른 토끼'라는 단어 선택도 그냥 예를 들다보니 나온 단어선택인 거지? 그런 거지? 참고로 난 조루가 아니라고?? 서지 않는 거라고???

 

 아니. 이것도 변명치곤 좀 이상하다.

 

 "가령 조각가가 다리가 부러진 토끼를 보고 불쌍한 맘에 '서지 않는 토끼'라든지 '불쌍한 토끼'라든지 '힘내라, 토끼'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해도 그건..."

 

 "...네가 말하고자 하는 건 벌써 한참 전부터 알아들었으니 그만 해 줘. 그리고 기습적으로 생각도 읽지 말라고... 여하튼 유카 네 말은 그러니까 난 그저 계기, 그 뒤는 어디까지나 누님의 취미의 영역이라 이거지? 이해했어. 이해했으니까, 이제 그만 둬 주라?"

 

 유카가 흐응 하고 웃으며 얼굴을 들이 밀었다.

 

 "흐음. 그런 것 치곤 별로 실망한 표정이 아니네요?"

 

 "뭐, 계기일 뿐이라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건 내가 일단 원인이긴 하단 말이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흔적은 된다고 생각해."

 

 "흔적이요?"

 

 그래. 흔적.

 

 -그건 내게 있어 단 하나의 구원이다.

 

 "내가 있었다는 흔적. 내가 살다 죽었다는 흔적. 내가 노력하고 견디고 애썼다는 흔적."

 

 "......"

 

 "덤으로 언젠가 누님이 적당한 개울이나 언덕정도에 내 이름을 남겨 줄지도 모르고. 테바호수의 세컨 네임쯤으로 남겨준다면 제일이겠지만, 무리려나?"

 

 "흐음... 모뉴먼트. 삶과 죽음의 흔적인가요. 하루이틀로 나올 수 있는 무게의 말이 아니네요. 줄곧 죽음을 생각해 왔던 건가요?"

 

 "하하하. 내 생각정돈 다 보이면서."

 

 유카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론 당신이 정말 아슬아슬 하다고 느껴질 때만 몇 번 읽었어요."

 

 "좀 전에도 토끼운운 하면서도 맘껏 읽지 않았냐?"

 

 "냐하하. 뭐, 가끔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싶을 때도 한 번씩 읽긴 하죠."

 

 "아,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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