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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전직 강력계 소속 경찰이던 석철은 불미스러운 일로 일을 그만 둔 뒤 사설탐정을 꿈꾸며 심부름센터를 차렸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석철.
그런 그의 꿈에 밤마다 한 남자가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래서?

 
12.
작성일 : 19-10-30 16:49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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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해 보이네.”

 

 너무 힘들어 경찰서 계단에 앉아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갤 들었다.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문제의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오늘 남자의 바지주머니에는 고무장갑이 반쯤 나와 덜렁 거리고 있고, 손에는 수세미 하나가 들려있다.

 

 저 인간이 나타난 걸 보면 지금 이건 꿈이란 거겠지.

 

 “좀 쉬어가면서해. 그러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그게 지금 댁이 할 소리야?”

 “어?”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몰라?”

 “응?”

 “응?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내가 썅, 어제 하루 동안 어? 하. 말을 말자.”

 “왜? 이야기 해 봐.”

 

 남자는 태연하게 내 옆에 앉아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팀장님 조카가 말한 애를 찾아갔어. 근데...”

 

 난 흥분하지 않으려 애쓰며 가능한 차분하게, 창고같은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설명 하면서도 내가 왜 이걸 이 인간에게 설명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꿈이라 그런 건지 멈출 수도 없었다.

 

 “와. 그럼 그 오토바이 타고 몰려왔다는 애들은 조폭들이 뒤를 봐주는 애들인 거야?”

 “알게 뭐야. 마지막에 온 그 인간 명함에 적힌 회사는 무슨 회사인지도 모르겠고. 딱히 깡패새끼 같지도 않았고.”

 “그럼, 그 사람은 뭐야? 그 사람이 말 한마디로 그 많은 애들을 다 컨트롤 하는 거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남자는 불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다 짧게 한숨을 뱉었다.

 

 “꽤 다친 것 같은데, 병원엔 가봤어?”

 “병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

 “거기서 경찰까지 뜨고, 진호란 애도 케어해야 되는데 병원 갈 시간이 있었겠어?”

 “아, 못 갔어?”

 “썅, 애부터 집에 데려다 주려는데 기다렸다는 듯 팀장님이 전화해서 고래고래 소릴 질러댔다고.”

 “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일단 애부터 데려다 주고, 문상이 애들 시켜서 잘 지켜보라고 한 다음 경찰서로 튀어갔지.”

 “그 팀장님한테?”

 “그래. 얼굴이 새빨개져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난리를 치는데, 그거 진정시키느라 내가 얼마나 애먹었는지 알아?”

 “그래서, 잘 이야기했어?”

 “이야기 하나마나, 내가 아는 게 있어야 이야길 하지. 일단 따돌림 당하는 애 구하러 간 거고, 그 애를 구해달라고 팀장님 조카가 부탁했다고 했는데, 그게 먹힐 리가 있나. 왜 자기한테 말 안 하고 멋대로 사고 치냐고... 아무튼 내가 어제 생각만 하면, 너 당근이 아니라 아주 오이를 뾰족하게 깎아서 네 놈 뒤통수에 꽂아 버리고 싶어. 알아?”

 “아. 진짜 고생했네.”

 “그게 끝인 줄 알아? 그 지랄을 피우고 또 피씨방 가서 팀장님 조카한테 또 설명하고, 집에 들여보내고...”

 “어쨌든 집으로 들어가긴 들어간 거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나,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 미안해.”

 “미안해? 참내. 미안하면 다신 오지마. 내 앞에 얼씬 거리지 말라고.”

 “미안하긴 한데, 그렇겐 못하지.”

 “뭐?”

 “난 아직 본론도 못 꺼냈는데, 이대로 사라질 순 없잖아.”

 

 그러고 보니, 일단 이 일을 해결하고 나면 이 인간이 이야길 하기로 되어 있었다.

 

 자기가 누구며, 왜 날 찾아온 것이며, 내게 도와달라는 게 뭔지 자세히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 지경이 되고나니, 그딴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게 됐다.

 

 “됐어. 이제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러지 마. 난 지금 당신한테 정식으로 의뢰를 하려는 거야. 물론, 당장 돈을 줄 순 없지만...”

 “의뢰 같은 소리하네. 처음부터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길래 뭔가 대단한 수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고, 썅. 나 어제 진짜 죽을 뻔 했다고.”

 “그래. 미안하다니까.”

 

 자꾸 미안하다고 하니까 더 이상 뭐라고 성질을 내기도 애매하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짜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 무슨 회사 사장이란 사람이랑, 오토바이 고등학생들은 이제 어떡할 거야?”

 “낸 들 알아? 박 형사랑 팀장님께 다 이야기했으니 그 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난 진호란 애만 잘 보고 있으면 될 거고. 에이 썅.”

 

 생각하다보니 또 짜증이 난다.

 

 “내가 그 진혼지 뭔지는 왜 지켜보고 있어야 되는 거야, 어? 이것도 당신 때문이잖아. 100원 한 푼 떨어지지도 않는데다,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을...”

 “그래도, 팀장님 조카가 집으로 잘 들어갔으니, 잘 챙겨 주시겠지. 원래 무슨 일이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인맥을 닦아 놓는 게 좋아.”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와 팀장님의 관계는 굳이 이 개고생을 하지 않했어도 충분히 좋았다.

 

 “그리고, 덕분에 당장 급했던 월세도 해결했잖아.”

 “그래서, 지금 시비트는 거냐?”

 “아, 아니야. 미안.”

 

 남자는 풀이 죽은 듯 살짝 고갤 숙였다.

 

 이제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제 할 말 하던 놈이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니 괜히 기분이 요상해진다.

 

 “아무튼, 이제 찾아오지 마.”

 “그러지 말고. 날 못 믿겠어?”

 “믿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썅.”

 “내가 거짓말하거나, 뭐 사기를 치려던 건 아니잖아. 그건 이석철씨 당신도 알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어제 죽을 뻔 했다고 몇 번을 말해. 네놈이랑 몇 번 더 만났다간 진짜 죽을 것 같으니 됐어. 정 사람이 필요하면 다른 사람 찾아봐.”

 “하아.”

 “몸은 몸대로 엉망이고, 기분까지 엉망이야. 일을 하나 해결한 것 같은데, 이건 해결한 것 같지도 않고, 그 고삐리 놈들, 사장이란 놈, 전부 의심스럽고 찝찝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남자는 수세미를 이쪽 저쪽 손으로 옮겨가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한숨을 쉬며 말한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거겠지만, 당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이 신도 아니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해결사도 아니잖아.”

 “썅.”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고, 벌어진 일들에 책임감을 가지는 건 좋은 거지만, 괜히 그걸로 쳐져 있진마. 어울리지도 않잖아.”

 “썅. 경찰 생활 할 때는 이런 기분이 들어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안 좋진 않았는데.”

 “그래?”

 “아무래도 그 때는 일 하나 처리하고 이렇게 기분이 우울해져 있을 틈이 없기도 했지. 일은 항상 쌓여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종류의 일보단 좀 더 명확했거든. 또 내 뒤에 상관부터 검찰까지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여차하면 그들에게 맡겨도 되는 거였고.”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인가 보네.”

 “그럴지도.”

 “그때는 법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면 이제 그런 일들은 당신이 나설 필요가 없으니까. 당신에게 맡겨질 일들은 아마 거의 이런 일들일 거야.”

 

 갑자기 센치해진 탓에 아무 말이나 맘속에 있던 것들을 막 떠들어 댄 것 같다.

 

 어쩌면 이 인간은 꿈에만 나오는 인간이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이런 이야길 할 만한 사람은... 없으니까.

 

 막상 말을 하면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이 인간을 계속 내 꿈에 나오게 둔다면 더 거지같은 일들에 휘말려 들게 빤하다.

 

 그렇게 다신 엮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동시에 이 인간이 누구인가하는 궁금증역시 커진다.

 

 어쨌든 팀장님 조카 임종혁은 이 남자가 말하는 곳에 정확히 있었으니까.

 

 “아무튼, 다신 당신과 엮이고 싶지 않아. 골치 아픈 일만 생기고, 내겐 별 도움도 안 되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도와달라고 했었잖아.”

 “다짜고짜 뒤통수에 당근을 꽂아 넣으면서.”

 “그건, 뭐, 자꾸 도망만 가니까.”

 “그래서, 너 도대체 누구냐? 날 어떻게 아는 거며, 왜 나한테 이래?”

 

 남자는 수세미를 두 번 접어 자신의 무릎에 올리고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난 사실 너의 증조 할아버지야.”

 

 뭐?

 

 “뭐라는 거야? 이 미친 놈이.”

 “안 속네.”

 

 말없이 놈을 가만히 노려봤더니 녀석은 한숨을 푹 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그냥 평범한 자영업자였어. 운 좋게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지. 내 가게 오픈 할 때, 또 일 배울 때, 따지고 보면 힘든 일도 있었지만 지금 내 상황이나, 다른 힘든 사람들 생각하면 그 정도는 행복한 거였지.”

 

 남자는 먼 곳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그랬는데, 어느 날 세상이 깜깜해졌어.”

 “뭐?”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 주변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고.”

 “무슨 소리야?”

 “나도 무슨 일인지 깨닫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어. 계속 그 생각만 했었거든.”

 “무슨 생각?”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남자는 입맛을 한 번 다시곤 말을 이었다.

 

 “그날 난 시장에서 물건을 떼서 돌아오는 길이었어.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 그날 오전엔 아내에게 약속이 있어서 그때밖에 시간이 안 났거든. 그래서 도매시장에 물건 들어오는 걸 거의 바로 받아 들고 온 거지.”

 “근데?”

 “그날따라 도로에 차도 없더라고. 공단 앞이니까, 뭐, 그 시간엔 늘 그랬을 테지만, 괜히 느낌이 안 좋은 거 있잖아. 으스스하고.”

 “그래서?”

 “근데 앞에 건너편 차선에 뭐가 있더라고. 그날따라 또 그런 게 눈에 딱 들어오더란 말이야.”

 “뭔데?”

 “고양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한쪽다리를 절뚝이던 새끼 고양이가 길바닥에 쓰러져서 눈만 깜빡이고 있었어.”

 

 점점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예상이 되는 한편으로, 이 인간의 정체에 대해 불쾌한 마음이든다.

 

 “평소 같으면 가까운 곳에 알리고 그냥 갔겠지. 아님 길가로 옮겨두는 정도. 어쩌면 경찰이나 119에 전화를 했을 거야.”

 

 남자는 무릎에 올려뒀던 수세미를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그 날은 차를 세우고 내렸어. 그리곤 쓰러진 고양이 앞으로 다가갔는데, 고양이가.. 참 예쁘더라. 보기드문 미묘였어. 검은색이랑 하얀색이 섞인 얼룩이였는데, 발은 또 까만게.”

 “엉뚱한 데로 새지 말고, 빨리 결론으로 가지.”

 “어? 아, 그래. 근데, 그게 다야.”

 “뭐?”

 “그게 다라고.”

 “그럼, 니가 고양이란 거냐?”

 “뭐라는 거야. 그게 말이 돼?”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차에 치였어. 그 뒤론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이것도 아주 힘들게 떠올린 기억이야.”

 

 쓰러진 고양이를 구하려다 차에 치였단 거다. 역시,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근데, 그래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근데 이거 꿈 아닌가? 꿈에서도 소름이 돋는 건가?

 

 “너, 귀 귀신이냐?”

 “뭐라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릴 하라니까.”

 “지금 니가 한 이야기가... 그거잖아.”

 “아니야. 난 아직 죽진 않았어.”

 “알아듣게 설명을 해.”

 

 남자는 또 정면을 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내 몸은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 난 아주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곳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지. 근데 그럴 때 인간이 뭘 하는지 알아?”

 “뭐?”

 “생각이야. 끝도 없는 생각.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게 돼. 그때 난 내 아내가 제일 걱정이 됐거든. 그래서 한참동안 아내 생각만 했었어.”

 “그래서.”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아내가 눈앞에 있는 거야.”

 “뭐?”

 “어느 순간 아내가 눈앞에 나타났다고. 칠흑 같은 어둠이 사라지고, 한순간 갑자기, 내 가게에서 테이블에 앉아 한숨 쉬는 아내가 눈앞에 나타났다고.”

 

 무슨 말을 하려다 딱히 할 말이 생각이 안나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몇 번, 아내를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됐는데,”

 

 남자는 말을 잠시 멈추고 내 눈치를 살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아마 허무맹랑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거야.”

 “지금 내겐 당신존재 자체가 허무 맹랑하니까, 이야기 끊지 말고 계속해.”

 “그래. 거기서 내가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은, 내가 당한 교통사고가 뺑소니였다는 거고,”

 

 그거야 뭐, 충분히 예상가능 했다.

 

 “내 몸은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데, 여기엔 문제가 있는 건지, 의식불명인 상태로 2주가 지난 상태라는 거였어.”

 

 남자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 내가 며칠째 아내의 꿈에 나타나고 있단 거였지.”

 “뭐?”

 “그러니까, 내가 만난 아내와 내 가게는 전부 아내의 꿈속이었던 거야.”

 “뭔 지랄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어. 내가 당신 꿈에 몇 번이나 나타난 것처럼.”

 “말이 돼?”

 “말이 되고 안 되고, 그게 되는 걸 어떡해.”

 

 이 미친 소리를 더 듣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내가 잠에서 깨고 나면 난 다시 칠흑 같은 어둠에 남겨지고, 그 어둠속에서 간절히 아내 생각을 하면 다시 다음날 아내의 꿈에 들어가 있고...”

 “그러니까, 당신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데,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는 능력이 있다는 거야?”

 “그런 셈이야.”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안 믿기지? 그래서 내가 당신 팀장님과 관련해서 일을 하라고 했던 거야. 그냥 이런 이야길 했으면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이미 저 멀리 가버렸을 테니까.”

 “미친놈.”

 “나도 미친 소리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사람들 꿈을 떠돌아다니며 여행이라도 하는 중이신가?”

 “뭐,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 그건 못해.”

 “왜?”

 “아주 간절히 그 사람을 떠올리며 생각해야만, 그 꿈에 갈 수 있으니까. 모르는 사람 꿈엔 나타날 방법이 없지.”

 “지랄.”

 

 잠깐, 그렇다면 이 인간이 아주 간절히 내 생각을 했단 말인가?

 

 “당신, 날 알아?”

 “어. 그러니까 당신 꿈에 나타났지.”

 “어떻게? 왜?”

 

 다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전혀 모르겠다.

 

 “너 누구냐?”

 “김의정. 당신이 일하던 경찰서 정문 맞은편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어. 이탈리아 음식이 메인이지.”

 “아.”

 

 얼마 전 박형사랑 순대국밥집 갔을 때, 그 옆에 있던 이탈리아 음식 파는 곳...

 

 “당신은 날 모르겠지만, 난 당신을 종종 봤거든. 그리고 당신 팀장이랑, 그 사람 여동생과 조카는 우리 가게에 종종 왔었고. 그래서 당신에 대해선 좀 알고 있어.”

 

 썅. 아... 그럼 그래서...

 

 “그래서 매일 채소 들고 나타난 거냐?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티 내려고?”

 “아, 아니, 그건 와이프한테 꿈에서 나마 맛있는 걸 해주려다 보니...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남자는 수세미를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그래서, 당신은 믿을 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신밖에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봐야, 그냥 꿈이라고 흘려들을 것 같았고...”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있는 그대로. 내가 지금 의지할 곳은 당신뿐이야.”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기도, 판단을 하기도 좋은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당한 뺑소니 사고... 범인을 좀 잡아줘.”

 “뭐?”

 “부탁이야.”

 

 남자는 젖은 눈으로 날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S병원 알아? 신촌에 있는 거.”

 “어.”

 “거기 가 봐. 거기서 김의정이란 사람 찾아봐. 그럼 내 몸이랑 내 와이프를 만날 수 있을거야. 와이프에겐 이미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해뒀으니까, 아마 잘 이야기해 줄 거야.”

 

 놈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어디서 공사라도 하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쾅 쾅.’

 

  성가신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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