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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누님은 의외로 대단하다(1)
작성일 : 19-10-30 16:48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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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4Y:363D:24:00:00

 

 다시 시간이 흐른다.

 

 45년.

 

 그동안 3년에 한 번씩, 총 15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유카에 대해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니는 말이죠..."

 

 

 "언니도 지난번에..."

 

 "언니가 또..."

 

 "언니에게..."

 

 그녀가 누님신에게 무한하고도 조금은 비틀린 애정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쉽게 말하자면 극성팬이다).

 

 그녀와 나 사이의 가장 뚜렷한 공통화제가 바로 누님신이기에 대화의 상당부분이 누님신으로 점철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쳐도 말이지...

 

 "빠순이."

 

 "비서진을 전부 언니 팬클럽 회원으로 채워 넣은 게 바로 전데 뭘요. 새삼스럽기도 하셔라."

 

 "스토커."

 

 "사랑엔 오해가 따르기 마련이죠~"

 

 "극성맞은 추종자 같으니."

 

 "아, 그건 오해에요. 전 언니의 팬이긴 해도 생각이나 의지까지 언니에게 떠넘기진 않으니까요. 자고로 진짜 팬이라면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No를 외칠 수 있어야 하죠. 냐하하핫~!"

 

 난 No.93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팬클럽 회원증을 들고 자랑스럽게 웃던 유카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둘렀다.

 

 그게 6년 전이던가, 9년 전이던가.

 

 에이. 몰라. 팬이든 스토커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재밌으면 그만이지. 아는 사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물고 뜯고 맛보는 건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고.

 

 "...해서 언니는 이 우주의 치천급 존재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강대한 힘과 창조능력을 갖고 있죠. 그럼에도 언니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어째서?"

 

 "언니가 세계구원신(Worlds saver)이기 때문이에요."

 

 난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양동이로 눈을 돌렸다.

 

 ...응? 누님이 구원신? 파괴신이 아니고?

 

 유카가 피식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는데, 지구는 정말 망할 때가 되어서 종말절차를 밟았었던 거에요. 언니가 구원한 세계의 수 역시 막말로 지구 몇 개쯤은 블랙홀에 던져 넣어도 누구하나 뭐라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기도 하구요."

 

 "구원신이라..."

 

 흠. 그나저나 오늘은 유달리 이야기에 무게감이 있다. 평소 누님신이 화제에 오르면,

 

 '언니가 말이죠~'

 

 '누님이? 정말?'

 

 '언니 촌스러~', '정말, 누님 바보 같아~'

 

 '냐하핫!', '와하핫!'

 

 이라는 코스를 밟기 마련인데. 유카답지 않다.

 

 한참동안 설명을 이어가던 유카가 문득 말을 하다말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이니까요. 저기, 근데 듣고 있어요? 여자랑 데이트하면서 딴 생각하는 남자는 인기 없어요?"

 

 "아, 응. 물론 다 듣고 있어. 정말이라니까."

 

 "정말요?"

 

 난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이고말고. 3년에 한 번씩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고마운 친구의 이야기를 흘려들을 리가 없잖아."

 

 "흐, 흐음. 그럼 방금 이야기, 요약정리 해 봐요."

 

 훗. 하라면 못할 줄 알고.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잖아? 세계가 멸망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첫째가 지구처럼 막장트리를 타는 바람에 종말이 선언되는 경우, 둘째가 악신과의 싸움에 휘말려 박살이 난 경우, 셋째가 그 세계의 관리신이 소멸해버린 경우. 넷째가 기타 등등."

 

 유카의 음음, 하는 추임새에 힘입어 말을 이어간다.

 

 "1,2번과는 달리 3번의 경우는 멸망까지 다소 유예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유예기간동안 그것을 그냥 방치하게 되면 하나둘 망가지다 결국 종말을 맞이하거나, 빈집을 치고 들어온 악신의 손에 넘어가 말못할 꼴을 당하게 되는데, 이때 나서는 존재가 바로 세계구원신(Worlds saver)이다. 세계구원신은 방치된 세계를 임시로 맡아 관리하다 그 세계를 원하는 신이 생길 경우 그것을 넘겨 세계를 존속케 한다."

 

 

 "그리고?"

 

 "그 세계구원신이 바로 누님이다. 맞지?"

 

 "냐핫! 훌륭해요. 딴생각 한 것 치곤 아주 잘 챙겨들었는데요? 상으로 언니 팬클럽 정회원 자격을 드리겠어요~ 자, 여기 No.3223554213번 회원증이에요."

 

 "필요 없어, 랄까 삼십이억이천삼백오십오만사천이백십삼번이라고? 그놈의 팬클럽, 대체 얼마나 큰 거냐."

 

 "언니는 범우주적인 유명인이니까요. 지천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제가 No.93밖에 안될 정도의 규모는 되죠."

 

 유카는 싫다고 고개를 내두르는 내 바지 포켓에 억지로 팬클럽 회원증을 쑤셔 넣은 뒤 에헴 하는 헛기침 한번으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여튼 문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언니 이 외에 세계구원신을 담당하고 있던 개XX같은 몇몇 치천사년놈들이 야곱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우주가 닫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을 다 내던져버렸단 점이에요. 그래서 유일한 구원신인 언니에게 일이 콱콱 쌓이고 있죠.”

 

 “호오.”

 

 “덕분에 언니는 이 우주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세 자리의 세계를 구원한 구원신이 되었구요. 사실 지금도 임시로 책임지고 있는 세계의 수만 지구를 포함해 9개나 돼요. 그것도 치천계만요. 언니가 아무리 강대한 존재라지만 이 숫자는 도를 지나쳤죠."

 

 "흠."

 

 "그러니 언니에게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여유 따위가 있을 리가요. 버려진 애들 주워다 기르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데요 뭘."

 

 흐음. 유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건 처음 본다.

 

 "다른 문제는 뭐야?"

 

 "음, 그건 방금 말했던 9개의 임시관리중인 이 세계들을 정식으로 맡길 신이 마땅치 않다는 거에요. 지천계는 사실 방치가 되도 금방 수습이 가능해요. 약간의 조정을 거쳐 관리신으로서의 지위를 누려 보고픈 다른 지천사에게 위임하면 되니까요. 지천계는 애초부터 지천사가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세계랄까, 정형화되었달까. 그러니까... 나쁘게 말하면 양산형(?)이란 느낌이랄까. 뭐 여튼 그런 느낌이죠.”

 

 “흠흠.”

 

 “근데 문제는 치천계에요. 이건 창조한 치천사의 주관과 개성이 듬뿍 반영된 세계인데다 쓸데없이 격도 높아서 지천사로선 감당이 안돼요. 그래서 동급의 치천사가 위임을 받아줘야 하는데... 자신만의 세계창조가 가능한 치천급으로선 굳이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를 받아 관리할 이유가 없으니, 대부분 거절을 하죠. 그 밥벌레들을 설득하고 손익을 조율해서 위임시키는 게 정말 힘들어요. 길게는 천단위의 햇수가 필요할 정도로요. 그래서 임시관리자로서 다수의 세계구원신이 필요한 건데..."

 

 "그 구원신이란 치천들이 전부 일을 던져버리는 바람에 마지막 구원신인 누님이 전부 덤터기를 썼다?"

 

 유카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따지고 보면 방치된 지천계를 손봐서 다른 지천에게 넘기는 일이나 인수받는 지천에 대한 역량검증도 구원신의 일이라 대부분 언니의 손을 타야 해결이 돼요. 치천계를 돌보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이것도 숫자가 쌓이면 만만치 않죠."

 

 그녀는 말을 끝낸 후 딱 한마디로 모든 설명을 정리했다.

 

 "솔직히 막장이에요."

 

 "흐음, 누님도 정말 큰일인가 보네..."

 

 ------------------

 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예전에 난 누님이 지구를 이만 년째 관리중이란 이야기를 들었어. 그럼 그 긴 시간동안 위임 없이 계속 임시관리를 맡고 있다는 거잖아? 이건 이례적인 일인 것 같은데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유카가 내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디보자. 거기에 대답을 하려면 기밀 지정된 몇 개를 건드릴 필요가 있긴 한데... "

 

 "아, 곤란한 질문인거야?"

 

 "냐하핫. 제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고 사는 거 보셨나요? 그 정돈 괜찮아요."

 

 "어, 응."

 

 질문한 내가 당황할 정도의 시원함이다. 역시나. 과연 천계의 무법자 유카리스티아다운 풍모시다.

 

 "지천계에 대해선 언젠가 또 이야기 할 날이 있을 테니 오늘은 패스하고...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전부 치천계에 해당하는 이야기에요."

 

 "음."

 

 "제가 좀 전부터 치천급은 창세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었죠? 근데 좀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치천계의 창조에 있어서 치천급의 역할은 절반에 불과해요. 나머지 절반은 사실 빌려오는 것이죠."

 

 "...음?"

 

 "우선 창세가 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창세는 두 가지가 만나서 이루어져요. 하나는 라이프 스트림, 다른 하나는 태초의 말(The word). 라이프 스트림이 뭔지는 이미 알고 계시죠?"

 

 "응. 이 우주를 이루는 근본자원이라고 들었어"

 

 "맞아요. 그럼 태초의 말은요?"

 

 "...잘 모르겠는데."

 

 "태초의 말이란 건, 말이란 건... "

 

 유카의 표정에 곤란함이 어렸다.

 

 "...이거 설명하기 굉장히 까다롭네요. 인간의 언어만으로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으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아닌데..."

 

 태초의 말이라, 그러고 보면 나도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아! 생각났다. 굉장히 오래전에 누님께 무슨 프로그램이니 운영체제니 하는 말을 들었었는데."

 

 "언니가 그런 설명을요? 하핫. 언니도 설명하기 귀찮았나 보네요. 하긴 나도 말만으론 그 이상은 어려우려나. 음. 비슷하게 가죠. 그러니까, 태초의 말이란 건 라이프 스트림이라는 리소스의 구성과 운영 양쪽에 관여하는 운영체제 같은 거에요."

 

 "음. 뭔가 개운찮은 설명인데."

 

 "실제로 개운찮은 설명이니까요. 이건 자동차의 동작원리랍시고 타이어 하나 보여주면서 '이게 데굴데굴 구르니까 차가 앞으로 가는 거야'하고 설명하는 거랑 같아요. 틀리진 않았지만 전부를 설명하기엔 터무니없죠. 하지만 뭐, 지금은 창세를 설명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설명이 어렵다는데 어쩔 것인가. 난 얌전히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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