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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여기는 우주(1)
작성일 : 19-10-30 16:49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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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앙!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대기를 울린다. 이건 유카의 날개가 펼쳐지는 소리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일어나는 돌풍의 크기만으로도 능히 그 크기를 짐작케 한다.

 

 그녀는 이제 곧 큰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벼락같이 날아오를 것이다. 난 그 잔영을 몇 시간이고 눈으로 쫓을 테고. 수십 년에 걸쳐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반복하다보니 이후의 순서가 눈에 훤히 보인다.

 

 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평소 궁금해 하던 것 하나를 물었다.

 

 “근데 유카.”

 

 “네?”

 

 “나, 매번 소리만 듣지 실제로 네 날개를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날개 한번만 보여주면 안 돼?”

 

 내 말에 유카가 갑자기 뒤로 후닥닥 물러서며 얼굴을 붉혔다.

 

 “아니! 저도 마음의 준비란 게 있는데! 갑자기 그렇게 날개를 보여 달라고 하다니! 변태!!! 천사에게 맨 날개를 보여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가요!?”

 

 난 크게 당황했다.

 

 “어? 어? 날개 보여 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니, 난 그냥 정말 순수하게 날개란 걸 보고 싶어서··· 그거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였어?”

 

 내가 허둥지둥하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모습에 유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런 의미 없어요. 그냥 농담 한 번 해 봤어요.”

 

 “......”

 

 때려줄 테다.

 

 내 뚱한 표정이 적잖이 재밌었는지 유카는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잇는다.

 

 “냐하하핫! 미안해요. 근데 함부로 날개를 드러내면 안 되는 건 맞아요. 사실 천사에게 날개란 퍼덕퍼덕 닭둘기마냥 나는데 쓰는 물건 같은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종의 영적 증명서 같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날개를 개방하면 가진바 영압이 공격적으로 투사되죠. 위계차이가 많이 나면 위압을 넘어 그 자체가 공격이 되구요. 제가 평천사(angel, 제9위계)앞에서 그런 짓을 하면 걔들은 그것만으로 소멸해 버릴걸요?”

 

 “음...”

 

 “그래서 날개를 개방하는 건 거의가 전투모드일 때에요. 악신을 두들겨 팰 때라든지, 악신을 자근자근 밟을 때라든지, 뭐 그런 경우 말이죠.”

 

 “으, 으음... 그렇구나.”

 

 난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아니, 잠깐만. 나한테 보이지만 않았을 뿐이지, 너 이제껏 매번 돌아갈 때 마다 날개 확! 펼치면서 날아가지 않았어? 바람을 쿠앙~하고 밀어내면서.”

 

 “아, 그거요? 그거 그냥 특수효과인데요. 소리도 파앙~하고 내주고, 바람도 콰아~하고 일으켜주면서. 애초에 제가 날개로 비행을 했으면 푸덕푸덕 하고 날아가야지 쾅! 슈웅~하고 날아갈 리가 없잖아요.”

 

 하긴 그렇다. 별을 찜 쪄 먹는 다는 애가 날아가는 데 공기역학 따위가 무슨 의미랴.

 

 “그럼 그냥 날아가지 뭔 특수효과야.”

 

 “하하하핫! 양식미란 거죠. 그쪽이 훨씬 천사 같잖아요?”

 

 “......”

 

 양식미는 개뿔.

 

 “뭐, 여튼 난 그럼 죽을 때 까지 천사 날개는 못 보겠구나.”

 

 유카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내게 바짝 다가붙었다.

 

 “흐음? 그렇게 보고 싶어요?”

 

 “한 번쯤은.”

 

 내 대답에 그녀는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한번 쓰윽 훑었다. 그리곤 기습적으로 내 뺨에 쪽 하고 키스를 남겼다.

 

 어, 어?

 

 “히힛. 아직은 일러요.”

 

 -24년만 더 기다려 봐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후다닥 하늘 저편의 점이 되어 사라져갔다. 특수 효과 없이. 난 그저 멍한 눈으로 그런 그녀를 배웅했고 말이다.

 

 “음... 일단... 만세라도 외쳐볼까...”

 

 ------------------

 3년에 단 하루뿐이라곤 해도, 유카는 언제나 나와 전심전력으로 놀고 웃고 떠들어 주었다. 그런 그녀가 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어주었는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아니 사실 입 꾹 다물고 그냥 옆에 있기만 해줬어도 난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세상 어느 남자가 저렇게 훤칠하고 완벽한 프로포션의 은발미녀가 헐벗은 채 옆에 있어주는 데 기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1년 365일이 물양동이로 시작해서 물양동이로 끝나는 서글픈 삶에 찌든 인생임에야!

 

 난 정말 하라고 하면 24시간 내내 눈 한번 안 깜빡이고 그녀를 감상할 자신이 있다!

 

 으흠. 여튼 때로는 유카와 시시덕거리며, 때로는 혼자서 3+a인극(유카가 들어와 등장인물 수가 늘었다. +a는 주로 악역)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어느새 남은 25년 중 24년이 흘렀다.

 

 난 지정한 날짜가 되어 찾아온 유카와 온종일 웃고 떠들다 문득 날 쫓아다니는 황금빛 타이머에다 눈길을 던졌다. 유카와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000Y:364D:02:31:00

 

 그런데 세 시간 남짓 남은 시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000Y.

 

 와... 어느새 99년인가. 시간이 가긴 가는구나. 저 타이머의 종료가 시험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고비를 넘긴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했다. 난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 새삼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물양동이의 징글징글한 무게에 내심 혀를 차며 운을 뗐다.

 

 "그러고 보니 곧 100년이네. 그땐 누님도 오시겠지. 이것 참.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이제껏 잘 웃고 떠들던 유카가 갑자기 걸음을 덜컥 세우며 오만상을 찌푸린다.

 

 "후. 망할... 으으."

 

 음? 유카가 육두문자를 입에 담는 건 처음 보는데. 일단 그녀의 시선이 멀고 먼 어딘가를 향하는 걸로 봐선 내가 그 욕의 대상이 아님은 분명했다.

 

 "잘 놀다 말고 왜 갑자기 그렇게 죽을상을 하는 거야?"

 

 유카는 내 질문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떻게 죽으면 잘 죽었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뜬금없고 맥락도 없는 대답에 난 눈을 크게 떴다.

 

 "엥?"

 

 "당신 말 덕분에 여태껏 애써 잊고 있던 싫은 일이 떠올라서 그래요."

 

 "싫은 일이라. 흠."

 

 비키니 아머를 입고 뽀용뽀용 몽실몽실 출렁출렁 드러낼 것 안 드러낼 것 다 드러낸 푼수 처자 같은 모습이라 자주 까먹지만, 그녀는 저래 봬도 제2위계의 지천사. 분명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초월적이고 고차원 적인 무언가로 고민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 같은 건 분명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테지. 뭐, 그래도 예의상 물어는 보자.

 

 "그, 무슨 일이길래?"

 

 "내 70년의 모라토리엄이 드디어 종말을 고하게 되었으니까요. 70년 동안 잘 놀았는데! 이제 1년, 고작 1년 남았다니...! 이번엔 언니도 작정하고 쫓아올 테니 도망도 못 칠 테고, 붙잡히면 엄청난 꼴을 당할 텐데,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아아... 끝장이야."

 

 "......"

 

 하긴, 이 아가씨, 지금 죄짓고 누님 피해서 이 별로 도망 온 거였지. 근데 별로 고차원적인 고민은 아니구만. 뭐, 누님 성격에... 절대 쉽게 넘어가진 못하겠지. 따지고 보면 큰 고민, 아니 매우 끔찍한 고민이긴 하다.

 

 "음. 뭐, 힘내. 세상만사 부딪히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더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란 말도 있고."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눈초리가 싸늘해 졌다.

 

 "당신, 분명 한국 출신이었죠?"

 

 "응? 그렇지. 지금에 와선 '내가 이제껏 한국말을 쓰고 있었구나'하고 방금 깨달을 정도로 까마득하지만."

 

 "군대, 안 갔다 왔죠?"

 

 "으, 으응"

 

 우와, 근데 군대이야기는 백년이 지나고도 확 와 닿는다. 물론 매우 싫단 의미로. 근데 이 푼수아가씨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시나.

 

 "면제에요?"

 

 난 발끈했다.

 

 "어허! 무슨 말을! 1급이거든! 여기만 안 끌려왔어도 1년 안쪽으로 갔을 거거든!"

 

 "가고 싶어요?"

 

 "...never."

 

 유카가 픽 하고 비웃음을 머금었다.

 

 "훗. 그 반응을 보니 설명은 쉽겠네요. 예를 들어보죠. 당신이 만약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미친 듯이 놀아재끼는 바람에 1,2학기에 걸쳐 학고를 두 번 연속으로 받았다고 쳐요."

 

 "흠?"

 

 "자, 당신이 다니는 대학은 학칙이 엄해서 누적 학고 세 번이면 제적이에요. 그리고 당신의 보호자는 당신의 성적표를 보곤 한손엔 못 박힌 야구 빠따를, 다른 한손엔 입대신청서를 들고 이렇게 말합니다. 뒈질래? 군대 가서 정신 차릴래? 그리고 당신은 살기위해 군대를 선택하죠."

 

 "으흠..."

 

 예를 들어도 꼭 이런 예를... 아, 오해하진 말자. 이거, 나한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난 그나름 선방했다. 다만 대한민국 20대 초반의 놀기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성적과 군대이야기는 다소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근데 나 20대 아닌데. 130대인데. 왜 불편하지?

 

 "예정치 않던 입대가 당장 한 달 앞으로 닥친 상황! 당신은 마지막 남은 한 달간의 모라토리엄을 필사적으로 즐겨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당신의 입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어요! 물러 설 곳이 없는 바로 그 순간! 집이 빵빵해서 군 면제를 받은 친구가 당신에게 이렇게 위로를 해요. '닥치면 어떻게든 된다더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봐!'라고. 그럼 어쩔 거에요?"

 

 "...일단 절교한 다음에, 음, 아마존에서 탄저균을 팔던가? 바로 써먹을 수 있게 택배박스 형태로 팔아주면 좋겠는데."

 

 "지금 제 심정이 딱 그렇거든요?"

 

 이것 참. 할 말이 없다.

 

 "...미안."

 

 "하아..."

 

 유카는 대답대신 한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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